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향해 달리는 매미
그녀는 기타를 연주하는 매 순간이 즐겁다
음악을 10년째 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여전히 즐거우세요?
그럼요. 여전히 재미있어서 하는 거예요. 10년이나 되었는지 몰랐을 정도로 좋아하니까 계속할 수 있는 거죠.
어떨 때 가장 즐겁나요?
한 지점을 고르기가 어려운데요. 음악을 하는 순간순간 작은 것까지 모두 즐거워요. 도파민이라고 하잖아요. 음악을 하는 순간 도파민이 뿜어져 나와요. 곡을 만들 때도 그렇고 공연을 할 때도 그렇고요.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연주 영상이 유명하잖아요. 퍼포먼스에 신경을 많이 쓸 것 같아요.
제가 밴드를 할 때는 공연 위주로 무대 위의 퍼포먼스에 신경을 많이 썼고, 지금은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요즘은 시각적인 무언가가 확실하게 보이고 그 위에 청각적인 요소를 더했을 때 관심을 두시는 것 같거든요. 근데 이런 고민을 하는 순간이 즐거워요. 너무 재밌어요. ‘다음엔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까, 이런 건 어떨까.’ 물론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지만요.
가사를 쓰거나 음악을 작곡할 때도 긍정적인 감정이 주된 동력이 되나요?
그게 가장 큰 힘이에요. 저는 가사도 장난스러운 느낌이고 ‘엥?’ 하는 부분이 있거든요.(웃음) 음악을 파워풀하게 만들려고 해요. ‘이 사람 되게 재밌네’ 이런 느낌을 심어주고 싶어요. 진솔한 곡도 쓰지만 원래 즐기는 것에 목적을 둬서 그런지 어쩔 수 없이 신나는 곡들이 많아요. 저도 ‘피크 어디 갔지?’ 가사를 보고 한참 웃었어요. 사실 오늘도 피크 못 찾았어요. 어디 있는지 안 보여서 진짜 미치겠어요.(웃음) 화보 사진의 기타 친 모습은 전부 손으로 연주했을 거예요. 가사처럼 살고 있어요.
며칠 전 발매한 ‘LOVE SONG’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원래는 계획이 없었어요. 막연하게 뉴욕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만 했었죠. 그때 갑자기 뉴욕에 사는 비디오그래퍼 친구한테 스튜디오가 생겼다는 연락이 온 거예요. 운명이라 생각하고 바로 티켓을 끊었어요. 마침 나도 노래를 쓰고 친구도 경력을 쌓아가고 있으니까 같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무언가를 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단순하지만 저는 그런 걸 운명이라 느껴요. 마침 내가 곡을 쓰고 있는데 누군가 재밌는 걸 같이하고 싶다고 하면 꺼리지 않아요. 모든 기회는 무조건 잡아야죠. 뉴욕에서 날 새우면서 만들었지만 더 의미가 깊어진 것 같아요. 두 도시를 오가며 만든 러브 송 멋지잖아요.
낮과 밤 중에 어느 시간을 더 좋아하세요?
고르기 힘든데 확실한 건 해가 떠 있을 때 에너지가 더 넘치는 기분이에요. 아티스트에게 물어보면 작곡하기에 밤이 더 좋다고 대부분 이야기하지만 저는 낮에 에너지가 왕성해집니다. 싱그러운 거 보고, 해 쳐다보고 그러면서 하루에 감사함을 느끼고요. ‘헤로인시크’나 록스타들의 조금은 비뚤어진 삶을 보면서 동경하지만 저의 실생활은 술, 담배도 못 하고 조금 너드하죠.
인터뷰하면서 느끼는 건데 본인을 드러내는 일에 거리낌이 없으신 것 같아요.
