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th A-AWARDS-
INFINITE + LEE JONGSUK
<아레나>와는 1년 만의 재회다. 지난 인터뷰 당시 <빅마우스>와 <데시벨> 촬영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작품을 마친 소감을 물어볼 차례다.
올해는 작년에 뿌려놓은 씨를 수확한 해가 된 것 같다.
<빅마우스>부터 얘기해보자. K-팝 같은 드라마였다. 여러 장르가 한데 얽혀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다양한 장르의 조화로움이 <빅마우스>에 있었다.
서사가 진행될수록 장르가 바뀌고, 서로 다른 장르를 조합한 드라마였다. 내가 연기한 박창호도 처음에는 포멀한 인물이었지만 후반에는 누아르 캐릭터로 거듭나게 된다. <빅마우스> 촬영 당시 힘들었던 점을 하나 꼽자면, 후반부에서 맞닥뜨린 박창호의 당위성이다. 박창호의 행동에 당위성이 있는지 시청자 입장에서 생각했는데, 후반부에서 박창호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구간은 딱 한 회밖에 없겠더라.
맞다. 후반부는 전개가 매우 빠르게 진행됐다.
2회도 아니고 1회 분량밖에 없었다. 박창호가 원래 머리는 좋았다거나, 하지만 운이 없었다거나, 또는 조금 귀엽고, 다른 면모가 있다는 것을 설명했어야 했다. 그래서 연기를 조금 오버페이스로 했다. 극에서 인물은 사건에 휩쓸려가면서 상황에 따라 변모하기 마련인데, 반전을 거듭하며 전개되다 보니 소화하기 쉽지 않았다.
<빅마우스> 출연을 결심한 계기가 무엇이었나?
연출하신 오충환 감독님과의 친분 때문이었다.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호흡이 잘 맞고 너무 좋았다. 그래서 함께 고민해보다가 <빅마우스>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가장 큰 계기는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다. 박창호 캐릭터가 가진 게 없는데 다른 이의 힘을 빌려 역경을 헤쳐 나간다. 그 지점이 여느 캐릭터와 달라 흥미로웠다.
근데 박창호가 싸움을 참 잘한다. 변호사가 어찌 그리 잘 싸우나?
그렇다. 그래서 2부 후반부에 약간 블랙코미디 같은 느낌의 장면이 들어갔다. 박창호는 주먹질은 해본 적 없지만 본래 운동부였다는 설정이다. 운동부 출신이니까 싸움은 잘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종석의 다른 작품에 비해 맞는 장면이 많다. 너무 많이 맞더라. 특히 교도소 장면은 맨바닥에 누워서 맞고, 목매는 신도 있었다.
힘든 구간이 많았다. 누아르를 표방하긴 하지만 그래도 드라마인데 이 정도로 표현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목을 매고 죽었다가 살아나는 장면도 있고, 죽을 뻔한 고비가 많았다. 힘들지만 재미는 있었다.
요즘은 공중파 드라마 시청률이 높지 않다. 플랫폼이 많아진 것도 이유일 것이다. 그럼에도 <빅마우스>는 시청률이 꾸준히 높았고, 마지막 회는 13.7%에 달했다. 이 정도 수치면 올해의 드라마 아닌가.
사랑을 많이 받아서 다행이다. 복귀작이었기에 부담이 컸다. 그리고 내가 가장 잘하는 종류의 작품이 아니라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조금은 다른 걸 가지고 나와서 이 정도 열매를 맺었다는 만족감도 있고.
만약 박창호를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면 지금의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을까? 불확실하더라. 박창호는 이종석에게 딱 맞는 배역 아닌가 싶다.
아니다. 나하고는 많이 달라서 애로 사항이 많았다. 그런 생각도 자주 한다. 이전에는 몰랐는데 함께 만드는 스태프들에게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고, 감독님은 물론이고 무술팀에게도 진짜 큰 도움을 받았다.
육체적으로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였나?
액션신을 촬영하다 무릎 인대가 찢어졌다. 그날 촬영까지 마무리하고 응급실에 갔다. 병원에서는 인대가 완전히 찢어졌다고 하더라. 원래 무릎이 안 좋아서 촬영을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스러웠는데, 다행히 뼈를 다친 건 아니라 일주일 정도 쉬고 무릎 보조기를 착용한 채 촬영을 마쳤다. 워낙 거친 장면이 많아 걱정되더라.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장대높이뛰기 신이 있었다. 장대높이뛰기 훈련을 받았지만, 무릎을 다친 상태에서 뛰려니 자세가 불안정했다. 무릎 상태가 제일 고난이었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의 호흡도 궁금하다. <빅마우스>에는 신선한 캐릭터들이 많았다.
