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모어 12년
알코올 함유랑 40%│ 용량 700mL
테이스팅 노트 레몬, 꿀, 다크초콜릿
위스키는 지역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대부분 술이 그렇지만, 위스키는 더욱 진하다. 증류하고 숙성하는 과정에서 지역적 특징이 담기는 까닭이다. 피티드 위스키는 아일라 출신이 대표적이다. 섬의 토양과 기후가 위스키에 피트 향과 바다 내음을 스며들게 했다. 보모어 역시 지역의 특징을 고스란히 한 병에 담는다. 그럼에도 피트 풍미가 지배적이진 않다. 오히려 부드럽고 달콤한 향이 인상을 결정한다. 피트의 성질은 복잡한 풍미를 만들어내는 무대 역할 정도. 피트 강도 역시 20~25ppm으로 높지 않은 편이다. 강렬한한 방이 없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그만큼 친절하게 피트의 세계로 인도하니까. 처음 피티드 위스키를 접하는 사람이라면 거부감이 적고그, 다음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달콤함 속에서 흙과 바다의 거친 맛을 파악하는 재미 역시.
라가불린 16년
알코올 함유랑 43%│ 용량 700mL
테이스팅 노트 초콜릿, 민트, 레몬
라프로익과 더불어 아일라의 대표 피티드 위스키다. 증류소도 라프로익 옆에 있다. 이름의 의미도 비슷하다. 둘 다스 코틀랜드 게일어로 진창, 움푹 파인 땅(Hollow)이란 뜻을 품었다. 비슷한 점이 많아 맛도 비슷할까? 아니다. 사용하는 물과 피트가 라프로익과 달라 맛은 다르다. 이래서 위스키가 흥미롭다. 처음에는 전형적인 아일라 위스키의 피트 풍미가 강하지만, 점차 과일과 꽃의 향긋함도 내비친다. 엑스버번 오크통과 유럽산 셰리 오크통에서 숙성해 보다 풍성한 풍미를 조합한 결과다. 그만큼 맛이 강렬하면서도 복잡하다는 뜻이다. 피트 강도는 35~40ppm으로 중간 정도. 강렬한 한 방으로 정체성을 알리면서 이후 다층적인 이야기를 전하니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일찍이 위스키 평론가 마이클 잭슨이 최고점을 준 이유겠다.
라프로익 10년
알코올 함유랑 43%│ 용량 750mL
테이스팅 노트 해초, 토피, 바닐라
라프로익을 보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오른다.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에서 라프로익을 이렇게 평했다. ‘그 어떤 싱글 몰트위스키보다도 특별함을 간직한 위스키.’ 그의 말이 진리는 아니지만, 술 좀 마셔본 유명 소설가의 평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무 정보 없이 그의 말에 끌려 라프로익을 마셨다면 뭔가 속았다는 생각이 들 거다. 일명 소독약 냄새가 나는 위스키를 처음부터 쉽게 받아들일 사람은 적으니까. 라프로익도 안다. 광고 문구에 ‘사랑하거나 싫어하거나(Love It or Hate It)’라고 호불호 강한 개성을 내세웠다. 한 모금 마시면 입안에서 피트의 강렬함이 폭발한다. 이후 흙과 해초 같은 풍미가 밀려온다. 재밌는 건파 고가 지난 후 느껴지는 달콤함. 거칠면서 부드럽고픈 마초성을 자극한달까. 이래서 특별한가 보다.
아드벡 10년
알코올 함유랑 46%│ 용량 700mL
테이스팅 노트 레몬, 토피, 건포도, 배
흔히 아일라 3대 증류소로 라가불린, 라프로익, 아드벡을 꼽는다. 증류소 위치도 아일라섬 남쪽에 나란히 붙어 있다. 이 정도면 이 일대를 아일라 위스키의 성지라 불러도 손색없다. 아드벡은 다른 두 위스키보다 더 강렬하다. 피트 강도는 50~5p5pm. PPM이 높다고 무조건 피트 풍미가 강한 건 아니다. 그럼에도 숫자가 주는 무게감은 분명하다. 홍보 자료에도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현존하는 아일라 몰트위스키 중에서 가장 피트 풍미가 강하다.’ ‘현존하는’ ‘가장’ 같은 단어를 쓸 정도로 강렬한 피트 풍미를 내세운다. 물론 강하기만 하다고 유명한 건 아니다. 위스키는 단편적인 맛만으로 사랑받기 힘들다. 강한 만큼 복잡해야 하고, 강하기에 균형감 각이 중요하다. 아드벡은 그 조건을 충족한다. 노도 같은 피트 풍미를 시작으로 레몬, 토피, 건포도, 배까지 표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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