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과 목적이 분명한 걸 선호하는 MBTI ‘J’ 사람으로서 여행을 떠날 때에도 예외는 없다. 비행기를 너무 오래 타지는 않았으면 하고, 서울을 벗어났을 땐 최대한 쉬고 싶고, 휴식을 선택했다면 이왕이면 마주하는 상황에 불편함이 없기를 바란다. 그런 이유에서 ‘그란 멜리아 나트랑’은 최적의 선택이었다. 비행기로 다섯 시간 남짓, 시차는 두 시간 정도. 공항에서 내려 한 시간이 안 되는 거리를 나트랑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달리면 ‘그란 멜리아 나트랑’에 도착한다.
2023년 7월에 문을 연 ‘그란 멜리아 나트랑’은 스페인의 ‘멜리아 호텔 인터내셔널’ 계열 중 최상위 브랜드로, 스페인의 이국적인 정취가 호텔 전반에 녹아든 것이 특징이다. ‘그란 멜리아 나트랑’은 272개의 객실을 보유했으며, 그중 빌라 객실이 94개를 차지한다. 4베드룸 풀빌라를 갖춰 가족 여행 숙소로도 탁월한 곳이다.
넓고 밝은 로비는 호텔의 기운과 닮아 있었다. 자연스레 눈을 맞추고 미소를 머금고 인사를 건네고 망설임이 없었다. 로비에서 객실까지 버기로 이동하는 길은 녹음이 가득했고 마주치는 사람은 모두 살가웠다. 탁 트인 거실은 프라이빗 풀과 이어지고 침대에서는 오션 뷰로 하루를 맞이할 수 있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서 수영도 하고 음악에 빠져들고, 바다를 마주 보는 짐(Gym)에서 요가 클래스도 듣고 마사지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등 나를 돌보지 못했던 일상에서 한 발자국 떠나왔으니, ‘여행’이란 설렘에 기대어 하지 않았던 것들을 챙겨보았다. 호텔을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 아주 훌륭한 계획이 될 수 있겠다는 깨달음과 함께 말이다.
‘쉼’에 초점을 맞춘 여행이라면 맛있는 한 입, 미식의 가치를 빼놓을 수 없다. 만족스러운 한 입을 위해 멀리 찾아 나서지 않아도 호텔 안 수준 높은 레스토랑이 다양해 동선을 벗어나지 않고 모든 것이 해결 가능했다. 올데이 다이닝을 자랑하는 ‘내추라(Natura)’에서는 단품 주문부터 뷔페 식사까지 부담 없이 찾을 수 있었고, 나트랑의 신선한 해산물로 재해석한 오마카세를 맛볼 수 있는 ‘시부이(Shibui)’ 또한 기억에 남는다. 로비의 ‘테이아(Theia)’에서는 애프터눈 티를, 느긋한 분위기의 ‘살(Sal)’ 풀 바에서는 칵테일을 즐길 수 있으니 꼭 어딘가를 향해야겠다, 나가야겠다는 조급함이나 아쉬움이 사라지는 경험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룸까지 짧은 산책을 즐기는 과정까지 완벽했다.
‘그란 멜리아 나트랑’의 자랑이자 이곳에서 가장 기대한 것은 바로 1층에 위치한 ‘히스패니아 나트랑’이다. 스패니시 레스토랑 ‘히스패니아(Hispania)’가 나트랑에 데뷔한 것. 미쉐린 스타 셰프 마르코스 모란(Marcos Morán)이 이끄는 셰프 군단이 나트랑 특유의 재료들로 스페인 요리들을 선보인다. 신선한 올리브오일은 맛을 한층 끌어올리고, 간과 두께가 알맞은 하몽과 해산물을 활용해 미각을 깨우는 메뉴들을 경험할 수 있다. 셰프의 섬세함은 와인 페어링에서도 엿볼 수 있다. 메뉴 하나하나에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와인 셀렉션이 인상 깊었다. 기념일이라면 더욱 특별하게, 평범한 날이어도 기념일처럼 만들어주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다시 돌아봐도 올해의 첫 여행은 성공적이었다. ‘그란 멜리아 나트랑’의 모토 ‘멋진 인생(A Life Well Lived)’을 고스란히 누린 셈이다. 고민 없이 잠들고, 여유 있는 하루를 맞이하고, 맛있는 한 입을 먹는 것. 일상에서 쉽게 놓치던 ‘나를 돌보는 일’을 챙기고 싶다면 그 근육을 키울 수 있는 곳이다. 안락하고 안온한 쉼이 필요할 때, 효율적이면서도 수준 높은 만족감을 기대한다면, 실패 없는 한 입이 중요한 이라면, ‘그란 멜리아 나트랑’은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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