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LIFE MORE+

뉴진스를 보는 세 가지 시선

지금 K-팝 신에서 가장 뜨거운 것들. 뉴진스, 민희진 그리고 민희진의 뉴진스 마케팅. 뉴진스를 둘러싼 이슈들을 세 가지 시선으로 분석했다.

UpdatedOn October 03, 2022

3 / 10
/upload/arena/article/202209/thumb/52026-497991-sample.jpg

 

Issue 01 | K-팝 신에 민희진이 던진 화두


민희진은 음악가가 아니다. 프로듀서도 아니고 전문경영인도 아니다. 하지만 K-팝 신에서 민희진의 존재와 영향력은 독보적이다. 민희진의 뉴진스는 K-팝의 패러다임을 바꿀까?
Words 김영대(대중음악 평론가)

뉴진스는 방시혁이 빅히트뮤직, 나아가 하이브를 설립한 이래 가장 주목받은 프로젝트다. 하이브 산하 기획사이긴 해도 방시혁의 손길이나 빅히트의 통제와는 완전히 거리를 둔, 그야말로 독립 레이블에 가까운 ‘어도어(ADOR)’의 신생 걸 그룹 프로젝트가 이토록 오랫동안 온갖 종류의 ‘하이프(hype)’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민희진이라는 존재 때문이다. 긴 생머리와 세련된 몸짓으로 ‘Attention’을 부르는 모습에 반한 대중에게 뉴진스는 그저 ‘예쁜’ 걸 그룹이지만 아이돌 커뮤니티의 수많은 ‘덕후’에게 뉴진스는 어디까지나 민희진의 새 ‘프로젝트’다. 참 기이한 일이다.

유명 기획사의 새 프로젝트라는 이유로 준비 단계부터 화제몰이를 한 그룹이 없던 것은 아니다. NCT를 비롯해 SM의 새 그룹들은 연습생 프로그램인 ‘루키즈’ 시절부터 덕후들의 관심을 받았고, 블랙핑크가 데뷔 시절부터 스타에 등극할 수 있었던 이유도 2NE1을 잇는 YG의 핵심 프로젝트라는 이유가 주효했다. 하지만 뉴진스는 경우가 다르다. 이미 수년 전부터 하이브(혹은 빅히트)의 새 걸 그룹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가장 중요한 이유에는 회사의 역량-마케팅 능력을 포함한-에 대한 신뢰보다는 거의 전적으로 민희진이라는 개인에게 거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아이돌 음악 팬들이 갖는 민희진에 대한 신뢰가 독특한 또 하나의 이유는 그녀가 음악 프로듀서나 작곡가가 아닌 비주얼/아트 디렉터이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대중음악사에서 비주얼 디렉터 한 명의 존재가 한 그룹의 명운을 좌우할 만큼 영향력을 보여준 것은 뉴진스가 유일한 사례가 아닐까.

뉴진스에 대한 이례적인 관심을 촉발시킨 수장 민희진에 거는 기대감이 정확히 어디서 연유한 것인지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본질이 기존의 관습을 뒤엎는 독특한 미감과 과감한 접근 방식에서 비롯된 것만은 분명하다. ‘아트’로서 K-팝의 미학을 재규정한 역사적인 프로젝트 f(x)의 ‘Pink Tape’ 특별 영상을 시작으로 NCT U의 ‘일곱 번째 감각’, 샤이니의 ‘View’, 레드벨벳의 ‘Ice Cream Cake’ 등 민희진의 기획과 터치가 들어간 뮤직비디오 영상미는 SM 레퍼토리 사이에서도 완성도가 유독 빛났고, 그 결과물은 예의 설명하기 어려운 ‘까리함’과 함께 아방가르드적인 실험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비주얼과 영상미에 대한 독보적인 감수성은 뉴진스의 첫 앨범에 담긴 세 곡을 모두 뮤직비디오 형태로 공개하는 대범한 선택을 통해 다시 한번 과감히 시연되고 있다.

 

“뉴진스는 본질적으로 대단히 화려하고 감각적인 그룹이다.
그 화려함은 의상, 액세서리, 헤어스타일 모든 부분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꼼꼼하게 드러난다.”

