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화보 찍는 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진 빠질 것 같기도 해요.
사실 아침에 라디오 생방송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그런 걸 하러 나가니 긴장해서 화보 시작하기 전부터 약간 진이 빠져 있었어요. 그런데 재미있었습니다. 촬영 콘셉트도 좋았고 의상도 재미있었습니다.
라디오에는 어떤 일로 나가셨습니까?
오늘 신작 드라마 <놀아주는 여자> 홍보 때문에 권율 배우와 함께 나갔습니다. 생방송이다 보니까 긴장을 많이 해서 엄청 떨렸습니다. 코너 중에 대본을 보며 연기하듯 하는 게 있거든요. 유독 부담되더라고요. 연기하듯 사연을 읽어야 하는데 약간 머리가 띵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놀아주는 여자> 이야기를 해주셔야 할 텐데요. 맡으신 배역은 무엇입니까?
어두운 과거 청산하고 현재 육가공 회사 대표로 있는 서지환이라는 배역을 맡았습니다.
출연을 결정하신 이유가 있었나요?
그동안은 어둡고 강한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반대 역할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알게 된 <놀아주는 여자>는 너무 무해하고 귀여워서 해보고 싶었습니다.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조금 있었지만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어두운 역할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귀여운) 역할을 해보고 싶고, 지금 이런 역할을 하니 또 다른 역할을 해보고 싶고 자연스럽게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 것 같아요.
작품을 보고 출연을 결정한다는 말씀을 봤는데요. 그렇다면 이번 작품은 지난번과 달랐다는 이유로 출연을 결심하셨어요?
작품 자체가 재미도 있어야겠죠. <놀아주는 여자>처럼 편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인가, 아니면 장르적인 그런 (흥미가) 있다거나, 일단은 저에게 재미있으면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커집니다. 캐릭터도 보고 감독님도 보죠. 여러 가지가 다 중요하지만 그래도 작품이 제일 중요해서 예전 인터뷰에서는 ‘작품’이라고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수줍고 말이 없다는 말씀을 여러 번 들어서 각오했는데 생각보다 말씀을 잘해주셔서 굉장히 안심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라디오도 나갔다 왔더니 .
이번에는 촬영하시며 현장 분위기도 말랑말랑한 편이었습니까?
네. 드라마를 안 해본 건 아니었는데도 처음 하는 느낌이었어요. 스태프와 같이 차에서 촬영을 준비하고, 이런 일들을 처음 하다 보니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약간 생소하고 낯설었는데 그래도 주변에서 다들 많이 도와주셔서 잘 끝났습니다.
프로 배우들을 보면 늘 궁금했는데요, 그 많은 대사를 어떻게 외웁니까?
저 같은 경우는 외우는 속도가 느린 편이에요. 그래서 거의 안 자고 계속 외울 때도 있어요. 어쩔 수 없으니 막상 닥치면 그렇게 하게 되더라고요. 힘들긴 하지만 당연히 해야 하니까 거의 그냥 외워질 때까지 해요. 못 자고요. 그런데 다들 하시니까, 그래서 이번에 촬영하면서 이런 장르를 많이 하신 배우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배우 일을 하고 작품이 쌓이다 보면 보람도 느끼십니까?
그렇죠. 오늘처럼 라디오나 화보에 초대받아 이런 일들을 해보기도 하고요. 부모님께서 보시고 좋아하시기도 합니다.
친형인 엄태화 감독께서도 영화 창작 관련 일을 하십니다. 실제로 서로 영향을 많이 주고받기도 했습니까?
아무래도 형제다 보니까 어렸을 때 만화영화나 영화를 같이 봤습니다. 더 어릴 때는 서로 상황극을 하기도 했고요. 형이 더 나이가 많으니 제가 영향을 더 많이 받았겠죠. 저는 형이 보는 걸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DVD가 나올 때쯤에는 형이 좋은 영화 DVD를 사두면 제가 그걸 보고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을 것 같아요.
창작은 답이 없는 일일 텐데요, 일 관련해 고민하실 때 엄태화 감독을 포함한 다른 분들께 의견을 구하십니까, 아니면 혼자 생각해보고 정하십니까?
주변의 의견을 구할 때도 있고, 혼자 고민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결정은 제가 해야 하는 거니까요.
연기 말고 다른 취미도 있습니까?
딱히 취미는 없습니다. 요즘은 운동을 열심히 하려 합니다. 몇 년 전 영화 촬영을 하다 다쳐서 재활을 위해 헬스를 시작했어요. 회복이 잘 안 되어 이것저것 해봤는데 재활밖에 답이 없더라고요. 재활을 조금씩 하다 지금은 혼자 운동하고 있습니다. 운동이 (재활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꾸준히 하려 합니다.
어떤 운동을 하십니까? 재활 관련 운동을 따로 하시나요?
