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화보 촬영이라 들었어요. 해보니 어때요? 스포츠 스타를 꿈꿀 때 이런 촬영도 상상해봤을 법한데.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농담 반, 진담 반 저는 평생 축구만 하고 살았으니까요.(웃음) 처음 카메라 앞에 섰을 때는 긴장도 됐는데, 점점 재밌어지더라고요. 결과물도 마음에 들고 촬영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동료 중 화보를 찍은 선수도 꽤 있어서 언젠가 저도 한 번쯤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현실이 됐네요.(웃음)
평소 패션에도 관심이 있나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면 패션 관련 포스팅이 더러 있던데.
좋아해요. 부쩍 시계에도 관심이 생겼고요. 특정 스타일을 추구한다기보다는 다양한 패션에 관심을 두는 편이에요.
몇 년 전부터 손목시계를 보는 듯한 골 세리머니를 하던데, 시계를 좋아하게 된 영향도 있을까요?
하하하. 그건 아니에요. 시계를 보며 골을 넣은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의미예요. 축구선수로서 남다른 골 세리머니가 있으면 좋겠다고 종종 생각했거든요. 맘에 들어요.
언제 귀국했나요?
(인터뷰는 5월 24일 진행됐다.) 4일 정도 됐어요. 프로팀 시즌이 끝났으니 개인 훈련을 하며 잠시 휴가도 보내고, 곧 VfB 슈투트가르트 프리시즌 일본 투어를 가요.
며칠 전, 분데스리가 최종전에서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를 4대0으로 완파했어요. 당시 우영 선수는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죠. 축배를 들 법도 한데.
기쁘고 뿌듯해요. 그래도 지난 일에 머물러 있고 싶지는 않아요. 기쁜 마음을 안고 다시 평소와 다름없이 훈련해야죠. 자축하는 것보다 제자리로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에요. 열심히 해서 더 나아가고 싶다는 욕심이 크거든요.
1년 중 두 번 정도 짧은 휴식기가 있다고 들었어요.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 편인가요?
총 두 번의 휴식기가 있는데, 한 번은 시즌 중간에 쉬는 거라 부족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두 번째는 시즌을 마무리하고 쉬는 거라 마음이 더 편해요. 선수에게 정신력도 매우 중요하니 좋은 마음을 먹고 잘 지내려고 해요.
현재 독일에서 지내고 있죠?
독일 생활이 벌써 7년 정도 됐네요. 처음 갔을 때는 외롭고 가족도 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날씨가 우중충하면 괜히 울적했고요. 지금은 좋아요. 10대 때 와서 그런지 적응도 됐고 여러모로 편하게 지내고 있어요. 무엇보다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라는 점에서 만족스럽고요. 맛있는 한식집이 한국보다 적다는 게 아쉽지만.(웃음)
2018년에 FC 바이에른 뮌헨 유스팀에 입단하며 본격적으로 축구선수 커리어를 시작했어요. 당시 유소년팀 소속이었으나 좋은 기회를 얻어 프로팀 경기에 투입됐고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죠. 돌아보면 어때요?
세계적인 프로팀에서 저를 찾아줬는데, 영광이었죠. 마냥 설레고 좋았어요. 지금 다시 돌아보니 참 뜻깊고 감사한 순간이네요.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 FC 바이에른 뮌헨 유스팀의 세바스티안 회네스 감독이 현재 우영 선수의 소속팀 VfB 슈투트가르트의 감독이 되어 인연이 이어졌어요.
유소년 선수 시절에 처음 인연을 맺은 감독님과 프로팀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신기하고 기뻤어요. 감독님과 VfB 슈투트가르트에서도 함께하게 되어 영광이에요. 대단한 감독님과 세계적인 팀에서 운동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FC 바이에른 뮌헨 당시 2군 3부 리그 우승도 함께해서 더욱 뜻깊은 사이기도 해요.
얼마 전, 소속 프로팀에서 첫 시즌을 마쳤어요. VfB 슈투트가르트는 분데스리가 2위로 도약했죠. 만족스러운 시즌이었나요?
