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앨범 <Episode1: Love>가 나옵니다. 소회가 어떤가요?
오히려 초연해요. 직전까지 엄청나게 몰입했는데, 그 차원에서 빠져나온 느낌. 1집 때는 불안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잘 떠나보낸 기분이랄까. 딱 좋아요.
인터뷰를 준비하며 재밌는 걸 찾았어요. 2012년, 중학생이던 소윤 씨가 만든 자작곡들이 유튜브에 그대로 있더군요.
그중 ‘텍사스 블루스’는 중학교 3학년 때 만든 제 첫 곡이에요. 나름 블루스에 대한 연구를 하다 만든 곡이고, 뮤지션보다 놀이의 개념으로 접근했달까. 그 또한 제 역사고, 사람들이 그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도 재밌지 않을까 생각해요.
중학생 소윤은 왜 블루스가 좋았나요? 제가 아는 한, 모든 음악 중 블루스 곡의 기타 소리가 가장 섹시하게 들립니다.
더 어렸을 때 피아노를 쳤는데, 지루하게 느꼈어요. 어린 마음에 건반마다 소리가 정해진 걸 딱딱하다고 느낀 것 같아요. 그러다 기타를 알고, 양손의 힘과 의도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낸다는 점에 빠졌어요. 내 영혼을 반영할 수 있는 장르라 생각했던 것 같고요.
생애 첫 기타를 아직 갖고 있나요?
네. 20만원쯤 주고 산 저가형 기타예요. 더 유명해지면 경매로 팔까 봐요. 하하.
이미 소윤 씨는 유명합니다. 록 스타에 적합한 국내 젊은 뮤지션 중 하나죠. 록 스타의 조건이라면 좋은 음악을 만들고, 음악의 메시지를 퍼뜨릴 영향력이 있어야 하며, 카리스마 같은 올곧은 태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톺아보자면 3년 전, 소윤 씨가 ‘Holiday’를 냈을 때는 블루스 기타처럼 진득한 목소리의 로커가 나왔구나 했습니다. 그리고 새소년으로 돌아와 ‘자유’를 통해 시와 같은 노랫말을 공개하며 새 챕터를 열었고, 이제는 솔로 앨범에 RM, 박지윤 등 예상 밖의 이름을 나란히 두고 설득력 있는 순간을 만들었고요. 더불어 다프트 펑크, 샤를로트 갱스부르와 협업한 바 있는 세계적인 엔지니어 채브와 협업하는 등 대규모 프로덕션을 소화하는 뮤지션이 됐고요.
시작은 단순했어요. 무대가 좋았고, 그 공간에서 느끼는 신비함에 매료됐죠. 기타를 연주하는 게 삶에서 가장 큰 쾌감이었달까요. 학창 시절에는 활발하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아이였고요. 한편으로 창작을 비롯한 어떤 욕구를 분출하고 싶지만 참는 사람이었어요. 그런 제게 무대는 해방구와 같았어요. 기타를 메고 관객을 만날 때만큼은 세상에서 제가 가장 멋진 사람이라 스스로 주문을 걸었어요. 그러다 밴드를 하게 됐고, 어느 정도 이름을 알렸지만, 한 번도 스스로 록 스타라 말한 적 없어요. 만약 제가 누군가 말하는 ‘록키드’이기만 했다면, 록 스타가 되고 싶어 안달 난 사람이었다면, 지금의 제가 되지 못했을 거예요. 음악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걸 잘 보여주는 게 제 가능성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라 생각했죠. 이제 새소년에서의 저는 어느 정도 확신이 있어요. 솔로로서는 실험실의 과학자처럼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아이 같은 호기심을 갖고 있다 생각하고요. 제가 어떤 호칭으로 불릴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겠죠. 어떻게 불려도 좋아요. 다만 제가 생각하는 건강한 길로 나아가길 바랄 뿐이에요.
스스로 예술가라 생각하는지 묻고 싶었습니다만.
가까운 친구들이 하는 말이 있어요. “소윤이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 이게 저를 설명하는 좋은 단서라 생각해요. 생각이 머무르는 게 아니라, 운동성을 갖고 나아간다는 거니까요. 저를 오래 안 사람도 제 생각을 잘 모르고, 그런 추측이 제가 만든 무언가에 대한 단서가 되기도 하고요. 저는 뮤지션으로서 동물적으로 만들고, 이성적으로 세상에 선보이고 싶거든요. 그거 말고는 저를 규정하고 싶은 말이 없어요. 저는 음악을 안 했다 해도, 무언가 창작을 했을 거예요. 글을 쓰든, 그림을 그리든 뭐든. 무언가를 창작하는 이 일이 천직이라 생각해요.
