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화연 개인전 <가브리엘> 전시
기간 2022년 11월 18일~2023년 1월 29일
장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산대로45길 7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B1F 아뜰리에 에르메스
휴관 매주 수요일 및 설 연휴(1월 1일 22일, 23일)
남화연은 비가역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희미한 흔적으로 남은 존재들에 대한 기록의 편린을 면밀히 관찰하고 상상력을 더해 섬세하게 재구축하면서 현재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아카이브 자료가 속한 역사적인 시간과 존재들을 안무적 방법론을 통해 사운드와 움직이는 이미지, 그리고 퍼포먼스가 전개되는 현재적 시간과 교차시키면서 지금, 이곳의 생소한 움직임 속에 일시적으로 머무르게 했다.
10년 가까이 몰두했던 무용가 최승희 아카이브 관련 작업을 끝낸 후 새롭게 선보이는 이번 전시 <가브리엘>은 4점의 신작으로 구성되었는데, 시간을 재생하거나 기억을 재구축하려는 인위적인 노력 대신 시간의 흐름 한가운데서 다가올 순간을 고요하게 응시할 것을 제안한다. 신의 전령으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나 전쟁과 파멸의 소식을 전하는 대천사의 이름이 암시하듯 동명의 비디오 작업 <가브리엘>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사건의 징후들로 가득 차 있다. 약 20분 길이의 영상에는 가브리엘이 성모마리아에게 수태고지 하는 모습을 다룬 보티첼리, 로베르 캉팽,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을 포함한 르네상스 회화에서부터 식별이 어려운 화성 탐사 로버의 촬영본까지 다른 시간대의 이미지들이 혼재되어 있고 그것이 꿈인지 기억인지 혹은 꿈의 기억인지 식별이 불분명하다. 이번 영상에서 작가는 서사와 언어를 최대한 자제하는데 이는 예감이나 직감은 언어 이전에 발생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사운드 조각 코다(Coda)는 소나타의 종결부를 뜻하는 음악 용어로, 이전에 미리 들었던 주제 선율이 반복, 변주 및 확장되는 특성이 있는데 전시 공간 초입에 코다가 놓이는 것은 작품에서의 시간 궤도가 선형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브리엘> 영상에서처럼 코다의 사운드에서도 화성에서 녹음된 바람 소리를 포함한 여러 종류의 바람 소리, 관악기 연습 소리, 금속 파이프가 매질로 기능하며 나는 소리 등이 주를 이루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모든 소리가 뒤섞이는 소용돌이 같은 시간의 운동을 상상한다.
전시 공간은 전체적으로 커튼으로 가려진 ‘방(chamber)’의 형태를 갖는다. 그것은 가브리엘의 임무인 ‘수태고지’가 수행되는 곳이고 실내악(chamber music)이 연주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지난 수년간 팬데믹의 시기를 살면서 우리가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격리되었던 닫힌 방을 의미하기도 한다. 부식된 동판으로 된 ‘창문-꿈((Window-Dream)’은 닫힌 방에서도 화성 탐사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외계로 난 창을 의미한다. 또한 이번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자율주행 차량에도 이용되는 라이다(LIDAR) 기술로 과테말라의 밀림 지역에 갇힌 마야의 도시를 탐색하고 3차원 모델로 도시를 구현한 뉴스를 접한 작가는 정글 위 헬리콥터에서 과거의 이미지를 길어내 보여주는 라이다가 낯선 전령과도 같다 느꼈고, 이를 계기로 공간에 위치한 유토로 만든 작은 소조 ‘새로운 사원(A New Temple)’을 구상했다.
과거의 자료로부터 촉발된 현재의 사건을 만드는 것에 집중했던 지난 작업의 경향에 비해 미래라는 시제에 대한 생각, 오는 것 또는 도래할 것에 대한 생각들이 작업의 시작점에서 주요하게 작용한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사인 시간은 물리적 실체를 띠며 현재 시점에 좀 더 생생하게 체현되기보다는, 과거와 미래가 만나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함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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