저는 음악을 10년 동안 했지만 내내 관심을 받지 않았거든요. 항상 음지에 머물면서 달리다 이제야 양지로 나온 것 같아요. 저는 지금 주어지는 관심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해요. 그저 열심히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10년 전 이야기지만 예전 밴드를 할 때 폭우 속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어요. 정말 쏟아지는 빗속에서 다같이 공연을 하는데, 멀티탭에 물이 차서 정전이 되기 일보 직전이었어요. 그래서 다른 멤버들을 쳐다봤는데 정말 아무도 멈추지 않고 열중하고 있는 거예요. 안전에 대한 걱정보다 지금 노래하는 순간이 너무 즐거웠어요. 관객들도 비를 맞으면서 열광하고요. 차차 정전되면서 악기가 하나둘 꺼지는데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어요. 다들 그 순간에 미쳐서 달리고 있었으니까요. 이게 청춘이고 로큰롤 아닐까 생각했죠. 다 함께 끝을 향해 달려가던 그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아 있어요.
록이란 무엇일까요?
방금 제가 말한 기억과 같아요. 앞으로 나아가는 것. 정말 모든 걸 잊고 거기에만 미쳐서 몰입하는 것. 단 한 번도 질린 적이 없거든요. 그만큼의 가치가 있고 에너지가 있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음악 장르를 넘어서 태도이고 삶이기도 한 거죠.
매미를 완성하는 건 무엇인가요?
누군가 매미라는 아티스트를 떠올렸을 때 ‘그래 내가 매미 때문에 기타를 시작했지’ 하는 생각이 들면 좋겠어요. 저도 처음에 다른 아티스트를 보면서 꿈을 키웠어요. ‘저 사람처럼 연주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의 제가 됐거든요.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꿈을 심어주는 사람. 그게 저를 완성시킬 것 같습니다.
한로로라는 청춘
막연하게 흔들리는 우리를 붙잡는 노래를 부른다.
지난여름은 정말 바쁘셨죠. 많은 페스티벌 라인업에서 이름을 봤어요.
열심히 했어요. 아무래도 페스티벌은 사람들의 호응을 유도해야 하잖아요. 연습을 많이 했죠. ‘내가 이 사람들의 감정을 잘 끌어낼 수 있을까?’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되려 관객들의 에너지가 엄청 커서 에너지를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잘 이뤄졌어요. 앞으로의 공연들도 더 재밌게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꼭 서보고 싶은 무대가 있을까요?
연말에는 시상식 무대가 많잖아요. 시상식은 대중이 즐겨 듣는 음악이 총집합하는 자리니까 그런 무대에 서면 뜻깊을 거예요. 작년 실리카겔 선배님들의 MMA 무대를 보고 충격을 받았거든요. 인디 밴드가 대중적인 시상식 개막 무대에 선다는 게 이례적인 일이니까요. 충격이고 또 같은 아티스트로서 너무 행복했어요. 나도 대중을 더 크고 넓게 위로할 수 있는 음악을 해야겠다. 그리고 그런 무대에 설 기회가 온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평소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사를 쓰나요?
보통 경험을 바탕으로 써요. 주변 사람과의 대화나 사회가 담긴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아요. 그렇게 느끼는 감정과 파생되어 이어지는 생각과 경험을 바탕으로 가사를 씁니다.
최근 영감을 준 대화가 있었나요?
친구 또는 가족과 나누는 대화는 언제나 영감을 주는데요. 오늘 촬영장에 오면서 실장님과 차 안에서 나눈 대화도 좋았어요. 우리는 지금 어둠 속인 것 같아도 떠도는 먼지처럼 아주 작은 빛 하나만 있으면 그걸 보고 가는 거다. 살다 보면 어려움과 어둠이 언제나 있지만 또 언젠가는 밝은 빛이 든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왔어요. 마음에 많이 남더라고요. 저는 ‘이 마음 저무는 날까지 푸른 낭만을 선물하게’라는 가사가 오래 기억에 남았어요.
한로로가 생각하는 푸른 낭만이란 무엇인가요?
저에게 낭만은 저물지 않는 예쁜 노을 같다는 생각을 해요. 스스로가 마음먹는 한 늘 쨍쨍하게 우리를 비춰주는 따뜻하고 아늑한, 절대 지지 않는 태양. 근데 살다 보면 낭만을 잃을 때가 많잖아요. 그런 순간에 있는 사람들의 손을 잡고 그 노을 앞으로 데려가고 싶은 마음으로 가사를 썼어요.
