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올해의 협업
태그호이어 카레라 크로노스프린트×포르쉐
레퍼런스 넘버 CBS2011.FC6529 케이스 지름 42mm 기능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방수 100m 가격 1천2백72만원
브랜드 협업은 고급 시계 업계에서 점점 많아지는 추세며 앞으로 더 두드러지고 과감해질 것이다. 나이키 등 스니커즈 문화에 일어나는 일처럼 각 브랜드들이 상징적인 자사 요소를 점점 강조하고, 그러기 위해 멋진 브랜드들이 계속 협업 한정판을 선보이며 사람들의 눈에 띄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다. 올해의 고급 시계 업계도 각종 브랜드 및 단체와 협업을 많이 진행했다.
그중 태그호이어와 포르쉐의 협업 제품이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태그호이어고 들여다볼수록 포르쉐다. 작은 초침은 자동차 계기판처럼 붉다. 6시 방향 초침 창과 9시 방향 12시 카운터 창에도 자동차의 계기판에서 착안한 디테일이 보인다. 협업 제품에서 중요한 점은 각 브랜드의 로고를 어떻게 배치하느냐인데, 태그호이어는 케이스 좌측 상단 가장자리 절묘한 곳에 포르쉐 로고를 올렸다.
2 올해의 복각
튜더 블랙베이 54
레퍼런스 넘버 M79000N-0001 케이스 지름 37mm 기능 오토매틱, 시·분·초 표시 방수 200m 가격 5백18만원
옛날 시계 디자인을 현대화한 복각 시계 역시 2020년대 고가 시계 업계의 주된 경향이다. 재해석할 여지가 많은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점점 높아지는 빈티지 시계의 인기에 신품을 생산하는 브랜드들이 화답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올해도 단 하나를 꼽을 수 없을 만큼, 고가와 저가를 막론한 많은 브랜드가 자사 역사를 복각한 제품을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튜더 블랙베이 54가 흥미로웠다. 이 시계의 디자인 레퍼런스는 1954년 제작해 세계의 해군에 납품한 오이스터 프린스 서브마리너 ‘빅 크라운’. 사양은 그때보다 훨씬 향상됐다. 무브먼트 사양도 방수 성능도 훨씬 좋다. 옛날 시계처럼 케이스 사이즈를 줄이고 날짜창 기능을 뺐다. 그러다 보니 정말 1950년대 빈티지 느낌이 강하게 나는 신품 시계가 등장했다.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인기다.
3 올해의 줄 교환 시스템
불가리 옥토 로마
레퍼런스 넘버 103738 케이스 지름 41mm 기능 오토매틱, 시·분·초 표시 방수 100m 가격 1천30만원
손쉬운 줄 교환 시스템 역시 2020년대 손목시계의 경향 중 하나다. 애플 워치가 큰 역할을 했다. 애플 워치는 아름답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스트랩을 바꿀 수 있는데, 애플 워치 이후 확실히 교체 시스템을 갖춘 스트랩이 늘었다. 스트랩 한쪽에 스위치를 달아서 쉽게 교환할 수 있는 스트랩도 많지만 요즘은 거기서 나아가 더 쉽게 스트랩을 교체할 수 있는 시계가 많아졌다.
불가리 옥토 로마 신형의 스트랩 교체 시스템이 그중 완성도가 높다. 스트랩 교체 시스템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다. 조작이 직관적이지 않아 자꾸 손에 걸리기도 하고, 왠지 덜 튼튼해 보이는 경우도 있다. 불가리는 튼튼한 동시에 쓰기 쉽다. 스트랩 아래 있는 스위치를 누르고 당기면 바로 빠진다. 사진 속 검은색보다 더 많은 색의 줄이 있고, 메탈 브레이슬릿도 똑같이 손쉽게 교체 가능하다.
