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스물다섯 살 정소리입니다.” 촬영을 시작할 때, 큰 소리로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건넸어요. 강단 있는 사람이구나 했어요.
저도 처음 해봤어요.(웃음) 그래도 같은 목표를 향해 각자 일을 열심히 하는데, 웃으면서 하면 더 좋잖아요. 저를 잘 모르는 분들도 있을 테니, 저를 포함한 모두의 긴장을 풀어주고 싶었달까.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 편인가요?
사실 걱정이 많은 편이에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래서 때로는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해보자, 이렇게 마음먹죠.
우리가 아는 것 외, 사람들에게 더 알리고 싶은 소리 씨의 모습이 있나요?
잘 웃고 활발한 편이라는 거? 출연한 작품의 캐릭터가 대체로 강한 인상인데, 일상과 연기는 다른 거니까요. 그래서 오늘 촬영이 재밌었어요. 풍성한 드레스도 입고, 맵시 좋은 원피스도 입고. 한껏 웃고.
나이에 맞는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나요? 지금 더 잘할 수 있는 역할.
있죠. 발랄한 캐릭터를 만나보고 싶어요. 학원물도 좋고요. 주변에서 지금이 제가 교복 입고 풋풋한 연기를 할 수 있는 적기라고 하더라고요. 일면 동감해요.
지난 8월 공개된 영화 <카터>는 어떤 선택인가요? 한 인터뷰에서 “꿈을 이뤄준 작품”이라고 말한 적 있어요.
액션 연기를 꼭 해보고 싶었거든요. <카터>는 제가 원하던 멋진 액션을 맘껏 할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꿈을 이룬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에요. 그 작품 덕분에 오늘처럼 멋진 화보도 찍고, 이렇게 인터뷰도 할 수 있고요.
<카터>에서 소리 씨의 목소리 연기를 거론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요. 직접 연기한 북측 요원 한정희는 극 초반부터 상당 시간 목소리로 등장하죠.
목소리 연기도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시각적인 요소 없이 목소리로만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데, 같은 단어를 발음해도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게 해야 하고요. 목소리 톤부터 말투 등 모두 최선을 다했어요. 그리고 한정희는 실제 제 나이보다 많은 인물이라 성숙한 소리를 내려고도 했고요.
영화 <공작>의 홍설은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기도 했고요.
나고 자란 지역이 경남 양산이라, 사투리를 새로 배울 필요는 없었어요. 학교를 부산 금정구에서 다니기도 했고요.
지금 ‘부산’을 말할 때 사투리 발음이었던 거 알아요?
하하하. 그런가요? 어쩔 수 없나 봐요. 제가 살면서 가장 많이 본 영화가 <바람>이거든요. 다섯 번쯤 봤나? 부산을 배경으로 학창 시절을 보내는 소년들의 이야기인데, 작품에서 나오는 사투리가 친근하기도 해서 친구들과 대사를 따라 하며 깔깔 웃고 그랬어요.
더 해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요?
영화 <스타 이즈 본>을 좋아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세 가지가 음악과 사랑 그리고 술이거든요. 이 세 가지가 모이면 세상 눈치를 안 봐도 될 것 같달까? <스타 이즈 본>은 그런 정서를 잘 담은 것 같아서 저도 그런 연기를 꼭 해보고 싶어요.
음악과 사랑 그리고 술이라. 지금 소리 씨를 읽는 키워드처럼 들려요. 어떤 음악을 즐겨 듣나요?
팝, 클래식, 재즈, 국악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좋아해요. 어렸을 때 국악을 오래 해서 그런지 음악이 주는 힘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감정에 몰입할 수도 있고. 박효신의 몇몇 노래를 특히 좋아해요.
사랑은요?
연인 간의 사랑을 포함해 가족, 친구, 동료 등 모든 관계에서의 사랑은 참 멋진 것 같아요. 낭만적이잖아요.
술은요?