곡을 만들 때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아무래도 가사죠. 저는 가사를 늘 각자의 상황에 맞게 해석할 수 있도록 여러 갈래로 열어두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너와 나의 입장에서 말하는 노래라면 ‘너’는 스스로가 될 수도 있고 친구나 가족, 동물, 연인 무엇이든 될 수 있게끔요. 가사를 곱씹으면서 각자의 상황 자체에 몰입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나요?
네, 맞아요. 공감이 첫 시작인 것 같아요.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지만 우선은 공감으로 시작해서 결국에는 사랑 그리고 유대감. 다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감정으로 채워지면 좋겠어요.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또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요.
아직 노래로 풀어보지 못한 감정이나 앞으로 표현해보고 싶은 감정이 있을까요?
저는 차가운 사회를 늘 노래의 배경으로 그려왔거든요. 하지만 우리가 그 안에서 따뜻함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 여기서 큰 궤를 벗어날 생각은 지금도 앞으로도 없어요. 거기서부터 조금 더 깊고 세심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이를테면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음악으로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거죠. 그렇게 시선을 하나하나씩 옮겨 가보고 싶어요. 사회를 비판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어떻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요.
록이란 무엇일까요?
푸른 나무들이 가득한 우거진 숲.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고 외칠 수 있는 넓은 숲 같아요. 제가 록이라는 장르로 처음 음악을 시작한 건 세상에 저의 마음속 불만을 토해내고 싶어서였어요. 그래서 저에게 록은 숲속에서 세상을 향해 소리 지르는 느낌이에요. 실제로 공연장도 그렇게 느껴지고요. 숲속에 사는 다양한 생물이 바람이나 소리에 반응하듯이 사람들이 한 그루의 나무처럼 제 소리에 반응하는 거죠.
한로로를 완성하는 건 무엇인가요?
‘청춘’이 아닐까요. 많은 분이 그렇게 불러주기도 하시고요. 저는 청춘에 정해진 나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스스로가 지금이 청춘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청춘인 거죠. 다양한 연령대의 청춘을 함께할 수 있는 친구가 되기 위해서 열심히 음악을 해왔어요. 앞으로도 서로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 같은 친구가 되는 게 제 꿈입니다.
뜨겁고, 커다란 린지라는 존재
기타와 목소리로 쏟아내는 에너지.
촬영장이 록 페스티벌이 되는 순간이었어요. 정말
압도적인 에너지를 느꼈습니다. 원래도 에너지가 넘치는 편인가요?
감사합니다.(웃음) 저는 두 가지 모습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 혼자 있거나 소수와 있을 때는 차분한 편이거든요. 그때 아낀 에너지를 무대에서 분출해요. 어디서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무대에 서면 뭔가 다른 느낌이 들어요. 평소와는 다른, 무대만이 만들어내는 저의 모습이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가수가 꿈이었나요?
학생 때 장래 희망을 쓰잖아요. 아주 어릴 때는 뭣도 모르고 치과 의사라고 썼어요. 이후에는 작가였고요. 노래는 너무 자연스럽게 시작해서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도 안 나요. 근데 다섯 살 때 찍은 영상을 보면 제가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곡을 만들고 있더라고요. 운명이 아니었을까요?.(웃음) 실제로 ‘샤이닝’은 제가 그쯤에 쓴 곡에서 멜로디를 이어서 완성한 노래예요.
기타는 언제 배우셨어요?
<슈퍼밴드 2> 출연이 제대로 기타를 연습하는 계기가 됐죠. 당장 무대에서 보여줘야 하는데 일렉트릭 기타는 그때 처음 잡아봤거든요. 그래도 한번 시작한 이상 어중간하게 하면 안 된다는 마음이 들어서 그때부터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오늘 촬영을 함께한 기타도 소개해주세요.
펜더의 ‘메테오라 HH’입니다. 최근에 데려온 기타인데 요새 추구하는 에너지를 잘 표현해줘요. 모양도 그렇고 소리도 그렇고요. 저 기타를 사러 간 게 아니었는데 보자마자 ‘아니야 나 얘로 할래’ 이랬어요. 제일 저다운 기타예요.
솔로로 활동할 때와 더 픽스로 활동할 때의 린지는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요.
