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중 점심으로 프랭크 버거 시키자고 하셔서 정말 감탄했습니다. 광고모델 하시는 브랜드를 추천하다니, 첫 질문이 ‘모범생 이미지 어떻게 생각하세요?’였는데, 버거 주문하시는 걸 보고 모범생 이미지가 더 강해졌습니다.
(프랭크 버거는) 정말 맛있어서요. 다른 걸 시켰어야 했나요.(웃음) 모범생 이미지는 본의 아니게 제가 고등학교에서 전교 회장을 했고, 그쯤 데뷔했고, 대학교를 사회과학부로 진학하며 생긴 것 같아요. 그 이미지 덕에 20대를 잘 보낸 것 같아 거부감은 전혀 없어요.
인터뷰 준비를 하느라 조사하다 보니 오히려 궁금해졌습니다. 이승기 님은 왜 연예인을 하고 싶었던 걸까.
저때만 해도 운이 닿아 갑작스럽게 연예계로 들어오는 경우가 꽤 있었어요. 지금은 철저하게 시스템화되어 있지만요. 저는 노래하는 걸 좋아했어요. 중학교 장기자랑을 나가거나 시험 끝나고 노래방에 가면 친구들이 “너 진짜 (고음) 높이 올라간다”고 했죠. 노래가 즐거워서 동아리 활동으로 밴드부를 했고, 거기서 연예계로 들어오게 된 케이스예요.
그리고 바로 성공하셨죠. ‘내 여자라니까’로요.
당시에 모든 게 맞아떨어졌던 것 같아요. 제작하는 사람도, 저도, 싸이 형도 최선을 다해 곡을 써줬고, 운도 있었고요. 거기에 시대 분위기까지 탔어요.
그때만 해도 연상을 사귄다는 게 좀 센 이벤트였어요. 그런데 제 노래가 사람들 마음속의 어떤 욕망을 분출시킨 거죠.
한 번 성공은 운이겠습니다만 성공을 유지하는 건 운이 아니죠.
그렇죠. 숫자만 봐도 성공한 사람과 성공을 유지한 사람은 현저히 차이가 나니까요.
커리어 초반에는 강호동 님과 함께했습니다. 그때는 무엇을 배웠습니까?
거의 다 영감을 받고 배웠다고 볼 수 있는데, 아직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건 “오프닝 때 모자 쓰지 마라”예요. 지금도 부득이하게 해외 촬영하느라 헤어&메이크업 스태프도 전혀 없는 경우가 아닌 이상 저는 오프닝 때 거의 모자 쓰지 않아요.
그건 무슨 의미인가요?
시청자에 대한 예의예요. ‘우리가 이 정도로 방송과 이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예를 들면 전쟁에 나갈 때 갑옷과 장비를 갖추듯 가장 좋은 컨디션과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거에요. (방송용 메이크업이) 어떻게 보면 의식인 거죠. 그때 ‘난 오늘 방송하러 가는구나’라고 생각하며 기운을 채우는 거예요. 집에서 옷 갈아입고 적당히 해서 모자 쓰고 나가는 거랑, 마이크 차고 준비해서 오프닝 카메라 앞에 딱 섰을 때 임하는 마음 자체가 다르죠. 지금까지 오래 하신 분들이 오프닝 때 편안한 모습으로 나가는 건 극히 드물 거예요.
예능 활동에서 MC 경험까지 쌓으셨습니다. 자신의 MC 스타일을 어떻게 보세요?
저는 유재석, 강호동 선배님의 아래 세대잖아요. 그분들과 방송하면서 보고 배운 장점을 흡수하려고 노력했어요. 결과적으로는 유연하게 수평적으로 하려는 편이고요. 아직은 선배들처럼 MC로서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MC가 제일 힘든 포지션이라 생각해요.
이경규 님을 인터뷰했을 때도 “스타 유튜버 중 MC는 나오기 힘들 거다”라고 하셨어요.
그럴 거예요. 후배 MC를 키운다고 하면 그 과정을 생각하기도 막막하고요. MC는 시대의 운도 있어야 해요. 진행 경험이 필요하니까요. 역사에 남는 시대의 국민 프로그램을 할 때 느끼는 경험치가 있어요. 그건 제가 고를 수 있는 게 아니고요. 저도 <1박 2일>을 만나지 않았다면 예능 MC를 할 수 있었을까 싶어요. 주목받는 프로그램은 잘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떨 때 조심해야 하는지’도 중요해요. 예상치 못한 데서 잡음이 날 수도 있고, 유명한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일들을 겪는 건 너무 당연하거든요. 그런 다양한 일을 겪을 수 있는 프로그램에 있었던 게 제게는 큰 행운이었어요.
이승기 님을 두고 “분석적인 사람”이라는 주변의 평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 그런 분이시군요.