저희 팀이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해서 기뻐요. 다만 제가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느라 프로팀에 공백기도 있었는데 모두 소중한 팀이라 어쩔 수 없으면서도 아쉬운 마음도 들더라고요. 하지만 과거는 과거니까, 시즌을 잘 준비해서 다시 재밌게 해보려고요.
VfB 슈투트가르트에서 등번호 10번을 받았어요. 팀의 에이스에게 주는 번호이기도 하죠. 원했나요?
네, 저도 원했고 감독님도 흔쾌히 허락해주셨어요. 10번의 의미는 남다르니까, 책임감도 생기고 더 잘하고 싶어져요.
공격수지만 수비 가담도 성실하며, 압박 플레이도 즐기는 우영 선수에게 꼭 맞는 번호가 아닐까 해요. 독일 현지와 국내에서 같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축구 열성팬인 지인이 제게 “우영아, 너는 국내 축구 팬들 사이에선 저평가된 것 같아. 세계적인 프로 리그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데 말이야”라고 한 적이 있어요. 저를 어떻게 평가하든 괜찮아요. 높게 평가해주면 그에 맞게 잘하면 되고, 낮은 평가를 받으면 그보다 나은 플레이를 보여주면 되니까요. 저, 지금까지 보여준 것보다 더 많은 걸 할 수 있어요. 이제 시작이라 보고요.
선수로서 부족한 점에 대해서도 생각하나요?
경기장에서 너무 착하게 플레이하지 않았나 해요.
착하게?
이제 더 욕심을 내도 될 것 같아요. 축구는 멋진 선의의 경쟁이지만, 어쨌든 상대 팀을 이기려고 노력하는 스포츠니까요. 덜 착하게 플레이하면 제가 잘하는 모습이 더 나오지 않을까 해요. 동료 선수를 믿고 패스도 잘하고 싶고, 공격수로서 자신을 믿고 골문을 더 두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축구 경기장에 첫발을 내디딜 때는 어떤 마음인가요?
설레기도 하고, 승부욕도 생기죠. 하지만 ‘재밌게 즐겨야겠다’라는 마음이 가장 커요. 그리고 팀원으로서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골몰하죠.
선수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뭐예요?
간절함이요. 잘하고 싶다는 간절함, 팀이 승리하기 위한 간절함 등등. 그래서 경기가 시작되면 온 힘을 다해 성실하게 달려요. 제가 진심으로 축구를 좋아하는지 되뇌고, 충분히 연습했다면 자신감을 갖고 뛰죠.
선호하는 축구 스타일도 있나요?
공격적이고, 재빠르며, 재치 있는 플레이를 선호해요. 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는 프랑크 리베리예요. 그를 보면 선수로서 배울 점도 많고,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하게 돼요.
세계적인 프로 리그에서 경쟁하다 보면 스타플레이어를 상대하는 일도 꽤 있을 텐데, 부딪쳐보니 어떻던가요?
자주 있죠. 처음에는 신기했어요. 요즘은 개의치 않아요. 상대의 이름보다 경기 자체에 더 집중해서 그런 것 같아요. 오히려 경기에 워낙 집중해서 그런지 경기가 끝나고 유명 선수를 보면 ‘우와’ 하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를 시작했고, 당시 꿈꾸던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됐어요. 축구선수가 되어야겠다 마음먹은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떤 결심을 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뛰어노는 걸 좋아했고, 그중 축구를 유독 좋아했어요. 그러다 제대로 배워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잘하고 싶었거든요.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판단했나요?
처음부터 잘하지는 않았어요. 노력하고 경험이 쌓이며 실력이 늘지 않았나 해요.
겸손함과 별개로 만 13세 당시 U-14 축구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2013년 청소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죠.
하하하. 그건 6학년 때예요. 5학년 때는 잘 못했어요.(웃음)
초심을 돌아보면 어때요?
축구를 시작하게 됐을 때라. 박지성 선배님이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할 때였어요. TV로 선배님의 플레이를 보는데, 너무 멋지더라고요. 어린 마음에 TV에 나오는 사람이라는 것 자체도 멋져 보였는데, 축구도 잘하니 어찌나 대단해 보이던지.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렇게 축구선수를 꿈꾸게 됐죠.
