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럽 투어를 다녀왔는데 어떠셨나요?
지연 한국에 왔다는 게 아직 실감이 안 나요. 시차 적응 중입니다.
다현 한 달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좋은 일이나, 안 좋았던 일이나 모두 기억이 흐릿해요. 한 달 동안 셋이 서로 꼭 붙들고 추위를 함께 견뎌낸 느낌입니다. 조금 더 친해졌다고 할까요.
예원 이번에 처음으로 직접 운전하며 공연을 다녔는데, 여태껏 했던 투어 중에 가장 힘들었지만 가장 재밌었어요.
투어 카를 직접 운전하셨다고요?
다현 네. 저랑 예원 언니가 직접 운전하면서 투어를 돌았어요. 공연이 끝나면 보통 술을 마시러 가는데 운전해야 하니까 매번 가위바위보를 해서 누가 운전할지 정했던 기억이 나네요.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을까요?
예원 체코 브르노에서 했던 공연이요. 제 생일이었는데 관객에게 축하도 받고 멤버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어요. 심지어 생전에 한 번은 보고 싶었던 뉴욕 출신 밴드 ‘더 캐주얼티스(The Casualties)’가 자신들의 공연 때 갑자기 무대에 저를 부르더니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어요. 나의 록스타에게 축하를 받다니! 제 인생 최고의 날이었고 최고의 공연이었습니다.
다현 마지막 공연이 기억에 남아요. 공연하면서 울어본 건 짧은 제 인생에서 처음이었거든요. 저희 노래 중에 ‘Let’s go’가 있어요. 그 곡의 가사를 곱씹으면서 연주하다 보니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그런 기억은 정말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요. 다른 분들도 존경하는 밴드 아티스트가 있나요?
다현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베이시스트 플리요. 그분을 보면서 베이스를 시작했어요. 항상 존경하고 너무 좋아합니다.
지연 전 존경하는 아티스트는 없고요. ‘중식이 밴드’의 보컬 정중식을 좋아하는데 장르가 엄청 독특해서 그 팀 노래를 들을 때마다 주변 눈치가 보여요.(웃음) 혼자 있을 때 많이 듣습니다.
모든 곡들이 소중하겠지만 그래도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은 무엇인가요?
럼킥스 하면 뾰족하게 세운 머리와 맞춰 입은 재킷 등 비주얼적인 부분도 인상 깊어요.
예원 클래식한 펑크 스타일을 지향하는 편이에요. 음악 자체는 의도치 않게 뉴스쿨 스타일인데 의상은 올드스쿨, 클래식 펑크 룩을 선호합니다. 재킷은 하나하나 직접 만들어요. ‘배틀 재킷’이라고 부르는데 좋아하는 밴드 이름을 새기거나 심벌을 붙이기도 해요. 하나 제작하는 데 몇 달이 걸릴 정도로 정성이 많이 드는 작업이에요.
지연 저는 항상 미간에 점을 찍어요. 그리고 머리를 세울 때 각도와 대칭을 중요시합니다.
따로 스타일리스트나 헤어, 메이크업 없이 전부 직접 연출하신다는 얘길 듣고 굉장히 놀랐어요.
예원 촬영장에 가면 늘 듣는 말이에요. 헤어를 해주시는 분께 받아본 적이 있는데 기술이 뛰어나셔서 오히려 투박한 느낌이 덜하더라고요. 저희는 서로 해주지만 원래는 혼자 머리를 세우거든요. 러시아 펑크 밴드는 맥주로 세운다고 하기도 하고, 옛날에는 비눗물로 세웠다고 해요.
그게 클래식이군요.
예원 네. 근데 저희는 뉴스쿨이라서 좋은 스프레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현 ‘갓투비’ 헤어 왁스! 가장 강력한 제품!
헤어 연출의 비결을 전수해주신다면?
평소 쉴 때는 주로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나요? 예원 님은 독서가 취미라고 들었는데 최근에 읽은 책이 궁금합니다.
예원 (웃음) 책 제목 얘기하지 못하면 큰일 나는 거죠? 책은 닥치는 대로 읽고 도서관을 자주 가요. 요즘에는 밴드를 제대로 운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케팅 관련 책을 읽고 있어요. 저는 음악이나 모든 예술 작품이 현실과 동떨어지면 보기 좋은 떡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가사도 뜬구름 잡는 예쁜 내용보다는 제 경험이나, 사회비판적인 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책도 문학보다는 비문학이나 사회과학 관련 도서를 많이 읽고요.
다현 전 쉬는 날에 보통 일을 합니다. 투어에서 벌어온 돈으로만 살 수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그러기엔 지극히 미니멀한 라이프를 지속해야 할 것 같아요.
지연 음악을 자주 듣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요. 가끔 눈 감고 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그려요. 전용 물감으로 그려서 의류를 리폼해 입는 것도 좋아하고요.
2024년 신년 계획 있나요?
예원 저는 우선 취직. 취직할 수 있으면 좋고 안 할 수 있으면 더 좋고. 최종적으로는 음악만 하고 사는 게 목표입니다.
지연 저는 아직 아무 생각 없습니다. 2024년 아프지 않고 가족 모두 행복하고. 그러길 바라요.
다현 저는 진짜 건강한 것. 잔병치레가 잦아서 운동을 시작해보려고요. 아프면 음악도 못 하니까 체력을 길러야죠.
지금도 감기로 고생 중이신 것 같아요.
예원 이번 투어에서 다 같이 감기에 걸려서 노래를 하는데 목소리가 안 나오는 거예요. 독일 제품이라 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저희끼리 ‘명창 캔디’라고 부르는 사탕을 먹으면서 버텼어요.
다현 병에 음표가 그려져 있어요. 외국 밴드들이 먹는 명약이라고 하더라고요.
‘명창 캔디’ 효과는 좋았나요?
예원 감각이 좀 무뎌져요. 발포 비타민처럼 기포가 생기는 느낌인데 입안에서 그대로 녹여 먹는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 목 통증이 좀 줄어요.
꼭 서고 싶은 무대가 있을까요?
예원 MAMA?(웃음) 장난이고요. 프랑스의 엄청나게 큰 록 페스티벌 ‘헬페스트’랑 미국 록 페스티벌 ‘펑크 록 볼링’에 나가고 싶어요. 미국은 돈이 안 되면 부르지 않더라고요. 미국 투어를 하는 것도 꿈이에요.
지연 저는 드랙 무대를 해보고 싶어요. 멋있다고 생각해요.
다현 누구든지 볼 수 있는 무대요. 음악을 시작하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제가 힘들다고 하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데 뭐가 문제야?’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고, 음악은 그냥 노는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의 편견도 있었어요. ‘나 제대로 음악하고 있다. 너희가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 않았다. 여기까지 왔다’라고 보여줄 수 있는 무대에 꼭 오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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