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 엄청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오늘 아침에는 뭐 먹었어요?
저 탕후루 졸업한 지 조금 됐어요. 요즘 에그타르트랑 카눌레에 빠져서 잔뜩 먹었습니다.
평소에 사진도 많이 찍으시더라고요. 사진 찍어주는 것과 찍히는 것 중에는 뭘 더 좋아하세요?
찍어주는 게 훨씬 좋아요. 저는 셀카도 잘 안 찍거든요. 누가 찍어주는 건 부끄럽잖아요. 사실 지금도 촬영 앞두고 있어서 긴장돼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직업이라, 화보 촬영도 수월할 것 같았는데 의외네요.
사실 연기하는 것도 아직 너무 어려워요.(웃음) 그래도 화보 촬영할 때는 부담이 덜해요.
저는 대사 긴 장면 볼 때마다 ‘대본 까먹으면 어떡하지’ 싶었거든요. 프로 배우들도 비슷한 걱정 하나요?
엄청 하죠. 저는 꿈까지 꿔요. 아직 대사 덜 외웠는데 눈떠보니 현장에 와 있는 꿈. 감독님이 “오늘 이 장면 찍을 거예요” 하면 제가 막 울면서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는 꿈인데요. 작품 들어갈 때마다 그 꿈을 꿔요. 그 상황이 너무 괴로워서 대사는 완벽하게 외워요. 자다가 누가 뒤통수 때려서 벌떡 일어났을 때도 줄줄줄 외울 수 있을 때까지요.
남자들이 군대 다시 가는 꿈 꾸는 것처럼 악몽이네요.
맞아요. 절대로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에요.
특히 어려운 연기가 있나요?
저는 코미디 연기가 제일 어렵게 느껴져요. 코미디 연기 잘하는 배우는 어떤 연기도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유독 코미디 연기 잘하시는 선배님들 있잖아요. 정말 존경스러워요.
제가 연기를 안 해봐서 여쭙는 건데, 코미디 연기는 왜 어렵나요?
사실 저도 그 이유를 아직 못 찾아서 어려워요. 이따금 남을 웃겨야 되는 연기를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이게 왜 어려울까?’ 생각합니다.
인간 김혜준은 잘 웃기는 편인가요?
굳이 따지자면 잘 웃기기보다 잘 웃는 편이긴 한데, 저 노잼은 아니에요.(웃음)
지금까지 <킹덤>의 ‘계비 조씨’, <구경이>의 ‘송이경’, <킬러들의 쇼핑몰>의 ‘정지안’ 등 스무 명 넘는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그중 인간 김혜준과 비슷한 캐릭터가 있을 수 있고, 완전히 정반대의 인물도 있을 텐데요. 연기자로서는 어떤 쪽이 더 흥미롭나요?
저는 ‘이 사람이 얼마나 나랑 비슷한가’보다는 공감이 되면 끌려요. 성격이 정반대더라도,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이해될 수는 있잖아요. 대본을 읽으면서 ‘내가 저 상황이어도 저렇게 했을 것 같다’ 생각되면 그때부터 욕심이 나기 시작해요.
“연기는 기세라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믿고 확신이 있어야 대사를 뱉을 수 있으니까요.”
특히 그런 캐릭터가 있었나요?
영화 <미성년>에서 맡았던 ‘주리’가 그랬어요. 마냥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양면적인 캐릭터가 저랑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공감도 많이 됐고요.
질문을 조금 바꿔볼게요. 내가 연기한 캐릭터 중 한 명과 도쿄로 3박 4일 여행을 가야 된다. 누구를 고르겠어요?
너무 어려운데요. 한 명만 고른다면 저는 <구경이>의 ‘이경’이랑 갈래요.
리스크가 있지 않나요. 송이경은 사이코패스잖아요.
이경이는 좋아하는 친구한테는 정말 애정을 쏟거든요. 어쨌든 저랑 친하니까 도쿄까지 갈 거잖아요? 평소에 성격은 유쾌하거든요. 저만 잘하면 3박 4일은 무사히 다녀올 것 같아요.
배우분들은 언제 데뷔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잖아요. 다른 직업처럼 면허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혜준 씨도 불안한 시기가 있었을 텐데 그때 어떤 생각을 가장 많이 했어요?
사실 그 불안감은 지금도 똑같아요. 매번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나?’ 생각해요.
지금도요?
