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를 앞두고, 유난히 어둡고 침침했던 쇼장에 불이 환하게 켜지며 새하얀 길이 등장했다. 길 따라 높은 언덕 위의 작은 오두막을 통해 모델들이 내려왔다. 가늘고 긴 몸을 강조하는 슬림한 실루엣, 얼굴을 반쯤 덮는 실드 선글라스를 쓴 그들은 마치 다른 차원의 문을 지나온 사람처럼 친밀한 듯 생경한 오라.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는 “우리는 지금 입고 싶은 것들에 대한 컬렉션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직관적이며, 신중하지만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조합한, 한순간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의 의미는 모델들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이번 컬렉션은 멀리서 보았을 때와 실체가 분명하게 달랐다. 니트와 레이어링한 셔츠는 하나의 옷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대부분 옷의 칼라, 소매, 밑단은 와이어 장치로 역동적인 움직임을 부여해 생동감 있게 연출했다. 팬츠엔 벨트를 프린트로 부착했고, 미러 렌즈 실드 선글라스엔 눈앞 풍경이 비친 듯 해변의 실사를 선명하게 새겨 넣었다. 빈티지한 줄무늬 티셔츠와 목에 두른 반다나도 모두 인쇄된 것이었다. 헤링본 트위드 소재 팬츠도 실제가 아닌 프린트. 빛바랜 워싱, 잘못된 주름 등 옷에 새긴 시간의 흔적도 모두 인위적으로 만든 것들. 의도적으로 길거나 짧게 연출한, 과장된 비율의 디자인들을 직관적으로 조합했다. 실재하지 않는 것과 완벽하지 않은 것들의 매끄러운 조화는 새로운 현실로 인식되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의 그림을 콘서트 티셔츠처럼 새긴 룩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건 아마도 프라다가 추구하는 자유와 정신, 낙관주의와 젊은 에너지가 발휘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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