저도 이 부분이 흥미로운데요. 린지로 활동할 때와 더 픽스로 활동할 때 모두 제가 곡을 썼는데 완전히 달라요. 저도 몰랐던 제 모습이 더 픽스 활동을 할 때 나오는 느낌이에요. 물론 멤버들의 영향도 있죠. 제 모습 그대로가 린지라면 ‘싸우자! 이기자!’ 하는 더 픽스의 에너지는 가둬져 있던 제 모습을 꺼낸 듯해요.
평소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사를 쓰나요? 아니면 상상을 하나요?
둘 다인데 상상이 좀 더 비중을 차지해요. 가사를 쓸 때 곡의 코드 진행이나 사운드를 들으면 이미지가 머릿속에 휙 스쳐 지나가요. 두루뭉술한 이미지가 아니고 정말 자세한 이미지가요. 만약 인물이 있다면 그의 머리색은 어떻고, 머릿결이 어떻고, 주변에 어느 정도 바람이 불고, 누굴 싫어하고, 무얼 좋아하고 이런 게 다 보여요. 그림이 떠오르는 순간 그에 대한 가사를 쓰는 거예요. 물론 풀어내는 게 일이지만요.
이번 싱글 앨범에서도 그런 이미지가 있었나요?
‘TICKI-TA’는 원형 탁자에 6명이 앉아 있어요. 모두가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들이죠. 굉장히 지루하게 앉아 있다가 ‘Let’s spill the tea’ ‘재밌는 얘기 좀 해봐’ 하고 누군가 말을 해요. 그때 갑자기 다른 한 명이 총을 꺼내서 난사하는 거예요. 티키타가 총을 쏘는 소리예요. 그런 이미지를 상상하며 만들었어요. 조금 잔인하지만요.(웃음)
곡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요?
제 감을 믿어요. 제 감이 ‘그래 이거 해’ 하고 통과시켜주면 그 이후에는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게 들어가 있나? 듣는 사람들이 혼란스럽지 않을까?’를 고민하죠. 딱 들었을 때 어떤 방식으로든 그림이 그려지면 좋겠어요. 저도 이미지를 떠올리며 곡을 만들어서 그런가 봐요. 첫 번째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나, 두 번째로는 사람들을 상상하게끔 만들 수 있나가 중요해요.
실제로 이미지나 퍼포먼스에도 많이 신경 쓰나요?
저희는 안무 밴드예요.(웃음) 따로 안무 시간이 있어요. 회사 합주실에 가면 한쪽 벽면이 거울로 되어 있어요. 보면서 안무에 맞게 대형을 맞춰서 합주를 진행해요. 평소에 제가 멤버들의 ‘직캠’ 영상을 많이 봐요. 다른 멤버들이 어떨 때 멋있는지 보고 감독하죠. ‘현조야 너는 많이 움직이는 것보다 이렇게 하는 게 더 좋다. 나영아 잘하고 있는데 이런 느낌을 더 줄까?’ 하고요. 각자 영상을 찍고 다 같이 찍기도 하고, 멤버들이 ‘언니 이건 어때요?’ 하고 상의도 하고 꽤 본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웃음)
록이란 무엇일까요?
자유. 무조건 자유라고 생각해요. 저는 R&B로 음악을 시작했지만 록을 하면서 자유를 찾았어요. 자아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던 저에게 ‘이게 열쇠야 나가 놀아봐’ 해준 거죠. 록이란 자유 그리고 해방이라고 생각합니다.
린지를 완성하는 건 무엇인가요?
가장 어려운 질문인데요. 저를 완성하는 것이 외부에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그래서 그냥 저와 맞닿아 있는 단어를 꼽자면 에너지인 것 같아요. 제 에너지로 사람들을 챙겨주고 싶고 재밌게 해주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게 없으면 삶이 재미없을 것 같아요. 자유와 에너지 빼면 시체예요, 저는.
이루리의 노래는 고요하게 울린다
낮게 진동하는 베이스의 소리처럼.
‘이루리’ 하면 저는 여름이 떠올라요. 첫 번째 EP를 그해 여름 굉장히 많이 들었거든요. 그게 벌써 6년 전이더라고요.
