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3> 우승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서요.
정신없는 한편 신기하기도 해요. 바쁜 만큼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고.(웃음) 사실 쉽지 않은 기회이자 누구나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님을 알기에 마냥 즐기기에는 감사한 마음이 더 크죠. <슈퍼밴드> 이후 또 다른 삶의 기회가 올까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진짜 예상치 못한 결과와 흐름을 보면서 그냥 감사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그래서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하나 봐요.
그러니까요. 되게 늦었다고 생각한 일이 꼭 그렇지만은 않구나 하는 생각에 저도 신기했어요. 보통 어떤 나이가 되면 그 나이에 맞는, 소위 흐름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추승엽 형도 그렇고, 다른 출연자들을 보면서 사람 인생이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싱어게인3>에 도전하기로 했을 때 어떤 마음이었나요?
유통기한을 늘리자는 마음이 실제로도 있었어요. 요즘 저와 같은 가수들이 설 자리가 별로 없잖아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죠. 이것만이 길이라 여기진 않지만 그렇다고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설사 있다 한들 이것만큼 자극적인 것도 없잖아요. 그렇게 양날의 감정을 가지고 임했어요.
결국엔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이 도전이 실패로 끝날 수도 있었어요.
회의적인 마음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있는데 만약 초반에 떨어지면 얼마나 창피해요. 다만 생존을 위한 마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고, 설사 떨어지더라도 차라리 그게 낫다는 생각을 했어요. 살아남기 위해 내가 아닌 모습을 하거나 아등바등하기보다는 차라리 나의 한계점을 정확하게 알고 떨어지면 그다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그게 곧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현명한 선택인 것 같아서 그냥 내 이야기를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다 쏟아부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우승이 목표는 아니었네요.
처음엔 마지막 라운드까지만 가자는 마음이었어요. 어떻게 되든 마지막 방송까지 얼굴만 비치면 된다. 그래야 제가 덜 민망할 것 같았죠.(웃음)
그래도 중간에 탈락했다면 어땠을까요?
초반에 홍이삭은 늘 비슷한 편곡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었잖아요. 그래도 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결정적인 순간에 떨어지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만큼 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죠. 전에 어떻게 했는지, 또 나중에는 어떻게 할지 신경 쓰지 않고 그저 앞에 있는 것만 잘하자는 마음이었어요. 이미 <슈퍼밴드>를 통해서 한 번 경험했거든요. 게다가 이번에는 오롯이 혼자 하는 음악인데 ‘내 음악이 아닌데, 내가 아닌데’ 한들 누구를 탓하겠어요. 욕을 먹을지언정 제가 잘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죠.
그래서일까요. 파이널 1차의 ‘I Love You’ 는 홍이삭이 이런 음악도 가능하구나를 보여준 무대였죠.
편곡이든 곡을 쓰든 결국엔 제 머릿속에서 나온 결과물이니까. 저 스스로도 내가 쓸 수 있는 곡이 이만큼이라면 실제로 내가 부를 수 있는 노래의 스펙트럼은 조금 더 넓다는 생각을 해요. <싱어게인3> 방송은 혼자 해야 하는 경향이 크다 보니 편곡이나 선곡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외부에서 자극이 오고 내가 그 산을 넘을 수만 있으면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거죠.
예선을 거쳐 본선까지 6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싱어게인3>과 함께했어요. 이삭 씨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나요?
거름망과 같은 시간이었어요. 보통 거름망은 커피를 내리거나 불순물을 거르는, 필요에 의해 분리시키는 용도로 쓰이잖아요. 제게 <싱어게인>은 그런 느낌이에요. 내게 필요한 재료를 찾기 위해 계속해서 거름망에 걸러내는 과정이었어요. 실험을 반복하면서 ‘아, 내가 원한 게 이런 거였구나’ 하고 결국엔 깨닫는 경험이었죠.
출연자 중 한 분이 이런 말을 했어요. 각 라운드에서 부를 노래를 미리 계획했다고. 이삭 씨는 어때요? 전 첫 곡 ‘숲’부터 정말 좋았거든요. 이삭 씨의 고민과 심경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했죠.
사실 선곡이란 게 어렵잖아요. 그 당시의 저는 사랑 노래나 위로하는 노래 등은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근데 ‘숲’이라는 곡은 가사가 모호하고 논리적이지도 않았는데 ‘그냥 불러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숲이 아닌 바다’ ‘옆엔 높은 나무’ 같은 표현 속 혼돈의 감정이 제게 어떤 울림으로 다가왔어요. 그렇게 곡을 정하고 노래를 부르는데 앞뒤로 했던 이야기 맥락이 더해지면서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내가 이런 마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사실 저도 제 마음을 잘 몰랐거든요. 그렇게 나열되었던 생각이 정리되고 압축되는 게 신기했어요.
