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HOUSE
하하우스는 창작의 바탕이 되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협업 디자인 스튜디오다. 다양한 전시가 이뤄지며 현재 앨범 커버를 디자인하는 사람들의 노고를 기리는 전시 <3000px Palindrome>이 진행되고 있다. 다채로운 색감의 앨범 커버 디자인이 놓인 이 공간은 직사각형으로, 안온한 느낌은 없다. 마치 화강암을 아무렇게나 깎은 것처럼 거칠지만 한편으로 규칙적이고 정갈하다. 벽면을 이루는 차가운 스테인리스스틸, 파티션으로 사용된 균열과 얼룩이 번진 노출 콘크리트는 서로 상반된 소재이지만 조화롭다. 고층 빌딩과 옛날 가옥이 함께 도심에 살아 숨 쉬어도 잘 어우러지는 것처럼.
“저는 음악이란 떠오르는 단상을 불규칙적으로 뭉뚱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바뀌었어요. 이젠 작업할 때 음악적 요소를 의도적이고 세부적으로 끼워 넣어요. 디자인하듯이 정갈하게.” 김심야가 말했다. 김심야는 래퍼이자 프로듀서다. 레드 벨벳, NCT127 곡의 랩 메이킹에 참여했으며, 프로듀서 FRNK와 함께 ‘XXX’ 팀을 결성한 바 있다. 최근 디자인이 가미된 물성의 것을 디깅하는 데 빠져 있는 김심야는 음악도 디자인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기로 했다. 하하우스는 그에게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준 대표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하하우스가 공간을 활용하여 전시를 대하는 방식이 재밌어요. 내부로 들어오면 온통 거울에 둘러싸인 것 같죠. 너무 강렬하고 극적인 세련미를 풍겨요. 근데 전시 콘셉트마다 내부를 다르게 장식해서 강렬한 이미지를 중화시키더라고요. 이를테면 이번 전시에선 벽돌을 쌓은 테이블을 놓았어요. 규칙적으로 쌓은 벽돌들이 스테인리스스틸의 찬 기운을 덜어주죠.”
창작은 손으로 직접 빚어내는 것이고, 수공의 아름다움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창작자는 일상에 분포된 사소한 것들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과정을 거듭해야만 아름다운 창작물을 탄생시킬 수 있다. 하하우스에 거의 상주하듯이 머물다 간다는 김심야는 하하우스 인근 동네를 잘 활용하고 있다. “이 공간에서 전시로 영감받고, 옆에 위치한 서점 포스트 포에틱스에 들러 디자인 서적을 찬찬히 살피면 창작 소재가 늘어나죠. 일상에서 발견하는 시시각각을 작업물에 담기 위해서 체험 공간을 자주 찾아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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