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생뚱맞은 질문인데, 박재범 집에는 옷이 얼마나 많을까 궁금했어요.
별로 없어요. 저는 브랜드 앰배서더가 되면, 다른 브랜드 옷은 집에서 최대한 없애거든요. 지금 저희 집 옷장 열면 구찌가 제일 많아요.(웃음)
러닝 열심히 한다고 들었어요. 한 번에 얼마나 뛰어요?
러닝은 고등학생 때부터 했어요. 한강에서 뛰기 시작한 건 2~3년 전? 보통 5km에서 7km 정도 뜁니다.
오늘처럼 촬영 있는 날이면 지키는 본인만의 루틴이 있나요?
시간 여유가 있으면 사우나 해요. 집에 1인 사우나가 있거든요. 얼음 잔뜩 띄워서 냉수욕도 자주 하고요. 그런데 오늘은 둘 다 못 했어요.(웃음)
식단 조절은 따로 안 하는 거네요.
저는 촬영 상관없이 매일 스무디 먹어요. 평소에도 건강에 좋은 음식을 꾸준히 먹으려고 해요. 중요한 날이면 뭔가 더 챙겨 먹기보다는 안 먹는 편이죠.
반대로 ‘나 오늘 진짜 고생했다’ 싶은 날에 먹는 게 있다면요?
회식할 때는 고기. 한동안 관리 열심히 했으니 자극적인 게 끌린다 싶으면 피자나 치즈 돈가스를 먹죠. 타코는 거의 맨날 먹어요. 요즘은 가로수길에 있는 프리모 타코 자주 갑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제가 고등학생 때 처음 팔굽혀펴기 시작한 게 재범 님 때문이거든요. 15년 전도 지금도 몸매가 한결같은데 살이 찌긴 하나요?
아유, 찌죠. 15년 전이면 제가 몸이 한창 좋았을 무렵인데, 그때 63kg 정도 나갔어요. 술도 안 먹었고, 운동도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사실 그때는 주변에서 시키는 것만 열심히 하면 됐어요. 점점 나이를 먹기도 하지만,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나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회사를 창립하고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몸 관리를 덜하게 됐죠. 운동까지 열심히 하면 과부하가 걸리는 느낌이니까. 한동안 70kg 정도 나갔어요. 그러다 작년에 구찌 앰배서더 되면서 식단 관리를 조금 해봤어요. 운동을 평소보다 더 열심히 한 것도 아닌데 금방 4~5kg 빠지더라고요. 복근도 옛날처럼 선명해지고요. 그 후로는 꾸준히 유지하고 있어요.
직함이 워낙 많잖아요. ‘뮤지션 박재범’ ‘모어비전 대표 박재범’ ‘원소주 대표 박재범’ ‘댄서 박재범’ 등등. 박재범의 일주일은 얼마나 바쁠까 궁금했어요.
회사 출근은 거의 매일 해요. 회사에 안 나가더라도 매일 직원과 연락해서 여러 결정을 하죠. 원소주도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꼭 참여하고요. 아티스트로서 해야 할 일도 많아요. 뮤지션은 보여주는 직업이잖아요. 음악 작업도, 운동도 열심히 해야죠. 그리고 제 사생활도 있잖아요. 친구들이랑 소주도 한잔하고, 부모님이랑 식사도 해야 되고. 다만 모든 스케줄을 구체적으로 짜고 움직이지는 않는 편이에요.
저는 정신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데, 스트레스는 안 받아요?
스트레스를 받죠. 그런데 제가 선택한 거잖아요. 책임져야죠. 아무도 저한테 강요하는 사람은 없어요. 제가 선택한 일들이고, 해야 하는 일들이니까 그냥 해요. 다만 스스로를 잘 아니까 스트레스도 조율할 수 있어요.
스트레스 관리도 실력이잖아요. 나름의 비법이 있나요?
