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ING WITH FRIENDS
2019년, 이원우 작가는 몬트리올로 레지던시를 떠나고 작은 페인팅으로 채운 조그만 큐브 형태의 작품을 만들었다. 이후 그 큐브와 동일한 디자인의 건축물을 세웠고, 현재 자신의 작업실로 사용 중이다. “생각해보니 10년 전 대학원 졸업 논문 주제도 큐브였어요. 각기 다른 작가들이 같은 모양의 큐브에 어떻게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지 추적하며 쓴 논문이에요. 그러니까 오랫동안 큐브라는 공간에 대해 고민해온 거죠.” 이원우가 말했다. 조각과 공간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는 이원우가 사유하는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올해 문 연 워킹 위드 프렌즈는 ‘친구들과의 협업 갤러리 프로젝트’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미술 디자인, 음악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다양한 장르를 전시하는 하는 공간이다. 반듯하게 잘린 듯 매끄러운 흰색 외벽, 군데군데 사각형으로 뚫린 구멍이 마치 각진 큐브를 연상시킨다. 이 건물의 3층부터 꼭대기까지가 워킹 위드 프렌즈다. “저는 창작할 때나 창작을 위해 고민할 때 공간 천장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높은 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아예 천장이 없는 것도 좋아요. 뻥 뚫린 공간에 있어야 생각의 폭이 넓어지거든요.”
이 건물엔 3층과 4층을 잇는 중정이 존재한다. 중정 중앙에 회오리 형태의 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계단 옆 벽은 창이 없다. 계단 정면에 내부로 들어서는 큰 유리문이 있고, 내부 전시 공간의 양쪽 벽면도 통창이다. 어느 각도에서든 넓게 펼쳐진 한남동 일대가 보이고, 빛이 통과한다. 꼭대기 층에 오르면 하늘이 바로 보인다. 뻥 뚫린 공간. 이원우가 지향하는 공간의 형태와 일치한다.
창작의 영감을 얻을 때 공간의 구조가 영향을 미치지만, 분위기도 큰 역할을 한다. 소음 속에서 두뇌 회전이 더 활발해지는 사람이 있듯이. “이 건물은 구조가 꽉 막혀 있지 않고 유연합니다. 바람이 이리저리 통과하니까요. 건물 내부의 공기도 마찬가지예요. 새로 세워진 공간인 만큼 디렉터의 방향성과 관점이 유연해요. 그와 미술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는데, 그럴 때마다 새로운 영감을 발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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