얼마 전에 (강)호동이 형을 만나서 낮에 수다를 떨었어요. 그때 호동이 형이 “승기 니 그거 기억하나”라며 말해준 게 있어요. 제가 예능 블루칩이 아니었을 때 호동이 형이 저를 빨리 발견했어요. 그때가 일산 탄현에서 <X맨 일요일이 좋다>를 하던 때인데, 대기실을 축구팀 라커룸처럼 다 같이 썼어요. 막내 신인이 제일 끝에 앉고요. 호동이 형은 점심 저녁 쉬는 시간에도 꼭 제육덮밥이나 라면을 하나씩 때리세요.(웃음) 그때 저를 부르더니 “니 형이랑 이제 놀러 좀 댕길까”라고 하시는 거예요. 나는 ‘드디어 이 형들이 이제 술 먹자고 하는구나’ 싶었어요. 이제 막 성인이 돼서 긴장되고 두려웠는데 알고 보니 그게 <1박 2일>로 놀러 다니자고 한 얘기였어요. 이제 나이 들고 다른 영역의 사람을 만나고 가까워질 때 <1박 2일>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그 이야기를 했더니 호동이 형도 뿌듯해하고요. 형이 기회를 준 게 제게는 인생을 바꾼 일이었죠.
기회를 놓치지 않은 건 자신의 몫이기도 하고요.
그게 제일 중요하긴 하죠. 내가 잘하는 게 전부가 아닐 뿐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이죠. 방송은 아무리 뭘 해도 하루 이틀 사흘 계속 찍는 프로그램에서 누군가가 코칭을 한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영역은 또 아니에요. 본인의 의지와 역량은 굉장히 중요하죠.
코칭을 받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면 무엇을 보고 배웁니까?
저는 다른 선배님들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공부했어요. 오프닝을 어떻게 하고, 게스트를 어떻게 대하고, 그다음 진행을 어떻게 해나가고. 그걸 보면서 멈췄다가, 나는 저 뒤에 어떻게 할지 생각하며 혼자 해보다가 다시 플레이하면서 선배님들의 반응을 보는 식이었어요. <1박 2일> 할 때가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하는 시대였거든요. 부모님이 녹화해놓으면 집에 와서 그걸 다섯 번씩 봤어요. 그때는 방송인 마인드가 아니니까 프로그램이 너무 재미있었는데, 네 번쯤 보면 재미를 떠나 ‘저기서는 저 말을 했어야 하는데’ ‘이렇게 했으면 더 웃겼을 텐데’ 같은 것들이 보여요. 계속 보면서 기억했다가 비슷한 질문이 오면 ‘이렇게 반응해야지’ 등등의 생각을 했던 게 제 20대였어요.
가수와 예능을 처음부터 병행하실 생각이었어요?
처음에는 가수만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논스톱> 출연 기회가 와서 연기를 해보니까 즐겁고 칭찬도 들으니까 그쪽을 계속하게 됐어요. 처음엔 예능이 너무 무서웠어요. 뭐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예능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예능 출연 전날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내일 방송국에 무슨 일이 생겨서 오지 말라고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그러다 <1박 2일> 경험이 쌓이며 사람들이 좋아해주시니까 ‘내가 하고 있는 게 아예 틀린 건 아니구나’ 싶었고, <강심장>을 만나서 MC 경험을 키웠어요. 제가 <강심장> MC를 했던 때가 스물다섯 살쯤이에요. 스물다섯 살 MC가 20명씩 나오는 ‘떼 토크쇼’ MC를 한다는 게 엄청 센세이셔널한 일이잖아요. 거기서 많이 배웠죠.
<강심장 리그>은 녹화 시간 긴 것으로도 유명했다면서요.
녹화를 11시간 했던 것 같은데요. 중간에 밥 한 1시간 먹는 거 빼면 한 10시간. 한 회당 5시간씩 녹화한 거죠. 방송 분량이 70~75분이라고 했을 때 토크쇼는 3시간 반~4시간 녹화하는 게 맞아요. 그 이상 녹화해도 다 쓸 수가 없어요. 5시간 녹화하면 게스트들에게는 마지막 1시간이 너무 힘든 시간이 돼요. <강심장> 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건 경청이구나’ 싶었어요. 막판에는 연예인들이 다 졸아요. 마주 앉아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아니고 전부 앞을 보고 있잖아요. 얼마나 졸리겠어요. 에너지도 많이 쓰고. 그 현장에서 전체를 보는 시야를 익혔어요. ‘이 사람이 말했고, 저 사람이 조금 소외됐고, 움찔움찔하는 저 사람을 한번 시켜볼까’ 등의 생각을 하면서.
재미있는 진행을 만드는 답이 있었습니까?
