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사람보다는 유일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클래식계 아이돌
대니 구
당신의 서른은 어땠나요?
2020년 스물여덟 살에 한국에 왔는데, 한국 나이로 갑자기 서른이 되었어요. 원래 서른에 하고 싶은 게 있었고 꿈이 있었습니다. 막상 서른이 되니 부담감과 함께 ‘이젠 진짜 내 인생에 핑계가 있을 수 없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제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살아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지?’ 하는 고민들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하게 되었죠. 서른은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볼 수 있음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꿈도 꾸게 된 나이인 것 같아요. 한국에서 서른부터 살게 되어서 그 의미가 더 크고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어요.
다시 서른이나 30대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게 있나요?
한국에 오자마자 코로나 이슈가 있었어요. 모든 사람이 힘든 시기였고 저도 어려웠어요.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원래 루틴대로 사는 방식을 좀 내려놓고 삶을 좀더 재밌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노력을 할 것 같아요. 루틴을 끝내고 쉬는 시간을 많이 못 주는 스타일인데, 죄책감 없이 음악 외에 새로운 걸 해보면 어땠을까 싶네요. 작곡이나 재즈 배우기 같은 음악 관련 취미 말고, 코로나 때문에 일찍 시작 못했던 복싱 같은 취미를 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가치와 신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인생의 가이드라인이 있어요. ‘모든 것이 맞는 시간이 있다’. ‘지금은 나에게 계속 뛰어가는 시간이다’입니다. 아버지께서 모든 걸 항상 열심히, 겸손하게, 감사하게 이 세 가지 마음을 항상 가지고 살아가라고 말씀하셨어요. 전 항상 허기진 상태예요. 최대한 그 마음이 안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연주할 때마다 긴장이 되고, 또 그만큼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클래식과 대중을 연결시켜주는 가교 역할이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레나> 같은 매체를 통해 그런 걸 각인시키는 요즘이 가장 설레고 행복합니다.
이제 서른이 된, 30대에 진입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아직 시간이 많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30년이라는 세월은 긴 세월이지만 그만큼 만들어온 게 있으면 더 만들 수 있고 더 발전할 수 있어요. 몇 살이면 집이 있어야 한다는 등 사회가 만들어낸 조건들은 필요 없는 것 같아요. 전 최고의 사람보다는 유일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30대면 경쟁심도 중요하고 죽도록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그 안에서 유일한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해요. 막 서른이 되면 대학교 1학년생처럼 고민도 많고 힘들 테지만 시간이 많습니다. 차근차근, 오늘을 위해서 내일을 위해서 사는 것이 필요해요.
앞으로의 30년은 어떻게 살고 싶나요?
지금처럼 계속 겸손하게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고, 음악 활동과 다양한 활동을 70:30대 비율로 더 다양하게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최근 디지털 EP 앨범도 냈고, 12월에 크리스마스 공연 투어도 하는데요. 어떤 공연을 해도 대니 구라는 아티스트를 믿고 찾아올 수 있게끔 잘해야 하겠죠. 또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무대에 세우고 싶고, 예술감독으로서의 꿈도 있어요. 클래식, 뉴에이지, 재즈, 팝 등 다양한 장르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고, 교포이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좀더 많이 경험하고 부딪히고 느끼셨음 좋겠어요”
멀티플레이어 정신과 전문의
양재웅
당신의 서른이나 30대는 어땠나요?
서른이 레지던트 3년 차 쯤이었데, 그때부터 아래 연차들을 가르치고 지도하고, 하반기로 가면은 치프를 합니다. 그때는 다 잘해야 될 것 같고, 실수하면 안 될 것 같고, 어른이라는 답답한 느낌이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되게 어린 나이고, 다 잘할 필요도 없고, 훨씬 더 많은 걸 경험하면서 배워야 하는 나이인 것 같아요.
다시 서른이나 30대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게 있나요?
다시 돌아가도 정신과를 전공했을 것 같은데, 추가로 주식 투자 같은 재테크 공부를 했을 것 같아요. 너무 내 길만 보고 여기까지 왔네요. 자본주의에서 생존을 위해 필요한 걸 공부하거나 모델 제안 같은 것도 거절하지 말고 좀더 열어놓고 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다 잘할 수도 없고 다 잘할 필요도 없는 나이니까, 그런 거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좀더 열어놓고 경험하고 배우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가치와 신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살고,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려고 애를 많이 씁니다. 사람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는 직업이다 보니 그런 것이 용이하고, ‘한번 사는 인생이니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후회하자’ 이런 생각을 하고 삽니다. 어릴 때는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예민해서 뭔가 도전하는 게 불편했지만, 어떤 시점을 계기로 그런 제안이 들어오면 웬만하면 다 해보기로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도 좋아해요. 어떤 여건이나 환경에서 내가 뭔가 상처받을 수도 있거든요. 상처받는 것에 대해 회피하지 않고 다시 두드리고 내 태도를 일관되게 가져가게 노력하는 거 같아요.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말든 난 나대로 하고 있으면 세상이나 환경에 영향을 덜 받고 내 태도를 견지하면서 살 수 있어요. 이렇게 살다 보면 주의에 큰 영향을 안 받고, 세상과 타인을 미워할 일도 줄어듭니다.
이제 서른이 된, 30대에 진입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요?
자본시장에 관심을 가져라? 30대 생존을 위해서 생존의 도구와 무기를 만들어야 되는 나이이니까요.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 기대하는 것을 무시하기보다는 사회적인 기준 자체를 많이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요. 어쨌든 최선을 다해서 혼자서 세상에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무기를 갈고닦아야 되는 나이죠. 나는 어른이고, 실수하면 안 돼 하는 마음가짐은 도움이 안 됩니다. 아직까지도 나를 알아가야 하는 시기이기에 좀더 많이 경험하고 부딪히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30년은 어떻게 살고 싶나요?
사회적 기준에 나를 맞추기 위해, 생존을 위해서 나름 다양한 일을 하면서 40년을 살아왔는데요. 앞으로의 30~40년은 사회적 기준이나 기대보다는 타인의 나에 대한 기대, 평가에 염려하기보다는 좀 더 나에게 집중해서 나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보고 싶어요.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떠나서 살 수는 없겠지만, 나의 가치와 가치관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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