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햇빛이 절정에 다다랐을 때, 밀라노의 산페델레 광장에서 제냐의 새로운 컬렉션이 펼쳐졌다. 광장은 가공되지 않은 1백92개 포대의 리넨으로 둥글게 둘러싸여 있었고, 이는 ‘오아시 리넨’이 이번 시즌 가장 중요한 키워드임을 암시했다. 컬렉션의 약 70%를 이루는 오아시 리넨은 노르망디에서 조달한 가장 질 좋은 아마 섬유를 제냐만의 기술로 직조한 소재.
특히 눈여겨볼 점은 2024년까지 이 소재에 완전한 추적 인증을 적용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미래와 환경에 대한 브랜드의 책임 의식까지 곁들인 소재는 이번 컬렉션의 주제인 ‘가벼움의 미학’을 관통한다.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불규칙한 질감이 긴장감을 주는 리넨은 칼라의 길이를 달리한 디컨스트럭티드 재킷, 통기성이 좋은 더스터 코트, 재킷 대신 입을 수 있는 넉넉한 톱 등 기능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디자인으로 선보였고, 여유로운 실루엣의 바지를 매치해 우아하고 정갈한 느낌을 자아냈다.
여기에 니트로 만든 삼각 스카프와 모자, 기하학적인 형태가 돋보이는 가방, 브랜드의 아이코닉한 트리플 스티치 스니커즈 등의 액세서리를 더해 더욱 풍부한 스타일링을 완성했다. 자연에서 채집한 듯한 베이지, 민트, 코럴과 라이트 그레이 등 뉴트럴 색상의 컬러 팔레트도 관전 포인트다. 색다르게 조합하기보단 비슷한 색상을 혼합해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아티스틱 디렉터 알레산드로 사르토리는 효율적인 옷장을 구성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며 컬렉션을 구성하는 모든 옷들을 마구 뒤섞어 입어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 단순하게 만들었다. 소재의 가벼움을 넘어 입는 사람의 마음도 가뿐하게 만들 수 있도록 헤아린 것. 옷에 대한 기본적이고 기능적인 탐구, 그리고 사람과 자연에 대한 사려 깊은 마음이 인상적이었던 가벼움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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