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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커스텀의 쟁점

스위스 판례로 보는 커스텀 시계의 적법성.

UpdatedOn May 04, 2024

아티장 드 제네바가 애덤 리바인의 의뢰로 만든 ‘네온’. © Artisans de Genève

아티장 드 제네바가 애덤 리바인의 의뢰로 만든 ‘네온’. © Artisans de Genève

아티장 드 제네바가 애덤 리바인의 의뢰로 만든 ‘네온’. © Artisans de Genève

아티장 드 제네바가 애덤 리바인의 의뢰로 만든 ‘네온’. © Artisans de Genève

아티장 드 제네바가 애덤 리바인의 의뢰로 만든 ‘네온’. © Artisans de Genève

아티장 드 제네바가 애덤 리바인의 의뢰로 만든 ‘네온’. © Artisans de Genève

아티장 드 제네바가 애덤 리바인의 의뢰로 만든 ‘네온’. © Artisans de Genève

아티장 드 제네바가 애덤 리바인의 의뢰로 만든 ‘네온’. © Artisans de Genève

아티장 드 제네바가 애덤 리바인의 의뢰로 만든 ‘네온’. © Artisans de Genève

2024년 1월 19일 스위스 대법원은 흥미로운 판결을 하나 내렸다. 당사자는 롤렉스와 아티장 드 제네바. 롤렉스는 다 아는 그 롤렉스고, 아티장 드 제네바는 뒤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시계 개조업자들이다. 이 둘에 대해 스위스 대법원의 판결을 요약하면 이렇다. 해도 된다. 알리지는 마라.

아티장 드 제네바는 제네바의 독립 시계 제조 워크숍이다. 고급 시계를 소비자의 기호에 맞게 개조해주는 일을 한다는 이야기다. 홈페이지 속 다양한 예시 중에는 마룬 파이브의 애덤 리바인(정말 그럴싸한 ‘라이프스타일’이라면 안 끼는 데가 없다)이 있다. 그는 아티장 드 제네바와 함께 자신의 롤렉스 데이토나를 개조했다. 누가 애덤 리바인 아니랄까 봐 자신이 좋아하는 네온 컬러를 곳곳에 삽입하는 등 조금씩 다이얼 디테일을 바꿨다. 원래 롤렉스는 케이스백을 유리로 만들어 무브먼트를 드러내고 다이얼을 뚫어 기계장치를 보여주는 ‘오픈워크’ 같은 걸 하지 않는다. 이 시계는 오픈워크도 하고 뒤로 무브먼트도 보여준다. 이 시계가 예쁘냐 안 예쁘냐를 떠나 아티장 드 제네바는 이런 걸 하는 회사다.

세상에 자기 시계를 조금씩 개조하는 문화는 있다. 뉴욕에도 서울에도, 케이스에 다이아몬드를 박거나 다이얼에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는 일쯤을 사설 전문가와 하는 사람들은 많다. 아티장 드 제네바는 그 정도가 아니다. 애덤 리바인 같은 세계적인 유명인을 모셔서 영상 등의 별도 콘텐츠까지 제작하며 자신들의 고급 서비스를 알린다. 내가 롤렉스나 파텍 필립 하나쯤 남는 부자라면(이런 사람 은근히 많다) 이들에게 맡겨서 나만의 시계 하나쯤 만들어볼까 싶어지는 영상이다. 그래서 롤렉스가 소송을 걸었을 것이다.

커스텀 시계를 너무 그럴듯하게 만들어 제재를 당한 경우는 전에도 있었다. 영국의 뱀포드 워치 디파트먼트도 비슷한 경우였다. 뱀포드는 롤렉스 등의 고급 시계에 검은색 DLC 코팅을 한 개조로 유명해졌다. 이들이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자 역시 몇몇 업체들이 제동을 걸었다. 뱀포드는 조금 다른 길을 택했다. 뱀포드는 제도권 시계 제조사들과 협업을 시작했다. 지금 뱀포드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태그호이어, 제니스, 불가리 등 유명 브랜드의 고급 시계를 개인화할 수 있는 페이지가 있다. 이 페이지에서 자동차의 옵션을 걸어보듯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시계를 개조할 수 있다.

변수는 무엇일까. 상대 회사다. 구체적으로 롤렉스다. 뱀포드가 홈페이지에 올린 협업 회사들은 모두 LVMH 소속이다. 뱀포드도 초기에는 롤렉스를 개조해서 판매했고 그걸로 유명해졌다. 그때도 롤렉스가 제동을 걸었다. 뱀포드는 롤렉스를 협업 대상에서 빼버렸다. 생각해보면 이때도 롤렉스의 대응은 같았다. 개조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걸 알리는 일에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

롤렉스는 왜 그럴까. 자신들이 공들여 만든 상징에 남을 끼우지 않겠다는 뜻 아닐까 하는 게 내 가설이다. 롤렉스는 스위스 시계 업계의 여느 회사와도 다르다. 롤렉스 특유의 보안이 있다. 예를 들어 롤렉스는 공장 공개에 극도로 보수적이다. 롤렉스 CEO가 되면 인터뷰가 금지된다. 라인업의 종류와 새로운 라인업 출시도 다른 회사들보다 압도적으로 적다. 이런 보수적인 자세로 지금의 롤렉스가 된 걸지도 모른다.

아울러 이는 럭셔리 시계의 자세가 아니기도 하다. 럭셔리 시계의 기본은 개인화 서비스인데, 개인화를 막겠다는 건 럭셔리가 되지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럭셔리와 비럭셔리 시계에 대해 다양한 정의가 있을 수 있겠으나 나는 ‘고객의 명단을 가지고 있는가’가 럭셔리 시계의 조건 중 하나라 본다. 기본적으로 럭셔리의 정의 중 하나는 맞춤이다. 까르띠에나 파텍 필립의 역사에는 특수한 고객이 특수한 용도로 주문한 맞춤 시계들이 무수히 많다. 반면 롤렉스는 대량 생산한 고품질 시계를 시작했으며, 그 기조는 창업 100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다. 아티장 드 제네바와의 소송도 그 흐름 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보통 사람 입장에서 궁금한 것들을 정리하면 이렇다. 롤렉스 시계 개조는 불법이 아니다. 손님이 자기 시계 자기 마음대로 고치는 건 아무 상관없다. 시계 개조를 일로 하려면 곤란하다. 특히 롤렉스로는. 당신이 개인화된 롤렉스 개조로 유명해진다면, 롤렉스는 반드시 당신을 찾아내 제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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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박찬용

2024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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