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얼굴의 고보결은 데뷔 13년 차다. 예능 <1박 2일>에 신인 배우로 얼굴을 비춘 것이 어느덧 10년 전 일이다. 2011년 영화 <거북이들>로 데뷔해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사랑스럽게 미소 짓던 보결은 현재 범죄 스릴러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통해 열렬한 사랑을 표출하는 중이다. 오랜 시간 해왔음에도 그녀에게 연기란 여전히 신나고 들뜨는 일이다.
현재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방영 중이죠. 잡지가 발간될 때쯤이면 최종화가 얼마 남지 않았을 텐데요.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네,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드라마는 원작인 책 내용과 세세한 부분이 아주 달라요. 한국적으로 많이 각색했기에 드라마의 흐름을 따라 결말까지 보면 좋을 거예요.
극 중 최나겸은 고정우에게 맹목적인 애정을 쏟는다고 느껴져요. 최나겸에게 고정우란 어떤 존재죠?
전부예요. 누구나 삶의 목적이 있잖아요 그리고 그 목적이 사랑인 사람도 있고요. 나겸은 정우와의 사랑이 인생의 목적이자 이유가 되어버린 거예요. 나의 전부를 다 바쳐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자 나를 완성해줄 사람이니까.
백설공주 동화에서 사과는 굉장히 의미 있는 장치잖아요. 드라마 속에서 사과는 무엇을 상징할까요?
각자의 욕망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캐릭터는 하나씩 사과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먹어서는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먹고 싶게 만드는 탐스러운 욕망이죠. 각자의 사과를 추리해 나가는 게 드라마의 관전 요소라고 생각해요. ‘저 사람의 욕망은 무엇이기에 저런 선택을 했을까?’ 하고요.
고보결의 사과는 무엇일까요?
제 삶에서는 개인적인 욕망과 금단의 영역은 분리해야 할 것 같은데요. 욕망 자체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금단의 영역은 반드시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야식이라든지 굉장히 많은 것들이 있죠.
고보결에게 금단의 영역은 야식이다?
(웃음) 순간순간 저희는 선택해야 하잖아요. 드라마가 전하는 메시지와도 연결되는 부분인데 선택의 순간마다 취해도 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잘 구분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 자신도 깨어 있으려고 노력해요. 순간마다 깨어 있자. 취해서 살지도 말고 흘러가는 대로 살지도 말고 순간을 잘 살고 있는지 자각하면서요.
2011년 영화 <거북이들>로 데뷔하셨죠. 13년간 해온 배우 생활을 돌아보면 감회가 어떤가요?
어렸을 때는 혜화역에 가면 제가 꿈꾸는 무대가 있는 곳이니까 늘 들뜨고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한동안은 그런 감정이 무뎌진 채 살았어요. 근데 며칠 전에 공연을 끝내고 나오는데 그때 느낀 감정이 다시 떠오르더라고요. ‘내가 꿈을 이루어 나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감정이 밀려드는데, 한없이 감사하고 행복한 거 있죠. 배우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출연 작품이 없을 때인데, 준비하고 연습하는 것 자체가 결실을 맺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점과 점 사이를 잇는 선처럼요. 소망하고 꿈꾸던 때를 떠올리면 모든 것이 감사하고 소중해요. 더욱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하다 보면 도저히 인물이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순간에는 어떻게 돌파하시나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요. 그리고 당연히 모든 걸 이해하지는 못한다는 걸 인지해야 해요. 완전한 정답도 없죠. 겸손한 마음으로 다가가면 가까워진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모든 걸 이해할 순 없으니까.
유독 학생 역할을 많이 맡으셨어요. 이번에도 어김없이 교복을 입으셨는데 학생 역할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나요?
이번에는 조금 부담스럽긴 했는데.(웃음) 다행히 현장 반응이 좋았어요. 분장을 많이 한 편이거든요. 과거와 현재, 덕미와 나겸의 차이를 위해서 주근깨도 찍고 가발도 쓰고요. 저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돼서 신났어요. 연기의 재미가 또 이런 거라고 생각해요.
나겸은 덕미를 결핍이라고 생각하지만, 보결은 덕미를 좋아하네요.
그렇죠. 그리고 덕미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나겸 분장을 할 때와 덕미 분장을 했을 때 현장 분위기가 달라요. 덕미일 때는 장난도 많이 쳐주시고 귀여워해주시고, 나겸에게는 조금 더 젠틀하게 대해주시죠.
연기한 배역 중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제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전부 저에게서 퍼져 나간 빛처럼 느껴져요. 투명하지만 빛을 투과하면 여러 색으로 분산시키는 프리즘처럼요. 아예 다른 인물이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또 다른 자아, 제 새끼 같은 거죠. 그래서 하나를 꼽을 수가 없어요.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는걸요.
삶을 굉장히 진취적으로 사신다는 느낌을 받아요.
더 그러고 싶어요. 어릴 때는 두려움 없이 호기심만 가득하잖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유년기처럼 살아가고 싶어요. 그게 행복하고 완전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하나요?
나답게 살아가려고 노력한 사람. 연극에 그런 대사도 있었거든요. “너답게 살아가려고 노력했던 지원아.” 그 대사가 꼭 저에게 하는 말 같았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제가 좋아하는 연극에서 “나는 당신의 신이 궁금하지 않아요” 하는 대사가 있는데 그때 느꼈어요. ‘나의 신이 궁금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내 마음의 심지가 궁금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 누군가가 저에게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두려움 없이 나갈 수 있지? 자신을 지킬 수 있지?’ 하고 물어본다면 좋겠어요. 그렇게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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