<Episode1: Love>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요?
협업도 중요해요. 앨범을 만드는 건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 과정을 통해 배우고 성찰하며 더 나은 작업이 된다 생각해요. 앨범 제작은 수많은 사람과의 협업이고, 섬세하게 임했어요. 그게 앨범에 담긴 것 같고요. 2집 제작기는 협업의 순기능에 대해 고민한 시간이기도 해요. 어쨌든 제 앨범이니까, 제 디렉션이 명확해야 한다 생각했어요. 그래야 함께하는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앨범을 만들며 홀로 매일 출근하듯 카페에 가서 고민하던 나날이 있어요. 곡에 대한 건 물론 앨범을 어떻게 시각화할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죠.
이번 앨범은 얼마나 만족합니까?
커리어가 쌓이며 배운 것 중 하나가 지난 것에 대한 후회를 남기지 않는 거예요. 특히 올해는 돌아보지 않고 다음을 생각하는 게 더 맞다고 판단하고요. 질문에 답하자면, 적당히 마음에 들어요. 너무 싫지도 않고, 너무 좋지도 않은 정도. 다음 작업을 하고 싶어요.
어쨌든 합격점인 거죠?
중학교 때 만든 노래를 유튜브에서 내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예요. 제가 이상주의자였다면 늘 불만족스럽고 자신에게 채찍질했겠죠. 그런데 지금의 저는 앞으로 더 나아질 거고, 부족한 것은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넘겨요.
소속사에서 보내준 2집 소개 자료를 보면 “1집보다 깊고, 동물적이고, 진득하다”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2집은 1집보다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가늠하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1집은 솔로 데뷔 자체로 도전이었다면, 2집은 다 보여주지 못한 것들을 직면하고, 나아갈 수 있다고 믿으며, 더 발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두려워하던 시도를 더러 했어요. 음악적으로는 동물적인 욕망,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더 감각적으로, 밀도 높게 구현하고 싶었어요. 시각적으로는 비주얼 작업에서 상징과도 같던 안경을 거의 쓰지 않았고요. 음악적으로는 리얼 레코딩, 밴드 음악 베이스에 제가 좋아하는 일렉트로닉 요소를 더해 장르적 크로스오버를 꾀했고요.
<Episode1: Love>의 수록곡은 모두 다른 장르입니다만, 통틀어 얼터너티브라 칭하면 어떨는지요. 소리로만 규정할 수 없는, 록에 기반한 음악 중에서도 스모기(Smoggy)한 정서가 눈에 띄는 곡에 자주 붙이는 말이니까요.
얼터너티브가 지금의 제 균형인 것 같아요. 규정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장르화되는 것도 내키지 않고요. 음반 구상을 세부적으로 하고, 철저히 감각대로 완성했어요. 이번 음반을 시각화하면 뿌옇고, 사이키델릭한 걸 떠올렸어요. 이번 앨범에 함께할 사람도 저만큼이나 유연한 태도를 갖춘 사람을 꼽았죠. 박지윤, RM, 지빈 등, 모두가 집요하고 예리하게 음악에 자신의 것을 담아요. 모두 주체적이고 개성이 강하기 때문에 협업자를 존중할 줄 아는 것 같아요.
2집은 어떤 순간과 어울리는 음반이라 생각하나요?
어떤 상황에 들어도 좋은 곡이길 바라는 마음은 있어요. 시끄러운 식당에서도, 옆집에서 들려도 좋은 음악. 단지 멜로디가 예쁘다고 그런 곡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균형이 완전하기 때문에 좋다고 느끼는 거니까요. 그래서 제 음악을 집중해서 듣지 않아도 되고, 일상과 함께하면 좋겠어요. 저도 제 음악 모니터링을 스튜디오에서 각 잡고 좋은 스피커로 한 적이 없거든요. 저도 음악을 일상에서 더 즐기니까, 그런 상황에서 들어본 거예요. <Episode1: Love>를 넷플릭스 콘텐츠처럼 느끼길 원해요. 보고 싶던 넷플릭스 시리즈 하나 틀어놓는다는 마음으로, 부담 없이 즐기도록.
곡을 만들 때, 멜로디와 가사 중 어떤 게 먼저인가요?