제가 솔로로 발매한 첫 번째 앨범이에요. 2018년 1월에 발표했으니 정말 6년 전이네요.
이전에도 밴드로 활동하셨잖아요. 오랫동안 지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있나요?
스무 살이 되자마자 밴드 바이바이배드맨으로 데뷔했죠. 그때는 정말 밴드만 하고 싶었어요. ‘밴드를 하는 멋진 나’에 대한 로망이 있었거든요. 밴드가 너무 하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음악으로 먹고사는 방법을 찾고 싶어서 솔로 앨범을 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팬분들을 만나게 된 거죠. 지금은 팬분들 덕분에 음악을 계속하고 있어요.
처음 밴드를 시작한 계기가 만화 <나나>라고 들었어요. 요새도 즐겨 보는 만화가 있나요?
만화는 항상 보고 있어요.(웃음) 요즘에는 한국 웹툰을 정말 많이 보고요. 최근에 빠져 있는 건 드라마인데 제가 <스타워즈> 시리즈를 좋아하거든요. 스핀오프 시리즈 중에 <만달로리안> 드라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촬영을 함께한 나비 모양의 기타가 이루리의 상징처럼 느껴져요.
요새는 메인으로 사용하지는 않지만 저도 좋아하는 기타예요. 제 노래 중에도 ‘나비’가 있거든요. 기타를 보자마자 이건 안 사면 정말 죽는 날까지 후회하겠다 싶었죠.
원래도 나비를 좋아했나요?
특별히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제가 처음 작업한 곡이 ‘나비’예요.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올렸는데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주셨어요. 그때 애정이 생긴 것 같아요. 나비가 가진 이미지가 화려하고 예쁘잖아요. 거듭나는 과정은 고되고요. 제가 앨범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것과 닮아 있어서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나의 것이 됐을 때 특별해지는 게 있죠.
맞아요. 정말 생각지 못했는데.
본인의 곡 중에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무엇인가요?
매번 바뀌지만 지금은 계속 이야기한 첫 번째 EP의 첫 번째 트랙 ‘Light Beside You’를 꼽겠습니다. 처음 했던 밴드의 첫 번째 앨범 제목과 같은 곡인데요. 솔로 활동을 하면서 밴드 사운드를 의도적으로 멀리했어요. 하지만 이 노래만큼은 밴드 사운드가 확실한 곡이에요. 제 정체성이 잘 담겨 있는 곡이에요.
음악을 만들 때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요?
제가 살아가는 삶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정신 상태나 주변 사람을 보고 느끼는 것들이요. 일상에서 영향을 받죠.
작년에 결혼하셨잖아요. 결혼 생활은 음악 활동에 영감을 주나요?
저는 결혼하고 난 지금이 여태까지 살면서 가장 정신 상태가 좋아요. 아주 건강한 상태. 사실 이런 느낌을 받아본 적은 없었거든요. 되려 건강해서 음악이 잘 써지지 않는 느낌이에요.(웃음) 혼자서 고민도 하고 고뇌도 해야 음악은 더 잘 나오는 것 같거든요. 하지만 또 적응하면 새로운 창작 방법을 찾아내지 않을까 싶어요.
노래를 부를 때 주된 동력이 되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제가 처음에 음악을 만들게 된 계기는 외로움이었어요. 너무 외로웠는데 음악이 위로가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밝은 노래를 만들더라도 내면의 묵은 감정들,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을 담게 됐어요. 꼭 가사가 아니라 연주도 그렇고요. 울고 나면 마음이 풀리기도 하잖아요. 그런 외로움이 감정의 동력이 됐어요. 지금은 너무 행복해서 팬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동력이 되는 것 같고요.
준비하고 있는 다음 스텝이 있을까요?
지금은 머릿속에 계획만 있어요. 생각나는 대로 뭐라도 해야겠다. 다만 솔로로서 활동하기보다는 밴드나 작곡가로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어요. 외부 작업을 해보려고 합니다.
록이란 무엇일까요?
나를 해방시켜주는 것.
이루리를 완성하는 건 무엇인가요?
베이스라고 생각해요. 저와 베이스는 뗄 수 없고 저로 인해 누군가 베이스의 매력을 알게 된다면 그 자체로 너무 보람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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