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과
“여기 보시면 파란 사과가 있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왜 이 청사과를 보여드리느냐? 청춘처럼 살아가자는 것입니다. 이곳에 계신 사람 대부분은 20~30대죠. 여러분만이 청춘이 아닙니다. 목표와 사명감이 있다면 누구나 청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흔 살이 된 분들도 이 청사과를 보기 위해 직접 걸어오세요. 여러분, 오래 살려면 자주 감동해야 합니다.”
효고현립미술관, 일본 고베, 2001
지추 미술관
“후쿠다케 회장은 땅속에 미술관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그 제안은 ‘모네의 수련을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공간에 배치하자’로 이어졌죠. 여러분도 세계에 단 하나밖에 없는 게 있다면 반드시 그곳에 찾아갈 겁니다. 지추 미술관의 조명은 전부 자연광입니다. 덕분에 오후 4시가 되면 그림을 볼 수가 없어요. 오후 4시쯤 가서 보세요. 그때는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의 눈, 희망의 눈으로 보는 겁니다. 저는 오사카 사람인데요. 오사카 사람들은 그런 희망이 없습니다. 가서는 ‘너무 어둡네’ 그러고 나가버려요.(웃음)”
지추 미술관, 일본 나오시마, 2004
나오시마 프로젝트
“오사카 근처에 나오시마라고 하는 섬이 있습니다. 때때로 조금 독특한 의뢰인이 찾아오시는데요.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은 나오시마를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미술을 체험할 수 있는 섬으로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특별한 곳에는 반드시 특별한 사람이 오기 마련입니다.”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일본 나오시마, 1992
빛의 교회
“르코르뷔지에가 건축한 롱샹 교회에 처음 갔을 때, 그곳에 들어오는 수많은 빛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이 교회는 희망으로 가득 찬 곳이구나.’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희망을 주는 건물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좋다, 앞으로는 이런 희망 가득 찬 건축물을 만들겠어’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만들게 된 것이 빛의 교회입니다. 십자가 사이로 들어오는 빛은 신자들의 마음을 하나로 뭉쳐줍니다. 십자가에는 유리가 들어 있습니다만, 저는 늘 빼자고 제안하죠. 하지만 신자들은 결사반대합니다. 지금도 제가 빛의 교회에 가겠다고 전화하면 ‘유리, 절대 안 됩니다’라는 말부터 나와요.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뺄 겁니다.(웃음)”
빛의 교회, 일본 오사카, 1989
스미요시 연립주택
“지금 보시는 건물은 제가 만든 겁니다. ‘스미요시 연립주택’이라고 하는 단독주택인데요. 안에 정원이 있습니다. 거실에서 주방으로, 침실에서 화장실로 가려면 반드시 중정을 통과해야 합니다. 때문에 평판이 아주 안 좋았어요. ‘춥다’ ‘너무 불편하다’ 등등 온갖 불평을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온돌로 난방하지만, 이 집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기 사는 분들 굉장히 추울 거예요. 그런데 집 주인분들은 지금 50년 가까이 살고 계십니다. ‘집에서 고개를 들면 밤하늘이 보인다’ ‘항상 빛이 들어온다’며 좋아하세요. 항상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희망이 있는 집이란 좋지만, 역시나 춥죠? 하지만 이곳에는 많은 빛이 들어옵니다.”
스미요시 연립주택, 일본 오사카, 1976
푼타 델라 도가나
“프랑수아 피노라는 분이 있습니다. 생 로랑, 구찌를 소유한 케링 그룹의 설립자예요. 그분이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 끝자락에 미술관을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건물 내부에 달걀 모양 건축물을 집어넣자고 했습니다. 일본 나카노시마에 있는 백 년 가까이 된 공회당에서 착안했어요. 푼타 델라 도가나는 오래된 건물입니다. 원형을 남겨야 했기에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는데, 주변 모든 사람들이 ‘안도 씨, 그거 절대 못합니다’ 하고 반대했어요. 재미있는 것은 사실은 위험한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분 개개인도 조금은 위험한 인물이 되셔야 합니다.”
푼타 델라 도가나, 이탈리아 베네치아, 2009
뮤지엄 산
“약 15년 전입니다. 뮤지엄 산은 이인희 여사의 ‘산 정상에 미술관을 짓고 싶다’는 의뢰가 맺은 결실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큰 미술관은 거의 없어요. 그런데 좀 멀죠? 제가 작업할 때는 서울에서 3시간 정도 걸렸어요. 사실 처음 의뢰받았을 때 ‘이렇게 먼 곳에는 사람들이 안 온다. 할 수 없다’고 거절했습니다. 그때 이인희 고문께서 이런 말을 하셨죠. ‘안도 씨. 그렇게 한심한 말씀 하지 마시고 사람들이 이곳에 꼭 올 수 있게 만들어주세요.’ 저는 ‘절대로 안 올걸요’ 답했습니다. 그분은 제 말을 듣지 않았어요. ‘반드시 사람들이 오게 할 테니 만들어달라’ 하면서요. 정말 별수 없는 분에게 잡혔구나 생각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곳이 게이트입니다. 조각 자체가 게이트죠. 상당히 보기 힘든 케이스입니다. 돌벽도 쌓아 올렸습니다. 물, 녹음, 돌. 자연으로 승부를 걸어야겠다고 마음먹었거든요. 유명한 미술가인 이우환 씨의 작품도 많이 들어와 있습니다. 역시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있다면 사람들은 반드시 찾게 됩니다. 이 모든 건 건물주의 능력에 달려 있어요.”
뮤지엄 산, 대한민국 원주시, 2013
어린이 책의 숲
“카네기홀로 유명한 카네기 아시죠. 이분이 죽기 전에 자기 회사를 팝니다. 그 돈으로 뭘 할까 고민한 끝에 미국 전역에 도서관 1천 개를 짓기로 마음먹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도 내 돈으로 도서관 하나 정도는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창조력과 자극이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도서관이죠. 사실 이 도서관은 완공됐습니다. 제가 한국분들은 신청 없이도 들어갈 수 있게 해보겠습니다. 뒷문으로 들여보내드릴 테니, 혹시라도 누군가 물어본다면 ‘안도 씨가 들어가도 좋다고 했어요’ 하면 됩니다.(웃음)”
나카노시마 어린이 책의 숲, 일본 오사카,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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