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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형에 관계없이 우리는 무엇이든 입을 수 있다. 그게 자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UpdatedOn March 3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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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몸에 대한 선호보다,
마르지 않은 몸에 대한 혐오 때문일 수도 있다.”

 

지난 2월, 밀라노에서 2023 F/W 컬렉션을 보며 남자들이 몸을 드러내는 방식이 점점 대담하게 변해간다고 느꼈다. 셔츠를 입지 않은 채 발끝까지 끌리는 코트를 걸친 돌체앤가바나의 룩, 배꼽까지 늘어진 슬리브리스를 선보인 구찌, 오직 브리프만 입은 모델들이 런웨이를 줄지어 걸었던 JW 앤더슨까지. 심지어 가을과 겨울이라는 계절의 특성을 생각하면 관능적이고 노골적인 룩들이 트렌드의 큰 축으로 자리 잡아간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러다 문득 이렇게 노출이 즐비한 남성 컬렉션에선 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볼 수 없는지 의문이 들었다.

자신의 몸을 긍정하는 용어 ‘보디 포지티브’는 한동안 패션계의 화두로 등장했고, 그 덕분에 여성 컬렉션은 물론 화보나 광고에 플러스 사이즈 여성 모델들이 등장하는 것이 오히려 익숙해졌다.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강요되는 전형적인 아름다움이 뿌리 깊게 고착화돼 있어 이런 경향이 가히 혁명적으로 물들어간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깡마른 몸이나 탄탄한 근육을 전시하듯 보여주는 남성 컬렉션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보면 남자의 체형에도 다양성이 존재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이 생긴다. 물론, 이런 예가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리한나의 세비지×펜티 혹은 신진 디자이너 S.S 달리 컬렉션 등에서 다양한 사이즈의 모델들을 종종 목격했다. 하지만 남성 컬렉션에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보기 어려운 이유는 마른 몸에 대한 선호보다, 마르지 않은 몸에 대한 혐오 때문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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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에선 젠더 플루이드 패션을 즐기는 할리우드 스타 해리 스타일스와 샘 스미스의 패션이 각자 다른 이유와 방식으로 옹호와 비난의 대상이 되며 끊임없이 언급되고 있다. 논바이너리라고 선언한 후 파격적인 패션 스타일을 맘껏 즐기는 샘 스미스는 몸의 곡선이 그대로 드러나는 발렌티노의 반짝이는 점프수트를 입고 공연한 후, 악플러들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보기 싫다거나 의상이 너무 퀴어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와 반대로 샘 스미스와 비슷한 옷을 입었던(오히려 더 화려한) 해리 스타일스는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도전적인 패션 아이콘으로 주목받았다. 대신 본인은 퀴어가 아니면서 퀴어적인 패션을 그저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퀴어베이팅의 논란은 피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으로 미루어볼 때, 아름다운 패션이라는 고정관념 아래에는 마른 몸에 대한 강박적인 편견과 뚱뚱한 몸에 대한 혐오가 깊숙이 자리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남성과 여성으로 성별을 구분하는, 이분법적이고 구시대적인 사고에서 여전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것 또한.

샘 스미스는 논바이너리로 커밍아웃한 후, 자신의 몸을 긍정하고 더 자신감 있는 태도로 옷을 입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름다움을 규정짓는 편견에 귀 기울였던 이전과는 달리, 마음이 원하는 모습 그대로. 그러니 우리는 실체 없는 인식의 굴레에서 벗어나 어디로든 오갈 수 있는 스펙트럼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과 욕망에 충실하게 무엇이든 마음껏 입을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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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이다솔
Cooperation 쇼비트, 스플래시

2023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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