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중국과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바로 왔나요?
지금이 오전 9시니까, 4시간 전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네요. 집에서 옷만 갈아입고 바로 촬영장에 왔어요.
중국을 상대로 3대0 완승을 거뒀습니다. 축배를 들어도 좋은 날이에요.
소속 프로팀에서 배려해줘서 이틀 정도 한국에서 쉬고 영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에요. 축배도 좋죠. 하지만 시즌에는 훈련에 집중해요. 국가대표로서는 물론 소속 팀에서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니까요.
전반 8분, 페널티킥을 얻어내 한국 팀의 첫 골 포문을 열었습니다. 전략이었나요?
국가대표팀에서 상대 수비수를 돌파하는 것도 제 역할이에요. 상대를 제치면 저희가 활용할 공간이 더 넓어지니까요. 당시도 마찬가지였어요. 수비수 한 명을 제친 상황이었고 찬스가 왔죠. 마침 (조)규성이가 좋은 흐름을 만들어줬고요.
당시 한준희 해설위원은 “황소(황희찬의 별명)는 들이받아야 제맛이죠”라며 치켜세우기도 했어요.
제가 저돌적일 때가 있죠.(웃음) 하지만 꼭 그런 스타일만 지향하는 건 아니에요. 팀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죠.
그리고 한준희 해설위원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최근 황희찬 선수가 공을 잡으면 기대가 많이 됩니다.” 그만큼 기량이 올라왔다는 뜻이죠. 체감하나요?
저를 지켜봐준 사람이라 할 수 있는 말인데, 감사한 마음이에요. 주변에서 기량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많아진 듯해요. 팀 동료들도 그렇고, 믿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보며 더 열심히 해요.
국가대표로서 등번호 11번을 달고 있습니다. 100m를 약 11초에 완주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구사하며, 수비수를 돌파하는 황희찬에게 꼭 맞는 번호죠.
영광스러운 번호예요. 100m 달리기 기록은 중학교 이후 재본 적 없는데, 중학교 때 12초대에 완주했으니 지금은 그보다 빠르지 않을까 해요.
자신의 축구 스타일을 자평한다면요?
저돌적인 공격수로 더 알려졌지만, 저는 스킬이 다양한 선수라고 생각해요. 연계 플레이도 그렇고, 골 욕심보다 팀에 더 유리한 방식을 우선하기도 하고요. 공간 활용과 위치 선정 등도 늘 고민해요.
경기장에서 유독 자신 있는 구간도 있나요?
예전에는 한 가지 포지션만 고려했는데, 3년 전부터는 달라졌어요. 전에는 반드시 스트라이커이고 싶고, 공격수로 더 잘하고 싶었다면 이제는 어떤 포지션으로 뛰어도 자신 있어요. 감독님이 역할을 맡기면 이유가 있을 거다 믿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이죠.
2023/24시즌 리그에서만 8골, 2도움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달성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득점 순위로는 공동 5위죠. 이런 숫자는 어떻게 다가오나요?
감사하죠. 선수라면 모두 느끼겠지만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활약도 많다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팬들에게 만족할 만한 숫자를 보여주지 못한 시즌도 있었고요. 제가 경기에 계속 나갈 수 있는 건 감독님을 비롯한 모든 스태프들이 제 플레이를 원한다는 거고, 이에 자신감이 있어요. 그리고 관객과 시청자를 만족시켜야 하는 엔터테이너로서의 면모도 중요한데, 실력과 흥미로운 경기력 두 가지를 모두 갖춘 게 좋은 선수라 생각해요.
최근 새로운 골 세리머니를 선보였어요. 한 손을 눈가에 경례하듯 대고 멀리 바라보는 동작인데, 어떤 의미인가요?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미이자, 더 멀리 바라보겠다는 뜻이에요. 제가 초등학생 때부터 축구를 했으니 아마 1천 골 정도 넣은 것 같은데, 얼마 전까지 골 세리머니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국가대표팀 스태프들과 이야기하다 우연치 않게 만들게 됐죠.
현재 국가대표팀 전력을 평가한다면요?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잘하는 선수들로 이뤄진 팀이에요. 축구 팬으로서 대표팀을 평생 지켜봤는데, 국가대표팀은 어려운 순간을 반드시 이겨내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성과도 좋았고, 앞으로 더 성장할 거라 믿고요. 지금 대표팀은 황금 세대라고 생각해요. 모두 120퍼센트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거든요.
