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결국 공으로 회귀한다. 둥근 축구공은 어디로든 굴러가고 누구나 굴릴 수 있다. 축구 얘기를 할 때면 우리는 잠시 괴로움을 잊는다. 축구팀에 대해 떠들다 보면 하락한 주식, 상승한 물가, 남의 집 살이, 취업난, 슬픔, 절망 언저리에 있는 문제들을 우리 삶에서 아주 잠깐 떼어놓을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축구를 이야기하게 된다. 누구나 ‘맨유’를 비난하고, 누구나 ‘나폴리’를 칭송할 수 있다. 축구는 계급이 없고, 경계가 없으며 모두에게 열려 있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는 다시 축구를 생각한다. 우리가 축구를 얘기할 때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대한민국에서 축구를 가장 사랑하는 축구 팬을 만나고, 축구를 시작해서 인생이 달라진 사람, 프로리그에서 선수로 활약하는 사람, 축구로 먹고사는 사람을 만났다. 그들 모두 축구를 사랑한다 말했다.
취미를 업으로 삼는다는 건 어떤 것일까? 애정하던 분야도 생계 수단이 되면 위태로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야말로 애증 관계가 될 수 있는 것. 그렇지만 이신재는 다르다. 이신재는 축구에 깊게 매료돼 패션과 축구를 엮어 브랜드 니벨크랙을 만들었다. “저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증명할 수 있는 건 이 일이에요. 축구라면 절대 지치지 않습니다.”
이신재의 이력은 모두 축구와 연관이 있다. FC 바르셀로나의 팬인 그는 현지에서 팀을 응원하리라 다짐하고 대학교 졸업 직후 바르셀로나로 떠났다. “1년 동안 거주하며 매주 ‘캄프 누’를 찾았어요. 축구 팬이라면 한 번쯤은 가고 싶어 하는 FC 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이죠. 메시와 같은 유명한 선수들을 마음만 먹으면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복이었죠.” 바르셀로나에서 축구에 대한 애정과 사업에 대한 확신을 얻은 이신재는 귀국 직후인 2016년 니벨크랙을 창업했다. 니벨크랙은 다양한 축구 요소를 의류에 접목한 패션 브랜드다. 경기장 안팎의 소재를 의류에 반영해 다양한 도전과 시도를 한다. 소재부터 패턴, 앰블럼 등 축구복의 특징을 일상복에 활용한 자체 컬렉션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2022년 F/W 컬렉션에서 다양한 브랜드들이 애슬레저 룩을 발표하며 축구복이 유행처럼 번졌다. 축구 유니폼에는 상징적인 요소들이 있다. 구단명, 선수 이름, 등번호, 스폰서 엠블럼부터 다채로운 타이포그래픽과 과감한 패턴까지. 컬렉터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한다. 이신재 대표의 축구 사랑 또한 유니폼에서 시작됐다. “다양한 유니폼을 보기 위해 경기를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서서히 축구에 매료됐죠.” 그가 모은 유니폼은 1백여 가지다. 그중 가장 의미 있는 유니폼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 출전한 멕시코 ‘에르난데스’ 선수의 유니폼이다. “처음 유니폼에 빠진 경기예요. 딱 그 선수 유니폼이었어요. 이후에 운 좋게 이베이에서 찾았어요.”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상징하니 의미가 남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신재는 패션 브랜드 운영에 그치지 않고 축구팀도 꾸렸다. ‘FC 니벨크랙’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디제이, 모델, 셰프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로 구성된 아마추어 축구팀이다.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모여 단단한 결속력을 갖췄다. “축구가 질리지 않는 이유예요. 팀플레이를 통해 축구의 본질을 즐기고 있죠.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충전해줘요.” 이신재에게 축구는 단순히 일이 아니다. 운동, 휴식, 취미까지 그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축구에 대한 애정을 끝없이 표현해온 이신재 대표의 다음 계획은 무엇일까? “올해는 자체 컬렉션보다 협업이나 프로젝트 위주로 운영했어요. 내년에는 컬렉션에 전반적인 힘을 쏟을 예정입니다. 최종 목표는 좋아하는 구단의 브랜드 디렉팅을 맡는 거예요. 축구라는 카테고리에 한계를 느껴본 적이 없어요. 무궁무진한 매력을 가진 스포츠죠.” 축구라는 스포츠를 바라보는 명확한 관점과 영감으로 브랜드를 풀어낸 이신재는 그야말로 축구 열망을 응축한 결정체다. 앞으로 이신재가 축구에 대한 열정을 어떻게 담아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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