처음에는 밴드로 하는 (재활 관련) 운동을 했는데 지금은 그냥 적당한 웨이트트레이닝을 합니다. 저는 (웨이트트레이닝이)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냥 하는 거니까. 혼자 하고 나서 집에 돌아오는 길이 되게 상쾌하더라고요. 하지만 안 다치는 게 최우선입니다. 다친 걸 회복하려 하는 운동이니까요. 다치지 않는 걸 첫 번째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촬영 중 부상을 입었다면 다음 작품은 다치지 않을 역할을 하게 됩니까?
(부상 후) 처음에는 어깨가 잘 안 올라가서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구해줘>나 <낙원의 밤> 등을 찍을 때는 액션 장면에서 (액션이 잘 안 되는) 오른쪽 어깨를 써야 하는 동작을 많이 빼주셔서 왼손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촬영했습니다. 그러니 작품이 좋으면 선택했던 것 같습니다. ‘아파도 참고 해보고 싶은 작품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지금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최근작 중에는 특별 출연이 많았습니다. 2022년 개봉작으로는 <마녀 Part2>, 2023년 개봉작 중에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거미집>에 특별 출연하셨어요. 특별 출연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다 달랐어요. <마녀 Part2>는 제주도 놀러 갔다가 전화 받고 가서 찍게 됐습니다. <거미집>은 현장에 놀러 오라고 하셔서 잠깐 갔더니 갑자기 (의상 제작용) 치수를 재라고 해서 치수 쟀어요. 그다음에 갔을 때 촬영하게 됐죠. 저는 뭐 김지운 감독님 작품에 출연했으니까 너무 좋았죠. 송강호 선배님도 계셨으니 <밀정> 생각이 나기도 했고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본 보고 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작품 사이에 쉴 때는 무엇을 하십니까?
일단은 운동을 꾸준히 합니다. 몸이 건강해야 계속할 수 있으니까요. 운동이 저와 잘 맞기도 하고, 운동을 꾸준히 하다 보면 다른 걸 해볼 수도 있고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습니까?
이제 (<놀아주는 여자>의 무해한 역할) 이런 걸 했으니까 또 다른 거 하고 싶어요. ‘어떤 걸 해보고 싶다’기보다 그때그때 타이밍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걸 했으면 저런 거 해보고 싶고, (양손으로 왼쪽을 짚었다가) 이런 거 했으면 (반대쪽을 짚으며) 약간 이쪽에 있는 거 해보고 싶고, 몸이 그냥 반응하는 것 같아요.
편하게 답할 수 있는 질문에서는 편안한 자세로 답해주시는데 생각해야 할 질문을 드리면 턱을 만지시네요. 그래서 질문을 할 때마다 배우님께서 턱을 만지시는 걸 보며 ‘이번 질문은 괜찮았을까’를 가늠하게 됩니다.
(문득) 해보고 싶던 역할이 생각났습니다. 멜로를 해보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랑은 또 다른 것 같아서요. 어렸을 때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도 좋아했습니다.
평소에 영화도 많이 보십니까? 어떤 영화 좋아하십니까?
예전에는 많이 봤는데 요즘에는 많이 못 봤어요. 첫 번째로 좋아하는 영화는 만화영화 <명견 실버>입니다. 어렸을 때 형이랑 보던 거라 그 영화를 보면 추억이 같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지금 생각에는 애들이 보기 잔인하기도 하지만, 형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아마 <명견 실버>를 제일 좋아할 거예요. 두 번째로 생각나는 건 <터미네이터 2>입니다. 이 영화도 어릴 때 추억과 연결되어 있어요. 샤워하고 나와서 장난도 치고(웃음), 그래서 그 영화가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종교 활동을 열심히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스스로의 믿음이 있는 건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종교는 배우님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그 질문을 보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에게는 가장 중요합니다. 거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예요. 저는 아기 때부터 신앙이 있어서인지 오히려 말로 하기 조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제가 잘 살고 있어야 하는데, 말하기 전에 행동으로 조금 더 잘 살았으면 해서요. 당당하게 (종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맞는지, 말을 아끼고 행동으로 (종교적인 삶을) 보여주는 게 맞는지를 생각합니다. 둘 다 틀린 건 아닌데 질문지를 받고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말을 아끼고 조용히 살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런 고민이 대답이 될지 모르겠네요.
아주 좋은 대답이 되었습니다.
(종교에 대한 생각이) 저로선 되게 진지해요. 시기마다 생각이 바뀔 때도 있잖아요. 지금은 그런 시기인가 봐요. 말로 뭔가 이야기하기보다 내가 제대로 살고 있나, 행동으로 말해야 하지 않나, 이런 고민을 하는 시기 같습니다.
여러 사람에게 기억되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배우 일이 그런 일이고, 잘하고 계시기도 합니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일단은 이게(배우가) 직업이니 연기를 잘하는 모습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연기도 잘해야겠지만 좋은 사람이면 더 좋겠죠. 좋은 사람이 아닌데 연기만 잘하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좋은 사람인데 연기도 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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