 

뉴진스는 본질적으로 대단히 화려하고 감각적인 그룹이다. 그 화려함은 의상, 액세서리, 헤어스타일 모든 부분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꼼꼼하게 드러난다. 신곡의 프레젠테이션이 음원이 아닌 뮤직비디오여야 했던 이유도 그런 맥락이다. 그 디테일의 섬세함을 알아보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볼거리요, 따라 하고 싶은 콘셉트와 아이템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새로운 걸 그룹이 등장했을 때 몇몇 멤버가 유독 돋보이는 외모와 스타일로 주목받는 경우는 늘 있었지만, 뉴진스처럼 이렇게 특정 멤버가 아닌, 그룹 전체가 하나의 이미지로서 새로운 워너비로 여겨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대중은 뉴진스를 통해 이미 새로운 세대의 ‘이미지’를 그리고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자칫 과잉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이런 의욕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왜일까? 그 ‘마감’이 럭셔리함을 덕지덕지 덧대지 않고 내추럴하고 직관적인 세련미, 쉽게 말해 ‘힙’하게 매끈하기 때문이다. 뉴진스에 대한 세간의 공통적인 첫 반응은 ‘예쁘다’이다. 하지만 그 예쁨이 단순히 얼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은 누구나 안다.

‘Attention’과 ‘Hype Boy’의 뮤직비디오에 면면히 흐르는 밝고 쾌활한 건강미는 보여주기 위한 ‘걸크러시’와는 다른 차원의 무엇을 느끼게 한다. 나는 그것이 남성의 시선으로 필터링된 아름다움이 아닌 여성들이 동경하고 따라 하고 싶어지는 종류의 ‘걸크러시’와 ‘걸리 걸’ 이미지가 절묘하게 상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뉴진스를 접한 많은 남성 팬들의 지배적인 반응은 생각보다 ‘평이하다’라는 것이다. ‘이게 어디가 튄다는 거지?’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의견도 일리는 있다. 왜냐하면 뉴진스는 애초에 그런 반응을 예상하고 만들어진 그룹이기 때문이다. 세대 간의 차이는 감안해야겠지만 남성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해온 걸 그룹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중에서도 ‘걸 넥스트 도어’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일상적인 매력, 그러니까 예쁘거나 섹시하지만 언제나 주변에서 쉽게 친해지고 말을 걸 것 같은 매력이 그것이다. 뉴진스는 좀 다르다. 이들의 어떤 모습이 일상적이고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남성 청자들과 ‘플러팅’한다는 느낌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뜬금없는 속삭임도, 맥락 없는 애교도 없다. 뉴진스가 보여주는 여성미는 누군가를 꼬시기 위한 목적이 아닌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자신의 ‘힙함’을 전시하는 여성미다. 담백하고 신선하다.

이 ‘얌전한’ 파격은 K-팝 문법에서는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세련된 심심함을 담은 음악을 통해 더없이 훌륭하게 완성되었다. 데뷔 EP의 네 곡은 약속이나 한 듯 K-팝의 관습을 가급적이면 멀찌감치 피해 가기 위해 애쓰고 있는 듯 보인다. 역시 민희진의 의도다. K-팝이 왜 K-팝다워야 하지? 아니, 더 중요하게는 K-팝답다는 것이 뭐지? 민희진은 새삼스러운 질문을 던진다. 그것이 오랜 세월 본인이 함께 이룩해온 ‘K-팝스러움’에 대한 문제 제기라는 점에서 더 흥미롭다. 뉴진스의 음악은 대단히 캐치하다. 하지만 그 캐치함은 훅송이나 트로트를 들었을 때 느껴지는 강박과는 거리가 먼 은근한 중독성이다. 세련되게, 자연스럽게, 무엇보다도 별다른 두통을 유발하지 않은 채 귀에 얹히고 뇌리에 남는다. 뜬금없는 고음 파트도, 어색한 분절도, 기계적인 파트 분배도 없는 그야말로 자연스럽고 세련된 사운드는 뉴진스의 비주얼적 특성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민희진은 K-팝의 검증된 히트메이커들로 이루어진 ‘송캠프’ 시스템에 완전히 의존하지 않고 프로듀서 250과 함께 기존 신에서 들리지 않는 전개와 소리들을 고민해온 듯 보인다. 그것을 ‘탈K-팝’적인 이지한 세련미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더 많이, 더 두텁게, 더 강렬하게 맥시멀리즘을 향해 경주해온 K-팝의 트렌드에서 사운드적으로도 빠뜨렸던 바로 그 부분을 채워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뉴진스의 혁신은 일종의 반동이자 비틀어 보기다. 선언적이거나 혁신적인 무언가를 갖고 나왔다기보다 결핍 요소를 채워주며 잊고 있던 교훈을 끄집어내는 느낌에 가깝다. 하지만 이제 이 바닥에는 쓸 만한 아이디어가 바닥이 났다고 여겨지던 시점이다. 새롭게, 하지만 어떻게? 누구나 이런 걸 그룹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그게 뭔지 설명할 수 없었던 바로 그 지점, 민희진의 남다른 감각이 그 답을 제시하고 있다. 아직 이 바닥에 감각과 통찰의 차이가 있었다.

