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배역이 많이 들어올 것 같아요. 어떤 걸 거절하고 어떤 걸 승낙하세요?
아직까지 거절한 건 없었어요. 거절했다면 촬영 시기가 겹쳐서였을 거예요. 지금의 저는 제가 가진 모습이나 대중께서 좋아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릴 수 있는 캐릭터를 좋아해요.
저는 사람들이 원하는 걸 주겠다고 하는 아티스트가 건강하다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아니었어요. <SNL 코리아> 등에서 보여드리는 이미지를 탈피해야지. 다른 모습도 얼른 보여드려야지’ 하는 생각이 컸어요. 그런데 그게 욕심일 수도 있고 시기적으로 이를 수도 있어요. 지금은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을, 이제 그만 보고 싶다라고 하실 때까지 최선을 다해 보여드리려 해요. 지금 이것도 나고, 시간이 흘러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을 때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이미 모습이 조금씩 바뀌긴 했습니다. <SNL 코리아>에서도 처음에는 서열상 막내인 주기자를 연기하다 지금 MZ오피스에서는 선배가 되었어요.
그 사실이 연기하는 제 마음가짐에 반영되는 것 같아요. 주기자를 연기할 때보다 긴장을 덜하게 되었어요.
긴장을 하긴 했어요?
<라디오스타> 첫 출연 때 스튜디오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화장실에서 심호흡을 했어요. 혼자 문 닫아놓고 변기에 앉아서 “안 돼, 그만 떨자, 할 수 있어” 계속 되뇌었어요. 대선배들 앞에서 실수할까 봐 걱정이 많았어요. 일어나지 않은 일들을 걱정하다 보니 현장에서도 긴장하게 되고요.
그렇게 긴장하고 들어가서 한류 좋아하는 아주머니가 노래 부르는 개인기 한 거예요?
현장에서 영미 선배님이 “뭐가 걱정이야. 네가 그냥 해도 돼. 너는 이미 검증되었고 옆에 나도 있고 (이)수지도 있어. 네가 어떻게 하든 우리가 다 끌어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이렇게 얘기를 해주셔서 긴장이 풀렸어요. 그리고 시작 전에 ‘나는 미쳤다. 나는 사이코다. 난 또라이다. 나는 주현영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세뇌를 했어요. 그러고 들어가면 철판을 깔게 되더라고요
용기를 많이 내야 하는 일이네요, 배우 일은.
맞아요. 용감해야 하는 일이라고 느꼈어요. 생각보다 내가 겁이 많구나 싶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일도 훨씬 더 많아지다 보니까 점점 더 공들여서 탑을 쌓게 되잖아요. 이 탑이 높아질수록 무너지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 때문에 두려움이나 겁이 많아져요.
스스로 생각하는 배우 주현영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20대로서 누려볼 수 있는 것들을 다 누렸다고 생각해요. 친구들과의 추억, 연애,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난 사람들, 거기서 쌓은 생활 경험이 정말 많아요. 그 경험이 연기하며 캐릭터를 연구할 때 굉장히 많은 도움이 돼요.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부분을 조금 더 자세하게 포착하고, 그걸 연기에 녹여낼 수 있어요.
어떤 알바를 했어요?
유아 박람회에서 이유식과 아기 옷 팔고, 마트에서 시식 코너 알바도 해보고,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어요. 제일 오래 했던 건 이자카야 홀 서빙이었어요.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요.
완전 완전. 진짜 별의별 사람들 많이 봤어요. 구석진 데 있던 가게라 불륜 커플을 많이 봐서, 그럴 때 흥미롭게 관찰했어요.
불륜인지 어떻게 알아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보통 진짜 부부나 커플은 많은 얘기를 나누지 않아요. 스마트폰을 많이 봐요. 스마트폰만 보다가 필요한 얘기만 하는 거예요. 반면 불륜 커플은 얘기를 굉장히 많이 하고 눈에서 꿀이 뚝뚝뚝뚝 떨어지고 그렇죠.
확실히 관찰력이 좋네요.
제가 흥미롭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꽂혀버려요. 제 안에 어떤 게 저장됐다가 그게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발견되면, 이게 공통적으로 적용해볼 수 있는 포인트구나 싶어서 확신을 얻고, 제 안에서 재료가 되더라고요. 제가 볼 때 흥미로운 것이어야 해요.
다른 인터뷰에서도 ‘인간의 두 가지 모습에 관심이 있다’는 말씀을 했어요.
맞아요. 그런 걸 되게 좋아해요.
누구한테나 있죠.
저도 사람들 앞에서 체면을 차리는 편이에요. 못난 모습이나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 어느 순간 들킬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일어나는 사람의 표정 변화나 제스처가 흥미로워요. 그런 걸 발견했을 때 되게 짜릿하고요. 제 삶의 낙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그런 걸 두 번 세 번 듣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들으면, 이게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겠다 싶은 확신이 생겨요. 그렇게 되기까지 저한테는 오랜 시간이 필요해요.
<SNL 코리아>에서 인물 모사를 할 때는 시간이 많이 있나요?
