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론진의 대표적인 다이버 시계인 레전드 다이버. 기존 사이즈인 지름 42mm를 넘어 지금은 더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듯 지름 36mm 케이스로도 다이버 시계를 만든다. 크기에 비해 방수 성능이 상당하다. 300m. 가격 3백50만원
2 다이버 시계의 대표군 중 하나인 오메가 씨마스터 다이버 300M. 다이버 시게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다. 아울러 기능을 넘어선 세공에도 늘 공을 들인다. 오메가는 늘 비슷한 가격대의 시계 중 무브먼트와 케이스 완성도가 가장 높은 편이다. 가격 7백50만원
3 튜더의 2023년 신제품 블랙 베이 54. 역사적인 다이버 시계를 되살렸다. 옛날 느낌의 일환으로 케이스 크기가 줄어들었다. 가격 5백7만원
4 태그호이어의 아쿠아레이서 프로페셔널 1000 슈퍼다이버. 이름처럼 1,000m 방수를 지원한다. 기능적으로 눈에 잘 띄는 오렌지 컬러가 도시인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인다. 가격 9백19만원
5 브라이틀링 슈퍼오션 헤리티지 B20 오토매틱 42. 브라이틀링은 어떤 라인업도 자신의 색깔처럼 만드는 대단한 재주가 있다. 슈퍼오션 역시 당당하게 번쩍인다. 브라이틀링이 늘 그랬듯. 가격 7백48만원
6 미도 오션스타 600 크로노미터. 다이버 워치의 기본 문법을 지키는 데에는 브랜드의 가격 차이가 따로 없다. 미도는 이번에 소개하는 시계 중에서는 저렴한 편이지만 다이버 워치의 성능과 문법 준수에 대해서는 아주 성실했다. 가격 2백42만원
핸즈, 인덱스, 잠금장치
다이버 시계의 미덕은 생명을 지켜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잘 보여야 하고, 기본적으로 물이 새지 않아야 한다.
잘 보여주는 장치는 굵은 눈금과 점 표시다. 영어로는 ‘인덱스(index)’라고 한다. 다이버 시계는 하나같이 인덱스가 굵고 또렷하며 야광 기능이 있는 경우가 많다. 다이버 시계가 실제로 다이빙에 쓰이던 시절에는 이 시계가 알려주는 시간이 곧 내가 물 안에서 살아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말 그대로 중요한 정보인 것이다. 그래서 시간을 알 수 있는 시침과 분침이 굵고 눈에 띈다.
무엇보다 다이버 시계라면 물속에서 물이 새지 않아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방수 손목시계는 1백 년 전의 공학적 성과였고, 롤렉스의 인기를 1백 년 전부터 만들어낸 원천 기술이었다. 지금 시계들은 모두 크라운을 뽑았을 때 나사를 볼 수 있다. ‘스크루 크라운’이라 부르는 크라운 체결 방식이다. 이 방식 때문에 다이버 시계는 보통 시계보다 수압에 좀 더 강하다.
한 방향으로 회전하는 베젤
피자의 크러스트처럼 시계 주변을 둘러싼 부분을 베젤(bezel)이라고 한다. 다이버 시계의 베젤에는 눈으로 봐도 확연한 공통점이 있다. 눈금이나 숫자가 크게 새겼다는 점. 테두리가 울퉁불퉁하다는 점이다. 이 역시 기능의 결과물이다. 저 베젤은 돌리면 돌아간다. 내가 잠수를 시작할 때, 예를 들어 20분에 잠수를 시작한다면 베젤의 12시 방향에 있는 표식을 4시 방향(20분)까지 돌린다. 그때부터 잠수를 시작해 특정 시간 안에 올라와야 한다. 물속에 머무르는 시간엔 한계가 있으니까.
그래서 다이버 시계의 베젤은 한 방향으로만 회전하는 게 기본이다. 외부 충격으로 인해 양방향 회전하면 내가 잠수를 시작한 시간이 틀어질 수 있고, 잠수 상황에서의 판단 미숙은 바로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왼쪽 하단 시계의 베젤이 매끄러운 이유는, 이 시계만 별도의 크라운을 조작해 베젤을 회전하기 때문이다.