술은 뭐랄까. 경계심을 내려놓게 돕고, 편안하고 좋은 대화를 할 수 있게 이끈다는 점에서 좋아요. 가장 좋아하는 술은 소맥?(웃음)
소리 씨가 말한 것처럼 음악과 사랑과 술이 만나면 낭만적인 그림이 연상돼요.
그렇죠? 사람마다 연상되는 게 다르겠지만, 제게 이 세 가지는 낭만적이에요.
데뷔 5년 차죠? 드라마 세 편, 영화 네 편으로 필모그래피를 꽉 채웠어요. 돌아보면 어때요?
벌써 그렇게 됐나요? 나름 바쁘게 지낸 것 같아요. 이렇게 인터뷰를 하니 새록새록 떠오르는 추억이 있는데, 신기해요. 제게도 필모그래피가 생기고, 상상했던 배우의 삶과 비슷하기도 다르기도 한 경험을 했는데, 가장 중요한 건 제가 이 일을 참 좋아한다는 거예요.
연기의 어떤 점이 가장 재밌나요?
작품 속 제 연기를 볼수록 다른 것 같더라고요. 한 번 봤을 때와 열 번 봤을 때 보이는 게 다르기도 하고요. 세밀한 표정과 행동을 보며, 선배들의 내공이 대단하다고 느끼기도 해요. 연기에 정답은 없다는 선배들의 말을 곱씹는 요즘이에요.
부산예고에서 가야금병창을 전공했고, 국악인으로 수차례 무대에 오른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되기도 하나요?
도움되죠. 무대는 NG가 없잖아요. 그래서 긴장을 적당히 유지하는 방법을 깨우치기도 했고, 배우로 카메라 앞에 설 때도 도움이 돼요. 예전에 컨디션 난조로 무대에서 큰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 명백히 제 잘못이라 눈물도 안 나더라고요. 숨고 싶고. 그때 무대에 오르는 건 소수의 사람들이지만, 이 공연을 위해 수많은 사람이 혼신을 다하는 만큼, 더욱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느꼈어요. 이런 마음가짐으로 연기도 더 열심히 하게 돼요.
정소리의 연기관에 영향을 준 배우는 누구인가요?
특정 배우를 보며 꿈을 키웠다기보다는, 저는 현장에서 선배 배우들과 협업하며 느낀 게 많아요. 작품에 임하는 태도부터 각자의 연기 등 대단하더라고요. 모든 회차 촬영을 마치기 전까지는 식사 자리나 회식에서도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는데, 그게 무겁지 않고, 연기가 삶에 당연하게 녹아든 베테랑의 모습이었어요. 그때 ‘이런 게 촬영 현장에서 느끼는 즐거움이구나’ 싶었죠. 준비 기간이 며칠, 몇 달, 몇 년이 걸릴 수 있어도,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건 잠깐이잖아요. 그 잠깐의 시간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투자한 긴 시간을 생각하면 이 일이 더 매력적이에요. 무대에서 느낀 희열과 비슷하달까?
올해만 출연작이 두 편 개봉했고, 여러모로 바쁘게 지냈어요. 내년이 오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요?
음 어렵네요. 우선 지역 상관없이 ‘새우 축제’에 가보고 싶어요.(웃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새우 요리거든요. 지금이 새우철이래요. 가서 맛있는 새우 왕창 먹고 오고 싶어요.
요즘 가장 집중하는 건요?
돌아보면 저는 지금까지 진정 좋아하는 게 뭔지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더라고요.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했달까? 그래서 이제는 제가 원하고 호기심을 느끼는 것들을 하나씩 경험해보려고요. 요즘 최대 관심사는 저 자신이에요. 외부의 시선을 떠나, 저만의 매력을 더 키우고 싶은 마음.
목표는요?
다양한 작품을 만나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장르를 떠나서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개인적인 목표는 정직하게 살기.
“다양한 작품을 만나는 게 첫 번째 목표예요.
장르를 떠나서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개인적인 목표는 정직하게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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