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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고 싶은 여행지

가장 좋은 여행지는 한 번 가봤는데 또 가고 싶은 곳. 도시인들에게 지난 여행의 추억을 물었다.

UpdatedOn November 0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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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람페두사

권지원, 더블유컨셉 콘텐츠 팀장

이탈리아 남부의 작은 섬 람페두사에 가고 싶다. 작년에는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고 가느라 엄청나게 피곤했다. 다음에 가면 비행편을 잘 찾아서 한 번만 환승하고 싶다. 처음 람페두사에 갈 때는 카타르를 경유해 팔레르모까지 가서 람페두사로 갈아탔다. 한 번 가보니 두 번이나 갈아탈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로마나 밀라노로 들어가면 람페두사로 가는 직항편이 있을 것 같다. 들어가는 데만 이틀, 나가는 데 이틀이 걸렸고 거기서만 일주일을 머물렀다.

또 가고 싶은 이유는 람페두사에 머무르는 동안 매일 갔던 식당의 아란치니 때문이다. 아란치니를 파는 그 집이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 나는 나름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를 가봤다. 그중에서도 람페두사의 아란치니가 내 입에 가장 잘 맞았다. 물론 내가 그 먼 곳까지 긴 여정을 떠났기 때문에, 그 자리에 앉아 아란치니를 먹는 나에게 도취되어 가장 맛있었다고 기억할 수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나는 그 집이 잘 있는지 너무 궁금하다.

람페두사에 가고 싶어진 계기는 구글 맵이었다. 구글을 뒤지다가 람페두사라는 섬을 알게 됐다. 나는 사람들이 안 가본 곳에 가겠다는 오기가 있다. 안 가본 곳에 더해 시골 같은 곳이라면 더 찾아보게 된다. 이탈리아 대도시는 이미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에 조금 더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싶었다. 사실 나 같은 도시인의 눈에 시골의 모습은 어느 정도 비슷해 보인다. 람페두사에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갔다. 거기 있는 사람들이 다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사람들은 조금 달랐다. 람페두사는 유명 관광지는 아니지만 유명하지 않은 곳도 아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거기서 본 이탈리아인은 내가 알던 이탈리아인보다 조금 더 까맣고, 조금 더 내일이 없어 보이는 느낌이었다. 아란치니 식당에서 아란치니를 먹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다 그 사실을 깨달았다.

아란치니 집 역시 구글맵에서 찾다가 알게 됐다. 평점은 매우 높지는 않았어도 괜찮은 편이었고, 위치가 훌륭했다. 마을의 작은 광장과 인접한 적절한 자리에 외부 테이블이 있어서 내가 식사하면서 동네 사람들을 구경하기에 좋았다. 내게는 그게 타지의 레스토랑을 선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사람 구경.

어디서 묵었냐고? 숙소를 몇 번 바꿨다. 람페두사의 물가는 미묘해서 1박에 5만원짜리 숙소부터 100만원짜리 숙소까지 있었다. 나는 일부러 저렴한 곳과 비싼 곳을 섞어가며 묵어보았다. 당연히 비싼 곳이 더 만족스러웠지만 어차피 나는 여행지의 호텔에 오래 머무르지 않아서 큰 상관이 없었다.

호텔에 머무르지 않는 대신 나는 작은 섬 람페두사의 해변을 내내 돌았다. 하루에 2~3군데 해변을 돌면서 각 해변이 어땠는지 감상평을 남겼다. 영화평론가가 영화를 평론할 때처럼. 나는 여행지에 갈 때마다 해변을 평가한다. 람페두사에서도 그랬다. 낮에는 해변에서 놀고, 저녁에는 동네를 산책했다. 나는 술을 안 마시니까 저녁 식사를 하고 동네를 산책하는 거다. 시골 동네는 산책 코스가 크게 다르지 않다. 같은 곳을 가면서 어제 봤던 사람을 오늘 또 보고. 그런 것도 재미있었다.