4 올해의 패션 브랜드 시계
루이 비통 땅부르
레퍼런스 넘버 W1ST10 케이스 지름 40mm 기능 오토매틱, 시·분·초 표시 방수 50m 가격 2천7백90만원
올해의 루이 비통 땅부르는 패션 하우스가 고급 시계 업계로 진입하는 교본과도 같다. 루이 비통은 자사의 특징적인 실루엣, 땅부르 케이스를 20년간 시장에 노출하며 낯선 케이스를 사람들에게 인식시켰다. 일류 고급 시계 제조사 라 파브릭 뒤 떵을 인수해 하이엔드 버전 땅부르로 고급 시장에 진출했다. 이들의 다음 행보는 기본에 충실한 고급 시계. 올해의 땅부르가 그런 시계다.
이 시계의 기조는 미묘한 대조다. 다이얼은 구획을 나누고 높낮이를 다르게 해 상당히 입체적이다. 각 구획에 따라 브러싱과 폴리싱을 섞고, 바와 숫자 인덱스도 일일이 다듬어 손목에 올리고 움직였을 때 은은하게 반짝인다. 그 디테일을 특유의 땅부르 케이스가 감싸며 브랜드의 존재감을 알린다. 훌륭한 밸런스에 고급스러운 디테일, 수수한 듯 화려한 밸런스 감각. 명가는 다르다.
5 올해의 새먼 다이얼
론진 마스터 컬렉션
레퍼런스 넘버 L2.843.4.93.2 케이스 지름 38.5mm 기능 오토매틱, 시·분·초 표시 방수 100m 가격 3백40만원
시계 다이얼 색에도 경향이 있고 요즘 유행은 새먼 다이얼이다. 새먼이라는 이름처럼 연어 살색을 닮은 미묘한 연분홍이다. 분홍이라기엔 탁해서 남자가 차도 어색하지 않고, 탁해도 분홍색이니까 여자가 차도 칙칙하지 않고, 남다르면서도 튀지 않는 색이라 고가품과도 조화롭다. 젠더리스를 표방하는 요즘 시대와 잘 어울리는 다이얼 색이라고 봐도 되겠다.
올해의 새먼 다이얼 중에서는 론진 마스터 컬렉션이 멋졌다. 요즘 론진을 비롯한 스와치 그룹은 늘 가격보다 훌륭한 만듦새의 시계를 선보인다. 무브먼트의 성능, 핸즈 가공의 완성도 모두 가격을 상회한다. 새먼 다이얼의 완성도는 놀랍다. 전체적으로는 세로로 빗질을 한 듯한 브러시 처리로 마감하고, 6시 방향 초침 자리는 미세한 동심원으로 깎아냈다. 누가 언제 차도 잘 어울릴 것이다.
6 올해의 소재
티쏘 시데럴
레퍼런스 넘버 T145.407.97.057.00 케이스 지름 42mm 기능 오토매틱, 시·분·초·날짜 표시 방수 300m 가격 1백43만원
스위스 시계가 마주한 상황도 마냥 좋다고 볼 순 없다. 시계는 사치품이니 경기를 많이 타고 스마트워치는 점점 확장하며 무엇보다 손목시계는 이제 도시인의 삶에 별 필요가 없다. 그 사이에서 손목시계는 인간의 필요와 욕망과 향수와 흥미 등 여러 요소를 동시에 자극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소재 다변화도 시계에 새로운 매력을 더하는 시도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티쏘는 이번에 소개하는 시계 중 가장 저렴하지만 단연 올해의 소재다. 티쏘의 올해 신상품 시데럴은 고가 시계의 경량 소재로 쓰는 포지드 카본을 케이스 소재로 썼다. 리차드 밀이나 로저 드뷔에서나 확인할 수 있던 카본 무늬를 티쏘에서 볼 수 있다니 이거야말로 문명의 진보다 싶어진다. 파워 리저브 80시간, 방수 300m 등 시계에서 갖춰야 할 기본기도 탁월하다. 경쟁이 심해지는 만큼 시계들도 좋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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