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광고에서 ‘어쩌라고’를 외치던 파격적인 비주얼의 나나. 유튜브 ‘NEON MILK’에서 ‘NANA TV’를 운영 중이고 공연은 물론 다양한 브랜드의 모델, 디자이너의 뮤즈가 되기도 했으며 다양한 매거진과 방송에서 얼굴을 알려왔다. 어릴 적 학교 운동회 때 텔레토비의 나나 분장으로 나나라는 별칭을 갖게 되었다고 소개하는 그는 ‘영롱이 그려내는 나나’를 궁금해하는 에디터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영롱이 그려내는 나나는 없다고. 영롱이 나나를 그린 게 아니라 그냥 나나가 어느 순간 나타나서 하나가 되었다고.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드래그 퍼포먼서 나나영롱킴이라고 한다.
행사는 물론 방송과 매체, 광고계에서 러브콜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언제 인기를 실감하는지.
활동은 16년째 해오지만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4~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덕분에 활동 영역이 넓어졌고 이것저것 해보지 못한 것들을 시도하면서 즐기고 있다. 그래서인지 버스나 지하철, 길거리에서도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다. 감사하면서도 쑥스러운 순간이다.
최근 근황이 궁금하다.
팬데믹이 완화되면서 다시 공연이 많아졌다. 주말의 경우 연말까지 스케줄이 꽉 차서 컨디션 조절을 하며 즐기고 있다. 얼마 전에는 더 트리니티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도 있었다. 다른 사진전이나 미술전에 일부 작품을 출품한 경험은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전시를 기획하고 오픈한 것은 처음이라 애 좀 먹었다. 다행히도 전시가 진행되는 10일 내내 반응은 뜨거웠고 그만큼 뿌듯했다. 해보고 싶은 것은 다 해보고 사는 놈이다 나는.
드래그 아티스트에게 아름다움이란?
사실 아티스트란 말은 아직도 부끄럽다. 근데 아티스트란 말을 스스로 하면서 나 자신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쓰고 있지만, 사실 나는 퍼포먼서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물론 여러 가지 아트적 요소가 많은 작업을 하고 있지만 진짜 내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은 무대 위에서 쇼를 할 때이니까. 본투비 쇼걸이다 나는.
늘 ‘가장 나답게, 지금 당장 행복하게 살라’고 강조하는데 순간과 행복을 좆게 된 계기가 있는지.
드래그를 잠시 쉬고 있을 때 몇 달 동안 중환자실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퇴원을 앞두고 ‘앞으로 뭘 하고 싶으세요?’라는 의사 선생님의 질문에 한참 동안 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고는 ‘이렇게 죽을 고비도 넘겼는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즐기면서 사는 게 답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퇴원했다. 내일도 미래도 중요하지만 먼 훗날을 위해 오늘 당장 하고 싶은 것들을 참으며 지내기엔 지금 내가 너무 불쌍하지 않은가. 오늘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날이다. 이 젊은 날을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렇다면 나나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과 영롱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꼽자면?
나나가 영롱이고, 영롱이 나나다. 사실 매 순간이 감사해서 도저히 하나를 꼽는 것 자체가 어렵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꼽자면 ‘무대 위에서 놀 때’인 것 같다. 같이 어울려서 즐겨주는 관객분들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남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이 굉장히 쉽지 않았을 텐데, 나나영롱킴의 긍정 에너지의 원천은?
남과 같은 길은 그 누구에게도 없는 것 아닐까. 나는 나만의 길을 가는 것이고, 다른 이도 각자 자기의 길을 가는 것이기에, 남들처럼 살고 남들처럼 행동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바로 그런 면에서 나는 남들보다 특별하지만 그 누구보다 평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은 늘 내가 특별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 자신은 이게 나이기에 특별한지 잘 모르겠다. 뭔가 좇아가거나 이루려 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그리고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을 하며 흘러가는 대로 순간을 즐기려는 노력이 긍정 에너지의 원천이 된 듯하다. 성장의 원동력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드래그의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는지.
