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th A-AWARDS-
PASSION + UHM JIWON
최근 LA 여행을 다녀왔죠?
<작은 아씨들> 촬영 끝나자마자 해외 여행을 하고 왔어요. 돌아온 지 얼마 안 돼서 시착 적응 중이에요.
필라테스, PT 등 운동도 열심히 한다고 들었어요. 여행을 비롯해 외부 활동에서 에너지를 얻는 편인가요?
그런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작품과 떨어져서 회복하는 시즌이라 생각해요.
여행은 어땠나요?
배우가 된 지 20년 정도 됐으니. 전작의 캐릭터와 이별하는 데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어요. 그중 하나가 여행이에요. 물리적으로 완전히 다른 환경에 가면 빨리 떨쳐내게 되더라고요.
올해를 돌아보면 어때요?
<작은 아씨들>로 기억되는 해가 아닐까요. 처음 대본을 읽은 순간부터 마지막 촬영까지, 굉장히 사랑한 작품이에요. 그런데 배우가 애착을 가지는 것과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건 다른 일인데, 두 가지가 일치했다는 점에서 기쁘죠.
원상아는 초반 분량이 적기도 했고, 출연 결정 당시 받은 대본은 5부 정도의 내용만 다뤘다고 들었어요. 정서경 작가도 배우가 초반에 자신이 드러나지 않는 캐릭터를 맡는다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고마움을 표한 적 있고요.
70~80퍼센트 확률로 대본을 읽자마자 출연 결정을 해요. 당연히 회사나 여러 논의할 것이 있지만, 결심은 처음 대본을 만난 순간 하는 것 같아요. 초반에 원상아의 분량이 많지 않지만, 매력적인 인물이라 생각했고, 배우로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떠올랐어요. 사실 정서경 작가님의 대본이 너무 재밌었어요. 제 역할을 떠나서 5부까지만 봐도 <작은 아씨들>의 완성도가 높았고, 좋은 작품인 건 확실하니 해보자 마음먹었죠. 김희원 감독님과도 협업해보고 싶었고요.
엄지원과 <작은 아씨들> 원상아의 궁합은 어땠나요?
잘 맞은 것 같아요. 사실 상아는 복잡한 인물이라, 연기하기에 재밌으면서도 까다로웠어요. 갑자기 총을 던진다거나, 조절을 잘 못하면 캐릭터의 중심이 흐트러질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연기를 하려면, 그 인물을 잘 이해해야 하는데, 다행히 상아라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사실 상아는 저와 완전히 성격이 다른 인물이라 어려울 법도 했는데, 그를 이해하고 연기하는 과정이 힘들지 않았어요.
원상아는 자타 공인 올해의 악역이에요. 배우로서 이 인물을 구체화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외형. 딱 보면 느껴지는 인상을 잘 만들고 싶었어요. 저는 상아가 옷도 잘 입고 예쁘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헤어, 메이크업이나 소품을 선정하는 데 공을 들였죠. 저는 상아가 못된 짓을 하지만 악역이라 생각하지 않고 임했어요. 감정에 솔직하고, 명석한 여자라고 생각했죠. 사람의 마음을 잘 읽고, 자신의 아픔은 드러내지 않는 똑똑한 사람. 뻔한 악역처럼 보이기 싫었달까? 과한 감정을 발산할 때도 있지만, 사람으로서의 사랑스러움이나 매력은 풍성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평소보다 높은 톤으로 연기했어요. 날아다니는 나비처럼요.
원상아에 대해 정서경 작가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헤어질 결심> <비밀은 없다> <아가씨> <박쥐> <친절한 금자씨> 등 입체적이고 멋진 여자 캐릭터를 그려온 만큼 기대감도 있었나요?
감독님과 작가님은 제가 <작은 아씨들>을 안 할 줄 알았대요.(웃음) 왜 제게 제안했는지 묻자, “지원 씨가 상아를 제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라고 하셨어요. 막상 해보니, 상아도, 감독님도, 작가님도 합이 너무 잘 맞더라고요.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요?
작품마다 다른데, 대본을 읽으면 결심이 확 서요. 주관과 직관의 영역이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어렵네요. 감이죠, 감. ‘내가 하면 잘할 수 있겠는데?’라는 확신이 들 때. 막상 해보면 마음처럼 잘 안 될 때도 있지만, 더 나은 연기를 위한 과정을 좋아해요. 작품에 임할 때만큼은 맡은 캐릭터와 뜨겁게 사랑하는 것 같아요. 연애가 그렇잖아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눈에 그 사람밖에 안 들어오고. 작품이 끝나면, 이별한 기분. 생각보다 금방 잊히는 사람도 있고, 오래 생각나는 사람도 있고.
더 해보고 싶은 작품도 있나요?
멜로를 하면 좋겠어요. 이제 멜로를 잘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닌가 생각이 들거든요. 아직 멜로를 안 해봤어요. 안 해본 걸 하는 걸 좋아하고요. 아, 사극도 아직 못 해봤네요. 두 장르는 언젠가 해보면 좋겠어요.
멜로도 사극도 제안을 받았을 법한데요?
그랬으면 했겠죠. 멜로 요소가 있었는데, 그걸 멜로라 해석하지 않은 걸 수도 있고요.(웃음) 모든 배우가 그렇듯, 차기작을 고를 때 신중한 편인데, 여러 가지 고민이 있어요. 최근 몇 년간 멜로 영화의 수가 확 줄어들기도 했고요. 연기는 해석 능력과 표현 두 가지가 중요하잖아요. 해석을 잘해도 기술이 부족하면 좋은 연기로 이어지기 어렵듯, 두 가지가 조화로울 때 훌륭한 연기를 할 수 있다 생각하는데, 이제 저는 멜로 작품에 대한 해석과 표현을 전보다 더 잘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요.
최근 K-콘텐츠가 세계적인 성과를 이룬 사례가 늘었어요. OTT 플랫폼도 다양하고 대중화되었고, 장르도 다채로워졌고요. 배우로서 이런 시류는 어떻게 다가오나요?
기술력이 발전하며 SF나 다양한 비주얼적 요소의 구현이 용이해진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LA 여행에서도 느낀 건 K-콘텐츠의 파급력이에요. 가요만큼 영화, 드라마도 현지인에게 인기더라고요. 할리우드 영화는 유명해진 지 오래됐고, 한때는 일본, 홍콩 영화가 붐이었다가, 이제는 한국이 그 흐름을 탄 것 같아요.
K-콘텐츠만의 특별함, 세계적 기대를 받고 있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나요?
한국 배우들은 표현력이 좋은 것 같아요. 그런 장점이 해외에서도 흥미롭게 보이는 것 같아요. 산업적으로 보면 해외 블록버스터급 대규모 예산의 영화보다 적은 제작비로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인 것 같아요. 봉준호, 박찬욱 감독 등 제작진들이 꾸준히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것들이 쌓여서 이룬 성과가 아닐까 하고요.
목표는요?
<작은 아씨들>처럼 반하는 차기작을 만나고 싶죠. 배우로서 다음 작품을 하고 싶다고 느낄 때가 여러 가지로 회복된 상태인데, 회복이 안 되면 좋은 작품이 와도 미루고 싶더라고요. 내년에도 잘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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