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COVER
Glass Beams ‘Mirage’
언더커버의 적막한 런웨이에 동양적인 기타 리프 사운드가 울리며 쇼가 시작됐다. 이번 쇼는 런웨이와 함께 밴드 ‘글라스 빔스’의 라이브 퍼포먼스를 상영했다. 준 다카하시가 우연히 접한 후 매료된 이 호주 출신 밴드는 반짝이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신비로운 사이키델릭 펑크를 연주한다. 컬렉션은 추상적인 패턴과 번진 듯한 프린트, 흐르는 듯한 리넨의 활용 등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가 돋보였는데, 레이스로 만든 안대와 망사 비니로 얼굴을 가리는 식으로 모호한 충돌을 일으켰다. ‘가상의 부족’을 기반으로 구상했다는 디자이너의 생각을 눈과 귀로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DRIES VAN NOTEN
David Bowie ‘Sound and Vision’
드리스 반 노튼의 그랜드 피날레 쇼 오프닝에 1991년 그의 첫 쇼케이스 모델로 섰던 알랭 고수인(Alain Gossuin)이 등장했다. <Moonage Daydream> 사운드트랙에 삽입된 데이비드 보위의 음성 ‘시간, 가장 복잡한 표현중 하나. 기억이 구현된 것’이 흘러나오고, 드리스의 데뷔 컬렉션부터 함께한 모델들이 대거 등장해 그의 상징적인 플로럴 프린트와 자수 아카이브를 오마주한 룩을 선보인 장면은 꽤 가슴 찡한 포인트였다. 그가 피날레를 위해 선택한 음악 역시 데이비드 보위의 곡. 드리스 반 노튼은 흥겨운 노랫가락에 맞춰 밝은 모습으로 피날레를 마쳤다. 은빛 조각이 휘황한 런웨이를 뒤로한 채 퇴장함과 동시에 거대한 디스코 볼이 모습을 드러내자, 이 곡이 헤어짐의 인사가 아닌 축하 파티를 위한 노래임을 분명히 알게 됐다.
PRADA
Plastikman, Richie Hawtin ‘Kricket’
Junk Project ‘Brain Tool - Braintool’
Lanark Artefax ‘Voices Near The Hypocentre’
Mike Parker ‘Dissoultion 99’
쇼가 시작하기 전까지 프라다가 지은 하얀 집에서는 형형한 빛이 새어나와 호기심을 자극했다. 프라다가 표현한 젊음과 낙관주의로 점철된 청춘은 오색찬란했고, 긁는 듯한 전자음으로 시작된 테크노 음악이 연신 몰아쳐서 현장에선 심장이 쿵쾅댈 정도였다. 모델들이 입은 셔츠의 칼라 모양, 바지의 구겨짐, 건조한 걸음걸이에도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의 의도가 담겨 있으니, 그저 런웨이 룩을 보는 것보다 투박하면서도 현란한 이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감상하는 편을 추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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