그 아란치니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맛있었는지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냥 평범한 아란치니, 모차렐라 치즈만 넣고 튀긴 아란치니였다. 그런데 그 아란치니를 매번 시키고 늘 다른 메뉴를 곁들였다. 절임 요리, 샐러드, 감자 요리. 해변에 하나씩 가보듯 그 집의 메뉴를 일일이 다 시켜 먹어보았다. 다시 가도 아란치니 집에 매일 갈 것이다. 그때 안 가본 해변들, 그때 가본 해변들을 반반씩 갈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랑 가야지.

사실 정말 또 갈 가능성은 10% 이내일 것이다. 나는 해변의 다양한 모습을 구경하려고 여행을 떠나곤 한다. 구글맵에는 내가 가보지 않은 많은 섬이 있다. 나는 그 섬의 해변에서 바라본 바다의 모습이 궁금하다. 람페두사는 마음 한편에 아름답게 남겨놓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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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슬로의 도서관

정하석, 밀리의서재 마케터

지난 크리스마스 전후로 오슬로에 다녀왔다. 유럽 도시의 크리스마스 마켓 등을 기대했는데 막상 가니까 다들 쉬어서 분위기가 좀 휑했다. 그래도 좋았다. 뭔가 여유 있어 보이는데 사람들이 다 친절하고 수수했다. 그래서 여름에 한 번 다시 가보고 싶었다. 북유럽의 시원하고 생기 넘치는 여름을 보고 싶어서. 말하자면 겨울에 찾았던 오슬로를 피서로 또 찾고 싶다. 나는 더운 걸 별로 안 좋아해서 동남아보다는 북유럽으로 가고 싶다.

오슬로에 갈 때는 카타르를 경유했다. 카타르에서 7시간 경유했는데, 카타르 항공이 그만큼 저렴했다. 잠은 에어비앤비에서 잤다. 언젠가부터 외국 여행을 떠날 때 호텔은 아예 알아보지 않는다. 가고 싶지 않다. 대신 그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보고 싶어서 에어비앤비에 간다. 호텔에 가는 대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보는 걸 좋아한다. 한국에서는 호텔이 편하지만 외국에서는 호텔에 갈 이유를 딱히 느끼지 못한 지 좀 됐다.

오슬로는 크리스마스 마켓과 뭉크 미술관이 유명하다. 그러나 오슬로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영화 때문이었다.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에 나온 곳들을 찾아갔다. 거기 나온 서점, 영화 속 중요 장면인, 여주인공이 뛰어가는 장소, 그 배경이 된 거리를 찾아갔다.

오슬로에서의 휴가는 전반적으로 느슨했다. 총 4박을 했는데 추천할 만한 가게는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추천할 만한 장소라면 뭉크 미술관 옆에 있는 시립 도서관. 거기도 영화에 나왔다. 오슬로를 떠나 스톡홀름에 도착하자마자 깨달았다. 여기는 굳이 다시 안 와도 될 곳이라고. 좋은 도시였지만 딱히 다른 도시라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사실 지난겨울 오슬로에는 당시 여자친구와 갔다. 그 여자친구와는 몇 달 전 헤어졌다. 내년 여름에 간다면 혼자도 좋을 것 같다. 혼자라도 갈 의향이 있지만 카타르에서 갈아탈 필요는 없다. 조금 더 환승이 짧은 항공편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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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위스키 증류소 바로 앞에 있는 굴 시장

고현, 무용;소 대표

스코틀랜드를 좋아해서 두 번 가봤다. 가장 최근에 갔을 때는 2022년 봄이다. 내가 운영하는 갤러리 겸 문화 공간 ‘무용;소’에서 스코틀랜드 사진전이 열렸다. 그 사진을 보다 보니 나도 작가가 다녀온 코스를 가고 싶어졌다. 그 작가가 다녀온 길은 ‘노스 코스토 500’이라는 500마일(약 800km) 길이의 자동차 도로였다. 거기서 캠핑이 가능한 구형 디스커버리를 빌려 운전했다.

