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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tination 2024

일상으로 다시 돌아온 여행은 코로나19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을까. 2024년 한국 사람들은 어디에서 어떤 여행을 떠나고 싶은 걸까. 여행업계 맨 앞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힌트와 의견을 들려주었다.

UpdatedOn May 01, 2024

싱가포르의 수많은 호텔 중 래플스 호텔에 가면 무엇이 좋은지?

임세정(래플스 싱가포르 한국 홍보사무소 대표)

최고급 호텔 서비스의 상징인 개인 버틀러를 가장 먼저 도입한 호텔이 래플스 싱가포르다. 이는 올해 137년이 된 호텔의 역사와 연관이 있다. 래플스 싱가포르 호텔이 영업을 시작할 당시의 숙박객은 귀족이었고, 그들을 보살펴주던 시스템이 개인 버틀러였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아들인 황태자들에게 “래플스에 간 김에 싱가포르에 잠시 들러라”(순서가 바뀐 게 아니다)라고 말한 게 유명하다. 유명 칵테일 ‘싱가포르 슬링’이 시작된 곳도 래플스 호텔의 ‘롱 바’여서, 이것만을 위해 래플스에 오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래플스의 진수는 역시 앞서 말한 개인 버틀러다. 작년에 함께한 투숙객 중 한 명은 진지한 아마추어 마라토너였다. 그가 조깅을 하고 싶다고 하자 조깅 코스를 알려주었는데, 이 정도를 해주는 특급호텔은 많다. 중요한 건 그다음부터였다. 투숙객이 조깅을 하고 돌아올 시간에 맞춰 방을 정리하고 적당히 차가워진 물을 준비해뒀다는 것이었다. 어떤 투숙객은 스파를 즐기고 돌아왔다. 방의 조명은 스파 후 편히 쉴 수 있을 만큼 적당히 어두웠고, 욕조에는 따뜻한 물이 가득했고, 스파 후에 마시기 좋은 따뜻한 물이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복도의 테이블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담당 버틀러가 다가왔다. 표정이 안 좋다고 무슨 일이 있냐면서 샴페인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 단순히 화려한 서비스가 아니라, 역사와 전통에 기반한 자부심 넘치는 직원들의 진심 어린 배려가 래플스의 럭셔리다. 나는 진정한 ‘호캉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 래플스 싱가포르라 생각한다.

“투숙객이 조깅을 하고 돌아올 시간에 맞춰 방을 정리하고
적당히 차가워진 물을 준비해뒀다는 것이었다.”

직항지와 경유지 중 어떤 유형의 여행을 선호하는가? 2024년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는?

강승희(샬레트래블앤라이프 대표)

여행자에게 시간이 금인 것은 당연하다. 더군다나 체력적 부담까지 고려하면 직항 노선을 우선순위로 둘 수밖에 없다. 최근 직항 노선이 가장 많이 증가하는 국가 중 하나가 바로 호주다. 시드니, 브리즈번, 멜버른 취항 노선이 늘어나고 항공 가격도 합리적이라 장거리 여행을 고려하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직항편으로 시드니에 도착한 뒤 특별한 여행을 원한다면 ‘타롱가 동물원’에서 하룻밤 머물러보자. 창문 밖 코알라와 아침 인사를 나누며 모닝커피를 마시는 일생일대의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좀 더 시간 여유가 있다면 시드니에서 서쪽 끝 퍼스까지 호주 대륙을 횡단하는 럭셔리 열차 ‘인디언 퍼시픽’에 탑승해볼 것을 추천한다. 호주 아웃백의 광활한 풍경부터 기차 여행의 낭만, 객차 안에서 서빙되는 훌륭한 음식까지, 색다른 호주 여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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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야구를 봐야 할 이유는?

김규연(샌프란시스코관광청 한국 사무소)

이정후 선수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이적했을 뿐만 아니라 야구 팬이라면 샌프란시스코를 가볼 만하기 때문이다. 자이언츠 홈구장 오라클 파크는 아름다운 야구장으로 유명하다. 7~8월에도 기온이 20℃ 안팎의 온화한 날씨라 야외 경기를 즐기기에 좋다. 야구장이 바다와 맞닿아 있어 바다에 빠진 홈런볼인 ‘스플래시 히트’를 건지기 위해 카약을 타고 대기하는 등의 특이한 문화도 경험할 수 있다. 티켓은 MLB(www.mlb.ie/giants/tickets)나 스텁허브(www.stubhub.com)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보통 25달러부터 시작하고 자리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명 팀과의 경기는 경쟁률이 높으니 미리 예매해두는 게 좋다. 야구장 내 간식으로는 길로이 갈릭 프라이즈가 유명하다. 캘리포니아 길로이에서 키운 마늘을 감자와 함께 통으로 튀겨준다.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초콜릿 기라델리와 다양한 로컬 맥주도 경기장에서 즐길 수 있다. 야구 관람을 주제로 여행 계획을 짠다면 오라클 파크와 가까운 유니언 스퀘어의 호텔들이 좋겠다. 호텔 니코 샌프란시스코, 하얏트 유니언 스퀘어면 아주 좋은 선택이다.