Issue 02 | 내가 만든 쿠키, 충치 생겨도 난 몰라


뉴진스의 곡 ‘Cookie’ ‘Pimp’는 언어 해석 차이로 인해 논란이 일었다. 선정성 논란은 뉴진스에게 영향을 끼칠까?
Words 김도헌(대중음악 평론가)

‘Cookie’ 논란을 요약해보자. 8월 1일 뉴진스의 세 번째 타이틀곡 ‘Cookie’가 공개된 후 해외 K-팝 팬덤 사이에서 노래의 선정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은 ‘Cookie’라는 단어가 여성의 성기를 표현하는 영어 속어로 사용됨을 지적하며 전원 미성년자인 뉴진스 멤버들이 부르기에 부적절한 노랫말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어도어 측은 10일 콘텐츠 관련 악의적 비방,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의 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히며 팬들의 제보를 요청했다. 이후 8월 17일 동시통역사 김태훈이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브릿지 TV’에서 ‘Cookie’의 가사 선정성을 설명하며 어도어를 비판하는 18분가량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논란이 커지자 8월 27일 어도어는 자사 공식 트위터에 장문의 공지를 올려 뉴진스의 기획 의도를 자세히 설명하고 ‘Cookie’ 논란에 대한 억측 자제를 요청했다.

노래는 창작가의 손을 떠난 순간부터 듣는 이들의 것이다. 같은 멜로디, 같은 노랫말이라도 부르는 이와 듣는 이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곡의 의미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뉴진스의 ‘Cookie’는 그 입체적인 불확실함으로 인해 매력적인 노래였다. ‘Attention’ ‘Hype Boy’ ‘Hurt’에서 들려준 10대의 사랑 이야기와 연결 지어 들으면 ‘Cookie’는 좋아하는 상대를 짓궂게 도발하는 곡이다. ‘널 choco-chip으로 Sprinkle로 입맛 버리게 만들고 싶어’ 같은 가사에서는 성적인 뉘앙스도 읽힌다. 동시에 ‘식사는 없어 / 음료는 없어’ ‘그런데 너 충치 생겨도 난 몰라’ 등 독특한 노랫말은 주저하는 사춘기 소녀의 성장기에 어울리는 표현이다. 달콤한 초코칩 쿠키 위 화려한 스프링클을 잔뜩 뿌렸다.

다른 아티스트가 부른 ‘Cookie’는 어떨까. R&B 아티스트 수민이 재해석한 쿠키는 끈적하고 붉은 체리 필링이 인상적인 마카롱이다. 뉴진스의 통통 튀는 리듬을 묵직한 타격감의 비트로 대체한 다음 건조하고 시크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린다. 범벅이 된 포장지를 힘겹게 뜯어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쿠키를, 쿠키를 구운 주인을 끝없이 갈망하는 상대를 발밑에 두고 ‘식사는 없어, 배고파도’라 읊조리며 살짝 미소 짓는 광경이다. 반면 ‘킹받는’ R&B 가수 미노이가 구운 쿠키는 달콤한 가운데 묘한 이질감이 느껴지는 민트 초코 맛 오레오 쿠키다. 담백한 기타 리프 위 조곤조곤 감정을 권하는 목소리는 은근한 유혹을 의도하나 다정다감하게 들려 아이러니하다.