메시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어요. 작업을 하며 일련의 과정을 거치니 자연스럽게 결과물이 나왔달까요. 타이틀곡 ‘Smoke Sprite’도 마찬가지예요. 친구인 프로듀서가 심심해서 만들었다며 보내준 루프(Loop)였는데, 가사가 없는 채로 꽤 오랫동안 방치했어요. 파일명도 재미로 붙인 ‘포스트 멜론’이었고요. 그러다 드러머와 전자음악 하는 친구를 거쳐, RM도 만났어요. 그도 솔로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고, 첫 만남에 서로의 데모 곡을 들려주다, 그도 마음에 들어해 함께하게 됐어요. 그리고 제가 곡에 담고자 하는 주제인 무의식과 꿈에서 드러나는 욕망 그리고 평범하지만 자극적인 꿈을 꾸는 사람이라는 내용을 PDF로 정리해서 보냈죠. 그렇게 가사를 함께 쓰고 곡이 완성된 거예요.
<Episode1: Love>는 1집에 비해 개성 있는 목소리와 기타 연주에만 힘을 싣지 않은 인상이에요. 두 요소야말로 소윤 씨의 큰 무기이기도 한데.
뮤지션의 태도로만 접근했다면 보컬과 기타를 앞세웠을 거예요. 셀링 포인트로 발전하기 좋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작품을 만든다는 관점으로 임했고, 목소리를 작품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활용하고 싶지 않았어요.
한글보다 영어 가사가 더 많은 이유는요?
단순해요. 같은 뜻이라도 우리말과 영어는 다른 풍경이 떠오르잖아요. 저는 가이드와 곡의 주제를 영어로 먼저 생각했고, 우리말 가사는 발음 상 멜로디에 잘 안 붙더라고요.
공식 로고는 어떤 뜻인가요? 음표 같기도 해요.
디자이너 친구와 두 달간 방대한 토론과 스케치를 거쳐 완성한 로고예요. 다중적인 의미인데, ‘소윤’이라는 페르소나가 쓰는 무기이기도, 기타이기도, 열쇠이기도, 어떤 국가의 국기이기도 해요.
영문 활동명(So!YoON!)의 불규칙적인 대소문자와 느낌표는 가독성을 떨어뜨리기 위함이라 들었어요. 로커다운 선택이구나 생각했습니다.
느낌표가 있으면 검색도 힘든 것도 좋아요. 솔로는 제가 아닌 ‘소윤(So!YoON!)’이라는 객체가 되어야 한다 생각해요. 그래서 이름에 느낌표를 넣었고, 이상하게 보이고 싶었어요. 손해도 있죠. 모험이기도 하고요.
도전하는 게 더 익숙한가요?
평탄한 것보다 몸에 맞아요. 고여 있는 걸 못 참는 성격이기도 하고요. 사실 도전이라 생각을 안 하고 행동하는 것 같아요. 진취적이고 당찬 게 아니라, 지금 같은 행동이 더 좋아서 하는 느낌.
사람을 성별로 구분하는 걸 반대한다고 말한 적 있죠. 여성 뮤지션의 틀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고,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여전히 같은 마음이죠?
그런 사상을 공부한 게 아니라, 저는 정말 그런 사람이에요. 성 역할에 대한 학습도 많이 안 한 것 같고요. 프레임 자체를 싫어했는데, 이제는 아무래도 괜찮아요. 저를 록 스타로 생각하든, 여자로 생각하든, 뭐든 상관없어요. 저는 어떤 것이든 될 수 있거든요.
어디까지 가보고 싶나요?
방향은 모르겠지만, 잘 나아가는 것 같아요. 주어진 일을 지혜롭고 저다운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으니까요. 사실 먼 미래에 대한 생각을 잘 못해요. 가까운 미래가 더 중요하거든요. 미래를 알면 재미없을 것 같고요.
4년 전 인터뷰에서 “10년 뒤에는 음악을 안 할 것 같아요. 내 안에 있는 걸 끄집어내는 과정이 쉽지 않거든요”라고 말한 적 있어요. 유효한가요?
제가 그런 말을 했군요.(웃음) 10년 뒤에는 음악만 할 것 같지는 않아요. 문화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존재하기 좋은 시대와 환경이라 생각하고요. 저는 요리도 하고, 글도 쓰고, 사진도 찍고, 하고 싶은 게 많거든요. 물론 뮤지션을 중심에 둘 거고요. 10년 뒤에는 2집보다는 나은 걸 만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