답 없어요. 그냥 그날그날 보고 판단하는 거예요. 집에 갈 때 80% 이상 기분 좋다면 성공인 거고요. 100% 만족을 주고 싶지만 ‘난 꼭 모두를 만족시켜야 돼’라고 생각하는 순간 스스로 힘들어져서 재미가 없어져요. ‘이 재미있는 흐름을 안 놓치기만 하면 된다’는 목표를 정했다면 그 텐션만 유지하면 돼요. 사람이 아니라 분위기의 오차범위를 보는 거예요.
개별 종목의 주가가 아니라 지수를 보듯이요.
그렇죠. 박스권 안에서만 놀아주면 돼요.(웃음) 크게 하방이 열리거나 하지 않는 게 중요하죠. 그래야 다 같이 만족도가 높아지니까요. n분의 1로 발언권을 준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힘들어요. 사람에 따라 또 다르고요.
스스로 분석하는 자신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요?
고민을 해봤는데 성공 비결을 제가 모르고 있더라고요. 안다면 앞으로의 제 연예인 인생도 불안하지 않을 텐데 저희는 지금도 엄청 고민해요. 회의를 이렇게 많이 하는 게 처음이에요. 우리 회사 분들과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도 회의했어요. 예능, 연기는 무엇을 할까. 음악은 어떤 색으로 할까, 프로듀서는 누가 좋을까. 회사와 비전을 소통하며 이야기하는 것도 흔치 않은 경험이고요. 성공 비결을 안다면 이런 회의가 필요 없겠죠. 다만 이 일에 대한 진심, 진정성을 놓치지 말자고 생각해요. ‘진정성’이 너무 흔한 말이지만요. 저는 무조건 행동해야 한다고 봐요. 쉬면 안 되고, 재미있는 걸 해나가고 싶어요. 굳이 비결을 말하자면 타석에 많이 들어서는 거예요. 다섯 번 들어가서 네 번 치고 오는 타자가 아니라, 끊임없이 들어가서 해보는 거죠.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진행한 회의의 결과는 무엇이었습니까?
결론은 ‘이승기가 잘하던 걸 하자’예요. 원래 이승기가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을 유지하면서, 그 안에서 디테일을 업그레이드해 더 깊이 있는 걸 만들자고 정리했어요. 그 예로 20주년 앨범의 콘셉트를 7개월 동안 회의하다 록발라드를 메인으로 삼는 게 맞다고 결론 내렸어요. 변화에 대한 니즈는 갖되, 잘하는 걸 계속 보여주면서 조금씩 변해가자. 오늘까지의 생각은 그래요.
말씀대로 정말 본인의 회사를 차려서 활동하는 거니까, 주체적으로 활동하게 된 초창기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제는 철저하게 전문화가 되어야 해요. 지금 업계는 20년 전 국내에서만 하던 ‘엔터업’이 아니에요. 이 일을 목숨 걸고 하는 전문가가 운영하는 사업 영역으로 봐야 해요. 매니지먼트는 많은 글로벌 팬을 마주하는 콘텐츠가 되어버렸어요. 연예인이 자기가 경험했다는 이유만으로 경영까지 하려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저는 마인드와 비전을 공유하고, 그 비전을 행하는 데 힘을 실어주려 해요. 회사는 회사답게 돌아가고, 제가 욕심을 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전략과 분석 끝에 2024년 이승기가 나가기로 한 방향성은 무엇입니까? 20주년 앨범이 하나 있었고요.
드라마와 예능, 원래 이승기가 하던 걸 더 공고히 하는 거요. 결혼도 하고 회사도 세우고 여러 일을 겪으면서 꽤 많이 성숙했어요. 이 배움을 얻기까지 시련도 있었지만 중요한 경험이었어요. ‘이런 깨달음이 없었다면 내가 이 일을 10년이라도 더 할 수 있었을까, 이 경험이 없었다면 위험했겠다. 이걸 알아서 훨씬 낫다. 훨씬 단단해졌다’라고 생각해요.
그 모든 일을 쉽게 정리하긴 힘들 수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무엇을 깨달았습니까?
내가 다 맞지 않다. 이게 가장 큰 깨달음이었어요. 제 일을 열심히 하면서 어느 정도 인기도 누리고 사랑도 받다 보면 알게 모르게 확신이 생겨요. 그게 없으면 일을 못 하니까 그 확신은 굉장히 중요한데, 확신을 하면서도 ‘내가 틀릴 수 있다’는 마음을 갖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요. 특히 뭔가를 끌어가는 사람 입장에선 자신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게 나약하게 느껴질 수도 있어요. 제가 틀려 보여도 밀고 가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건 현명한 거예요. 그걸 열어둬야 사람들의 말을 듣고 실행할 수 있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직업일 텐데, 해보시니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변화무쌍이 진짜 매력이에요. 저는 매니지먼트 업계에 한 번 들어온 사람은 다른 일 하기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해요. 자극성, 다이내믹, 늘 긴장하는 삶, 하지만 거기서 뭔가를 이뤘을 때의 희열감이 또 엄청나요. 저희는 일정한 날들을 보내는 게 아니니까요.