 

“세계 팬들의 목소리는 국내 시장보다 훨씬 커다란 수익을 가져다주는
소비자 의견이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는 그래도 됐다’는 안일한 관행을 돌아볼 수 있는
따끔한 충고로서 의미가 있다.”

 

‘Cookie’ 사태를 바라보며 7년 전 유사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가수가 떠올랐다. 2015년의 아이유다. 그해 미니 앨범 <CHAT-SHIRE>를 발표한 아이유는 자신이 작사하여 수록한 노래 ‘제제’가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의 다섯 살 주인공 제제를 성적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출판사가 직접 페이스북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자 문학, 예술, 대중음악계 전반이 들고 일어나며 한 해의 마지막을 달군 거대한 이슈가 되었다. 더불어 ‘스물셋’의 뮤직비디오 역시 소아성애 의혹이 불거졌다. 아이유는 “제 가사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며 사과했지만, 그해 연말 콘서트에서 ‘제제’와 ‘스물셋’을 부르며 마냥 굽히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도 보였다.

결국 아이유가 옳았다. “아이유님, 제제는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라 항의한 출판사에 제제가 어떤 아이인지 결정할 권리는 없었다. ‘제제’를 소아성애적 코드를 품은 곡으로 이해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당시에는 ‘제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판하지 않으면 소아성애자로 낙인 찍히는 분위기였다.

어도어 레이블의 공지는 실망스러웠다. 내용이 부실하다거나 사과에 진정성이 담기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뉴진스의 기획 의도와 ‘Cookie’의 제작 배경 및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뮤직비디오의 의미와 곡이 앨범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하나하나 상세히 풀어놓는 것이 의아했다. 해석의 자유를 강조하며 성적인 뉘앙스만 부각하는 시선에 대한 저격이나 악의적 해석에 대한 강경 대응 선포만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장문의 가르침으로 모든 상상을 제한하려는 태도가 납작하게 다가왔다.

어도어의 공지대로라면 이제 ‘Cookie’에 대한 상상의 나래는 모두 부질없는 일이다. 소속사의 공지대로 CD를 굽는 아이디어에서 착안하여 디저트로 주식(主食)을 능가하겠다는 포부를 담고 있는 노래다. ‘선의’를 품고 만든 콘텐츠라는 데 의문을 제기할 필요도 없다. 뉴진스의 다른 노래와 뉴진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룹을 감싸고 있던 신비의 베일은 모두 거둬지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K-팝 아이돌의 전형만 앙상하게 남겨진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삼는 K-팝에 다양한 요구가 쏟아진다. 광범위한 문화권이 지적하는 문화적 전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소아성애 논란, 성적 대상화에 대한 비판 등 여러 방면에서 신경 쓸 부분이 많아졌다. 세계 팬들의 목소리는 국내 시장보다 훨씬 커다란 수익을 가져다주는 소비자 의견이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는 그래도 됐다’는 안일한 관행을 돌아볼 수 있는 따끔한 충고로서 의미가 있다. K-팝의 기형적인 문화-노동 착취, 감정 노동, 인권 침해, 성적 대상화-는 산업의 태동과 함께한 몸처럼 자라난 종양으로 하룻밤 새 적출해낼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세계를 누비고 싶다면 이제는 반드시 철저한 사전 조사와 검토, 모니터링 및 높은 문제의식을 갖춰야 하는 시대다.