길지는 않아요. 그래도 어떻게든 해내야 하잖아요. 결과물이 나왔을 때 어설프다는 평을 듣기가 너무너무 싫으니까. 그래서 요령이 생겼어요. 이 사람을 완벽하게 따라 할 수 없으니 이 사람이 가진 대표적인 특징 하나만 파악하자. 요령 있게 특징 하나를 파는 거죠. 하나를 파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제스처 같은 게 제 몸에 붙어요. 그러다 보면 조금씩 촬영하면서도 점점 늘어요. 그냥 계속 반복해서 듣고 따라 해보고 비슷해질 때까지 했어요.
성대모사 원 포인트 레슨도 가능할까요?
그 사람의 성격을 먼저 봐요. 그 사람의 정서가 어떨지.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한테 잘 보이고 싶고 체면을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소극적이고 문을 다 닫아놓는 사람인지. 그에 따라서 (목소리를 낮추며) 목소리가 기어들어가서 입이 잘 안 움직이기도 하고, (입을 벌리며) 입을 과하게 움직이기도 해요. 이런 식으로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한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지’를 들여다보면 소리가 어디서 나오는지를 조금 더 수월하게 파악할 수 있어요.
배우, 연기, 되면 너무 좋은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성공 확률이 높지 않습니다.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도 많고요. 불안하지는 않았어요?
마음 한편에 불안감이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부모님도 저한테 티는 안 내지만 걱정하고 안타까워하시는 게 느껴졌어요.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어요. 연기를 할 때 ‘내가 뭔가 하고 있다’는 존재 가치를 느꼈어요. 오디션을 보러 가서 떨어져도 피드백을 여쭈었을 때 좋은 이야기를 한 마디씩은 들었어요. “연기는 잘해” “감정은 좋아” “발음은 좋네” 같은 식으로요. 그런 칭찬을 하나라도 들으면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놓지 못했어요. 언젠가는 “너 잘하네. 같이하자”라는 이야기를 정말 듣고 싶었어요. 그렇게 듣던 말들 때문에 연기를 놓지 않았어요.
이제 신인의 불안한 부분을 계단 오르듯 넘어갔죠. 신인 배우에서 유명인으로.
천운이라고 생각해요. 제 주변에 연기를 진짜 잘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기회가 안 와서) 밝은 성격인데 우울증까지 겪은 친구도 있어요. 그 친구들이 “너 때문에 나도 계속 버텨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포기 안 할래. 계속 두드릴래”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너무 다행이고 감사했어요. 저랑 같은 길을 걷는 분들도 자기 확신만 있다면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게 되죠.
어떤 선택을 하든 내가 거기서 배우는 게 있다고 생각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공감해요. 저도 결국에는 고민을 하다가 ‘어쨌든 이게 다 경험이고 내가 여기서 뭐 하나 교훈이 되든 그걸 얻기는 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극 배우니까, ‘나를 재미있는 이미지로만 기억하려나’라는 걱정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그런 걱정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저희 친언니들이 되게 많은 영감을 줘요. 언니들이 제게 “남들을 웃기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건데. 그걸 했다는 것 자체가 난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해”라고 이야기해주었어요.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해요.
한번 해보고 싶은 배역도 있나요?
<더 글로리>의 박연진처럼 비상식적인 일들을 저지르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게 맞다고 생각을 하려면 자라온 환경이나 이런 것들이 다 영향을 미치잖아요. 그렇게밖에 될 수밖에 없는, 제 상식과 완전히 반대되는 사람을 한번 연기해보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저렇게 될 수밖에 없었구나’라고 동정심을 얻고 싶은 건 절대 아니에요. 그런 캐릭터를 한번 빌드업해보고 싶어요.
알겠습니다. 이제 인터뷰 끝나가는데요, 끝나면 뭐 하세요?
마라탕 시켜 먹을 거예요. 요즘 소식을 해서 위가 줄어 살이 많이 빠졌어요. 오늘도 요거트 하나만 먹어서 배가 너무 고픈 거예요. 저희 스태프께서 오늘 집에 가서 마라탕 먹으라고 해서 저는 “안 돼요. 너무 헤비해요”라고 했죠. 그랬더니 “내일 쉬는데 오늘 아니면 언제 먹어? 모레는 또 촬영 있으니까 못 먹잖아”라고 했어요. ‘그러네. 그러면 오늘 먹어야겠다’라고 한번 생각하고 나니까 마라탕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서 계속 그 생각하고 있었어요.
마라탕 질문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고수 넣으세요?
넣어요, 무조건. 저는 심지어 고수를 탕 안에 넣어달라고 하지 않고 따로 달라고 해요. 탕에 생 고수를 곁들여서 돌돌 싸서 먹을 정도로 고수를 좋아해요.
매운맛은요? 3단계까지 있다면?
2.5 정도. 3단계는 배가 아파서 안 돼요. 마라의 얼얼함은 느끼고 싶은데 너무 심한 건 싫어요.
마지막입니다. 양고기, 소고기?
소고기. 양고기는 맛있는데 기름기가 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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