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의 이례적인 흥행과 평단의 호평은 차고 넘치는 기대감만큼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1대 블랙 팬서 티찰라와 그를 연기한 채드윅 보스만 모두가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떠나간 별을 애도하되, 영화는 나아가야 했다. 그렇게 티찰라의 동생 슈리는 2대 블랙 팬서가 됐고, 레티티아 라이트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흑인 여성 슈퍼히어로라는 명예와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했을 터. “슈리는 티찰라를 믿고 따랐어요. 티찰라도 슈리를 신용했고요. 고도의 과학 기술이 집약된 수트 제작을 100퍼센트 믿고 맡길 만큼요. 덕분에 슈리는 과학 기술과 신기술 창조에 대담했고,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유로웠을 거예요.”
하지만 그런 슈리도 오빠를 잃은 상실을 겪으며 변화를 맞는다. 슈리와 레티티아 모두 예상치 못한 슬픔을 감당하고 나아가야만 했다. “채드윅이 떠난 후, 차기작에 임할 때 모든 게 180도 변하고 빛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어요. 슈리는 무엇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 자체가 어려웠어요. 오빠를 위한 수트를 만들었는데, 이제 그가 없으니까. 저는 슈리의 심정에 깊이 공감했어요.” 레티티아는 이번 영화를 통해 슈리가 삶의 목적을 찾으려 애쓰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라 공언했다. “의욕을 찾으려 애쓰지만 근근히 버틸 뿐이에요.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그런 고뇌하고 슬픔에 잠긴 슈리의 모습을 훌륭하게 표현했죠. 각본을 읽으며 오빠를 잃은 동생의 마음이 절절하게 다가올 정도였으니까요.”
레티티아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에 임하며, 라이언 감독의 영화적 감수성에 또 한 번 놀랐다고 했다. “그는 매우 섬세하고 배려심이 많아요. 그를 알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죠. 게다가 순수한 마음으로 훌륭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집념은 놀라워요. 그게 영화에 고스란히 담겼을 거예요.” 덕분에 레티티아는 촬영 내내 안심했고, 배우로서 자신의 부족한 면이 더욱 성장했으며,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100퍼센트 이상의 노력을 하는 감독을 보면, 110퍼센트의 열정을 쏟게 되는 게 배우잖아요. 매일 촬영장에 갈 때마다 다짐했어요. ‘어떻게 하면 이 영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 놀라운 작품에 얼마나 많은 지식과 창의력을 가진 사람들이 투입됐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으니까요.” 레티티아는 공언했다.
히어로 영화의 묘미는 강력한 빌런과 그런 상대를 넘어 세상을 구하는 영웅의 이야기가 아닐까. 빌런은 어떤 캐릭터일지 제작 초기부터 귀추가 주목됐다. 그렇게 공개된 빌런은 ‘탈로칸’과 그들의 통치자 ‘네이머(테노치 우에르타 메히아)’, 해저 세계와 그들의 왕이 주역인 만큼 액션물로서도 기대를 자아냈다. “네이머의 등장은 매우 흥미로운 요소예요. 갑자기 물에서 튀어나와 와칸다를 공격하는데, 놀라운 액션 시퀀스죠. 제작진은 메소아메리카의 역사에서 영감을 받은 캐릭터라 설명했는데, 아름다운 연출과 만나 더욱 빛을 내요.” 이번 작품은 전작과 같은 의상감독 루스 E. 카터를 기용했고, 그는 전작으로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의상상을 수상하는 등 현재 세계 최고 영화 의상감독으로 꼽힌다. “그가 만든 비주얼은 놀라워요. 영감을 받은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동시대적 미학의 관점으로 봐도 아름답죠. 아프리카 대륙의 여러 색채와 문화를 의상에 멋지게 표현했어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관전 포인트는 네이머와 대적하는 수중 액션신도 있다. “라이언 감독이 작년 초에 전화로 불쑥 물은 게 있어요. 혹시 수영할 줄 아냐고.(웃음) 그래서 저는 ‘슈리는 실험실에서 일하잖아요?’라고 농담했지만, 곧장 수영을 배워야 했어요. 이후 저와 루피타(나키아 역), 다나이(오코예 역), 윈스턴(음바쿠 역)은 제작진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수영을 마스터했어요.” 그들이 노력한 덕분에 예고편부터 놀라운 수중 액션신에 관객의 기대감이 모였다. “물속에서 공기통 없이 프리다이빙을 배웠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저희의 노력에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VFX가 만나 멋진 미장센이 완성됐어요.” 자신도 아이맥스의 고화질로 관람하고 싶다고, 기대를 내비치기도 했다.
이번 영화는 채드윅 보스만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사람들의 응원과 걱정이 뒤따르기도 했다. 채드윅 없는 블랙 팬서를 상상할 수 없다는 의견도 꽤 있었다. 그런 부담감은 제작진과 배우들이 감내해야 했다. “저 또한 채드윅 없는 블랙 팬서를 상상하기 어려웠어요. 그렇게 슬픔에 잠겨 있을 때, 라이언 감독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슬프지만, 채드윅도 분명 우리가 영화를 계속하기를 바랄 것’이라고. 저 또한 채드윅과 이 영화에 임하는 모두를 위해 더 나아가고 싶었죠. 명예로운 영화 시리즈니까요. 우리는 영화를 찍으며 채드윅이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를 통해 계속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세요. 그리고 앞으로 더 나아가세요’라고 말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이번 작품에 대해 말하는 레티티아는 기분 좋은 설렘과 관객에게 그런 작품을 펼쳐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뻐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살아 숨 쉬는 신세계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놀라운 기술력을 갖춘 부족이라는 소재는 여전히 멋지잖아요. 게다가 매력 넘치는 새로운 캐릭터들도 더러 등장할 예정이고요.” 슬픔을 안고 나아가는 사람의 발걸음은 얼마나 무거울까. 레티티아와 제작진은 그 무거운 발걸음을 가장 영화적으로, 예술적으로 옮겼고, 우리는 극장에서 그 아름다운 성취를 관람할 수 있다. “영화를 보고 좋아할 아이들의 모습, 팬들의 코스튬 플레이도 기대돼요. 얼른 더 많은 관객과 함께하고 싶어요!” 레티티아의 활약은 기대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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