동시에 균형 감각도 중요하다. 새겨들을 의견도 많지만, K-팝의 특수한 상황과 창작자의 인격을 간과하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요구를 인터넷 여론으로 만들어 확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류 팝 문화의 대안으로 선하고 순수한 K-팝 아티스트를 소비하는 이들은 작은 일탈이나 도전도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대중음악이 대중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도 분명하지만, 팬덤의 요구를 받아 주문 제작하여 제공하는 산업도 아니다. 제작자는 섬세한 설계도를 그릴 수 있어야 하되 고정관념을 깨는 고집도 필요하다. 어도어가 공지를 통해 거듭 강조한 ‘새로움을 향한 도전’ 의식을 갖춰야 한다.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취향과 철학을 바탕으로 결성된 뉴진스는 그들의 노랫말처럼 ‘남들과는 달라’ 주목받았다. 특히 음악과 메시지에 힘을 준 ‘Cookie’는 많은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노래였다. 과감하고 미묘한 뉴진스의 성공이 최근 K-팝 시장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인상적인 데뷔였다는 점에서 이 정도의 잡음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범주 내에 있었다. 그러나 어도어는 선정성 논란을 부풀리는 이들의 목소리에 스스로 그룹의 멋진 면모를 희생하는 결정을 내렸다. 서구 사회가 요구하는 ‘착한 K-팝’, 아티스트의 주체성조차 정교하게 기획하는 K-팝의 현실이 머리를 맴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8월 10일 <중앙일보>와의 2부작 인터뷰를 통해 “딸내미 같은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사랑을 숨기지 않았다. 동시에 “내 의도를 파악해주는 소비자를 만났을 때, 내 의도에 대한 충분한 공감과 함께 노력할 자세가 되어 있는 구성원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종이 뒷면까지 자국이 남을 정도로 그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어도어의 공지문에서는 민감한 이슈로부터 자사 아티스트를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와 조그마한 오해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읽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천천히, 오래 바라보아야 아름다울 것 같았던 뉴진스의 세계는 총명함을 일부 잃었다. 그만큼 기대가 컸던 탓이다. 뉴진스의 성공을 의심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이 더 커다란 존재로 K-팝 시장에 기억되길 바랄 뿐이다.

Issue 03| 절묘한 믹스 앤 매치의 향연


뉴진스는 왜 핫한가? 4세대 아이돌의 활동과 영향은 기존과 다를까? 마케팅 관점에서 뉴진스를 필두로 한 4세대 아이돌이 브랜드에 끼칠 영향을 짐작한다.
Words 윤선미(퍼스트원엔터테인먼트 프로듀싱 본부 총괄 이사)

K-팝 업계의 핫이슈는 뉴진스다. 업계 관계자, 현직자, 대중까지도 연일 신기록 행진 중인 뉴진스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이제 앨범이 하나 나온, 막 데뷔를 한 그룹이니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데뷔 전 화제성과 성과를 봤을 때 새로운 시대의 방향을 제시하는 신인 걸 그룹이 나온 것 아니냐는 의견에 무게감이 실리고 있다. 당연하게도 그 주목도만큼 논란이 존재하기도 한다. 뉴진스를 둘러싼 다양한 시선과 반응이 있지만 여기서는 마케팅의 시선에서 그들의 행보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마케팅과 K-팝 산업 마케팅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일반적으로 마케팅에 대한 정의는 아래와 같다.

“마케팅은 조직이나 개인이 자신의 목적을 달성시키는 교환을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시장을 정의하고 관리하는 과정이다.”
-한국마케팅학회(2002년)

“마케팅이란 고객, 클라이언트, 파트너 및 사회 전반에 대해 가치 있는 제공물을 창조하고, 커뮤니케이션하고, 전달하며 교환하기 위한 활동, 일련의 제도와 과정을 말한다.”
-한국마케팅학회(2007년)

“마케팅의 목적은 소비자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발견하고, 그것을 충족시킬 방법을 마련하여 영업을 불필요하게 하는 것.”
-피터 드러커(경영학자)


