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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음악은 우리 가슴을 녹일 뿐

4개 국어 능력자, 싱어송라이터, 인스타 음악 강자… 스텔라장을 수식하는 말들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음악은 우리 가슴을 녹인다는 사실이다.

UpdatedOn April 0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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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니트 카디건 플랙, 팬츠는 메종마레, 첼시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카프 초커는 골든구스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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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니트 카디건 플랙, 팬츠는 메종마레, 첼시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카프 초커는 골든구스 제품.

 

“제 음악을 사람들이 듣고
그들이 내가 생각하는 바를 이해해주면 좋고,
그냥 듣고 좋았다면 그것만으로도 좋고,
듣고 별로였다면 그것도 상관없어요.
모두가 좋게 들어주시는 것은 욕심인 것 같아서
제 음악을 좋아할 만한 사람이 좋아해주셨으면 합니다.”

 

중학교 1학년 때 혼자 떠나 11년간 프랑스에서 유학한 용기와 패기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본인이 보내달라고 한 건지 부모님께서 제안하신 건지요?
프랑스에 엄마 친구가 살고 계셨어요. 엄마가 처음에 제안을 주셨고, 저도 간다고 했죠. 아무것도 몰라서 겁이 없었고, 별생각 없어서 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 와서 생각하면 어떻게 그리 겁이 없었나 싶어요.

록시땅의 자회사 에르보리앙 한국 지사에서 인턴을 한 경험으로 그 유명한 제목의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이라는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그때 얘기가 궁금해요.
프랑스에서 다녔던 학교가 인턴 과정을 수료해야 졸업을 할 수 있었고, 6개월의 인턴 생활을 한국에서 하고 싶었어요. 학교를 졸업한 졸업생 리스트들 중에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을 물색하기 시작했죠. 한 프랑스인 선배가 에르보리앙 코리아에 다녔고 그녀에게 인턴이 필요하지 않냐고 먼저 물어봤어요. 면접은 스카이프로 봤고요. 상사였던 그녀는 현재 프랑스로 돌아와 화장품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지금도 친구로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요. 제가 음악 한다고 회사를 그만둘 때 엄청 응원해주었고, 저의 유일한 불어곡인 ‘L'Amour, Les Baguettes, Paris’ 가사를 같이 쓰기도 했어요.

그때 일했던 게 도움 되는 측면이 있나요?
그 시절 엑셀 업무를 많이 했는데 그때 배운 엑셀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 인턴 시절 직함이 ‘New Product Development Manager’였고, 어떤 제품이 어떤 개발 단계에 있는지 단계별로 여기저기 관여하는 일이었어요. 그때 했던 엑셀 업무를 현재 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에 사용하고 있어요.

2019년과 2022년에 낸 캐롤 음악들이 인스타그램 음악으로 많이 쓰이면서 겨울에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SNS에서의 인기를 알고 있었나요?
어느 정도 많이 쓰이고 나서 나중에 알게 되었어요. 제가 릴스 음악에 재능이 있나 싶더라고요. 노리고 만든 적은 없지만 잘되니까 좋은 것 같아요. 곡이 괜찮으면 나중에라도 빛을 보기가 더 용이해진 시대가 아닐까 싶어요. 처음엔 관심을 못 받더라도 위안이 되는 면이 있네요.