헬륨 밸브
다이버 시계 중 특히 무겁고 큰 제품이 있다. 시계는 전자가 아닌 기계라 높은 방수 성능을 위해서는 더 큰 케이스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통 수심 300~500m 이상 방수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시계에는 사진에 보이는 별도의 장치가 하나 더 있다. 헬륨 밸브다.
헬륨 밸브는 포화 잠수부를 위한 특수 기능이다. 깊은 물속에서 오래 작업할 때 다이버는 다이빙 벨을 진지 삼아 활동한다. 다이빙 벨과 심해 잠수를 할 때 쓰는 호흡용 산소에는 헬륨을 섞는다. 헬륨은 가장 작은 천연가스 입자다. 고성능 방수 시계라도 물은 막지만 헬륨 가스 진입은 못 막는다. 헬륨 가스를 빼지 않으면 잠수부가 상승할 때 감압을 못한 꼴이 되니, 압력으로 인해 시계 유리가 터지는 사례가 발생했다.
헬륨 가스 밸브는 내부와 외부의 압력 차이가 발생했을 때 헬륨을 밖으로 빼주는 장치다. 포화 잠수 장비의 필수 기능으로, 포화 잠수를 할 일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필요 없는 기능이다. 그러나 누가 시계를 기능 때문에 차나. 의미와 맥락의 멋으로 착용하지. 오히려 이런 극한용 장치가 시계를 차고 책상 앞에만 앉은 채 일하는 사무직종의 혼을 달래줄 때가 있다.
스트랩과 브레이슬릿
손목시계를 손목에 고정하는 줄에도 나름의 역사가 있다. 최초의 남성용 손목시계 스트랩은 가죽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1900년대 초반에 첫선을 보인 까르띠에 산토스다. 시간이 흐르자 금속 조각을 모아 팔찌처럼 꿴 브레이슬릿이 만들어졌다. 한국어로는 브레이슬릿이나 스트랩 모두 ‘시곗줄’이라 하지만 영어로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보통 금속으로 만든 팔찌 개념을 ‘브레이슬릿’이라고 한다. 나머지 소재로 만든다면 모두 스트랩이다.
다이버 시계 장르에 충실한 시계 스트랩들을 모았다. 맨 위의 스트랩 ①은 고무다. 튼튼하고 유연하며 바닷물에 강해서 많이 쓴다. ② 두 번째 스트랩은 2중으로 구성되었다. 앞은 외부 충격에 강한 합성섬유, 사람 손목에 감기는 부분은 가죽이다. 고급품화한 오늘날의 시계를 느낄 수 있다. ③ 세 번째 메시 스트랩과 ④ 네 번째 금속 브레이슬릿도 다이버 시계에 꾸준히 쓰인다. 브레이슬릿은 사치스러운 5단 브레이슬릿 대신 구조가 간단하고 튼튼한 3단 브레이슬릿을 많이 쓴다.
다이버 익스텐션
오늘날의 다이버 워치는 생존 가방과 비슷하다. 2023년 한국 기준으로 도시인이 생존 때문에 생존 가방을 구비해야 할 이유는 별로 없다. 그렇다고 생존 가방을 만드는 제조업체로선 대충 만들 수도 없다. 그래서 다이버 익스텐션 같은 기능이 남아 있다.
다이버 익스텐션은 말 그대로 다이버를 위한 브레이슬릿 연장 기능이다. 다이버 수트는 두께가 있기 때문에 맨팔에 차던 길이 그대로 시계를 차면 팔에 잘 감기지 않는다. 그때 다이버 익스텐션을 이용해 브레이슬릿의 길이를 늘린다. 다이버 익스텐션은 오늘날에도 은근히 쓸모가 있는데, 현대인도 기분이나 상태에 따라 팔목 굵기가 조금씩 변하기 때문이다. 브랜드마다 제작 접근법이 달라 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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