그러다 변화를 준 게 4라운드의 ‘지구가 태양을 네 번’이라는 곡이었죠.
일단 나라는 자아가 갖고 있는 감정이 해소된 단계에서 그다음은 자연스럽게 어떠한 대상을 향한 그리움을, 그리고 그게 해소되니 더 확장된 거죠. 일대일, 그리고 다수 대 일의 관계로까지. 제겐 성장 과정이라고 봐야 할 것 같아요. 나라는 사람이 해소된 후 다음엔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면서 숲을 찾았듯 그냥 내 마음에 드는 것들, 그리고 당장 생각했던 것들을 찾아가면서 그렇게 흘러간 것 같아요.
심사위원들의 평가 중 이삭 씨의 마음을 건드린 말 한마디가 있다면 뭔가요?
지금 딱 떠오르는 건 7라운드를 끝내고 임재범 심사위원이 ‘힘들죠?’라고 하신 말씀이에요. 그 말을 듣고 정말 울 뻔했죠. 음 이탈이 난 뒤 남은 기력을 다 쏟아냈지만 노래가 끝나고 허탈함은 가시지 않더라고요. 의연하게 있을 수만은 없었죠.
어느 순간부터 이삭 씨가 파이널까지 가겠다는 생각이 분명해지더라고요.
처음 인기 투표 결과가 나오고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내가 언제 또 이렇게 꼭대기에 오르겠어’ 하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웃음) 아니, 사람이 그렇잖아요. 아직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그 잠깐 사이에 기분 좋아지는 . 그 투표는 지금까지 제 곁에 있어준 팬들의 숫자인 것 같아서 ‘내가 아주 헛되이 보내진 않았구나, 적어도 뭔가는 좀 했네’ 하는 생각에 그저 감사하고 뿌듯하더라고요.
이삭 씨가 생각했던 TOP 7과 어느 정도 일치했나요?
저는 제 촉을 믿지 않기로 했어요.(웃음) 이 사람 잘하는데 싶으면 다 떨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3라운드부터는 아예 생각하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분위기를 파악하려는 생각이었어요. 누가 붙고 떨어지는지, 어떤 곡이 반응이 좋은가에 따라 방송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거든요. 그런데 노래를 엄청 잘해도 편곡이나 음악적인 방향을 확실히 잡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밑천이 금방 드러나더라고요.
단순히 노래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네요.
<싱어게인3>은 굉장히 복잡한 프로그램이에요. ‘SING’ 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노래 외에도 여러 정체성을 요구하죠. 각자의 취향과 색, 편곡의 기술적인 요소 등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보면서 ‘이건 내가 판단할 수 없는데’ 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노래는 정말 좋지만 잘 모르겠다’ 하는 상황의 연속이었죠.
당시 세미 파이널 무대가 많은 화제가 됐죠. 2라운드 팀 대결에서 진 소수빈 씨가 재대결을 신청했잖아요.
저는 솔직히 ‘이제 좀 쉽게 가지’ 하는 생각이었어요.(웃음) 근데 수빈이가 도발한 거죠. 만약 제가 시청률을 의식했다면 우리 둘이 뭐라도 해야지 싶었을 텐데 전 그냥 롱런하고 싶었어요. 진짜 속마음은 패자 부활전에 가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것만은 피하자가 제 마음이었죠. 그래서 더 열심히 했어요. 시원하게 떨어지면 떨어졌지, 패자 부활전에 가서 한 번 더 고생하고 싶진 않았죠.
그렇게 경연 내내 잘하다가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했어요.
사실 실수보다 더 속상했던 건 저희 가족이 미안해했다는 거예요. 그날 현장에는 부모님과 누나가 있었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 것 같다고 말씀하시는데 무척 속상했죠. 가족 앞에서 더 잘했어야 하는데 마치 나의 실수가 누군가의 탓이 되는 느낌인 거예요. 내가 누구를 미안하게 만들려고 한 게 아닌데 그래 버리니까 속상함이 배가돼버렸죠.
그럼에도 1위를 했어요. 특히 실시간 투표에서 승패가 갈렸죠.