2024년 퀸즐랜드에서 가봐야 할 호텔 혹은 리조트를 추천한다면?

경성원(호주 퀸즐랜드관광청 실장)

브리즈번을 관광, 레저, 엔터테인먼트 여행지로 만들어줄 복합 리조트가 곧 공개된다. 2024년 8월 오픈하는 퀸스워프(Queen’s Wharf) 브리즈번은 브리즈번강과 능선에 걸친 산책로와 함께 지역 원주민, 유럽 유산이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으로 도시의 이미지를 바꿔놓을 것이다. 데스티네이션 브리즈번 컨소시엄이 약 12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도심 부지에 조성한 이 리조트 단지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옵션과 세계적 브랜드 호텔, 빼어난 전망을 자랑하는 루프톱, 최첨단 이벤트 센터를 갖추고 있어 브리즈번 여행의 새로운 허브가 될 예정이다.

2024년 일본에서 가봐야 할 소도시를 추천한다면?

박성희(인페인터글로벌 대표)

일본의 가장 큰 내해와 그 연안 지역을 아우르는 세토우치. 규슈, 주고쿠, 시코쿠, 간사이 지역에 걸쳐 크고 작은 수천 개의 섬이 점점이 위치한 연중 온화한 지역이다. 세토우치 내해에 속한 에히메현은 유서 깊은 일본 3고(古) 온천인 도고 온천과 마쓰야마 성, 봇짱 열차로 유명한 곳이다. 최근에는 오즈 성과 성 주변에 위치한 성하마을의 전통 건축물을 개조한 고민가 마을 호텔이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지역 경제와 문화, 환경 등 주민이 추구하는 삶의 질과 관광의 지속가능성을 두루 경험할 수 있는 일본 소도시 여행지로 추천하고 싶다.

“최근에는 오즈 성과 성 주변에 위치한 성하마을의 전통 건축물을 개조한
고민가 마을 호텔이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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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bec city, Canada

ⓒQuebec city, Canada

2024년 캐나다로 떠나기 좋은 계절과 그 이유는? 어디서 어떤 액티비티를 즐기면 좋을까?

김다솜(캐나다관광청 과장)

캐나다는 계절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을이 여행의 최적기로 꼽힌다. 광활한 영토만큼 지역마다 다른 지형과 기후, 문화, 즐길 거리를 기대해도 좋다. 올해는 캐나다 동부 지역으로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울긋불긋한 단풍이 그린 물결을 따라 나이아가라폭포를 유랑하고, 고풍스러운 유럽풍 건축 사이를 드라이브하며 메이플 시럽과 푸틴을 맛보고, 빨강머리 앤의 고향에서 신선한 해산물과 브루어리 탐방을 즐기며 마법 같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더불어 2024년은 항공사의 증편과 신규 취항이 예정되어 있어 캐나다 여행길이 한결 수월해진다. 5월 중 캐나다 제2항공사 웨스트젯이 로키의 관문, 캘거리로 직항편을 취항하며, 에어캐나다는 6월부터 몬트리올에 직항편을 투입한다. 대한항공은 기존 주 7회 밴쿠버 직항편 외에 추가편을 운항하고, 에어캐나다는 기종을 키워 좌석수가 늘어나며, 티웨이는 9월 중 밴쿠버 취항을 계획하고 있다.

스위스의 26개 칸톤 중 덜 알려졌지만 추천하는 곳이 있다면?

