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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션 정복자 #김훈

영국 트래디셔널을 바탕으로 하는 헤지스를 2019년부터 진두지휘하는 김훈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만났다. 브랜드 체질 개선, 디지털 커머스와 지속가능성 등을 통한 리브랜딩에 앞장서고 있는 그에게서 브랜드 청사진에 대해 들어보았다.

UpdatedOn October 0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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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헤지스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국민대학교 의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FIT를 졸업했다. 랄프 로렌, 타미 힐피거 등을 비롯한 세계적인 브랜드들을 거쳐 현재 칼 라거펠트 헤드 디자이너와 헤지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다. 현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프랑스 파리에서 거주 중이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서 디자이너로서 승승장구를 하다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헤지스를 맡게 되었다. 영입 제의를 수락한 이유와 그 의미는?
외국에서 오래 생활을 하다가 달라진 한국의 패션 환경을 접하면서 한국 시장에 한번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집도 오래되면 오랜 먼지를 털어내고 어느 순간 한번 정리를 하면 좋지 않은가? 오래된 브랜드가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좋으나, 너무 앞만 보고 가다 보면 본연의 모습을 잃을 수 있으니 브랜드를 새로운 방법으로 재정비하자는 뜻에서 영입을 수락하게 되었다.

헤지스 본연의 모습이란 어떤 것인가?
영국의 트래디셔널을 바탕으로 하지만 반항적인 재해석이 가미된 것이다. 영국은 굉장히 전통적이면서 매너가 있지만 동시에 펑크 음악 같은 반항적인 문화가 생겨난 곳이기도 하다. 헤지스가 너무 단정하지만은 않으면서 자신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브랜드가 되었으면 한다. 젊은 층도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랄프 로렌, 타미 힐피거, 칼 라거펠트와 같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총애를 받으며 함께 일했다. 가까이서 지켜본 결과, 성공한 디자이너들은 무엇이 달랐나?
그들의 공통점은 남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면을 보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지나칠 수 있는 것을 잘 포착하여 디자인의 영감을 얻는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자주 묻는 질문 중에 하나가 작업의 영감을 어디서 얻느냐는 것인데, 나는 길을 다닐 때 스마트폰만 보지 말고 주위를 둘러보면 아이디어가 많다고 대답한다. 아이디어는 우리가 살아가며 접하는 모든 것을 통해 나온다. 디자이너는 자기 디자인에 대한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한다. 옷만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옷에 대한 의미나 그런 것을 잘 공유할 때 좋은 디자인이 되고 그게 성공의 발판이 되지 않았나 싶다. 한번은 칼 라거펠트와 디자인 작업을 하는데, 내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자 그가 나에게 직접 그린 것이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많이 그려보고 생각을 많이 한다고 답하니까, 나에게 자신도 그렇다고 속삭였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도 이렇게 손수 그림을 그려가면서 작업을 한다.

대학교까지 마치고 이민을 가서 성공의 척도 같은 삶을 살아왔는데, 한국인으로서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일하는 삶을 어떠했나?
외국에서 30년 넘게 살았으니 한국에서 산 것보다 외국에서 산 세월이 더 길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이 글로벌 그 자체다. 오히려 지금은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더 발전한 것 같다.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 국가를 살리는 가장 큰 일이라는 것과 비슷한 얘기를 김구 선생이 한 적이 있다. 문화가 잘 전파되니까 세계가 더 빨리 한국을 알아준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흡수될 수 있는 힘을 가진 문화가 그만큼 중요하다. 다른 분야는 이미 글로벌에서 유명하니까 이제는 K패션이 글로벌 패션 시장에서 잘 알려지면 좋겠다.

헤지스 아이코닉 케이블 니트.

헤지스 아이코닉 케이블 니트.

헤지스 아이코닉 케이블 니트.

패션 철학은 무엇인가?
‘내가 입지 않는 옷은 남도 안 입는다’이다. 의상은 예술과 상업의 중간 개념이어야 한다. 보는 옷이 있고 입는 옷이 있다는 말도 있지만, 난 입는 옷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디자이너로서 내가 디자인한 옷을 입은 사람을 봤을 때의 기쁨은 엄청나다. 자신은 입지 못하는 옷을 디자인하는 것은 좋은 디자인이 아니고, 잘 입을 수 있는 옷이 잘 디자인된 옷이다. 예술성도 중요하지만 상업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돈을 떠나 고객들이 입으면서 즐길 수 있는 옷 말이다.

