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워커 그린
가격 약 8만원│ 용량 700mL│ 알코올 함량 43%
지금은 안 쓰는 조니 워커 그린의 이름 중 ‘퓨어 몰트’가 있다. 보통 블렌디드 위스키가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를 섞는 데 반해 조니 워커는 몰트위스키만 섞은 것이다. 몰트는 보리로만 만든 원액, 그레인은 보리 말고 다른 곡물을 썼다는 뜻이니 ‘퓨어’ 몰트는 (원액을) 섞었을지언정 보리만 넣었다는 뜻이다. 조니 워커도 몰트와 그레인을 섞어 위스키를 만들지만 그린만큼은 15년 이상 숙성한 몰트 원액만 쓴다. 조니 워커 그린은 스페이사이드의 링크우드와 크래건모어, 아일라의 쿠일라와 스카이의 탈리스커를 섞었다. 그 결과 스페이사이드 위스키의 달콤한 청사과와 바닐라 향 위로 섬 지역 위스키의 피트 향이 덧붙는다.
로얄 살루트 21년 블렌디드 그레인
가격 약 20만원│ 용량 700mL│ 알코올 함량 40%
개념적으로 조니 워커 그린과 정반대에 있는 위스키다. 말하자면 ‘퓨어 그레인’, 그레인위스키만 섞었다. 몰트위스키와 그레인위스키는 만드는 방법이 달라 맛도 다르다. 몰트는 단식 증류기로 여러 번 증류해 원액을 얻는다. 그레인은 단식 증류기를 쌓아 올린 모양의 연속식 증류기를 쓴다. 동일한 시간 대비 몰트보다 생산량이 훨씬 많고 목 넘김도 가볍지만 몰트에 비해 풍미가 떨어진다. 로얄 살루트는 그레인위스키의 태생적 한계를 시간으로 해결했다. 그 주인공이 로얄 살루트 21년 블렌디드 그레인. 최소 21년 이상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과일과 벌꿀의 달콤함을 품은 진한 호박색을 띤다.
노마드 아웃랜드
가격 약 7만원│ 용량 700mL│ 알코올 함량 41.3%
알쏭달쏭하지만 알고 보면 직관적인 이름의 위스키다. 노마드 아웃랜드는 첫 단계로 스코틀랜드 각지의 몰트와 그레인위스키 30종 이상을 모아 섞는다. 그 원액을 스페인의 헤레스로 가져가 셰리 캐스크에서 1년 이상 숙성시킨다. 굳이 이 술을 헤레스로 가져간 이유는 그곳이 셰리 와인의 본고장이기 때문이다. 유목민처럼 떠나온 스코틀랜드의 블렌디드 위스키에 셰리 특유의 진득하고 달콤한 맛이 스며든다. 셰리 숙성의 매력은 유명 싱글 몰트위스키 맥캘란이 셰리 캐스크 숙성을 하는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맛의 복잡도가 높아지는 노마드 아웃랜드 제조 과정은 달모어 마스터 블렌더 리처드 패터슨이 담당한다.
발렌타인 17년
가격 약 14만원│ 용량 700mL│ 알코올 함량 40%
“마시다 보면 17년산인지 30년산인지 구별이 안 된다. 그래서 17년산을 마신다.” 나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이 먼저 기억날 정도로, 발렌타인 17년은 한국인에게 유독 익숙한 술이다. 발렌타인이 한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1989년 선보인 제품이 17년산이기 때문일 것이다. 발렌타인 17년에 들어간 몰트와 그레인위스키만 50종이 넘고, 그래서인지 코를 대면 과실 향이 올라오지만 목으로 넘기고 나면 옅은 스모키 향이 남는다. 무엇 하나 과하지 않은 밸런스의 위스키인 만큼 함께 먹기 좋은 음식도 많다. 발렌타인 5대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은 발렌타인 17년과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양꼬치를 추천했다. 참고로 처음에 남긴 오묘한 평가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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