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촬영 어땠어요?
재미있었어요. 사진 찍는 거 자체를 워낙 좋아해요. 포즈 취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해찬 님은 본인이 사진 찍는 것보다 사진 찍히는 걸 먼저 했겠네요.
사진 찍는 것도 최근에 관심 갖긴 했는데 찍히는 게 훨씬 익숙하죠.
많이 찍혀봤으면 더 수월하게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그걸 깨려고 노력 중이에요. 수월하다는 건 내 틀이라는 게 생긴 거잖아요. 예쁜 것만 골라서 쓰게 되는 건데 그러면 한정적인 포즈만 나오게 돼요. 단순히 포즈뿐만 아니라 무대에서나 어떤 걸 할 때도 똑같이, 그런 걸 좀 깨부수는 걸 배우고 있어요.
계속 점점 다음 경지로 나가려는 느낌이네요.
그래야죠.
김치찌개를 좋아하는 걸로 유명합니다. 어떤 사리 좋아해요?
저는 사리 안 넣어요. 딱 고기만. 기본. 라면 사리를 넣으면 국물이 탁해지죠. 저는 딱 김치찌개 오리지널이 좋아요. 토핑은 고기가 1위이긴 한데 꽁치가 한 1.3위예요.
꽁치 생각날 때 있죠. 특히 기억나는 김치찌개가 있습니까?
파리로 투어를 간 적이 있어요. 김치찌개를 꼭 먹어야겠는 거예요. 그래서 배달로 김치찌개랑 김치볶음밥을 시켰는데 흰색 김치찌개가 왔어요. 김치를 씻어서 끓인 것 같았어요.
창의적인 김치찌개네요. 먹긴 했어요?
처음 접하는 사람은 먹을 수 있는데, 김치찌개를 먹어본 사람은 좀 힘들죠.
그때는 속상했겠지만 투어를 다니면 음식뿐 아니라 여러 추억이 생기겠네요.
그래서 투어를 좋아해요. 중간중간에 여유 있는 날은 멤버들이랑 쇼핑도 하고 또 먹고. 그게 좋은 것 같아요. 현지에 가서 그곳의 음식을 먹는 게, 단순히 현지 음식을 먹어서가 아니라 멤버들이랑 같이 먹으러 감으로써 그 음식에 대한 친구들과의 추억이 생기죠. 저는 그게 너무 좋더라고요.
어른이랑 얘기하는 거 같네요. 아이돌 멤버들의 투어는 여행이 아니라 일하러 가는 거지만 여행 기분이 날 때도 있나요?
저는 여행 가는 기분이 들어요. 일단 캐리어를 싸야 되고 공항을 가야 되고 그러면서 음식은 물론 모든 게 바뀌잖아요. 차에 타면 보이는 것들까지. 그냥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게 있더라고요.
제가 글로벌 스타의 일상을 몰라서 그러는데, 짐을 자기가 쌉니까?
일단 캐리어를 보면 그 사람의 취향이 느껴져요. 취향, 뭘 가져가야 되는지, 뭐가 필요한지는 자신만이 아니까요. 저는 블루투스 스피커와 어머니가 지어준 한약을 챙겨 갑니다.
해찬 님 본인이 NCT 노래를 들으면 어때요?
제 목소리로 음악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신기해요. 저희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내가 가수가 되긴 했구나’ 하는 기분이 들어요. ‘주인공’ 발표했을 때는 거의 한 달을 그 노래만 들었어요.
지금은 정말 누구나 알고 있는 멋진 연예인도 그런 생각을 하는군요. 처음에 연예인이 되기로 결심한 계기도 기억나세요?
계기 없이 그냥 처음부터 가수가 될 것 같은 느낌으로 살아왔어요. 그것도 기억 안 날 때부터 어렴풋이요. 제가 다섯 살 때인가부터 엄마한테 “엄마 난 가수 할래요”라고 했던 기억은 나요.
그때 어머니의 대답도 기억 나나요?
엄마는 안 된다고 했어요. 다섯 살 때도 이미 그렇게 말했다면 제가 생각이라는 걸 할 수 있을 때부터 가수가 되는 걸 당연하게 여겼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 멋진 가수가 되었습니다. 요즘은 인기를 실감하죠?
이제 실감되는 것 같아요. 그냥 단순히 밥 먹으러 가거나, 쇼핑을 하거나 이럴 때 너무 감사하게 알아봐주시기도 하고요. 저는 그게 너무 기분이 좋고, 책임감을 더욱 느끼기도 해요.
사람들이 나를 알아봐준다는 걸 인지하면, 사람들의 사인 요청에 대비해 굵은 펜도 가지고 다닙니까?
아니요. 저는 펜은 없습니다. 요즘은 펜으로 사인 받는 분들보다 스마트폰 터치스크린에 손가락으로 직접 사인 받는 분들이 더 많아요.
21세기네요. 아티스트 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고민이 들 것 같기도 합니다. 그때 계속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뭘까요?
