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왈로 김진환 대표의 ‘싱글톤 12년’
“병이 조금 독특하게 생겼죠.” 김진환 바텐더가 싱글톤 12년 병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2018년 ‘바텐더계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월드클래스’ 출전권을 놓고 열린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했다. 이때 만든 칵테일이 ‘더 마에스트로’다. 베토벤에게서 영감받은 칵테일로 싱글톤 12년을 썼다. 더 마에스트로는 지금도 베토벤 얼굴이 조각된 잔에 담긴다.
“싱글톤 12년의 가장 큰 특징은 청사과 향입니다. 싱글 몰트위스키 중에서 사과 향이 나는 건 드물어요. 대중적인 맛은 아니지만 그만큼 매력적이죠.” 싱글톤 라인업은 12년, 15년, 18년으로 구성된다. 숙성 연도 뒤에는 ‘글렌오드’ ‘글렌듈란’ ‘더프타운’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각 명칭은 싱글톤을 만드는 세 증류소의 이름으로 각각 아시아, 유럽, 미주에만 판매됐지만, 지금은 한국에서도 더프타운을 구할 수 있다. 김진환 대표가 이날 소개한 것도 싱글톤 12년 더프타운이다. ‘더 마에스트로’는 싱글톤 12년과 커피 에센스, 레드와인 슈럽, 체리 증류주인 키르슈바서를 조합해 완성된다. 훌륭한 칵테일이지만 일반인이 이 모든 재료를 구비해놓기는 쉽지 않다.
“니트로 드셔도 좋습니다. 하이볼도 좋고요. 위스키와 탄산수를 1:4 비율로 섞고 청사과를 썰어 넣으면 애플 하이볼이 됩니다. 그것도 번거로우시다면 편의점에서 파는 데미소다 애플을 넣으시면 돼요.” 그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덧붙였다. “병 디자인이요. 힙플라스크에서 영감받은 거예요. 싱글톤 상징이 연어입니다. 순수와 지혜를 상징하는. 선물할 일 있으면 같이 전해보세요.”
싱글톤 12년
주종 싱글 몰트위스키
원산지 스코틀랜드
알코올 함량 40%
추천하고 싶은 사람 위스키 입문자. 한 가지 맛이 튀지 않고 보디감도 적당하다.
바참 박희만 바텐더의 ‘주스티노스 마데이라 세르시알 10년’
“축구 좋아하세요? 호날두 아시죠. 그 양반 고향에서 만든 와인입니다.” 서촌에서 만난 ‘바참’ 박희만 바텐더는 낯선 이름의 포르투갈령 제도를 언급했다. 그가 꺼낸 검은색 와인병에는 흰색 글씨가 적혀 있었다. 주스티노스 마데이라 세르시알 10년. “마데이라섬에서 만든 술이에요. 포르투갈 포트와인이나 스페인 셰리와인처럼 주정 강화 와인의 한 종류죠. 대항해시대에 아주 터프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술입니다.”
옛날 선원들은 대서양을 오가는 배에서 햇볕을 받고 뜨거워진 와인이 독특한 맛을 낸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데이라 와인의 시초다. 주스티노스 마데이라 10년은 백포도 품종인 세르시알로 만든다. 드라이하고 산미가 높은 품종이다. 마데이라 와인을 숙성하는 오크통은 피라미드처럼 쌓아 보관한다. 가장 오래 숙성된 오크통이 맨 꼭대기에서 강한 햇볕을 쬔다. 낮에 뜨겁고 밤에는 차가운 공기를 번갈아 쐬며 산미가 더욱 강해진다.
“실제로 마셔보면 매실주 같은 느낌이 나요. 마지막에는 말린 건포도 향도 나죠. 신맛이 강해 식후주로 많이 마시지만, 과일의 단맛도 진해서 식전주로도 잘 어울려요.” 박희만 바텐더가 마데이라 와인을 좋아하는 이유는 맛뿐만이 아니다. “제가 사실 술을 잘 못 마십니다. 보통 와인은 한 번 열면 2~3일 안에는 마셔야 하는데 그렇게 못 해요. 마데이라 와인은 뚜겅을 열고 1년까지는 거뜬합니다.” 와인은 위스키 하이볼처럼 토닉워터를 1:3 비율로 섞어 마셔도 좋다.
주스티노스 마데이라 세르시알 10년
주종 주정 강화 와인
원산지 포르투갈
알코올 함량 19%
추천하고 싶은 사람 ‘혼술’을 즐기지만 위스키는 조금 무겁게 느끼는 사람.