남 탓 안 하는 것. 일하다 보면 잘못될 수 있잖아요. 그때 누구를 탓하기보다 빨리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미 벌어진 일인데 잘잘못 따지는 게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요. 결과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결과에 집착하지 않으려고 해요. 과정 속에서는 간절하지만,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게 중요해요.
“특히 음악 업계는 유행에 민감하고,
실력 있는 뉴 페이스가 매번 등장하잖아요.
자칫 잘못하면 바로 밀려나요.
커리어가 쌓일수록 더 간절할 줄 알아야죠.”
앞서 말했지만 하는 일이 정말 많잖아요. 그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무엇인가요?
지금은 아무래도 모어비전 대표죠. 책임자잖아요. 연습생 친구들이 생기면서 더 많은 시간이랑 에너지를 모어비전 대표 역할에 쏟고 있어요. 하지만 제 마음속 뿌리는 언제나 ‘댄서’예요. 저는 어디서 뭘 하든 늘 스스로 댄서라고 생각해요. 댄서로 처음 일을 시작했고, 댄서를 했기 때문에 지금 하는 모든 일이 가능했으니까요.
혹시 명함 있으세요?
모어비전, 원소주 명함 있습니다.
대표님이니까 여쭙는 질문인데요. 모어비전 인재상은 어떻게 되나요?
간절한 사람. 저는 누군가를 억지로 시키고 싶지 않아요. 일하다 보면 당연히 힘들 수 있죠. 잘 못할 수도 있고요. 힘들어해도 돼요. 당장 잘 못해도 괜찮아요. 다만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걸 보고 싶지는 않아요. 보는 사람까지 기운 빠지잖아요. 당장 실력이 없어도 정말 간절하게 노력하면 그게 다른 사람 눈에도 보여요. 실력은 키우면 되거든요. 저는 항상 간절하고 진정성 있는 사람과 일하고 싶어요.
간절함을 유지하는 것도 실력이죠.
그럼요. 아무것도 없을 때는 모두가 간절하잖아요. 뭔가 되고 싶고, 갖고 싶으니까요. 곱게 나이 먹는 게 어려워요. 특히 음악 업계는 유행에 민감하고, 실력 있는 뉴 페이스가 매번 등장하잖아요. 자칫 잘못하면 바로 밀려나요. 커리어가 쌓일수록 더 간절할 줄 알아야죠. 그래야 자기 정체성도 지킬 수 있고요.
방금 말씀하신 ‘간절함’이 박재범이 여전히 멋있는 이유라고 생각해요. 박재범이 생각하는 멋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자기가 처음 출발한 곳을 잊지 않는 사람.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서 노력하는 사람. 유명해지면 주변에서 다들 잘 보이려고 하잖아요.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순간이 와요.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해요. 모든 사람들이 대단한 사람으로 대우해주니까, ‘나 진짜 대단한 사람이구나’ 생각하게 될 수밖에 없죠. 그럴 때 겸손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멋있어요. 겸손도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거든요.
2010년 첫 EP <믿어줄래>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정규 앨범 5장, EP 앨범 10장을 냈어요. 흥행을 떠나서 커리어에 가장 변화를 준 작업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좋아’. 제 친구이자 프로듀서인 차차랑 함께 작업한 곡인데요. 그때는 정말 많은 의심을 받았어요. 왜 무명 작곡가랑 작업하냐고. 하지만 ‘좋아’가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면서 제가 싱어송라이터로서 틀리지 않았음을 나름대로 증명했다고 생각해요. 내가 정한 방향대로 계속해도 되겠다 결심한 계기가 됐죠. 그다음으로는 . 제가 <쇼미더머니4> 프로듀서를 맡았을 때 자격 논란이 있었어요. ‘아이돌이 힙합 평가를?’ 하는 분위기가 있었죠. 그때 를 내면서 힙합 뮤지션으로서 인정받았어요. 마지막으로는 R&B 앨범 . ‘All I Wanna Do’가 수록된 앨범인데요. 이 앨범을 통해서 록 네이션에 들어가게 됐으니 큰 변화였다고 말할 수 있죠.