윤아 배우하고는 회당 한 신 정도밖에 촬영이 없었다. 이번에는 여주인공보다는 교도소 선배들과 촬영이 자주 있었다. 송경철 선배님은 무척 어른이신데 케미가 좋았다. 현장에서도 아버지 같고, 형님 같았다. 그래서 작품 끝나고도 자주 뵙는다.
교도소 촬영에서는 뭔가 끈끈한 유대가 생겼다. 그리고 교도소 인물들은 약간은 비현실적인, 조금은 붕 떠 있는 느낌일 수 있는데, 선배님들이 사실감 있게 만들어주셨다.
30대 중반이다. 나를 확장시키고 깊이를 만들 시기다. 그래서 지금 배우 이종석의 고민은 무엇일까?
몸도 마음도 최대한 천천히 늙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배우로서 30대 중반을 향해 가니 이전까지 해왔던 것과는 달라져야 된다. 확장시켜야 되는 것도 맞다. 그런 의미에서 <빅마우스>를 선택했다. 작품을 끝낸 지금은 다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어떤 답도 못 찾은 상태다. 뭘 하면 좋을까?
뭐가 정답인지 모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 내키는 대로 살면 되지 않을까?
자신만의 것이 있어야 한다. 나만의 색, 나만의 알맹이, 나만의 분명한 그 무엇이 있어야 된다. 그걸 가지고 해야 한다. 나는 지금 그 알맹이를 찾아가고 있다.
배우 이종석 하면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다. 그건 이종석만의 알맹이가 있다는 방증 아닌가?
‘한국 드라마에는 정의롭지 않은 이종석이 나오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 그게 이종석이라는 배우의 이미지인데, 재밌기도 하면서 내가 그랬었나 싶기도 하고, 많은 생각이 든다.
이종석은 성실한 드라마 시청자로도 알려져 있다. 배우로서 드라마를 시청할 때 직업병처럼 보게 되는 요소가 있나?
예전에는 드라마 보는 게 괴로웠다. 나를 대입하게 되고, 뭔가 일처럼 느껴지더라. 작품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다. 지금은 그냥 즐기면서 본다. 편하게 보니까 드라마가 새롭게 느껴진다. 이 드라마 보다가 새로 시작한 드라마 있으면 또 그거 찾아보고. 확실히 마음이 편해졌다. 요즘은 콘텐츠가 많아서 좋다.
보는 입장에선 좋지만 만드는 입장에선 시장이 더 치열해진 거 아닌가?
그렇다. 근데 배우 입장에서 보면 콘텐츠가 늘어나서 연기할 기회가 많아졌다고 할 수도 있다. 예전에는 방송 3사만 있고, 월화 미니시리즈, 수목드라마가 정해져 있었다. 지금은 좋은 작품은 결국에는 어떻게든 사람들이 보고 박수 쳐주기 때문에 더 좋은 게 아닌가 싶다. 또 시청자 입장에서는 재밌는 드라마 두 편만 있으면 일주일이 금방 지나간다. 한 주가 풍요로워진다. 좋아하는 드라마 방영할 때를 기다리며 보내는 게 제일 행복하다. 나도 콘텐츠를 만드는 일원이지만 작업을 안 할 때는 여느 시청자와 다르지 않다.
다시 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연기가 잘 안 풀릴 때 돌파구는 어떻게 모색하나?
전에는 어떻게든 찾아내려고 했었다. 이제는 함께 만드는 사람들을 믿어보는 단계까지 왔다. 디렉터가 있으니 어떤 방향이 맞는지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선배님에게 묻기도 한다. 이렇게 해보고, 다르게 한 번 더 가자고 요청하기도 한다.
감독님과 상의하고 되레 더 어려워질 수도 있지 않나?
그럴 때가 있다. 독백이었는데, 감독님이 네가 그 인물이라면 무슨 말을 할 것 같냐고 물어보셨다. 그때 처음 대사를 직접 써봤다. 연기하면서 내 대사를 직접 써보는 과정이 재밌었다. 시나리오를 쓴 작가도 이 캐릭터를 배우에게 입혔을 때 서사를 다양하게 상상하고 만들어야 할 텐데, 그럴 때 함께 캐릭터를 구축하는 노력이 나에겐 새로웠다.
12월호라서 상투적인 질문 하나. 2022년은 어떤 해로 기억될 것 같나?
배우로서 새 출발을 한 해였다. 개인으로서는 큰 에피소드는 없었지만 감정적인 동요가 심했다. 이제 정말 30대 중반이 됐다는 생각, 조금 더 어른스러워져야 된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먹다 보면 슬픈 일도 겪고,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도 놓이게 된다.
어른스러운 태도를 취해야 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무도 뭐라고 안 하지만 그래야 된다고 생각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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