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복잡 시계
Complication watch
보통 올해 나오는 신작 시계들은 4~5년 정도 준비 기간을 거친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우연인가 싶을 만큼 올해는 다양한 종류의 복잡 시계가 많이 선보였다. IWC는 기존 퍼페추얼 캘린더의 정확성을 더욱 향상시킨 ‘이터널 캘린더’를 출시했다. 예거 르쿨트르도 동력 스프링을 두 개 갖춘 듀오미터 크로노그래프의 신형 버전을 선보였다. 기능 면에서 ‘복잡 시계’라 부르는 이런 시계들은 외형 장르상 가죽 줄에 골드 케이스를 조합한 드레스 워치에 많이 탑재된다. 그래서인지 이번 워치스 앤 원더스에는 가죽 줄 시계 신제품 중 눈에 띄는 게 있었다.
2 투르비용
Tourbillon
투르비용은 시계의 밸런스 휠 부분을 360도 회전시켜 중력의 영향을 상쇄시키는 기능성 부품이다. 지금은 실제 기능보다는 설비 자체의 멋진 움직임 때문에 고급 시계의 장식적 요소로도 많이 쓰인다. 올해 선보인 다양한 고급 시계 중에도 투르비용이 많았다. IWC, 위블로, 바쉐론 콘스탄틴, 예거 르쿨트르, 로저 드뷔 등 복잡 시계의 역량을 갖춘 다양한 시계 회사에서 각자 투르비용을 출시했다. 평소 복잡 시계에 덜 천착하는 에르메스까지 올해는 복잡한 3축 투르비용을 출시하며 투르비용 붐에 일조했다.
3 스타 워치메이커
Star satchmaker
올해 반응이 뜨거운 시계 중 하나는 태그호이어 모나코 스플릿 세컨드였다. 티타늄 케이스에 사파이어로 마무리한 케이스, 두 개의 크로노그래프 핸즈로 두 개의 경과 시간을 계측할 수 있는 스플릿 세컨드(라트라팡테) 기능 등 화려한 성능을 자랑한다. 성능만큼 가격도 화려해서 이 시계의 책정가는 2억원 정도고 일부 개인화 서비스를 진행할 경우 가격이 2억5000만원까지 올라간다. 태그호이어가 기존에 내지 않았던 값비싼 고급 시계인 셈인데 이 배경에는 스타 워치메이커 캐롤 카사피가 있다. 캐롤 카사피는 지금 현재 최고의 시계 테크니션 중 하나로, 까르띠에에서 태그호이어로 넘어온 인물이다. 태그호이어의 신작 고가 시계는 ‘이 사람이 만들었으니 비쌀 만하다’는 사인이니, 말하자면 ‘스타 워치메이커의 마스터피스에 거액을 쓸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지는 시계이기도 하다. 어떤 방면으로든 결과가 궁금해진다.
4 복각 시계
Archive watch
스위스 손목시계의 한 경향이 되어버린 복각 시계는 여전히 출시된다. 이제는 복각 아니면 신형 시계라기보다는, 복각과 신형 시계를 동시에 출시하는 분위기다. 제니스는 1960년대의 다이버 시계를 거의 비슷하게 복각한 시계를 출시했다. 튜더 역시 다이버 시계 블랙 베이의 배색을 모노톤으로 선보여 더더욱 ‘옛날 서브마리너’ 느낌을 냈다. 태그호이어 역시 예전 요트 경기에 쓰인 ‘스키퍼’ 배색을 다이얼에 적용한 까레라 스키퍼를 선보였다.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늘 가장 크고 화려한 부스를 자랑하는 까르띠에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풍부한 아카이브를 백분 활용하는 다양한 복각 시계를 출시했다.
5 여성 시계
Watches for woman
기계식 손목시계는 점점 더 넓은 시장으로 나가고 있다. 많은 시계 브랜드가 여성의 안목에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고가 시계들을 소개했다. 샤넬, 에르메스, 반 클리프 아펠, 바쉐론 콘스탄틴, 쇼파드 등에서 다종다양한 방향성의 여성 시계를 출시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성 시계는 확실히 더 가볍거나 스트랩 교체가 쉽거나 하는 등 사용성을 강화한 게 눈에 띈다.
6 사용성
Ease of use
복잡 시계의 필연적인 문제점은 사용성이다. 퍼페추얼 캘린더 등의 대단한 기능을 멋진 다이얼에 구현하면 지름 40mm 이상의 케이스에 두께도 15mm에 육박해 실제로 착용하기가 조금 어려워진다. 고급 시계 시장의 대부분이 (북미, 유럽인보다 손목이 얇은) 아시아인이라는 점 역시 제조사로서는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그래서 올해 복잡 시계를 낸 회사 중에서는 어떻게든 두께를 줄이거나 사용성을 향상시키려 노력한 시계들이 눈에 띄었다. 일례로 IWC와 예거 르쿨트르는 가운데가 볼록한 돔 형태의 글라스를 덮고 시계 다이얼 일부를 케이스 위로 올렸다. 가장자리를 깎아 조금이라도 덜 두껍게 보이려는 노력이 느껴지는 디테일이었다. 한편 불가리와 피아제는 다른 방식의 사용성 증대를 추구했으니, 이들의 특기인 얇은 시계를 또 일제히 출시했다. 시계가 얇으면 그만큼 부담 없이 찰 수 있으니 얇은 시계도 사용성 위주의 기능 발전이라 할 만하다. 시계도 어떻게든 고객에게 쉽게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
7 협업
Collaborations
고가 시계는 보수적인 면이 많기 때문에 협업이라는 이름의 단기 한정 신제품 출시는 언제나 매력적인 마케팅 요소다. 안 하던 걸 협업이라는 이름으로 해보면서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협업 시계는 레귤러 모델과 다르기 때문에 아무래도 고가 시계들은 협업을 잘 하지 않는데, 올해 바쉐론 콘스탄틴이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중에서는 특이한 선택을 했다. 오트 쿠튀르 브랜드 이 칭인과 협업한 에제리 시계가 그 결과물이다. 자개 다이얼에 이 칭인이 제안한 라일락 색을 더했고, 스트랩에는 이 칭인이 만든 향수를 입혔다. 세계 최초의 ‘향수 시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불가리는 몇 번 작업한 안도 다다오와 한 번 더 협업헀는데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여성용 시계인 세르펜티를 주인공으로 삼았다. 4계절에 맞춰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상징하는 4가지 다른 색 소재로 다이얼을 꾸몄다. 파네라이는 이탈리아 요트 대표팀인 루나 로사와 협업한 신소재 시계를 선보였다.
8 패션 브랜드 시계
Watches from fashion house
전통적으로 손목시계 업계는 ‘정통 시계를 만드는 시계 전문 브랜드’와 ‘브랜딩에 기대는 패션 시계 브랜드’ 정도로 양분되어 있었다. 소비재 전반의 기존 카테고리가 무너지는 지금은 이 둘의 경계도 허물어지는 추세다. 오히려 요즘의 고급 패션 브랜드들은 자신들의 특기인 남다른 창의성에 고급 시계 업계의 기술을 더한 신흥 고급 시계들을 선보이고 있다. 샤넬은 작년부터 가브리엘 샤넬의 인생에서 모티브를 따온 고급 기계식 시계들을 출시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샤넬의 쿠튀르적 면모를 상징하는 줄자나 핀쿠션, 옷핀 등을 적극 사용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에르메스는 ‘컷’이라는 이름의 신규 시계 라인업을 출시헀다. 기본에 충실하되 딱 귀여울 정도로 어딘가를 비트는 에르메스 특유의 디자인 언어가 여기서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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