일에서 원동력이 생겨요. 이 일을 좋아해서 시작한 사람이다 보니 일에 대한 갈망이나 갈증이 채워지지 않아요. 채우고 싶으니까 또 나서서 일하게 되고, 새로운 걸 하게 되고. 그런 게 계속 일을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아까 이야기대로 더 나은 경지로 나가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군요. 저도 그렇게 살려는 편이라 이해합니다. SNS에 있는 카메라 사진도 노력의 일부인가요? 사진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원래는 사진 못 찍는다고 생각해서 인스타그램도 안 만들려고 했어요. 그러다 지난달에 일본 가서 멤버들 연습하는 걸 막 사진 찍어주다 보니 생각보다 제가 잘 찍고 재미있었어요. 카메라를 사서 제대로 해볼까 고민했는데 런쥔이가 사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사서 며칠 안 쓰고 말기에는 카메라가 너무 비싸다”면서요. 매장까지 갔다가 안 사고 나왔더니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계속 그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 끝에 샀는데 잘 쓰고 있어요.
국제적으로 성공한 NCT 멤버가 카메라 하나 살 때 비싸다는 생각을 합니까?
당연히 하죠.(웃음) 저에게 꼭 필요하면 얼마든 살 거예요. 그러나 ‘굳이 이 돈을 내가 써야 하나’ 싶은 건 안 씁니다.
내가 아낌없이 쓸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요?
음식이에요. 제가 밥 사주는 걸 되게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밥 먹고 맥주 한잔하고 이런 게 최고의 소확행이거든요. 그 사람들이 부담 없이 나를 찾았으면 좋겠어요. 그런 생각에 결제를 제가 해요.
나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꽉 찬 무대를 실제로 보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하나도 안 떨려요. 너무 비현실적이어서요. 사람들이 도쿄돔에 서면 진짜 떨릴 거라고 하는데 막상 5만 명을 무대에서 딱 마주하면 안 그래요. 오히려 연습생 때 직원들 2~3명 앞에서 평가받는 게 훨씬 더 떨렸어요. 그 5만 명 중에는 세 시간 공연을 보기 위해 하루를 비우고 먼 곳에서 오신 분도 있겠죠. 그래서 저는 무대에 정말 진심이 돼요. 사람들은 돈을 지불하고 와주셨는데 만약 내가 피곤하다고 무대에서 대충 하고 그럴 순 없죠. 그건 가수로서 하면 안 되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일에 집중하는군요.
그렇죠. 어쩔 때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진짜 집중하고 제가 다 쏟아부으면 가끔은 ‘진짜 기억이 안 나, 어떻게 하고 왔지’ 싶어요. 그때 좋아요. 내가 진짜 재미있게 즐겨서,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집중해서 무아지경으로 한 거라서요.
그것도 경지네요. 말 그대로 무아지경의 경지. 그게 이 직업의 큰 매력이겠어요.
가수라고 해도 그런 기분은 쉽게 경험할 수 없죠.
본인이 열심히 잘해서 성공했지만 지금 내가 이룬 것, 누리는 것들이 아무나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자각도 하고 있군요.
당연합니다. 저는 무조건 감사하며 살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얻은 행운을 나누면서 살려고 노력해요.
제일 큰 행운은 무엇이었을까요?
지금 멤버들 만난 거요. 지금 멤버들이 있다는 거 자체가 소중합니다. ‘이 멤버들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제가 아이돌을 안 해봐서 모르겠습니다만, 아이돌 멤버라는 건 어떤 사이일까요? 단순히 직장 동료라고 하기도 조금 다를 것 같습니다.
맞아요. 잘 모르겠는데 친구라고 하기에도 일을 해야 하는 사이고, 일을 해야 하는 비즈니스 사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친구 같으니까요. 그래서 서로 지켜야 할 것들이 더 확실한 것 같기도 해요.
본명이 이동혁이죠. 스스로 NCT 해찬과 이동혁 님을 분리합니까?
네. 분리하려고 노력해요. NCT 해찬은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사람인데 이동혁은 그 뒤에 있어요. 무대 위에서는 ‘내가 최고야’라는 마인드로 살고, 무대 아래에서는 ‘모두 똑같은 사람이야’라는 생각을 갖고 살려고 노력해요.
NCT 해찬과 이동혁 님은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는 거네요.
그렇죠. 약간 비슷한 점이 있고요. 다른 점이라면, NCT 해찬은 무대 위에서 되게 자신감 넘치고 자연인 이동혁은 상식적으로 살려고 해요. 좋은 건 동혁이와 해찬이가 서로 공유하고, 나쁜 건 각자에게만 딱 쓰고 끝내려 해요.
좋은 마인드네요. 이동혁 님은 해찬을 좋아하나요?
세계에서 제일 좋아하죠.
저도 자연인 박찬용과 박찬용 에디터를 따로 생각해요. 박찬용 에디터는 지금 이렇게 NCT 해찬 님 같은 스타를 만나 할 얘기 다 하면서 인터뷰를 해야 해요. 자연인 박찬용은 이런 일이 조금 겁나요. 그래도 박찬용 에디터가 나가서 열심히 해야 자연인 박찬용도 잘살겠더군요.
완전 이해해요. 저는 완전 I(아이)예요. 집에서 게임하고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 걸 봐도 알 수 있듯.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제가 모든 사람들한테 영원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NCT 해찬 같은 경우는 더더욱. 적어도 저를 좋아하는 분들, 저를 응원해주는 분들에게는 저와 함께했던 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라죠.
젊은 나이부터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이런 생각 많이 해요. 혼자서 자기 전에 이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어요.
해찬 님의 다음 경지는 더 성장한 동혁 님이 하는 음악 활동일 수도 있겠네요. 언젠가는.
동혁이의 음악이 곧 NCT 해찬의 음악이 될 거예요. NCT 해찬의 모든 음악이 동혁이의 이야기일 테니까요. 동혁이의 음악을 해찬이가 불러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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