이번 인터뷰가 공개될 때면 여섯 번째 정규 앨범 가 발매됐을 텐데요. 새 앨범을 만들면서 ‘이것만큼은 꼭 이뤄보자’ 한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뭔가를 새롭게 꼭 보여줘야 된다는 부담은 없었어요. 저는 음악 안에서 해보고 싶은 것은 거의 모두 해봤거든요. 그러다 보니 앨범 작업도 꽤 늘어졌어요. 7년이나 걸렸으니까요. 모어비전을 차리면서 ‘이제는 이 앨범 끝내야겠다’ 마음먹었죠. 아직 모어비전 안에서 제가 인정받을 만한 정규 앨범을 낸 적은 없었거든요.
모어비전에서 나온 첫 정규 앨범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겠네요.
그렇죠. 저는 지금까지 아티스트로서 저를 대표하는 앨범이 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번 앨범이 아주 비슷한 에너지를 가졌어요. 중요한 앨범이 될 거예요.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노래방 가면 본인 노래 부르나요?
누가 꼭 불렀으면 좋겠다 하면 불러요. 취해서.(웃음) 절대 제가 먼저 부르진 않죠.
그때는 어떤 곡 부르나요?
둘 중 하나죠. ‘몸매’나 ‘좋아’.
점수는 잘 나오는 편이에요?
잘 모르겠어요. 노래방에서 제 노래 부를 때는 늘 취해 있어서.(웃음)
박재범의 큰 무기는 다재다능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서 드리는 질문인데, 지금 박재범에게 가장 어려운 건 무엇인가요?
겸손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다 어려워요. 제가 다재다능한 이유는 거침없이 도전하기 때문이에요. 전 뭐든지 어려운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일을 시작할 때 항상 ‘이건 진짜 어려울 거다. 오래 걸리겠다. 정말 힘들겠다’ 스스로 되뇌요. 그러니까 힘든 상황이 와도 ‘어차피 힘들 거 알고 있었잖아?’ 하고 넘길 수 있어요. 그 도전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나름대로 체력과 지구력도 갖게 됐고요.
뮤지션으로서, 사업가로서도 성공을 거뒀잖아요. 그중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큰 성공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AOMG를 세운 거죠. AOMG 자체로 여러 성과를 만들기도 했지만, AOMG를 통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 훨씬 많아졌으니까요. 뮤지션으로만 남았다면 지금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배울 수는 없었을 거예요.
스스로 생각하는 가장 큰 실패는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아무래도 제 초반 작업물들 아닐까요?(웃음)
뮤지션에게는 그 점이 항상 고민일 것 같아요. 음반은 한 번 발매되면 번복할 수 없으니까요.
그렇죠. 하지만 사실 번복하고 싶지도 않아요. 커리어 초창기에는 전문 프로듀서 없이 제가 하나하나 곡을 만들었어요. 당연히 완성도가 떨어지죠. 뭘 만들더라도 미흡하고 어설플 수밖에 없는 시기를 잘 보냈기 때문에 지금의 박재범이 있는 거잖아요. 당시에는 실패작들처럼 보였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꼭 필요했던 실패였어요.
여태껏 많은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키워냈잖아요. 박재범이 생각하는 좋은 뮤지션의 자질은 무엇일까요?
자기 장단점을 잘 아는 뮤지션. 자기 무기를 잘 사용해야 돼요. 단점은 누구한테나 있는데, 그걸 보완할 줄도 알아야죠. 정 안 되면 단점을 숨길 줄 아는 것도 실력일 테고요. 그리고 장르를 떠나서 기본기가 탄탄한 사람. 기본기가 있으면 어떤 장르든 충분히 멋있게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뮤지션들이 음악만으로 커리어를 이어가기에는 힘든 시대가 됐잖아요. 방송이나 유튜브에 나가서 이름을 알려야 하니까요. 그만큼 뮤지션에게 새롭게 요구되는 것들이 있을 텐데요.