패션업계에 몸담으면서 가장 기뻤던 일과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
내 일은 순간순간이 즐겁고 재밌는 일이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디자인을 하게 되면서 많은 나라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를 본다는 것은 옷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식문화, 문화 체험을 같이하는 것이다. 24시간 일만 해도 시간이 모자랐지만 일을 재미있게 해서 그런지 힘든 점은 없었다.

여러 강연과 인터뷰에서 자기 PR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기 PR의 노하우나 팁이 있으면 알려달라.
요즘은 자기 자신을 알리지 않으면 어려운 시대다.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도 있지만, 자기가 좋은 일을 한 것을 적극적으로 알렸을 때 다른 사람들이 따라 하거나 동참할 수 있다. 겸손해야 하므로 자신을 남들한테 내세우라는 말은 아니다. SNS에 자기 자신의 안 좋은 면보다 남들이 보고 배울 만한 것을 공유하라고 말하고 싶다. 남들 앞에 나서기 위해서는 그만큼 준비하라는 뜻도 있다. 나 자신을 알리기 위해서 많이 알고 많이 배워서 좋은 면을 같이 공유하면 본인을 위한 진정한 PR이 완성된다.

2022 F/W 시즌 헤지스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그리고 추천 아이템도 알려달라.
이번 시즌 테마는 전통과 매너를 중요시하는 영국에서 젊은이들과 아티스트들이 모여, 반항적이지만 크리에이티브가 넘쳐흐르는 ‘런던의 동쪽(East end of London)’으로 잡았다. 런던 동쪽은 스피탈필즈 마켓, 브릭 레인 마켓, 캠던 마켓 등으로 많이 알려졌다. 빈티지 마켓과 독창적인 레스토랑, 전시회장이 가득한 곳이기도 한 이곳에서 영감을 받아 헤지스의 전통적인 면과 스트리트 감성을 가미한 컬렉션이다. 더불어 최근에 큰 쟁점이 되고 있는 ‘젠더 뉴트럴’이란 중요한 이슈를 항상 염두에 두고, 특히 젊은이들이 관심을 많이 보이는 친환경적인 디자인도 반영했다.
헤지스는 성별이나 인종에 관계없이 전통과 자유를 사랑하는 이들의 취향을 존중하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컬렉션을 지향한다. 화사하고 포근한 케이블 니트와 매일 입어도 맵시 있는 옥스퍼드 셔츠는 질리지 않고 남녀노소 누가 입어도 멋진 아이템이다.

헤지스를 어떤 브랜드로 만들고 싶은가?
브랜드를 재조명하는 것, 그래서 글로벌 브랜드로 정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가 K팝의 포문을 잘 열어주었고, K코스메틱, K드라마, K푸드도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렇게 우리 문화가 외국에 잘 알려지는 것이 외국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지만, 아직까지 K패션의 인기는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각 나라를 대표하는 브랜드들이 모두 있듯이, 헤지스를 글로벌 마켓에서 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는 브랜드로 만드는 게 나의 목적이다. 가끔 네덜란드에서 헤지스 쇼핑백을 들거나 헤지스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너무 영광이고 반가운 생각이 든다. 이제는 헤지스도 세계시장으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앞으로 헤지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하고 싶은 프로젝트나 계획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헤지스의 글로벌화를 위한 작업을 하려 한다. 내가 입고 즐기는 옷을 한국뿐 아니라 내가 생활하는 암스테르담과 파리에서도 입을 수 있도록 말이다. 먼저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이 생소하지 않고 언어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해결해보려 한다. 우리가 파페치 사이트에서 편하게 쇼핑하는 것처럼 말이다. 좋은 옷이 있어도 알지 못하고 사지 못하면 소용없다. 패션은 누구에게 잘 알려질 때 장점이 극대화되므로 그런 면에 중점을 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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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Guest Editor 김선아
Photography 오태일
Cooperation 헤지스

202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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