김현주(스위스정부관광청 부장)

스위스의 호수는 수많은 사람들이 감탄사를 외치게 만든다. 그중에서도 에메랄드 물빛과 아름다운 주변 경관으로 스위스 현지인에게 최고의 가족 나들이 명소로 꼽히는 베르네제 오베를란트(Bernese Oberland) 칸톤의 외시넨 호수(Öschinensee)가 있다. 호수 주변에는 현지인과 여행자의 시간을 책임질 알찬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 바비큐 장소부터 호수를 좀 더 높은 곳에서 조망하며 한가롭게 거닐 수 있는 다양한 하이킹 코스까지. 일정에 여유가 있는 가족, 친구 그룹이라면 날씨 좋은 날, 가벼운 옷차림에 피크닉 바구니를 챙겨 여유 있게 하루를 보낼 것을 추천한다. 외시넨은 산 중턱에 있는 호수로 칸더슈테크(Kandersteg)역에서 케이블카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방문할 수 있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 바비큐 장소부터 호수를 좀 더 높은 곳에서 조망하며
한가롭게 거닐 수 있는 다양한 하이킹 코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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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e Anais Thierry

ⓒMarie Anais Thierry

파리 올림픽 기간, 혼잡한 파리를 피해 추천하는 여행지가 있다면?

박선주(프랑스관광청 과장)

2024년은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해다. 이로 인해 파리는 6월부터 9월 초까지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방문객으로 분주할 예정이다. 100년 만에 열리는 세기의 올림픽을 직접 관람하는 것도 일생일대의 경험이겠지만, 2024년은 번잡한 파리를 벗어나 노르망디와 남프랑스 지역으로 떠나볼 것을 추천한다. 고흐, 모네, 세잔, 르누아르 등 인상주의 거장들을 사로잡은 독보적인 풍경을 느긋하게 만끽해보자. 무엇보다 올해는 인상주의 탄생 150주년을 맞아, 인상파 화가들의 주무대가 된 두 지역에서 문화 이벤트가 풍성하게 이어질 예정이다.

2024년 신혼여행지로 주목하는 곳은?

김영아(PAX 투어 대표)

칸쿤은 이전부터 허니무너 사이에서 인기 있는 여행지였다. 코로나19로 인해 하늘길이 멈췄지만, 2024년 8월 1일 아에로멕시코 운항이 재개되며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마침 지난 12월에는 마야 관광열차의 캄페체-칸쿤 노선이 개통하기도 했다. 또 세계 최고의 럭셔리 올인클루시브 리조트가 줄줄이 오픈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는 칸쿤과 더불어 멕시코시티 근교의 아즈텍 문명과 마야 유적지에 들어선 리조트에 머무는 코스를 추천한다. 기존 칸쿤 신혼여행은 미국 뉴욕이나 라스베이거스를 연계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멕시코시티와 연계한 여행은 멕시코 문명에 다가설 수 있는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올해 칸쿤과 멕시코시티로 떠나는 프로그램도 방송된다고 한다.

“멕시코시티와 연계한 여행은 멕시코 문명에 다가설 수 있는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사진제공: 인도네시아 관광청 VITO KOREA

발리 외에 추천하고 싶은 인도네시아 여행지가 있다면?

박재아(섬 여행 큐레이터)

인도네시아의 라부안 바조(Labuan Bajo)는 발리나 자카르타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세계 7대 자연경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등으로 각국의 미디어에 소개되며 인도네시아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언제나 추천하는 곳이다. 우선 사진만으로도 황홀한 분홍 모래톱이 무려 5곳이나 자리한다. 그간 라부안 바조는 ‘지구상에 생존하는 마지막 공룡’이라는 별명을 지닌 코모도왕도마뱀의 명성 때문에 탐험가나 다이버가 선호하는 야생 지역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럭셔리 리조트 브랜드로 꼽히는 아야나 코모도 리조트 와웨치추 비치(AYANA Komodo Resort, Waecicu Beach)가 들어선 이후 발리 못지않은 쾌적한 휴양도 가능해졌다.

치앙마이가 왜 ‘한 달 살기 성지’가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치앙마이에서 꼭 해봐야 할 경험이 있다면?

김수진(태국관광청 부장)

최근 몇 년간 많은 한국인이 태국에서 한 달 살기를 경험하고 있다. 방콕 같은 대도시는 한 달 살기를 하기에 물가 측면에서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반면 태국 북쪽에 자리한 제2의 도시 치앙마이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특유의 분위기가 감도는 차분한 도시다.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과 고유의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이 도시는 치안도 안전하고 물가도 저렴한 편이다. 도시 생활에 지쳐 새로운 곳에서 재충전하고 싶은 이들을 두루 만족시키는 셈이다. 치앙마이에 머무는 동안 코끼리와 교감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라 권하고 싶다. 직접 코끼리 먹이를 만들어 먹이고 목욕을 시키며 커다란 동물과 교감하는 일은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과 고유의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이 도시는
치안도 안전하고 물가도 저렴한 편이다.”

2024년 여행 트렌드 중 눈여겨보는 지표나 데이터가 있다면?

