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M BROWNE
창립 20주년을 맞아 톰 브라운이 선보인 첫 쿠튀르 컬렉션. 두터운 종이로 만든 2천 명의 사람 모형이 객석을 가득 메웠고, 그 사이로 아이코닉한 그레이 재킷과 킬트를 걸친 모델 알렉 웩이 서막을 열었다. 스커트처럼 내려 입은 몰드 재킷, 기차역의 시간을 알리는 종을 형상화한 과장된 실루엣의 3D 테일러링 일체형 수트가 초현실주의 판타지를 선사한다. 시어한 메탈릭 소재 위의 비둘기 깃털 모티브 아플리케가 입체감을 더했고, 빛 반사 렌즈가 달린 벨 모양 모자와 청아한 소리를 내는 차임벨이 달린 플랫폼 슈즈는 특히 유쾌한 요소.
ELIE SAAB
이번 시즌 엘리 사브는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미장센을 디자인 곳곳에 녹여냈다. 메티에 정신이 온전히 깃든 호화롭고 복잡한 장식과 간결한 실루엣의 조화가 이를 반영한다. 오트쿠튀르의 고전적인 표현은 그대로 유지한 채. 아이코닉한 황금 자수, 영롱한 비즈와 시퀸 아플리케가 조화를 이룬 맥시 케이프 속 다소 절제된 실크 턱시도 수트는 날카로우면서도 유려하다.
VALENTINO
피엘파올로 피촐리는 덜어내는 방법을 선택했다. 런웨이가 펼쳐진 샹티이성(Château de Chantilly)의 장대함과 역사가 무색하게, 이름 없는 보편적 공간을 의미하는 ‘샤토(Château)’를 주제로 원형의 순수성을 역설했다. 결코 무겁지 않은 소재, 담백한 톤온톤의 컬러 팔레트가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준다. 장식을 위한 장식은 철저하게 거부하고 신체의 형태와 움직임에 따라 간결하게 완성한 실루엣은 쿠튀르 컬렉션이 지닌 중압감에서 자유로움을 확언하는 듯했다. 조각가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단순함은 해결된 복잡성이다’라는 발언을 부제로 했는데, 패션계에 돌풍처럼 불어오는 스텔스 웰스 패션(Stealth Wealth Fashion) 트렌드에 탑승한 듯하다.
BALENCIAGA
예술가 루시안 프로이트(Lucian Freud)에게 영감받은, 중력을 거스르는 머플러와 거센 눈보라에 얼어붙은 듯한 오버사이즈 울 코트는 발렌시아가의 엉뚱한 재치 그 자체였다. 트롱프뢰유(Trompe-L’oeil), 즉 눈속임 기법으로 제작한 이채로운 체크 패턴 더블브레스트 블레이저와 팬츠, 데님 룩, 페이크 퍼 맥시 코트가 극적인 호기심을 자극한다. 마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버튼, 포켓, 재봉선 칼라 등 모든 디테일 요소를 원단 위에 오일 페인팅으로 그려냈다. 여타 전통적인 쿠튀르 브랜드와 달리 ‘보이지 않는 쿠튀르’ 혹은 ‘캐주얼 쿠튀르’를 고집하는 뎀나의 신념이 드러나는 부분.
MAISON MARGIELA
메종 마르지엘라가 일본 오모테산도의 부티크 오픈을 자축하며, 퍼포먼스 아트 <시네마 인페르노(Cinema Inferno)>에서 영감받은 아티즈널(Artisonal) 컬렉션을 도쿄 시부야에서 전시했다. 1980년대 미국 남부의 허름한 길거리에 있을 법한 극장 간판 밑으로 타비 모티브 발자국이 컬트 플롯 속으로 안내한다. 존 갈리아노는 사회에 만연한 도덕적 타락을 고유의 시그너처 해체주의 방식으로 그려냈다. 판사복의 제네바 밴드 라인을 파워 커팅 기법으로 재해석한 코트는 법의 악용과 공인의 배임에 대한 경고를 담았다. 거친 자카르 소재와 모래바람에 해진 듯한 샌드스토밍 가공법은 부패한 경찰로 등장하는 악랄한 카우보이를 표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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