말씀대로 일정하지 않은 생활 속에서 평정심은 어떻게 유지하세요?
평정심 유지 안 해요. 흔들리면 흔들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흔들리면 회사 사람들과 회의하고. 저는 즉각 뭔가 해야 하는 성격이라 속에 혼자 담아두는 걸 잘 못해요. 아이디어가 있으면 계속 뱉어야 하고요. 요즘 행복과 불행의 총량은 인생의 끝에 가면 거의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하던 것도 잘하시지만 유튜브도 하고 계십니다. 방송 시스템의 스타가 유튜브를 하면 느끼는 것도 많을 것 같고요. 해보시니 어떠세요?
‘완전 다른 시장이구나. 그동안 내가 해온 방식을 쉽게 대입할 수는 없겠다’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은 유튜브가 뭘 원하는지 저는 아직 파악이 안 됐어요. 제가 뭘 해야 유튜브가 좋아할까. 그 지점은 공부 중이에요.
말씀을 들어보니 이승기 님이 지금의 유튜브와 어울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나쁜 것 같지 않습니다. 저는 연예인들이 술 마시는 유튜브를 안 했으면 좋겠어요. 옛날 생각이겠지만, 대중에게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술에 취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아까 ‘모자 쓰고 오프닝 안 한다’는 말씀이 좋았어요. 그런 연예인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희도 그런 생각은 해요. 어떤 게 유행한다고 나도 해봐야 하는 건 아니에요. 저도 회사 대표와 유튜브를 주제로 끊임없이 이야기했어요. 하냐 마냐, 이 시장이 오냐 마냐. 결론은 못 냈지만 저는 어쨌든 유튜브가 점점 채널화될 것 같아요. 3년 전부터 그랬고요. 역시 그런 흐름이 오고 있는데 저도 고민 중입니다.
앞으로 하실 예능이나 드라마 중에서는 더 해보고 싶은 게 있습니까?
아니요. 저는 그냥 주어지는 것을 잘하고 싶어요. 지금은 내가 뭔가를 했을 때 얼마나 지구력 있게 끌고 갈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지가 중요해요. 소재는 그다음이고요. 예전에는 소재를 보고 발동이 걸렸는데, 이제는 제가 준비를 하고 제게 오는 걸 잘 소화해야겠다 싶어요. 예능은 좀 더 오래 할 수 있는 것들, 드라마는 제가 즐겁게 잘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를 좀 더 많이 해보고 싶어요. 올해 영화 <대가족> 개봉이 예정되어 있는데 편집본을 보니 잘 나왔어요. 영화가 개봉하면 영화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을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또 하나의 길을 보여준 연예인. 이승기가 걸어간 길을 사람들이 봤을 때 ‘저런 길도 있었구나. 저 길도 갈 수 있었네’라고 느낄 수 있다면, 후배나 업계 사람들이 ‘이승기가 걸어가는 저 길도 의미 있는 길이구나’라는 선례나 레퍼런스를 남긴다면 충분해요.
연예인이라는 일에 대한 직업 정신이 있네요.
옛날부터 이 일은 제게 진짜 직업이었어요. 일은 장인정신이 있어야 하고요. 한 직업으로 10년 이상 가고 싶다면 진지한 직업으로 생각하고 해야 해요. 저는 시대정신은 바뀐다고 봐요. 어렸을 때는 “연예인은 좀 날티도 나야 되고, 좀 놀아야 되고, 그런 데서 끼도 얻고” 같은 말을 많이 들었어요. 지금은 이런 말이 쏙 들어갔어요. 아이돌도 얼마나 프로페셔널하게 스스로를 관리하는데요. 컨디션, 건강, 멘털, 사생활까지 챙겨요. 약 20년 만에 변한 거예요. 시장이 커질수록 감시의 눈도 많아지고요. 요즘 후배들에게 “좀 놀고 대충 살기도 해야 돼. 그게 끼 있는 거고 그게 연예인이야”라고 하면 후배들이 “무슨 소리세요?”라고 할 거예요. 요즘 후배들은 무대 하나 퍼포먼스 하나도 전력을 다해요. 그렇게 해서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니까 본인 기준도 높아지고요. 앞으로 10년 20년 동안 또 변할 거예요. 그럼 거기 또 발맞춰 가야죠.
장인정신만 변하지 않겠네요.
그렇죠. 그것만 있으면 버티기는 가능하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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