위의 내용에서도 볼 수 있듯, 마케팅은 그 주체나 시대에 따라 개념도 범위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통점을 요약해보자면 교환을 통해 시장을 관리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K-팝의 마케팅이란 무엇일까? 일반적인 의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겠지만 실제 업무에서는 조금씩 다르게 적용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현재 K-팝에서 마케팅의 개념은 기획과 브랜딩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된 형태라 보는 것이 맞겠다. 이 글은 K-팝 마케팅의 관점에서 본 ‘절묘한 믹스 앤 매치의 향연’이며, 이 그룹은 통합적인 마케팅 전략을 기획하고 잘 수행했고 대중에게 #신선함 #다름 #청량 #세련미 #풋풋함 #나이에맞는 #감각적인비주얼 등의 키워드(SNS 반응 참조)를 인식시켰음을 의미한다. 수치적인 성과나 신기록 행진 등의 기록을 차치하고라도 마케팅 목표를 이루고 브랜딩을 잘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살펴보겠다. 마케팅을 실행할 때 보통 시장을 정의하여 타깃을 세분화하고 그에 맞는 상품을 기획, 개발하며 그에 맞는 믹스 전략을 짜고 그 과정을 통합 및 관리하는데, 이를 뉴진스에 대입해보면 일반 상품의 개발 단계인 캐스팅, 트레이닝에서부터 전략이 녹아 있음이 보인다.

우선 뉴진스의 첫 시작이었던 글로벌 오디션 영상을 보면 멤버 인원수(5명, 마차에서 내리는 인원)가 암시되었다. 이후 ‘New Jeans’라는 그룹명의 상표권이 등록되었는데 그 출원 시기는 2022년 1월 7일이다. 두 가지 사례만 살펴봐도 아마 처음부터 어떤 그룹을 만들겠다는 방향성과 나이대, 콘셉트를 설정하고 어떤 이미지의 멤버 구성원을 뽑겠다는 기획을 했을 것이라 짐작해볼 수 있다. 물론 기획을 실제 얼마나 완벽하게 실행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자본력과 시간, 인프라 등 많은 요소와 운과 타이밍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러한 전략은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반쪽자리에 그칠 수 있다. 실제 대형 기획사와 중소형 기획사가 결정적으로 차이 나는 지점이 아닐까 싶다. 결과론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뉴진스의 경우, 그 과정을 통해서 기획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디테일을 수백 번씩 수정하고 발전시켜 나가며, 지금의 퀄리티를 완성했을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시의적절한 콘셉트 기획과 실행 방안, 이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수행하여 결과적으로 원하는 이미지로 정확히 포지셔닝했다는 점에서 통합 마케팅의 성공이라 볼 수 있다.

특히나 뉴진스의 성공적인 데뷔에 개인적으로 의의를 두고 싶은 것은 아티스트의 매력과 실력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가 스포트라이트를 차지하던 좁은 시선을 확장했다는 데 있다. 뉴진스를 만든 어도어 민희진 대표는 자신의 브랜딩을 통해 인지도를 쌓고 방송 출연을 통해 기획과 제작을 하는 사람의 역할과 그 중요성을 대중에게 명확히 인식시켰을 뿐 아니라 제작하는 그룹에까지 기대감을 갖게 했다.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는 전략과 역량이 나타나는 지점이 아닌가 싶다. 민희진 대표가 SM 재직 시절부터 쌓아온 노하우와 신뢰도는 단기간에 축적되는 것이 아니며, 이미 기대감이 높아진 팬덤, 대중의 눈높이를 그 이상으로 충족시키는 일도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콘텐츠 산업에서 마케팅은 필수재 혹은 기타 상품을 다루는 브랜드 마케팅과는 결을 달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품의 품질, 기술력이 우선시되고 그것이 마케팅에도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품과는 달리 아티스트 마케팅은 그룹이 데뷔하기도 전부터 소비자와의 접점을 만들고 소통하며 지속적으로 노출시키고 이미지화하는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뉴진스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뉴진스의 마케팅 전략과 이에 따른 실행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뉴진스의 마케팅 목표와 전략
1. 목표 :
호기심과 기대감을 유의미한 효과로 전환시키는 것(음원, 팬덤 등)