2022년 초는 아직 코로나가 끝나기 전이라 항공권이 저렴했다. 우리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환승했는데 어차피 스코틀랜드는 한 번은 갈아타야 하니 큰 상관이 없었다. 폴란드에서 잠깐 내리는 건 동선도 합리적이었고 경유 시간도 적절했다. 하지만 폴란드 항공을 다시 타고 싶지는 않다. 연착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시 스코틀랜드에 간다면 루프트한자를 타거나 두바이를 경유하는 중동 항공사를 택할 것 같다. 보통 유럽의 도시들은 한 번은 갈아타야 들어갈 수 있는데, 나는 그럴 때 루프트한자를 가장 좋아한다. 공항에서 대기할 때는 라운지를 이용하지 않아도 환경이 좋았다. 총 소요 시간은 20시간쯤 걸린 것 같다.

사실상 노스 코스트 500의 종점이 스카이섬이다. 섬이 거제도처럼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서다. 스카이섬은 자연경관이 극적이라 많은 영화에 나오며 유명해졌다. 스카이섬은 일견 아이슬란드가 떠오를 만큼 초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스카이섬을 본 뒤 스코틀랜드의 다른 곳을 여행하면 자연이 싱거워 보일 정도다. 그 섬에 탈리스커 위스키 증류소가 있다. 스카이섬에 가면 탈리스커 증류소 바로 뒤 굴 시장이 있다. 굴 산지니 스카이섬에서 싱싱한 굴과 위스키를 먹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부담도 덜하다. 스코틀랜드에서 사 먹는 스코틀랜드 위스키는 한국 가격의 절반 이하다. 굴도 싸다. 개념적으로 수산시장이니까.

스카이섬의 추천 숙소는 캠핑장이다. 이곳 캠핑장은 한국처럼 요리에 비중을 두는 문화가 아니다. 날씨가 워낙 변덕스러워서 바람이 세므로 야외 조리 자체가 어렵다. 내가 갔던 곳은 식당을 잘 갖추고 있어서 아침에 베이커리처럼 빵을 구워줄 정도였다. 이렇게 차려주는 음식을 간단히 먹는 게 이들의 캠핑 문화인 것 같았다. 그에 맞춰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하이킹과 트레킹을 했다. 내가 스코틀랜드에 또 갈 확률은 높은 편이다. 스코틀랜드는 위스키가 좋고 나는 위스키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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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모마의 한국인 도슨트

자넷 림, 여행 컨설턴트

뉴욕을 방문한 지 꽤 된 사이에 뉴욕을 찾는 한국인 사이에서 미술관 도슨트 투어가 유행이 되었다고 들었다. 현대 미술은 어렵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뉴욕 현대미술관 모마는 현지에서 한국어가 가능한 미술사 교수를 초빙해 한국인에게 도슨트 투어를 제공한다. 그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업체와만 계약이 되어 있기 때문에 조금 불편하지만 나는 불편하더라도 그 투어를 신청하고 싶다. 뉴욕 출장을 갈 때마다 모마에 들르긴 했지만, 늘 위에서부터 훑어 내려오기만 했다. 도슨트 투어를 하면 더 깊이 있게 미술관을 즐길 수 있겠지.

이제 뉴욕은 무조건 직항으로 간다. 비행 시간 자체가 너무 기니까. 한국을 출발하는 비행기는 자고 일어나면 딱 아침쯤 닿도록 되어 있어서 좋다. 지금 뉴욕에 간다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대신 에어프레미아를 탈 것 같다. 신흥 저비용 항공사인데, 여기에는 대한항공에 없는 프리미엄 이코노미가 있다. 요즘 국적기를 타고 북미행 비즈니스 클래스를 발권하면 5백만원 정도인데, 에어프레미아의 프리미엄 이코노미는 아무래도 그것보다는 저렴하고 이코노미보다는 꽤 넓다. 다만 JFK가 아니라 뉴욕 공항으로 들어간다. 이런 걸 감안해도 에어프레미아에 대한 고객 수요가 높다고 한다.

