플레이스테이션이 홀리데이 시즌에 맞춰 PS5 프로를 출시했다. 전략적 발매라면 완벽한 적중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선물을 주고받는 이때, 사람들은 플레이스테이션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1차 사전 예약 판매는 수요에 비해 물량이 부족해 품귀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실 PS5 프로의 발매 전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100만원이 넘는 높은 가격대가 주원인이었다. PS5와 비교했을 때 가격에 비해 눈에 띄는 업그레이드가 부족하다. 경쟁 모델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가 4년 전 발매 이후 새로운 기기 출시를 늦추고 있어 더욱 PS5 프로를 기대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독점 상황에서 선택지가 없는 유저들에게는 김빠지는 신형이기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 뜨거운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PS5 프로를 직접 사용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PS5 프로는 기존 사용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다. GPU가 향상되어 메모리 속도가 28% 더 빨라졌다. 게임을 플레이하면 렌더링 속도도 최대 45% 빨라져 훨씬 매끄럽게 실행된다. 외관은 기존 모델과 비교해 작고 가벼워졌으며 패널 측면의 검은색 그릴이 늘어났다. 디스크 드라이버는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쿨링 시스템의 개선으로 소음 또한 적다. 확실한 체감 성능은 작동해봐야 알 수 있다. PS5 프로는 그래픽의 퀄리티에 초점을 맞췄다. 업그레이드된 레이 트레이싱과 AI를 기반으로 이미지를 분석해 구현하는 ‘PSSR’ 기술을 적용했다. 빛의 반사와 굴절을 세밀하게 표현해 현실 같은 공간감을 선사한다. 이를 기반으로 ‘프로’와 ‘프로 맥스’ 버전의 그래픽 모드를 패치했다.
기존 PS5 사용자는 해상도에 중점을 두는 그래픽 옵션 혹은 화질을 양보하고 60fps를 유지하는 성능 위주의 퍼포먼스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프레임을 우선시하면 그래픽이 떨어져 공간 묘사를 온전히 즐길 수 없었고, 화질을 챙긴다면 프레임이 끊겨 장시간 게임을 플레이하기에 피로했다. 하지만 PS5 프로로 즐기면 무엇 하나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초고해상도로 완벽한 60fps 구동이 가능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현재 PS5 프로에 최적화된 게임은 <호라이즌 제로 던> <마블 스파이더맨 2>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 <스텔라 블레이드> 등이 있다. 각 게임은 PS5 프로의 화질 설정을 지원하는 방식이 각기 다르다. 그중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1>을 먼저 플레이했다. 설정에 들어가면 ‘프로 모드’ 옵션이 추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는 4K/30fps 혹은 1440p/60fps 중 선택해야 했지만 프로 모드를 통해 4K/60fps를 출력한다. 빛이 풍부한 공간이나 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더욱 두드러진다.물에 비치는 빛의 반사나 캐릭터가 지나가며 생기는 파동이 현실처럼 부드럽게 느껴진다. 명과 암의 대비가 크면 이전에는 어두운 부분이 뭉개진 듯 보였지만 이제는 되레 깊이감을 느낄 수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평면 게임이 맞나 싶을 정도다. 언젠가는 이 정도의 그래픽을 가상현실로 만날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개인적으로 <드래곤즈 도그마>는 높은 화질을 보여주는 대신 프레임 옵션이 고정되어서 그동안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이번 패치는 나도 모르게 막혀 있던 혈을 뚫어준 기분이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스파이어 4의 보스 데모크롤러와 결투하면 변화를 알 수 있다. 화려한 스킬 이펙트는 화면을 가득 채우고 캐릭터의 액션 역시 막힘없이 휘몰아친다. 배경 하나하나의 텍스처가 생생하니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다. 감동적인 디테일에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순간이다. <마블 스파이더맨 2> 같은 오픈 월드 게임 역시 더할 나위 없다. 이동의 제약 없이 방대한 세계를 그대로 옮겨놓은 게임에 해상도가 높아지니 눈이 훤해진다. 곧 출시될 <GTA 6>를 플레이할 때는 또 얼마나 재미있을까.
확실히 느꼈다. 이건 ‘탐미주의자’를 위한 출시다. 사실 캐릭터의 머릿결, 햇살 아래 드리우는 그림자, 호수에 반영되는 모습 같은 요소는 게임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디테일이 게임의 맛을 살린다. 더욱더 몰입하고 현실과 가깝게 만든다. 구매할까 고심하는 이들에게 가이드를 주겠다. 120헤르츠에 VRR 기술을 지원하는 디스플레이를 갖고 있다면 반드시 구매할 것. 앞으로 오랫동안 게임을 할 거고 4K/60fps를 느껴보고 싶다면 구매할 것. 단 클리어에 목적을 두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용자라면 PS6를 기다릴 것을 추천한다. 발매 이후 출시된 게임이 아직 없기에 앞으로의 신작 게임이 기다려진다. PS5 프로는 더욱 현실적인 게임의 미래 발판이 되어줄 콘솔이다. 선택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일단 경험한다면 돌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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