2. 마케팅 전략
1) 초세분화된 타깃 – MZ세대 여성이 소비 가능한 콘텐츠
2) 타 그룹과 차별화된 콘셉트 ▶ 현재 걸 그룹 시장에서 잘 시도하지 않는 청량/세련 콘셉트
3) 콘셉트에 맞게 모든 요소들(콘셉트, 멤버 캐스팅, 음악, 비주얼, 안무)의 일관성 있는 구현

3. 실행 방안

1) 민희진 대표의 퍼스널 브랜딩(<유퀴즈 온 더 블럭> 출연)
- 직장인, 여성으로서의 성공, 전문성 강조, 그룹에 대한 사전 홍보
2) 타깃에 맞는 채널 활용
- 전용 앱(포잉)과 틱톡 메인으로 적극 활용
3) 총 4곡 중 3곡의 타이틀화와 뮤직비디오 제작
4) 티저 없이 뮤직비디오로 콘텐츠 최초 공개, 영상 뒤 멤버별 버전으로 연결
5) 감각적인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 더현대에서 오픈(데뷔 그룹 최초)

알려진 팩트를 요약하여 정리한 내용이다. 어떤가? 세상 어디에도 없던 신선한 방식인가? 아이돌을 좋아해본 사람이라면, 아티스트 혹은 콘텐츠 마케팅을 진행해본 사람이라면 느끼겠지만 사실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이라고 볼 수는 없다. 데뷔 그룹 최초이긴 하지만 팝업 스토어를 대규모로 기획하고 운영한 아이돌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3곡을 타이틀로 선정해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방식도 사실상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아니다. 전용 앱을 사용하고 틱톡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또한 최근 데뷔하는 아이돌이라면 모두가 시도하는 방식 아닌가?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뉴진스가 다르다, 신선하다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성공적으로 인식(포지셔닝)시킬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바로 ‘절묘한 믹스 앤 매치의 향연’이 그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뉴진스의 경우, 어떻게 창의성을 발휘했는가? 아니 어떤 조합을 창의적으로 발견했는가를 보면 대략 아래와 같은 요소가 있다.

- 전용 유료 앱 포잉 + Y2K 감성을 담아 커스터마이징한 디자인(토끼 캐릭터 등)
- 3곡의 타이틀화와 뮤직비디오 + 타깃에 소구 가능한 감각적인 비주얼과 기존 틀을 깨는 오픈 방식
- 1990년대 감성이 담긴 뉴트로 스타일링 + 세련된 멤버들의 비주얼
- 멜로디가 부각되는 음악 + 파워풀하면서도 풋풋한 안무 + 콘셉트에 맞는 무대 디자인
- 더현대 팝업 스토어 오픈 + 199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디자인 및 굿즈(CD 플레이어, 공중전화 등)

독자 편의성을 위해 2개씩 묶었지만 사실상 언급한 요소들이 뒤섞여 있다. 어쨌든 핵심은 뉴트로의 콘셉트 안에서 일관성 있게 믹스 앤 매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에 대한 향수를 불러오면서 자극적이지 않지만 세련되고 감각적인 대중적이지만 차별되게, 말은 쉽지만 실제로 섞이기 힘든 요소들을 어울리게 섞는 과정은 어렵다. 업계에서 이야기하는 모순된 2가지 이상의 단어가 어우러지는 기적. 그럴 때 대중은 신선하다고 느낀다. 이를 직관적인 콘텐츠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아주 세심한 요소까지 신경 써야 한다. 심지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진입장벽도 있어야 한다. 진입장벽에는 회사의 인프라(브랜드, 자본력, 좋은 인재와 파트너)도 포함된다. 아티스트 콘텐츠의 믹스 앤 매치만큼 이러한 요소들의 믹스 앤 매치도 중요하다. 적재적소에 콘텐츠, 인프라의 절묘한 배치를 통해 진입장벽을 높일 수 있다. 여기까지 정리하고 나니 이를 수행하기 위한 뉴진스의 모든 준비 과정과 앞으로의 행보에도 응원과 박수를 보내고 싶어진다.

