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을 누리는 집’이라는 의미를 지닌 ‘락고재(樂古齋)’는 2003년 국내 최초의 한옥 호텔 ‘락고재 서울 본관’ 개관을 시작으로 조선시대 양반층 주거지였던 서울 북촌 일대의 ‘락고재 북촌 빈관’, ‘락고재 컬쳐 라운지 애가헌’ 등을 통해 풍류의 멋을 선사해왔다. 지난 9월, 락고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안동 하회마을에 한옥의 유무형적 가치를 집대성한 ‘락고재 하회 한옥호텔’을 선보였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유산 내에 위치한 숙박 시설인 이 호텔은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마을 초입의 기와 본관과 낙동강 강변길에 자리한 초가 별관으로 나뉜다.
한옥의 진수라 할 수 있는 차경(창을 통해 보는 경치)은 락고재가 소중히 여기는 요소다. 방마다 창을 통해 보이는 풍경이 서로 다른 예술 작품처럼 다채롭고, 보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호텔 건축 과정에서 차경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수차례 나무를 심고 뽑는 과정을 거쳤으며, 건물의 배치를 섬세하게 조정했다. 객실은 각기 고유한 테마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필가봉(붓걸이를 닮은 봉우리)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슈페리어룸은 학업 성취를 기원하는 방으로 설계했으며, 창덕궁 후원에 위치한 정자를 재현한 애련정은 주니어 스위트룸 투숙객에게 조선시대의 궁중 문화와 연결된 비밀스러운 매력을 제공한다. 호텔 본관의 각 숙소 내부뿐 아니라 외부 공간에도 도자기, 서예 작품, 무인석 등 락고재가 오랜 세월 직접 수집한 예술품들을 배치해 전통문화와 예술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호텔은 현대적 설비를 갖춰 각종 편의시설을 제공하면서도 예로부터 내려온 건축 방식을 포기하지 않았다. 특히 15년에 걸친 공사 기간 동안 100번이 넘는 설계와 수정을 거쳤다는 점에서 단순히 하루 머무르는 공간을 넘어 그 이상의 가치와 감동을 전하고자 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락고재는 소중한 한국 전통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옥 호텔의 명성을 안동에도 이어가면서 이 지역을 새로운 관광 명소로 활성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또한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자 안동 한옥 학원을 설립해 한옥 대목수를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으며, 이렇게 배출된 인재들은 락고재 하회 한옥호텔의 건축에도 직접 참여했다. 이처럼 생생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방문객에게 더욱 깊은 감동을 주는 락고재 하회 한옥호텔은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 한국의 전통문화를 경험하고,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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