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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누비고 다니는 사람들 #2

발목까지 차오른 눈과 혹한의 날씨. 설산은 경이롭지만 위험이 도사린다. 겨울만 되면 위험을 무릅쓰고 온 세상 산을 누비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혹독한 환경에서 그들이 발견한 것은 무엇일까?

UpdatedOn December 1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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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리안 멘터 Adrian Menter | @adrianmenter

설산은 아름다우나 죽음이 도사리는 곳이다. 2세 때부터 스키를 시작한 아드리안은 전문 스키 선수다. 시속 140km 이상으로 활강하며 몸으로 극한의 속도를 즐긴다. 아드리안 멘터는 산에서 자유를 느낀다.

어떻게 스키를 시작하게 됐나?
우리 가족은 모든 휴가를 오스트리아 알프스에서 보냈다. 대자연 속에서 즐길 거리는 하이킹, 자전거, 스키와 같은 스포츠였다. 산의 변화는 무궁무진하다. 여름에는 거친 바위로 둘러싸인 하이킹 장소로, 눈이 소복이 덮이면 매끈한 스키 슬로프로 변모한다. 이런 산의 매력에 빠져 계절을 가리지 않고 산을 찾는다.

당신이 스키를 즐기는 방법은?
나는 프로 스키 선수다. 그래서 장비를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기본 스키부터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레이싱용, 격한 슬로프에 적합한 오프로드용, 쇼트스키까지. 기분과 상황에 맞게 사용한다. 같은 루트도 장비를 다양하게 활용하면 더 다이내믹하게 즐길 수 있다.

당신이 산에서 고집하는 것이 있다면?
안전하게 즐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수로 체크해야 할 것들이 많다.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프로 선수인 나도 산에서는 몸에 익지 않은 기술을 시도하지 않는다. 취미로 즐긴다는 것을 꼭 명심해라. 너무 복잡하다고?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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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에난더 Oskar enander | @oskar_enander

천사의 산이라는 의미의 ‘엥겔베르크’는 스위스 중부 옵발덴주에 있는 겨울 휴양지다. 이곳에선 스키점프 월드컵 대회를 비롯해 다양한 스키 대회가 열린다. 20년 경력의 스포츠 사진작가 오스카는 천사의 산 엥겔베르크에 살고 있다.

동계 스포츠 종목만 촬영하는 이유가 있나?
1999년, 스키에 푹 빠져서 알프스로 떠났다. 그곳에서는 스키를 즐기기보다 사진을 많이 찍었다. 새하얀 눈 속에서 역동적인 장면을 포착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사진을 업으로 삼게 됐다. 스키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 그런 것 같다. 일과 취미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하다.

당신만의 강점이 있다면?
스키 선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어 기술과 장비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 언제 방향을 전환할지, 기술을 발휘할지 빠르게 파악해 순간을 포착한다. 스키뿐만 아니라 설산에서 하는 모든 촬영을 능숙하게 잘해낸다.

어떤 사진을 선호하나?
촬영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눈이다. 설질은 결과물에 큰 영향을 준다. 입자 크기, 가루 날림의 정도가 사진의 디테일을 좌우한다. 새하얀 눈과 그림자 대비는 강렬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한낮의 강한 직사광선은 선호하지 않아서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에 주로 촬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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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로르바허 Markus Rohrbacher | @manusmarkus

마르쿠스는 산과는 거리가 먼 오스트리아 도시에서 살아왔다. 우연히 방문한 산에 매료돼 산속 작은 마을에서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각종 스포츠를 즐기는 마르쿠스에게 산은 몸과 정신을 단련하는 공간이다.

어떻게 산을 즐기나?
산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은 무한하다. 겨울에는 스플릿 보드를, 여름에는 산악자전거를 탄다. 가장 즐기는 방법은 걸어서 등반한 후 자전거를 타고 하산하는 것이다. 주로 집과 가장 가까운 다흐슈타인(Dachstein)산을 가는데, 난이도가 매우 높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거대한 절벽이 많아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다흐슈타인은 크고 작은 언덕이 이어져 스키나 스노보드를 즐기기에도 적합하다. 방향을 틀 때마다 눈앞에 새로운 장관이 펼쳐진다.

안전하게 산을 즐기는 방법은 무엇인가?
등산 경로와 눈 상태 등 산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자신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 체력과 기술 수준, 몸 컨디션을 파악해야 한다. 구급상자, 큰 자루, 음식, 뜨거운 차, 여분의 옷, 비상 키트(눈사태 호출기, 삽, 밧줄)는 배낭 속 필수 아이템이다. 생명과 직결되는 소중한 물건들이니 잊지 말고 챙기길.

실수한 적은 없었나?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했지만 간과한 게 있었다. 조금 높은 기온. 설산에서는 날이 따뜻한 게 결코 좋지 않다. 눈이 비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비가 내리면 눈이 빠르게 녹아 눈사태의 위험이 몇 배로 증가한다. 소나기를 맞으며 내려오던 길은 손에 꼽는 아찔한 순간 중 하나다.

초보자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깊은 산속에서는 인터넷이 잘 터지지 않아 스마트 기기에만 의지하면 안 된다. 몇 년 전, 폭포가 얼어붙어 원래 계획했던 등산로가 막혀버린 적이 있다. 앞으로 3시간은 더 가야 하는 상황에서 눈앞이 깜깜했다. 운 좋게 겨우 지도를 다운로드할 수 있었고, 해가 지기 전에 무사히 산을 내려올 수 있었다. 지도를 내려받지 못했다면 구조 헬리콥터를 불러야 했을 거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게 산이다. 꼼꼼한 준비가 위기를 모면하게 해줄 것이다.

다가오는 겨울 계획은 무엇인가?
레드불과 함께 예정된 프로젝트가 있어 이번 겨울에는 할 일이 상당히 많다. 겨울이 지나기 전에 최고의 눈 상태로 유명한 일본 지역을 찾아갈 예정이다. 여유가 있다면 오랜만에 노르웨이도 방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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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Editor 김나현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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