말씀하신 대로 옛날에는 정말 음악이 좋고 실력만 있으면, 충분한 스토리와 캐릭터를 만들 수 있었어요. 지금은 실력만으로는 부족하죠. 한편으로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예술가도 결국 들어주고 봐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먹고살 수 있잖아요. 어필해야죠. 예전에는 아이돌이랑 힙합 신 사이에 확실한 선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자금이 들어오면서 실력 있는 아티스트들이 더 많이 아이돌이랑 작업하게 됐고, 음악 수준도 훨씬 높아졌어요. K-팝 울타리 밖에 있는 뮤지션들이 더 연구하고 발전해야 하는 시기가 온 거죠.
“자기 무기를 잘 사용해야 돼요.
단점은 누구한테나 있는데, 그걸 보완할 줄도 알아야죠.
정 안 되면 단점을 숨길 줄 아는 것도 실력일 테고요.”
회사 직원이나 동료 뮤지션에게 자주 하는 조언이 있나요?
저는 웬만하면 조언을 안 하려고 해요. 누군가 먼저 물어보면 ‘내 경험상 이랬다’ 정도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조언도 모든 사람한테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 반대로 자주 듣는 말은 있나요?
음··· 언제 쉬어요?
저도 그게 제일 궁금했는데, 진짜 언제 쉬어요?
쉬긴 쉬죠. 그런데 그 쉬는 시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아요. 제가 지난 14년 동안 가장 오래 쉬어본 게 3주 정도였어요.
그때는 뭐 했어요?
시애틀에 있었어요 사실 그때도 시애틀에 있는 친구들이 불러서 스튜디오 가서 작업하고. 완전히 쉬지는 못했죠.
만일 내일부터 3주 동안 휴가라면 어디서 뭘 하고 싶어요?
열흘 정도는 휴양지 갈 것 같고요. 나머지는 한국에서 친구들 만나서 농구하고 격투기하고 술 먹고, 영화관 가서 영화도 보고. 그렇게 보낼 것 같아요.
직장인 휴가랑 별반 다를 게 없네요.
정말 그래요. 클럽 가고 파티하는 건 해볼 만큼 해봤어요. 지금 저는 아티스트이기도 하지만, 회사 대표잖아요. 늘 직원들과 소통하고 시간도 많이 보내다 보니까 직장인 마인드가 생겼어요, 저도 모르게.
5년 전 한 인터뷰에서 “하고 싶은 건 거의 다 해봤고, 열심히 성실히 최선을 다했다”라고 했어요. 여전히 해보고 싶은 일이 있나요?
아이돌 그룹 데뷔시키는 거. 지금 모어비전에서 열심히 연습생 친구들과 준비하고 있어요. 그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게 지금 저한테는 가장 해내고 싶은 일이에요. 뮤지션 박재범으로서 하고 싶은 건 많이 해봤으니까요. 일 외적으로는 나만의 시간이 조금 더 생겼으면 좋겠다 싶은 정도예요.
요즘 고민은 없어요?
고민 매일 하죠. 사실 이제는 누구도 저한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키지 않아요. 제가 팀원들에게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제시하는 입장이 됐죠. 많은 분들이 저에게 의지하고, 제가 설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니까 늘 고민이 많아요. 어떻게 하면 동료에게 더 나은 환경과 삶을 제공할 수 있을지, 나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사람 될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앞으로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하는 게 있나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라기보다, ‘이런 사람만 안 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커요. 일단 실망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아무리 큰 성공을 거두더라도 인간미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따금 성공한 후 세상을 외면하고 부정적이고 냉정한 사람으로 변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아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하나요?
그냥 멋있는 사람. ‘멋’이라는 게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잖아요. 그만큼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미로 멋있는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오늘 저녁에 뭐 드세요?
지금 7시죠? 아직 가게 문 열었을 시간이니까 타코 괜찮을 것 같은데요. 치킨이나 비프 타코. 햄버거도 당기긴 해요.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