김현민(부킹닷컴 코리아 지사장)

코로나19로 위축되었던 여행 수요가 다시 정상궤도에 오른 만큼 2024년은 여행이 단순히 일상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는 것이 아닌, 삶 그 자체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부킹닷컴이 발표한 2024년 여행 트렌드에 의하면, 여행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나’를 표출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지친 일상에서 회복할 수 있는 힐링 수단이 되기도 한다. 선호하는 여행 유형도 기존보다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 10명 중 6명(63%)은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행을 계획하는 만큼, ‘착한 여행’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되며, 진부한 여행에서 벗어난 즉흥 여행이 또 다른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눈여겨볼 트렌드는 바로 대만, 중국, 베트남 같은 근거리 여행지의 부상이다. 부킹닷컴 검색량 데이터 기준으로 인기 여행지 58위를 차지했던 가오슝이 올해 1위로 급부상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일본에 다소 집중되었던 여행 수요가 주변 국가들로 분산되며 새로운 ‘잇 여행지’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행과 출장으로 다녀온 장소 중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고현(프리랜스 에디터)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지구마불 세계여행> 그리고 지금도 세계 어딘가에서 생중계를 하고 있는 여행 유튜버들 덕분에 기이하고 머나먼 곳으로 떠나는 대리 여행이 가능해진 요즘. 이러다가 사람들이 직접 떠나는 여행의 욕구를 잃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다. 그럼에도 직접 가봐야 진가를 알 수 있는 곳들이 많고, 현지에서 겪는 사소한 좌충우돌이 여행의 진정한 묘미라 생각한다. 내게는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가 그런 곳이다.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 시절, 최남단 우수아이아에서 시작해 엘 칼라파테 빙하를 거쳐 루타 40 도로를 따라 장장 40시간의 버스 여행을 했던 치기 어린 시절의 배낭여행. 나 홀로 떠난 그 여행은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지만, 이후 여행 매거진 에디터로 일하게 된 동력이 되기도 했다. 올해 다시 파타고니아로 향한다면 그때 예산이 부족해 가보지 못한 토레스 델 파이네 하이킹을 떠나고 싶다.

출장 중 묵었던 호텔 중 다시 가고 싶은 곳과 그 이유는?

박찬용(<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직업 덕에 아프리카와 남미를 제외한 모든 대륙의 고급 호텔에 묵어봤지만 스위스 뇌샤텔의 호텔 팔라피트처럼 기억에 남는 곳은 없었다. 스위스를 비롯한 유럽 내륙은 큰 호수가 많고, 그 호수를 둘러싼 물가 호텔도 많다. 호텔 팔라피트는 방갈로 형식의 풀빌라처럼 호수 위에 기둥을 세워 띄운 워터 하우스 형태의 숙소다. 객실당 방 하나, 그만큼 훌륭한 프라이버시가 보장된다. 실내는 역시 물가의 방갈로 형태. 영화 <그랑 블루>에 나오는 방갈로가 이런 느낌일까 싶은데 호수는 민물이라 바닷가의 호텔에 비해 비린내가 없다. 주변을 다니는 동력선이 없으므로 방 바깥에 보이는 물은 1급수처럼 투명하다. 창밖이 물가인 걸 넘어 침대에서도 넓은 레만호가 보이는데, 아침 해가 떠오르면 그 호수 위로 스위스인이 조용히 워터 스포츠를 즐기기 시작한다. 노를 저어 패들보트를 타는 사람. 줄지어 앉아 조정 보트의 노를 젓는 사람. 깨끗한 민물에서 수영을 하는 사람. 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끼어 있던 노폐물이 조금씩 녹아내리는 기분이 든다. 사실 당시는 출장 중이라 이 호텔을 제대로 즐긴 시간은 10~20분 정도의 찰나였다. 그래도 호텔 팔라피트의 여러 순간이 기억에 남아 있다. 하루 업무가 끝나고 방갈로까지 가는 목재 데크를 지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아침에 일어났을 때 눈을 찌르듯 다가온 호수에 비친 햇살, 이게 서유럽의 여유라는 듯 노를 저어 호수를 건너는 사람들까지. 이 호텔까지 가려면 최소 비행기를 한 번은 갈아타고 제네바에 내려서 기차를 타거나 차를 빌려 또 1시간 반쯤은 북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숙박료도 이 시골 도시의 다른 호텔 숙박료에 비해 비현실적으로 비싼 1박 100만원 안팎이다. 그래도 다시 갈 마음이 있다. 확실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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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박찬용, 고현(프리랜스 에디터)

2024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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