그럼요. ‘내가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을까’ ‘내가 배우 자격이 있나’ 끊임없이 생각해요. 배우는 사람들이 찾아주지 않으면 일을 못 하는 직업이잖아요. 말씀하신 대로 이 직업에는 면허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연기에 대한 정답도 없고요.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촬영장에 나가지만 ‘내가 여기 있을 자격이 있나?’ 늘 생각해요. 어쩌면 배우는 그 불안감과 싸우는 직업인 것 같기도 해요.
그럴 땐 어떻게 넘기나요? 누구한테 질문을 할 수도 있고, 무작정 연습을 할 수도 있고, 좋아하는 영화를 볼 수도 있고.
말씀하신 거 다 해요. 동료와 고민 나누다가, 혼자 골방에 들어가서 속 썩이기도 하고. 당장 할 수 있는 건 연습뿐이니까 하염없이 대본을 보다가, 그냥 좋아하는 영화 틀어놓고 위안받기도 하죠.
동료 배우들이 해준 말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조언이 있나요?
선배님들께 고민을 털어놓으면 늘 격려로 끝났어요. 연기는 기세라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믿고 확신이 있어야 대사를 뱉을 수 있으니까요. 선배님들도 제게 기술적인 조언을 해주시기보다 늘 확신을 심어주려고 하셨어요. 제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아주 작은 역할을 맡은 적이 있어요. 몇 년 지나고 시즌 3에 같은 역할로 특별 출연을 하게 됐어요. 정말 오랜만에 한석규 선배님을 뵀는데 보자마자 안아주시면서 “아유, 그동안 버티느라 너무 수고했다” 하시는데 눈물이 막 나더라고요. 그 짧은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됐어요. 배우를 계속해도 되겠다는 원동력이 됐고요.
진짜 김사부네요.
맞아요.(웃음)
어른이라면 부끄러운 일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못한 어른도 많으니까요.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너무 부끄러워서 말씀 못 드릴 것 같고요.(웃음) 반성했던 건 있어요. 현장에서 ‘오케이’가 나긴 했는데 분명히 저 스스로 떳떳하지 못했어요. 더 나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굳이 여기서 한 번 더 촬영하자고 했을 때 내가 그만큼 잘할 수 있을까?’ 확신이 없어서 그냥 외면하고 넘어간 적이 있어요. 그럴 때는 집으로 가는 길에 부끄럽죠. 단순히 부끄러운 수준이 아니라,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지?’ 실망스럽죠. 틀리지 않은 거지, 잘한 건 아니니까요.
그런 와중에도 ‘배우 하길 잘했다’ 싶은 순간도 있을 것 같습니다.
회식할 때요.(웃음)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식할 때.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현장에서 오늘 있었던 일, 영화 이야기,
연기 이야기, 사는 이야기 시끌벅적 떠들고 있으면 그렇게 좋더라고요. 당장 눈에 들어오는 그 풍경이 너무 좋은 거죠. 그때 ‘아, 나는 진짜 배우 하길 잘했다’ 생각해요.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나와서 드리는 질문인데, 혜준 님이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나요?
일단 개그 코드가 맞는 사람. 그리고 속이 따뜻한 사람. 저도 살갑게 표현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말투나 성격이 나긋나긋하지도 않고요. 제 친구들도 마찬가지인데 사실 속은 다들 정말 따뜻해요. 저도 속이 참 따듯하거든요.(웃음) 겉으로는 툴툴대도 진심이 느껴지고, 언제 만나도 같이 웃고 떠들 수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좋아해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고요.
2022년 목표는 갈비찜 만들기였다고 들었어요. 얼마 안 남았지만 2024년 목표가 있을까요?
갈비찜 만들기는 완벽하게 실패했습니다. 시도조차 못 했어요.(웃음) 올해 목표는 취미 만들기. 제가 취미가 없거든요. 애니메이션을 열심히 보고 있긴 한데, ‘취미 하나쯤은 꼭 만들어 집 밖으로 잘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하나요?
사람마다 ‘김혜준’ 하면 어떤 캐릭터나 장면을 생각할 거잖아요. 그 모습이 다 달랐으면 좋겠어요. 그게 무엇일지는 몰라도, 늘 다양한 모습으로 기억되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오늘 촬영 끝나고 뭐 드세요?
닭강정! 저 요즘 닭강정에 미쳐 있어요. ‘태리로제떡볶이&닭강정’ 드셔보셨어요? 거기 닭강정이 진짜 맛있어요. 꼭 드셔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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