5라운드 때까지만 가도 TOP 3는 갈 수 있겠다 싶었지만 우승은 어렵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누가 떨어질지 한 치 앞도 모르는 상황에서 실시간 투표와는 다르게 현장 분위기나 심사위원들의 점수 그리고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3등만 해도 잘한 거다 싶었죠. 그래서 오히려 실시간 투표 결과가 나온 뒤에는 나를 불쌍히 여긴 분들이 열심히 투표하셨나 보다 했어요.(웃음) 요즘 참 재미있는 게 저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그렇게 휴대폰을 보여주세요. ‘나도 투표했다’ 하고 인증해주시는데 그걸 볼 때마다 진심으로 감사하죠.
한 번의 실수였다는 걸 아는 거죠.
오히려 그 실수를 통해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어요. 앞으로는 더 열심히 연습해서 좋은 가수가 되어야겠다, 그러니 정신 차려라! 하고 방심할 틈 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죠.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처음은 아니잖아요. 우승이 곧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잘 알 거예요. 그만큼 앞으로가 더 중요하죠.
<싱어게인3>에서 배우고 습득한 거름망의 시즌이 지나가고 지금은 그걸 응용하는 단계인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어려워요. 사실 경연 중에는 오히려 쉬웠어요. 음악만 결정하면 됐거든요. 근데 지금은 그 외의 것들을 결정하는데 흔들리기도 해요. ‘내가 이렇게 또 쓸려가나’ 싶어서 다시 정신 차리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죠. 약간 지그재그를 그리는 느낌이랄까. 이게 곧 자리 잡아가는 과정이겠죠.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보인다고 하잖아요.
결과적으로 음악으로 보여줘야 하고 음악으로 증명되겠죠. 그래서 어떤 이야기를 잘 만들어 나가느냐가 제겐 당장 넘어야 할 큰 산이에요. 그 다음 산은 이게 해결돼야 보일 테고요.
곧 음원이 나온다고 들었어요.
‘사랑은 하니까’라는 곡이에요. 1라운드에서 불렀던 ‘숲’을 쓰신 최유리 님의 곡인데 꼭 제 노래 같았죠. 사실 다른 사람의 노래를 들으면 적응 시간이 필요한데 이 노래는 처음 듣는데도 귀에 쏙 들어오더라고요. 한 번은 울컥해서 ‘이런 감정이에요’ 하고 말했더니 곡을 쓸 때 저의 대화법이나 말투를 많이 찾아봤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를테면요?
제가 말을 할 때 끊지 않고 주저리주저리 하는 성향이 있는데 그걸 그대로 살려서 후렴 문장에 썼더라고요. 중간에 끊지 않고 그냥 쓱 흘러가게 만들었는데 그래서 더 제가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후렴부가 ‘있잖아’라는 단어로 시작하는데 제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또 한 번 말하게 되네요. 인생은 타이밍이라니까요.(웃음)
사실 저 역시 노래를 계속 쓰니까 고집이 있는 편인데 그 노래를 들었을 땐 소화가 잘되더라고요. 그래서 부담 없이 “그냥 가시죠!” 하고 말했어요. 내 노래를 하겠다고 말하긴 했지만 ‘숲’을 쓴 최유리 님의 곡이고, 그게 곧 나의 노래 같다는 느낌이 드니 오히려 이질감이 없더라고요. <싱어게인3> 이후 저를 보는 사람들에게도 ‘이게 저예요’ 하고 말할 수 있는 노래인 것 같아요.
왜 살다 보면 운이 들어오는 시기가 있다고 하잖아요. 이삭 씨에겐 지금 이 순간이 아닐까 싶어요. 그동안 노력했던 것들을 돌려받는.
저는 이게 돌려받는 거라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허락받았다는 생각을 해요. 제 삶에 그런 순간이 두어 번 있었어요. 양악 수술을 할 때도 노래를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사실 성대를 갈아 끼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얼굴도 이렇게 바뀌면서 제 것이 아닌 것 같았죠. 또 제가 잘나기 위해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좋은 것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라 내가 조금 사라지더라도, 혹은 나만의 색이 없더라도 좋은 게 나올 수 있으면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도 했었죠. 그러다 어느 순간 내려놓은 것 같아요.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낮은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비웠더니 뭔가 들어올 공간이 허락되었나 봐요.
무대 밖의 이삭 씨는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냉소적이고 즉흥적인 사람이에요. 어떤 현상에 대해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을 자연스럽게 본다고 할까. 무언가 시작할 때도 안 좋은 결과를 먼저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마도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겠죠.
조심스러운 성격인가 봐요.