 

“성공 비결은 누구나 알고, 능력이 뛰어난 회사나 사람도 있지만
막상 직접 실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일관성 있는 기획과 실행 능력이 중요한데
이는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이제 글을 마무리해보겠다. K-팝 산업에서 15년간 종사하며 세상에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콘텐츠가 포화 상태인 현 시점에서 더더욱 와닿는다. 이미 있는 것들을 절묘하게 잘 섞는 사람이 창의성을 인정받는 세상이다. 여기서는 뉴진스의 창의적인 행보를 마케팅의 관점에서 따라가보았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행한 절묘한 믹스 앤 매치의 결과가 어떤 것이고, 이제 막 데뷔한 신인 그룹이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도 지켜보았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첫째, 결국 사람이다. 음악 산업을 비롯해 모든 콘텐츠 산업에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명하게 존재한다. 당연히 마케팅도 자본의 규모에 따라 대중에게 전달되는 속도, 팬덤이 유입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성공 비결은 누구나 알고, 능력이 뛰어난 회사나 사람도 있지만 막상 직접 실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일관성 있는 기획과 실행 능력이 중요한데 이는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둘째, 실력 있는 인재를 지원해줄 인프라가 필요하다. 회사의 브랜드, 신뢰도, 네트워크, 자본력이 이에 해당한다. 다만 이 또한 실행하는 사람을 온전히 믿고 100% 독립성을 보장하는 투자자의 안목과 인내가 필수다. 또한 함께 일하는 팀원, 파트너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좋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우리가 현재 처해 있는 환경과 상황은 모두가 다를 수 있다. 다만 바라건대, 응원 또는 시기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믹스 앤 매치를 시도해봤으면 한다. 우리가 가진 스토리와 인프라, 감각, 자본을 트렌드와 잘 조합하는 역량을 가진 기획자가 업계에 많아지면 좋겠다. 이에 더해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의 마케팅 방식을 시도하는 회사도 늘어나기를 바란다. 이렇게 새로운 관점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제작했을 때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K-팝 산업에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K-팝은 물론 더 나아가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범접할 수 없는 킬링 콘텐츠로 계속 남아주기를 바란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y 어도어

2022년 10월호

MOST POPULAR

  • 1
    신세경 향수, '제라늄 젬' 출시
  • 2
    무적의 부츠
  • 3
    애인의 취미
  • 4
    시그니처가 뭐길래
  • 5
    THE OFFICIAL AFTER HOURS

RELATED STORIES

  • LIFE

    시그니처가 뭐길래

    아메키라노, 라떼 말고 다른 컬러와 조합으로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인 서울의 카페 4곳.

  • LIFE

    온전히 나를 위한 후회 없을 소비 6

    이번 주 아직까지 나를 위해 해준 일이 없다면, 지금 소개하는 여섯 가지 아이템을 기억해 둘 것.

  • LIFE

    서울의 밤 그리고 바

    점차 해는 짧아지고 밤은 길어지는 11월. 근사한 야경을 보기 제격인 바를 모았다. 서울의 특징적인 야경을 담은 도심 속 바 네 곳을 소개한다.

  • LIFE

    드라이브 가요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는, 가을 드라이브 플레이리스트 10

  • LIFE

    위스키를 준비했어!

    위스키 선물을 고민하고 있다면?

MORE FROM ARENA

  • FILM

    배우 이영애가 들려주는 평소의 생각들(feat. 취미, 고민, 작품 그리고 돈까스)

  • ARTICLE

    [A-tv] FRED x 류준열

  • FASHION

    THIS or THAT

    2019 F/W 트렌드를 두 가지 선택지로 나눠 던진 여섯 가지 질문.

  • FILM

    2015 제10회 A-AWARDS 오프닝

  • LIFE

    스타트업 - PHOENIX MOBILITY

    환경, 빈곤, 질병 등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들을 기술로 해결한다. 채팅 앱으로 아프리카의 허기를 채우려는 농업테크, 전기차 시대에 경제적으로 소외된 이들에게 기회를 주는 모빌리티 기업, 착한 박테리아로 식품 유통기한을 늘리는 푸드테크, 저소득층 아이들의 발달장애 치료를 위한 에듀테크, 중력을 사용한 신개념 청정 에너지까지. 인류애를 품은 스타트업을 소개한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