뉴욕은 코로나 기간 동안 전망대가 많이 생겼다. 42번가에는 서밋 원 밴더빌트 전망대가 있다. 발밑이 유리라서 보기 좋을 뿐 아니라 인스타그램에도 많이 올라온다. 인스타그램 업로드를 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면 좋을 거고, 나도 그런 곳을 좋아한다. 요즘 뉴욕 가는 사람들이 으레 올리는 ‘베슬’도 있고, 새로이 갈 곳이 많다. 변호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등 친구 모임이 있는데, “내년에는 뉴욕에서 만나야 하는 거 아니니?” 같은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전에 뉴욕 여행 관련 업무를 할 때는 보통 2월이나 3월 초에 갔다. 뉴욕은 겨울이 혹독하고 그만큼 겨울 호텔비가 싸다. 내가 또 가고 싶은 뉴욕은 그때의 뉴욕이 아닌, 센트럴 파크에서 피크닉을 할 수 있는 계절의 뉴욕이다. 구체적으로 5~6월. 발바닥이 유리로 된 서밋 원 밴더빌트를 보고, 베슬을 보고, 그런 곳을 사진으로 찍고, 모마는 도슨트 투어를 신청해 하루 종일 보고, 그런 시간을 즐기고 싶다.

식사도 모마에서 하는 게 괜찮다. 뉴욕은 미술관 안에 멋진 식당이 많다.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은 미술관의 식당이 맛도 있고 분위기가 좋은 곳이 많은데 한국 사람들에게는 이 사실이 덜 알려져 있다. 모마 안에 있는 레스토랑 ‘더 모던’은 미쉐린의 별을 두 개나 받았다. 뉴욕에 간다면 이런 곳에서 식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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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의 가라앉은 공기

윤수영, 트레바리 대표

경남 창녕 우포늪에 세 번 갔다. 시간이 멈춘 곳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한다. 특히 날씨가 안 좋을 때 가면 사람이 없는데 그때는 시간이 멈춘 느낌이 더 강해진다. 생태계가 오래된 곳이라 그럴까, 고요하다는 느낌을 넘어 뭔가 묵직하게 가라앉은 느낌이다. 도시에서 전쟁하듯 사는 나 같은 사람은 평화로운 곳에 가서 느끼는 ‘힐링’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이를테면 우포늪처럼 사람을 짓누를 정도로 공기가 무거운 곳에 가야 스위치가 꺼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기회 있을 때 우포늪에 가려 한다. 나는 운전을 하지 않아 운전하는 친구와 함께 가거나, 아니면 창녕까지 대중교통을 탄 뒤 택시를 탄다. 가는 법이 딱히 어렵지는 않다.

우포늪이라는 확실한 목적지 하나만을 위해 가는 곳이라 근처의 숙소나 음식을 기대할 수는 없다. 잠은 근처 무인텔에서 잔다. 관광지가 아니라 누군가는 열악하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그냥 우포늪이 하나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이 늪이 정리가 잘된 것도 아니고. 숙소도 야놀자를 접속해 평점 높은 5만원짜리를 고른다. 그 정도면 최소한의 위생은 보장된다. 나는 조금 시설이 열악해도 잘 자는 편이다. 식사도 아무 데서나 한다. 시골의 낭만이 없는 보통 백반을 먹은 적도 있고 페리카나 치킨을 시켜 먹은 적도 있다.