불어로 노래를 부르는 것과 한국어로 부르는 것은 느낌이 어떻게 다른가요?
불어로 작업은 ‘L'Amour, Les Baguettes, Paris’, 이 노래 한 곡밖에 안 해봤는데 ‘사랑, 바게트, 파리’라는 제목이 낭만적이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세요. 사실 불어로 말하기는 잘하지만 글쓰기는 자신이 없어요. 에르보리앙 인턴 시절에 상사와 같이 가사를 쓸 때 먼저 “이런 곡을 쓰고 싶은데 나에게 이런 사연이 있다”고 하면서 텍스트로 써서 보여줬어요. 멜로디를 붙여보면서 바꿀 건 바꾸고, 그렇게 수정하면서 작업했습니다. 그 작업 과정이 재밌었어요. 제가 올드 샹송을 커버할 때는 로맨틱한 노래가 많지만, 직접 쓴 곡은 건조하고 현실적인 노래가 많거든요. 불어곡을 부르는 걸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보면 나도 그렇게 말랑하게 불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레드 니트 카디건 플랙, 스카프 초커는 골든구스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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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듣는 노래나 꽂힌 음악은 무엇입니까?
최근에 ‘옐로재킷’이라는 보컬 없이 악기만 연주하는 밴드의 80년대 앨범을 즐겨 들어요. 친구 작업실에 갔다가 듣게 되었는데, 코드 워크랑 박자가 딱딱 떨어지는 쾌감이 좋았어요. 제가 엔리오 모리코네 음악을 굉장히 좋아하는데요. 가사가 없는 음악에서 사람을 이렇게까지 움직일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하고 생각을 하게 되어요. 가사가 주는 힘과 그 가사가 있는 언어의 영역이 있으니까, 가사가 있으면 음악적으로 지분이 줄어들 수 있는 거잖아요. 멜로디만으로 코드 워크만으로 좋은 음악은 그거야말로 진짜인 것 같아요.

음악의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특정한 무엇보다 살면서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서 얻습니다. 평소에 메모를 많이 해놓고 그중에 걸러가면서 작업해요. 누군가는 쓸 말이 없다고 영감이 없다고 그러는데, 반대로 저는 쓸 말이 너무 많아서 그중에서 괜찮은 걸 선별하는 게 어렵네요. 생각과 영감을 체에 거르는 작업이 어렵고, 같은 사람의 생각이다 보니 비슷한 게 너무 많아서 추리기가 어렵다는 게 고민이에요.

언어 천재잖아요. 언어적 능력은 타고나기도 해야겠지만 비결이 뭔가요?
6개 국어로 잘못 알려졌는데, 정확히 한국어, 영어, 불어, 스페인어 4개 국어입니다. 천재라기보다 언어적인 호기심이나 도전 욕구가 있는 것 같아요. 게임처럼 재미 삼아 해보는 거예요. 영어 배우기 앱인 ‘듀오링고’를 유료 구독을 한 지 1년이 넘었고, 그 앱으로 영어 외에 일본어도 하고 있어요. 그룹으로 6명 정도를 모아서 패밀리팩으로 이용하면 엄청 저렴해서 친구들을 모집해서 하고 있습니다. 친구들끼리 배우는 언어가 달라도 되고요. 이 앱이 영어만 한국어 변환이 되다 보니 일어를 영어로 배우는 과정에서 좀 어색한 번역도 있지만, 나름 일본어도 많이 늘었어요. 프랑스에서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라틴어도 배웠거든요. 최근에 ‘듀오링고’로 라틴어도 배우기 시작했어요. 라틴어가 큰 쓸모는 없지만, 다른 외국어의 어원을 찾는 것도 재밌고 유럽 언어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것 같아 좋습니다.

집순이인 데다가 유튜브에서 준 실버버튼이 어딨는지도 모르고 뜯지도 않았다면서요. 귀차니스트인가요?
미루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실버버튼은 신청 방법이 까다롭고 귀찮아서 신청을 오랫동안 안 했는데 엄마가 신청하라고 링크를 보내주셔서 결국 했어요. 언박싱을 안 한 이유는 뭔가 뜯는 과정 자체도 콘텐츠화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또 일이니까 미루게 되네요. 유튜브가 본업은 아니니까요. 실버버튼은 유튜브에서 보내준 패키지 그대로 방 어딘가에 있습니다.

그린 티셔츠 크레이지 카 워시 크루 크루 링거 티셔츠 올리브, 스커트는 YCH, 베이지 부츠는 악셀아리가토, 귀걸이는 골든구스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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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에 대한 노래가 있는데 특별히 오렌지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나요?
시트러스류의 과일은 상큼해서 다 좋아합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칼을 꺼낼 필요가 없고 먹기 편해서 좋아합니다. 시트러스 과일 중에 원래 자몽을 좋아하는데 먹기가 힘들어서 잘 안 먹게 되더라고요. 과일은 샤인머스캣, 블루베리, 귤 순으로 좋아해요. 씻기만 하면 되거나 까면 먹을 수 있는 것들이죠.