마음이 붕 뜨는 걸 엄청 경계해요. 계속해서 쳐내죠. 어릴 때부터 노래를 하다 보니 무대라는 게 사람을 착각하게 만드는 면이 있음을 깨달았어요. 사실 오늘 같은 촬영도 굉장히 대우받는 느낌이 들잖아요. 메이크업도 하고 옷도 입혀주시고.
그래도 돼요. 이삭 씨는 허락받은 사람이니까.(웃음)
이 무대라는 공간도 위험해요. 마이크 발언권이 제게만 있잖아요. 사람들을 약간 내려다보는 상황이 된단 말이죠. 그렇게 착각하기 쉬운 위치라고 봐요. 그래서 경계하는 편인데 요즘은 쉽지 않네요. 계속 노래도 써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사람이 바닥에 깔려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야 다시 돌아보면서 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죠. 어떤 헛된 망상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나를 찾아가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하니까 계속해서 쳐내려고 노력하는 게 지금 저의 현실이에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지 않아요.
일단 인기를 얻으면 붕 뜰 수밖에 없어요. 안 그런다는 사람도 어느 순간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되고요. 얼마 전에는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제게 주어진 칼이 뭔지 모른다고. 그때 ‘그걸 알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알아야겠죠. 이게 얼마나 위험하고 대단한 건지. 근데 한편으론 그냥 좀 무지하게, 차라리 조금 이용당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길게 본다면 그 생각이 맞지 않을까요.
재미있는 게 제가 <싱어게인3>에서 한 이야기가 있잖아요. 이미 뱉은 말이라서 제가 변하면 변질된 게 티 날 거란 말이죠. ‘홍이삭 변했네’ 하는 말을 들으면 안 되잖아요. 제가 한 말에 책임을 져야 하니 그렇게 할 수도 없어요. 그러니 열심히 또 성실하게 살아야죠.
홍이삭이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건 뭔가요?
잘 모르겠어요. 요즘 연구 중이긴 한데 목적 없이 능동적이 되려고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이를테면 인디 시절에 유통 날짜를 일단 박아놓으라는 말을 제일 많이 들었거든요. 학창 시절 수동적인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니 어느 순간 아무것도 없이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맨바닥에서 3년쯤 있으니 그제야 벗겨지는 것 같았어요. 음악이야말로 누군가가 시켜서 혹은 목적이 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표현 수단이니까. 내가 어떤 충동에 의해서 노래를 쓰는 태도가 필요함을 깨달은 거죠. 그래야 오래갈 수 있고 진정성도 생기는 것 같아요. 더 잘되기 위해서, 혹은 더 많이 팔기 위해 하기보다는 그냥 나의 충동에 의해 무언가가 나왔을 때 그게 더 잘 사용될 거라 믿어요. 그게 제 목적이 되었으면 하죠.
참, 곧 아프리카에 간다고 들었어요. 어떤 시간을 보낼 계획인가요?
앞서 말한 목적을 볼 수 있는 공간이길 바라요. 부모님께서 사시는 모습을 보면서 반성도 하고 배움도 있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답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해요. 아마 노래도 시키실 것 같아 그게 두렵긴 한데 시키면 해야죠 뭐. 혹시 또 몰라요. 현수막이 걸릴지도 하하.
잠깐 상상해봤는데 진짜 웃길 것 같아요.
내가 과연 거기서 쉴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하기도 해봤지만 일단은 정신 좀 차릴수 있는 공간이길 바라요.
올해로 데뷔 10년 차, 홍이삭을 다시 알리고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도 얻었어요. 인생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해도 무방할 듯한데 어떤가요?
1라운드가 끝나고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고 하기엔 그냥 열심히 한 결과니까 하던 일이 좋은 결실을 맺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새로운 라운드가 열린 게 아닌, 기존 라운드의 중간쯤을 지난 거죠. 결혼 정도는 해야 그다음 라운드가 시작될 것 같아요.
3월부터 <싱어게인3> TOP 10 전국 투어가 시작됩니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어요?
TOP 10이 함께하는 무대라 많은 걸 보여드리긴 어려울 거예요. 그래도 홍이삭을 제대로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개인 무대에선 <싱어게인3>에서 불렀던 노래와 함께 신곡도 함께 소개할 예정이고요. 그게 좀 맞지 않나 싶어요. 지금 곡은 또 의미가 있으니 앞으로 제가 살아갈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더해질 테니까.
인터뷰 중에 이런 말을 했어요. 가장 나다운 음악을 하겠다고. 홍이삭다운 음악이란 뭘까요?
그걸 이제 찾아야겠죠. 그걸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저의 음악일 수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이 과정에서 제 생각이 음악에 잘 녹아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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