너무 많다. 매거진, 유튜브, 사진, 길거리의 사람들, 벽에 붙어 있는 알 수 없는 아티스트들의 포스터 등등등.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여러 가지 영감의 재료들이 널려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들을 어떻게 균형 있게 조합하느냐인 것 같다.
드래그 메이크업을 하고 지울 때까지 그 시간 동안 가장 짜릿한 순간을 꼽자면?
공연이 정말 잘되는 순간이 있다. 관객과의 호흡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무대 위의 동작들 하나하나가 마치 미리 짜여진 각본처럼 각이 맞는 그런 날에는 영락없이 무대에서 나도 모르게 날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함성이 터지는 포인트를 알고 있는데, 예상되는 순간에 터져나오는 함성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기도 하고. 촬영도 마찬가지다. 슛이 들어가면 일사천리로 표정과 동작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날이 있는데 이번 화보 또한 그러했다.
진행했던 많은 협업과 공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2019년 나나 프로젝트의 첫 시작인 다큐멘터리 필름 <나, 나> 상영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동안 쉬다가 다시 드래그를 시작하기로 하고 지금의 나나 팀원들과 크루를 형성해 45분 정도 되는 다큐멘터리 필름을 1년 3개월에 걸쳐 제작했었다. 처음엔 ‘과연 사람들이 이걸 보러 와줄까’ ‘나에게 관심이 있을까’ 등등의 불안감에 계속 촬영을 거부했지만 끈질긴 나나 팀원들의 설득에 못 이겨 촬영을 하게 되었고 결국 상영회까지 열게 되었다. 텀블벅의 퀴어 프로젝트 역사상 가장 많은 펀딩 모금액이 모였던 프로젝트였다.
나나에겐 텔레토비 랜드가 있다면, 나나영롱킴에게는 어디가 무대인가?
여기저기 많은 무대를 경험하고 도전하고 있지만 메인으로 활동하는 곳이자 마음속 일등 무대는 <TRANCE>이다. 이곳은 드래그퀸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유일무이 드래그 클럽 바다. 이곳에서 배울 점이 많은 선후배 퀸들과 함께 서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 그 외에도 홍대와 압구정, 멀리는 부산과 광주를 오가며 한국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영롱이 개인적으로 들으면 기분 좋은 말은?
‘놀랍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제일 좋다. 사실 비주얼적으로 가장 사람을 홀리는 게 드래그퀸이 아닌가. 드래그는 과한 화장과 입이 저절로 벌어지는 화려한 의상과 헤어, 매일매일 다르게 자기를 표현해가며 즐기는 일이라 늘 새롭고 놀랍고 끝이 없다.
댄싱사이더 컴퍼니의 킹키펌킨 라벨에 나나가 그려진 소감은 어떠한가?
그저 신기하다. 뮤비 촬영도, 광고 촬영도, 브랜드의 모델도, 연기도 하다못해 다큐멘터리와 첫 개인 사진전까지 이루어졌는데 이번엔 나를 모티브로 한 일러스트가 더해진 제품까지 나오다니! ‘별의별 거 다 하고 사는 놈’이라고 나를 말하곤 하는데, 정말 찰떡이지 않은가.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맛 좋다.
오늘 촬영은 어땠는지.
스태프 모두들 너무 좋아해주셔서 촬영하는 내내 즐겼던 것 같다. 너무 예쁘게 잘 나와서 빨리 결과물이 보고 싶다. 사실 드래그 모습의 촬영은 많이 했는데 평소 모습의 촬영은 아직 쑥스럽다. MBTI도 모두가 E라 생각하지만 완전 강한 I 성향인 INTJ. 촬영이 끝나면 에너지가 완전 다 빠져나가버리는 케이스이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밸런스가 잘 맞았던 것 같다. 영롱의 모습도 나나의 모습도 같이 촬영을 해서 그런가.
<아레나> 독자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처음 보시는 분도, 이미 저를 아시는 분도 모두 반가워요. 저를 좋아해달라는 말은 안 할게요. 하지만 끌리면 당장 따라오세요. 아마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에요. 환영합니다 나나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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