스트레스 해소법과 취미는 무엇인가요?
‘듀오링고’가 제 스트레스 해소법이에요. 위키피디아의 문장들 중 단어를 맞히는 걸 게임화한 사이트가 있는데, 종종 영어와 불어 하나씩 단어 맞히기를 해요. 영화 보기, 책 읽기, 고양이 돌보기도 취미예요.

4월 23일 발매 예정인 신곡 소개를 해주세요.
희망적이고 조그만 행복들에 관한 소중함에 관한 곡이에요. 자기 자신이 훌륭하고 멋진 사람이라는 자기암시가 느껴지는 노래인데, 사실 저 자신을 위해 쓴 곡이에요. 요새 꽂혀 있는 게 나의 만족과 나의 행복은 외부로부터 오지 않고, 나를 구할 수 있는 사람도 나뿐이라는 생각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자기만의 짐을 지고 살아가는 존재이고 번아웃이 오는 사람도 많잖아요? 그럴 때 “100억을 모으겠어”처럼 요원한 말들이 다시 동기부여를 주고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건져내 주진 않아요. “오늘 손톱 깎아야지”. “바닥 청소해줘야지”, “고양이 빗질해줘야지” 하는 작은 것에 대한 성취감이 중요해요. 친구가 ‘세수’를 ‘to do list’에 쓰는 걸 보고 “이걸 써야 해?” 하고 물었더니, 작은 것이라도 다하고 나서 ‘to do list’가 사라질 때 쾌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남들이 자랑거리라 생각 안 하는 것도 상관없어요. “나는 오늘 이렇게나 많은 것을 해내서 스스로가 뿌듯하고 자랑스러워”라고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해요.

워낙 음악적인 스펙트럼이 넓고 이야기하는 바도 다양한데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나요?
예전에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고민해서 멋진 대답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봉준호 감독님이 한 얘기 중에 “영화가 메시지를 담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 있어요. 영화 자체만으로 재미가 첫 번째, 메시지는 두 번째이기에 메시지에만 치우쳐서 영화 자체가 재미없어선 안 된다는 것이죠. 음악과 책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제 음악을 사람들이 듣고 그들이 내가 생각하는 바를 이해해주면 좋고, 그냥 듣고 좋았다면 그것만으로도 좋고, 듣고 별로였다면 그것도 상관없어요. 모두가 좋게 들어주시는 것은 욕심인 것 같아서 제 음악을 좋아할 만한 사람이 좋아해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손익분기점은 넘어야겠지만요.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주세요.
4월 13일, 14일에 ‘인터스텔라 페스티벌’이라는 단독공연을 해요. 스텔라장은 헤드라이너로 등장하고, 나머지는 다 부캐로 나옵니다. 평행우주에서 온 다른 장르의 스텔라장들과 함께하는 공연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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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투맨은 크레이지 카 워시 크루 피그먼트 로고 스웨트셔츠 블루, 데님 스커트는 YCH, 스니커즈는 마이클코어스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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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투맨은 크레이지 카 워시 크루 피그먼트 로고 스웨트셔츠 블루, 데님 스커트는 YCH, 스니커즈는 마이클코어스 제품.

LOVE or HATE

좋아하는 음식?
햄버거.
좋아하는 운동?
번지핏.
좋아하는 컬러?
블루.
좋아하는 말?
어차피 100년 뒤에 다 죽는다. 서로 미워하지 말고 하루하루 즐겁게 살자.
좋아하는 내 모습?
누워 있는 모습. 편한 모습.
싫어하는 음식?
칼국수.
싫어하는 운동?
레그 익스텐션.
싫어하는 컬러?
너무 쨍한 색. 네온처럼 눈 아픈 색.
싫어하는 말?
너 잘하잖아(힘들어 죽을 것 같을 때 들으면 싫다).
싫어하는 내 모습?
누워서 뭔가 하기 싫어하는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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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Contributing Editor 김선아
Photography 오태일
Stylist 백재영

2024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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