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사
사이먼 쿠퍼, 틈새책방
한국 시각으로 2023년 6월 11일 새벽에 현대 축구 역사의 새 기록이 쓰였다.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시티가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이탈리아의 인터 밀란을 꺾고 우승했다. 맨체스터 시티 창단 이후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 잉글랜드 프로축구 역사상 두 번째로 리그와 FA컵과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트레블’ 달성이다. 맨체스터 시티 구단주는 그 유명한 ‘만수르’. 그의 천문학적인 투자가 결실을 본 셈이다. 그거랑 이 책이 무슨 상관이냐고?
이 위대한 기록이 위대한 개인과도 이어진다. 지금 맨체스터 시티 감독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으로서 그의 전 직장은 FC 바이에른 뮌헨, 전전 직장은 FC 바르셀로나다. 2008-09 시즌에 과르디올라는 이미 FC 바르셀로나 감독으로서 트레블을 달성했다. 즉 과르디올라는 유럽 축구 역사상 최초로 트레블을 2회 달성한 감독이다. 2008-09 시즌에 그와 함께한, 젊지만 이미 세계 최고였던 선수가 바로 리오넬 메시다.
이처럼 현대 축구의 가장 큰 성과와 혁신은 상당 부분 FC 바르셀로나에서 출발한다. 과르디올라는 FC 바르셀로나의 성골, 이들만의 특별한 시스템을 어릴 때부터 이해한 바르셀로나 토박이다. 거칠게 요약하면 그는 뮌헨과 맨체스터에서 더욱 발전한 바르셀로나풍 축구를 한다. 리오넬 메시 역시 바르셀로나라는 축구팀과 도시가 애지중지하며 키워낸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다.
과르디올라와 메시를 키운 사상적 중추는 네덜란드의 전설적 축구인 요한 크루이프다. 그는 사상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혁신적 축구 전술 ‘크루이피즘’을 FC 바르셀로나에 이식했다. 크루이프가 싹을 틔우고 바르셀로나가 키워낸 혁신적 축구가 과르디올라의 몸에 들어가 영혼처럼 유럽을 떠돌며 축구 전술을 고도화시키고 있다.
<바르사>는 바로 이 과정을 담은 책이다. 스페인 서쪽에 있는 대도시 바르셀로나에서 어떻게 세계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쓸 만큼 대단한 팀이 나왔는가? 그 팀이 존재하게 된 시대적, 사상적, 경제적, 정치적 배경은 무엇인가? 그 팀의 흥망성쇠는 어떻게 되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책은 이렇게 거대한 질문에 대한 아주 세세하고 흥미로운 답이다.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가우디의 성당처럼 유려하고, FC 바르셀로나 황금기의 축구처럼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작가가 사이먼 쿠퍼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이먼 쿠퍼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스타 저널리스트다. 명저 <풋볼멘>과 <축구 전쟁의 역사>를 썼고 여전히 매주 <파이낸셜 타임스> 주말판에 자기 이름을 건 칼럼을 기고한다. 개인적으로는 30년째 FC 바르셀로나 팬이다. 그는 바르셀로나의 지역 부자부터 수많은 관계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데이터를 모아 이 책을 냈다. 명백한 걸작 논픽션이다.
<바르사>는 이런 독자에게 좋겠다. 맨체스터 시티 성공의 뼈대가 궁금한 사람. 왜 리오넬 메시가 바르셀로나를 떠나 돌아가지 못하는지 궁금한 사람. 축구 애호가가 아니어도, 혁신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쇠퇴하는지 궁금한 사람. 그래서 2022년 연말에 나왔음에도 이달의 책으로 소개한다. 한국에도 이렇게 집요하고 유려한 걸작 논픽션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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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내가 배운 것들
최다혜, 토네이도
불경기의 여파인지 유행의 기운이 다했는지 힐링류 에세이가 뜸해지고 여성 저자가 쓴 사뭇 색다른 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책처럼. 저자 최다혜는 BCG에서 근무하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를 수료했다. 저자 이력을 보면 1990년대를 풍미한 <7막 7장>이 떠오르지만 내용은 말 그대로 저자가 하버드에서 배운 것이다. 협상, 리더십, 경청 등 일상 업무에서 참고할 점이 의외로 많다. 요즘 에세이 경향에 맞춰 별로 두껍지 않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
읽는 사람
허윤선, 민음사
저자 허윤선은 <얼루어> 피처 디렉터로 10년 이상 월간지 마감을 하는 틈틈이 문학잡지 <릿터>에서 독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예인과 신변잡기나 허황된 이야기를 하지 않고 구체적인 독서 이야기를 한다는 점만으로 아주 희귀한 책이다. 해당 연예인의 팬에게도, 인터뷰라는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흥미로울 내용이 많다. 독서 인터뷰집이어서 당대의 한국 문화예술계 인사와 연예인이 읽는 책 목록이 들어 있는데, 이것 역시 사료로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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