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절반으로 줄였어요. 하루에 네 잔 정도?” 최용환 씨는 커피 인간이다. 그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매일 빠짐없이 커피를 9잔씩 마셨다. 그럼에도 커피 때문에 잠을 못 자는 일은 없었다. “커피를 마시는 행위 자체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담배 피우는 것처럼요. 숨 돌릴 목적으로 커피를 마셨어요. 긴 업무 시간 사이 집중력을 높여줄 카페인이 필요하고, 실제로 효과가 크지 않더라도 그 기분이 필요했어요.” 최용환 씨는 그때도 지금도 담배를 태우지 않는다.
커피는 최용환 씨에게 바쁜 일상을 지탱하기 위한 생필품이다. 기왕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 좋지만 그 기준을 너무 높게 두지도 않는다. 그가 체감하는 성수동 커피 한 잔의 평균 가격은 5000원. 하루 평균 1만5000원 정도 커피에 쓰는데, 하루에 같은 카페를 두 번 가는 일은 없다고 했다. 참고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 1잔 가격은 4500원. 메가커피의 따뜻한 아메리카노 가격은 2000원, 아이스아메리카노는 2500원이다.
최용환 씨는 스타벅스와 메가커피 둘 다 자주 이용하지만, 찾는 이유는 정반대다. “스타벅스에서 테이크아웃하는 경우는 없죠. 공간을 쓰러 가는 곳이니까요. 스타벅스는 외부 음식 반입도 돼요. 예를 들어 생일 케이크나 점심용 샌드위치를 먹어야 하는데 마땅한 곳이 없다? 그럴 때 스타벅스 갑니다.” 최용환 씨는 대관료 개념으로 스타벅스에 돈을 지불한다.
메가커피에서는 테이크아웃만 한다. 최용환 씨가 가장 자주 시키는 건 아이스아메리카노. 맛은 어떨까? “메가커피는 지점별 맛 차이가 많이 나요. 어차피 매장은 많으니까 동네에 잘하는 지점 하나만 찾으면 됩니다. 너무 맛이 없다? 그럼 그냥 버려요.” 건실한 직장인답게 최용환 씨는 ‘커피 한 잔의 적정 가격’에 대해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모든 커피가 내 입맛에 맞을 수는 없잖아요. 먹다 남겨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가격이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프릳츠커피컴퍼니의 김병기 대표는 자신의 하루 커피 소비량을 잔이 아닌 모금 단위로 말했다. “커피 테스트하는 게 일이다 보니 모두 잔으로 마실 수는 없어요. 보통 하루에 스무 모금 정도 마십니다.” 김병기 대표는 자주는 아니지만 스타벅스와 메가커피를 모두 이용한다. 그중 더 자주 이용하는 곳은 스타벅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무실 건물 1층에 스타벅스가 있고 주로 딸기주스 같은 비커피 음료를 시킨다.
김병기 대표 역시 메가커피와 스타벅스의 차이점을 가격에서 찾았다. “사람마다 커피에 요구하고 기대하는 지점이 다른 것 같아요. 아무리 비싸도 꼭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 있고, 매일 먹어야 하는데 기왕이면 싼 게 더 좋은 음식이 있잖아요. 물론 메가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김병기 대표는 커피의 맛 자체만을 평가할 때는 향, 후미, 입안에서 느껴지는 질감 등을 따진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맛있는 커피’는 그날의 날씨와 함께 마시는 사람의 감정까지도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다. 그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가장 맛있는 커피와 가장 좋은 커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커피 칼럼니스트 조원진 씨는 하루에 커피 딱 두 잔만 마신다. 아침에 한 잔, 점심에 한 잔. 마시는 양이 정해져 있으니 기왕이면 맛있는 커피를 마시려고 한다. 그는 취재를 위해 에티오피아까지 다녀왔지만, 최근 수년간 메가커피에 가본 적은 없다고 했다. 스타벅스 역시 자주 가진 않지만, 리저브 매장에서 새로운 메뉴가 출시되거나 특별한 콘셉트의 매장이 오픈하면 시장조사 목적으로 방문한다. 실제로 조원진 씨와 메가커피 주 고객층 사이에는 여러모로 다른 점이 많다. “메가커피 핵심 고객층 중 하나가 중학생이에요. 지금 10대는 믹스커피가 아닌 원두커피로 처음 커피를 접했죠. 우리가 어렸을 때 문방구에서 쿨피스 사 먹던 것처럼 메가커피를 찾는 거죠.”
행정안전부가 2023년 발표한 ‘프랜차이즈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커피 및 비알코올 음료 가맹점(약 2만9500개점)은 치킨 가맹점(약 2만9300개점) 수를 넘어섰다. 행안부가 2013년부터 해당 데이터를 조사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스타벅스는 올해 2월 기준 한국에 1893개 매장을 열었다.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숫자다. 메가커피 가맹점 수는 지난해 2700개를 넘어섰다. 조원진 씨는 좋은 커피의 기준을 원두 추적 가능성에서 찾는다. “원두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으면 좋은 커피일 확률이 높아요. 어떤 농장에서 어떤 농부가 재배했는지 명확하면 대체로 커피 맛도 좋죠.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서는 원두 출처를 알기 쉬워요. 직원에게 물어보면 알려주거든요. 반면 메가커피는 스페셜티 커피만큼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는 없을 것 같네요.”
나는 조원진 칼럼니스트에게 ‘좋은 카페는 어떤 카페입니까?’ 물었다. 멋진 답변이 돌아왔다. “한 카페 사장님께 들었던 말인데요. ‘가게의 모든 요소가 같은 말을 하는 카페’가 좋은 카페라고 생각합니다. 카페의 위치, 메뉴의 구성, 음료의 가격, 사장님의 말투, 커피의 맛까지. 사실 커피에 ‘가성비’라는 말을 붙이기 애매하잖아요. 맛있는 커피와 비싼 커피의 기준이 저마다 다를 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스타벅스도 메가커피도 꽤 선방한다고 봅니다. 노선은 확실하니까요.”
조원진 씨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대공원이나 유원지에 가면 번데기랑 같이 커피 파는 아주머님들 계시잖아요. 저는 그것도 좋은 카페라고 생각해요. 뭐 하나 이질적인 게 없잖아요. 거기서 믹스커피 말고 에티오피아 원두로 핸드드립 커피 내린다고 생각해보세요. 이상하죠.” 커피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세상에 좋은 커피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나한테 필요한 커피가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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