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라가불린 8년
나의 공식적인 첫 위스키는, 캠핑에서 지인이 내놓은 '라가불린 8년'이었다. 처음 뚜껑을 열면 코르크부터 향긋한 소독약 냄새가 지나쳐 간다. 향긋한 약 냄새라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향을 맡아보면 아마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호불호가 있는 피트 계열 위스키라고들 하지만 잔을 좌우로 왔다 갔다 해보면 바다 내음도 나고 단내가 섞이기도 하고 훈연한 향이 올라오기도 한다. 왜 조니 뎁이 그리 좋아했던 위스키인지 알 것 같기도 하다. 한 모금 쭉 들이키고 "Peat!"라고 외치는 그의 말처럼 개성 짙은 위스키임에는 틀림 없다. - <아레나> 디지털 에디터 차종현
2 히비키 하모니
위스키에 빠지게 된 첫 시작은 ‘히비키 하모니’로부터 였다. 일본 위스키가 지금처럼 대중적이지 않았을 무렵에, 해운대의 바에서 한 잔을 서비스로 마시게 되었는데 무척 부드럽고 복합적인 맛이었다. 과일 향과 초콜렛 맛이 감돌며 부드러운 피니쉬에 반해 서비스 한 잔이 바틀 주문으로 이어졌다. 그 이후로 다양한 종류의 일본 위스키에 관심이 생겼고 히비키, 야마자키, 니카 등의 술을 모으게 되었다. – 언와인드 대표 염정훈
3 하이랜드파크 18년
한남동의 간판도 없이 비밀스럽게 문을 두드리면 작은 창으로 눈을 보여주어야 문을 열어주는 비밀스러운 싱글 몰트 위스키 바에서 나의 첫 싱글 몰트 위스키를 경험했다. 바텐더 뒤로는 수많은 위스키 병들이 펼쳐졌고 의미심장한 미소로 어떤 위스키를 마실 건지,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나에게 물었다. 한참을 나눈 대화의 끝에 그가 추천한 ‘하이랜드파크 18년’은 내 인생의 첫 싱글 몰트 위스키이자 지표가 되었다. 섬세하면서도 다채로운 맛과 향이 나를 사로잡았다. 술의 색처럼 진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술이다. 도수가 43도임에도 '독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기에 니트로 마시면 훨씬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온더락으로 즐기면 반전 매력의 단맛을 느낄 수 있다. – 스타일리스트 장현우
4 잭다니엘스 올드 넘버 7
지금 가게의 문을 열기 전, 퇴근길에 항상 ‘잭다니엘스 올드 넘버 7’을 구매했다. 배달 음식을 기다리면서 큰 컵에 얼음을 가득 담고 잭다니엘스를 가득 따라 붓는다.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해, 음식이 도착하면 1/3쯤 비워져 있고 다시 잭다니엘스를 따라 마셨다. 잭콕이 아닌 온더락으로 3일에 1병씩 해치우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급할 때는 편의점에서도 구할 수 있고 맛은 달콤한 바닐라 그 자체이다. 개인적으로 페퍼로니 피자와의 조합을 가장 애정한다. 투박한 단짠의 조합은 알면서도 끊을 수 없는 맛이 아닌가. – 희희낙락 BAR 박지욱
5 라프로익 15년
지금은 사라진 경리단길에 ‘디에고엔 칼루’라는 바에서 전 연인과 재회했다. 바텐더에게 ‘라프로익 15년’을 추천 받았다. 피트한 위스키도 부드러울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껴본 나는 첫 모금에 사랑에 빠졌다. 돌아보면 그 당시 전 연인과 다시 이어지는 듯한 분위기가 이 술이 더 맛있게 느껴지도록 한 몫을 한 것 같기도 하다. ‘라프로익 15년’의 강렬하지만 달콤한 그날의 그 맛은 아직도 생생하다. 여담이지만 그 친구와는 그 날 다시 사귀게 되었지만 이틀 만에 이별했다. – 더스토리지룸 BAR 강동균
6 맥캘란 30년
지인을 돕고 그 보답으로 그가 데려간 위스키 바에서 처음으로 시킨 위스키가 ‘맥캘란 30년’이었다. 그는 고마운 마음을 담아 좋은 위스키를 선물했던 것이고, 그때의 나는 위스키에 무지하던 때라 얼마나 귀한 경험이었는지를 알지 못했다. 나이가 들수록 ‘아는 만큼 보인다’는 깨달음을 얻고 있다. 디자인의 세계처럼 위스키도 다양성과 개성이 공존하는 예술의 영역임을 시간이 지날수록 깨닫는 중이다. – 리브미 컴퍼니 대표 최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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