탄산바 최원우 바텐더의 ‘텐커레이 넘버 텐’
‘탄산바’가 왜 탄산바인지는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알 수 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수조 안에서는 수많은 공기 방울이 올라온다. 거대한 탄산수 제조기를 보는 기분이다. 탄산바의 최원우 바텐더는 매일 탄산 수조를 등지고 칵테일을 만든다. 그는 ‘2019 디아지오 월드클래스 올해의 바텐더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해 6위에 올랐다. 이때 그가 사용한 술이 텐커레이 넘버 텐이다. “개인적으로 더운 날에는 맥주도 좋지만 진 칵테일을 선호합니다. 차가운 술이랑 시원한 술은 조금 다른 개념이죠.”
‘넘버 텐’은 1950년대부터 사용해온 증류기 스틸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일명 ‘타이니 텐’.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스틸 중 하나로 밀도 높은 증류 원액을 만든다. 텐커레이는 지금도 이 작은 스틸을 사용해 오렌지, 라임, 자몽 과육을 통째로 넣고 증류한다. 해당 원액은 일반 텐커레이가 아닌 텐커레이 넘버 텐에만 사용된다. 덕분에 넘버 텐은 다른 진에 비해 시트러스 풍미가 강하다. “보통 시트러스라고 하면 과일의 상큼한 맛을 떠올리세요. 그보다는 음료를 마셨을 때 느껴지는 청량감과 시원한 향에 가깝습니다.”
최원우 바텐더는 금세 마티니 한 잔을 완성했다. 탄산바의 마티니는 진과 베르무트 와인을 5:1 비율로 섞어 만든다. 사실상 니트로 마시는 것에 가깝다. 그는 집에서 가볍게 즐길 거라면 진토닉으로 마실 것을 권했다. 얼음을 가득 채운 하이볼 잔에 진과 토닉워터를 1:3 비율로 섞으면 끝. 보통 진토닉에는 라임을 많이 넣지만 최원우 바텐더는 그보다 자몽을 추천한다.
텐커레이 넘버 텐
주종 진
원산지 영국
알코올 함량 47.3%
추천하고 싶은 사람 시원한 술이 생각나지만 맥주는 배불러서 당기지 않는 사람.
장생건강원 서정현 대표의 ‘고운달 오크’
‘장생건강원’은 서울 논현동의 영동 전통시장 초입에 있다. 저 멀리 입구에서부터 각종 약재가 든 담금주가 눈에 들어온다. 인사를 건넨 서정현 대표는 곧장 창고로 들어가더니 보자기로 싼 상자 하나를 꺼내왔다. 분홍색 보자기를 풀어 헤치자 보름달 모양의 유리병이 나왔다. “고운 달입니다. 전통주인데 사실 브랜디라고 보시면 됩니다. 만드는 방법이 코냑이랑 똑같아요. 맛은 고연산 위스키와 비슷합니다. 피니시가 아주 화려하죠.”
고운달 오크는 경북 문경에서 만든다. 재료는 국내산 오미자. 오미자를 발효해 만든 와인을 동 증류기로 두 차례 증류하고 다시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모든 과정은 한국 최초의 마스터 블렌더 이종기 명인이 주관한다. 도수는 일반 코냑보다 10도 이상 높은 52도다. “일반적인 전통주는 쌀로 만듭니다. 마지막에 쌀 특유의 쿰쿰한 향이 나는 경우가 있어요. 고운달에는 그런 이취가 없습니다. 코냑이나 고연산 위스키처럼 피니시가 아주 길어요. 입에 머금고 있으면 오미자 특유의 다섯 가지 맛이 지나갑니다.”
전통주이면서 브랜디이기도 한 이 술은 어떻게 마시면 좋을까? “코냑을 마실 때처럼 입구가 넓은 스니프터 글라스를 권합니다. 손바닥 온기로 술을 천천히 달구면서 향을 즐겨보세요. 위스키를 마실 때 쓰는 노징 글라스도 좋습니다.” 과실 향을 더 부드럽게 즐기고 싶다면 하이볼로 마셔도 좋다. “술과 탄산수를 1:3 비율로 섞고 집에 있는 매실청이나 홍초를 두 방울 정도 떨어뜨리면 됩니다. 꿀이나 설탕을 뿌려도 좋고요. 여기에 초콜릿까지 곁들이면 아주 근사해지죠.”
고운달 오크
주종 전통주(브랜디)
원산지 대한민국
알코올 함량 52%
추천하고 싶은 사람 전통주에 입문하고 싶은데 막연한 거부감이 있는 사람. 위스키의 긴 여운을 즐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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