우포늪 근처에는 창녕 고분군이 있다. 거기도 좋다. 고분군 역시 날씨가 스산할 때 가면 우포늪과 비슷하게 시간이 묵직하게 가라앉은 느낌이다. 우포늪에서 ‘자연의 시간이 멈추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면 고분군에서는 ‘사람이 쌓여 있다’는 느낌이 든다. 두 느낌은 묘하게 다르다. 처음 갈 때부터 매번 갈 때마다 우포늪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계속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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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긴자

박장열, 그래픽·브랜딩 디자이너

도쿄에 자주 간다. 깨끗하고, 한국에서 쉽게 갈 수 있고, 문화적인 걸 다 즐길 수 있으니까. 소위 말하는 세계 3대 대도시 중 가장 가깝고 안전하니까. 안전은 나이가 들수록 중요하다. 어릴 때는 험한 곳도 가지만, 나이가 들고 가족이 생기다 보니 위험부담을 생각하게 된다. 안전은 누가 간다 해도 도쿄를 추천하는 하나의 이유가 된다.

요즘 도쿄에 가면 거의 먹거나 전시를 본다. 전시 정보는 전시 목록만 올리는 별도의 포털에서 확인한다. 일본은 그런 게 잘되어 있다. 일본어를 몰라도 접근이 어렵지 않다. 영어 서비스는 확실히 잘되어 있고, 요즘 국립 박물관은 한국어 서비스나 팸플릿이 비치된 곳도 많다. 번역기를 쓰면 되니까 일본어로만 되어 있어도 크게 어렵지 않다.

왜 도쿄냐고? 나는 도시는 완전히 도시적인 게 좋다. 도시라면 완전히 대도시, 자연이라면 완전히 날것의 자연. 아울러 도쿄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 도시의 층위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종로와 조금 비슷하다. 맨 위부터 가장 바닥까지 볼 수 있고, 미래와 역사를 동시에 즐길 수 있으니까.

그래서 도쿄를 한 해에 10회 이상은 간다. 올해만 17회는 간 것 같다. 목적은 여러 가지다. 내 본업인 디자인과 브랜딩에 도움이 많이 된다. 딱히 목적 없이 가도 걸어다니는 걸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긴자를 걷는 걸 좋아한다. 니혼바시 근처, 미쓰코시에서 긴자로 들어가는 길을 좋아한다. 이 길은 교토에서 에도로 수도를 옮길 때 사람들이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길에 노포가 많고, 그만큼 다양한 층위가 있다. 아울러 이곳을 걸으면 새로운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아날로그를 좋아한다지만 일본도 빨리 변하고 있다는 걸.

이런 여행이다 보니 비즈니스 호텔에 묵는다. 나리타 공항 가는 버스가 내리는 교바시 근처 비즈니스 호텔을 잡는다. 나리타로 가는 이유는 우리 집에서 김포공항보다 인천공항이 더 가기 쉽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도쿄 시내까지 가기 위해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타지 않아도 된다. 예전에 9백 엔 했고 지금 1천3백 엔 하는 버스를 타면 도쿄 시내까지 한 시간 내에 들어가는데 이 차의 배차 시간은 10~15분에 불과하다. 나리타는 하네다에 비해 입출국 시간도 훨씬 빠르다. 요즘 내 체감에 공항 입장 후 15분이면 카운터까지 간다. 외국인도 얼굴이 등록되어 자동입국심사가 될 정도다. 일본도 빨리 바뀌고 있다.

도쿄에서는 다카시마야 백화점 본점에 자주 간다. 여러 백화점 중에서도 다카시마야다. 가장 고급스러워서. 이 백화점의 모든 것에서 배울 점이 있다. 고급스러운 패키징과 디자인, 다카시마야 행사의 기획력. 젊은이를 위해 기획된 신관이 있어서 신구 세대를 모두 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만큼 장소를 둘러싼 층위가 다양하다는 이야기다. 역사를 쌓아가는 방법을 보는 재미가 있고, 그걸 참고하러 간다. 당장 다음 주에 또 간다.

왜 도쿄냐고? 나는 도시는 완전히 도시적인 게 좋다.
도시라면 완전히 대도시, 자연이라면 완전히 날것의 자연.
아울러 도쿄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 도시의 층위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종로와 조금 비슷하다. 맨 위부터 가장 바닥까지 볼 수 있고, 미래와 역사를 동시에 즐길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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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박찬용

2023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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