그렇게 축구를 시작해보니 어떻던가요? 이후 U-17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2014 청소년 올림픽 은메달, U-23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2023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3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득점왕 등의 업적을 이뤘어요.
마냥 ‘볼’ 차는 게 즐겁고 행복했어요. 매일매일 축구만 하는데도 그렇게 좋았어요. 물론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겠다는 포부는 있었죠. 그걸 이루기 위해 매일 축구를 해야 하는데, 그 매일이 즐거우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어요.
이제 세계적인 프로팀에서 에이스의 번호를 등에 업고 뛰는 선수가 됐습니다. 다음 목표는 뭔가요?
소속팀을 최고의 자리에 올리는 데 일조하는 거죠. 그리고 선수로서 가장 높은 곳까지 가보고 싶어요.
지금의 정우영은 축구선수로서 100단계 중 몇 단계에 오른 선수라 자평하나요?
65단계? 아직 선수로서 하고 싶은 것도, 못 보여준 것도 많거든요. 자신 있어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정우영 선수의 장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슈팅이 아닐까 해요. 어느 발로든 정확하고 강하게 슛을 차는 선수라는 것에 자신감이 있어요. 슛만큼 패스를 즐기기도 하고요.
2023 아시안게임 당시 득점왕을 기록하며 국내 축구 팬들에게 우영 선수의 골잡이 자질을 알렸어요. “비슷한 나이의 선수들과 함께할 때는 자신감이 넘치고 실력도 잘 보여주는 것 같다”라는 평가가 뒤따랐고요. 반대로 선배들이 많은 국가대표팀에서는 소극적으로 플레이한다는 의견으로 볼 수도 있죠. 이런 평가는 어떻게 다가오나요?
일부 맞아요. 팀 분위기에 따라 플레이 스타일을 바꾸거든요.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또래 선수들과 뛰었고, 후배 선수도 많아서 선배답게 해결사 역할을 했어요. 선배들과 뛸 때는 배울 게 많기도 하고 자세가 다르죠. 여전히 상황과 팀 분위기에 맞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같아요.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이제는 자신을 믿고 욕심을 좀 내도 되겠다는 생각도 있어요. 그만큼 축구가 재밌어요. 동료들에 따라 다른 플레이를 할 수도 있고,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기술을 능숙하게 해냈을 때의 성취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뿌듯하거든요.
축구가 그렇게 좋아요? 거의 평생 ‘볼’만 찼는데도?
좋아요. 너무 좋아요. 뛰는 것도 좋고, 잘하는 선수를 보면 자극도 되고, 경쟁도 좋고 승부욕을 느낄 때의 희열도 있고요. 골을 넣은 순간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죠.
쉴 때는 뭐 해요? 하루 종일 운동만 할 수는 없잖아요.
평범하게 보내죠. 남들처럼 게임도 하고, 패션에 관심이 있으니 쇼핑도 하고요. 게임은 스마트폰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와 <배틀 그라운드>를 종종 하는데, <배틀 그라운드>는 꽤 잘하는 편이에요.(웃음) 패션에 대해서는 국내 축구 선수 중 제가 가장 열정적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하하.
더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음 잘 모르겠어요. 지금은 축구가 제일 재밌고, 제가 좋아하는 이 스포츠로 더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거든요. 누가 ‘젊은 나이에 일 말고도 하고 싶은 게 있지 않냐’라고 묻는다면 축구에 방해가 될 만한 여가 활동은 나중에 해도 된다고 답할 거예요. 오늘도 인터뷰 끝나면 훈련하러 가요. 다시 열심히 해야죠.
목표는 뭐예요?
부상 없이 건강하게 오래 축구선수로 활동하고 싶어요. 지금처럼 즐겁게, 제가 좋아하는 축구를 오래오래 하고 싶어요. 그리고 팀에 도움이 되는, 더 나은 선수가 되고 싶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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