소속 프로팀 울버햄튼 원더러스 FC는 어떤가요?
가족 같은 분위기가 장점인 팀이에요. 특히 저희는 홈경기에 더 강해요. 어떤 팀이든 저희 홈구장에서 붙으면 자신 있을 정도죠.
선수로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인가요?
부상 때문에 경기에 나갈 수 없을 때도 그랬고, 선발로 투입되지 못했을 때도 마음이 좋지 않았죠. 하지만 그런 순간에 매몰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고 다시 훈련에 임했어요.
학창 시절부터 늘 최고의 공격수로 꼽혔습니다. 각종 대회를 휩쓸고 많은 트로피를 품에 안았죠. 돌아보면 어때요?
축구가 좋아서 시작했고, 하다 보니 상도 받고 전국적으로 잘하는 선수가 됐어요. 하지만 저는 만족하지 않았어요. 부족하다 생각했죠. 국가대표가 되고 싶었고, 프리미어리그 선수가 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스무 살에 국가대표가 됐고, 스물세 살에 챔피언스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됐어요. 항상 앞만 보고 달렸고, 훈련을 미룬 적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어요.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에요. 아직 목표가 남았고, 더 열심히 할 거예요.
축구선수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보고 결심했어요. ‘나도 저런 선수가 되겠다’라고. 당시 저는 축구를 배운 적도 없었는데, 동네에서 잘하는 편에 속했거든요. 무엇보다 승부욕이 강해서 항상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사실 그냥 축구가 너무 좋았어요.
여전히 축구가 그렇게 좋아요?
좋아요. 평생 볼만 찼는데, 여전히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요. 지금도 공만 있으면 하루 종일 즐겁게 놀 수 있어요.
스포츠 스타로서의 삶은 어떤가요? 경기에서 멋지게 턴을 하면 ‘희찬 턴’이라는 기사가 뜨고, 기량이 좋으면 팬들은 ‘희발 시찬이 형!’이라 외치죠.
그런 별명으로 불러주면 제가 친근감이 있구나 해요. 세계적인 리그에서 뛰고, 국가대표 선수지만 저는 스타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저도 평범한 사람이고 저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팬들과 더 가깝게 지내고 싶어요.
작년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화제였어요. 영국에서 훈련에 열중인 모습은 물론, 항상 단정한 헤어스타일을 유지하며, 스니커즈를 비롯한 패션을 즐기는 모습도 나왔죠. 그중 멋지게 차려입고 훈련하러 가는 모습이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멋진 옷과 신발을 좋아하는데, 차려입고 갈 곳이 경기장과 훈련장밖에 없거든요.(웃음) 패션을 비롯한 문화를 좋아해요. 훈련 외 시간에 좋아하는 취미가 있으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경기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특히 나이키 스니커즈를 좋아해서 2백 켤레쯤 모았어요.
황희찬 선수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봤는데, 팔로우 리스트를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던데요? 축구, 힙합 그리고 패션. 이 세 가지가 황희찬 선수를 설명하는 듯했습니다.
하하하. 맞아요. 저 단순한 사람이거든요. 축구는 제 삶이고, 패션이 취미라면, 힙합은 동기부여 수단이에요. 자주적인 가사와 멜로디를 들으면 힘이 나거든요.
축구선수로서 어떤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하나요?
100단계가 최종이라면 70단계? 아직 할 수 있는 게 더 많고 더 잘할 수 있다고 믿거든요. 끝이 어디인지는 모르겠는데, 거기까지 가보고 싶어요.
목표는 무엇인가요?
운동선수에게 은퇴는 필연인데, 그런 생각을 하면 슬퍼져요. 언젠가 저도 은퇴할 텐데, 이후에는 구단주 혹은 단장을 해보고 싶다는 꿈이 있어요.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고요.
축구를 안 했다면 어떤 사람이 됐을까요?
축구를 시작했을 당시 태권도를 병행했었는데, 아마 태권도 선수가 되지 않았을까요? 아니다, 결국 축구를 했을 것 같아요. 이게 가장 재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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