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mega Sapien
오메가 사피엔은 바밍타이거의 센터 래퍼다. 2019년부터 센터 자리를 지켜온 그는 바밍타이거 음악 외에도 오드리 누나, CL, 강다니엘, 박재범 등의 곡을 피처링했다. 포효하듯 랩하는 그를 형용하는 건 ‘압도적’이라는 수식어밖에 없다. 한 번 보면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오라를 가진 오메가 사피엔이 중시하는 주제가 궁금했다. “자신을 믿는 것. 사람들은 수많은 고민과 선택의 순간을 겪으며 살잖아요. 친구들이 제게 고민을 말하면, 저는 언제나 ‘너는 알고 있다’고 대답해요. 내 마음에게 물어보면 언제나 정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 길을 따르는 게 중요해요. 진짜 순수하게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는 게 큰 미션이죠.” 그는 삶의 방식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저는 삶을 가상현실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이는 제 직업을 불안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실제로 그렇기도 하죠. 또 지구에 머무는 시간은 되게 짧아요. 그래서 현실감을 낮추고 모든 건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게 삶을 즐길 수 있어요. 너무 심각하거나 진지해지지 말자, 게임일 뿐이야.”
신곡 ‘섹시느낌’의 첫 번째 벌스에서 오메가 사피엔은 동굴 같은 저음 보이스로 끈적하고 묵직하게 부른다. 그의 섹시 보이스에 빠져들기보단 젖어드는 기분이다. 이 짧은 벌스에 담아낸 기조는 무엇일까. “힘 빼기에 집중했어요. 저는 색깔이 과격하고 톤업된 보컬을 자주 선보였는데, 이 곡은 섹시한 느낌을 강조해야 해서 힘을 빼고 약간은 나른한 톤으로 불렀어요. 새로운 스타일이어서 힘이 더 들어가긴 했지만요. 정리하자면 힘을 빼는 것에 힘을 줬다는 말이 가장 정확하겠네요.” 그는 최근 동유럽 문화와 하드코어한 개버 장르에 특별한 영감을 받았단다. “폴란드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그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유럽 문화와 아름다움에 대해 공부했죠. 동시에 과격함의 끝인 개버 장르에 빠졌어요. 거친 브루탈리즘 건물 앞에서 개버 음악을 선보이면 얼마나 멋질까요. 일단 수호 형과 계획해보려고 합니다.”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는 당찬 오메가 사피엔은 청중에게 바라는 점도 당찼다. “비교하거나 사고하지 않고 음악을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음악은 무형의 것이고 정의 내릴 필요가 없거든요. 그냥 온전히 받아들이고 느껴주세요.”
Unsinkable
언싱커블은 비트를 만들고 디제잉을 한다. 바밍타이거의 곡 ‘Armadillo’와 ‘Kolo Kolo’ 메인 프로듀서이며, 이 밖에도 크러쉬, 쿤디판다 등 다양한 뮤지션의 음악을 작곡해왔다. 언싱커블의 손맛이 묻은 곡은 매섭다. 어디로 튈지 모를 비트가 후반부까지 질주한다. 이 특성이 두드러진 곡은 ‘Kolo Kolo’다. 아프리카 원시 부족이 기괴한 주문을 방성하는 듯한 효과음이 독특하며, 비트는 총알처럼 날렵하다. “마냥 무식하게 신나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 작업한 곡이에요. 비트에 얹을 오메가 사피엔의 가사도 재치 있는 사운드와 잘 어울렸죠. 저는 이질적인 사운드를 악기처럼 사용하기 때문에 특별하게 들리는 것 같아요.” 언싱커블이 말했다.
그의 표현 수단은 오직 비트다. 그가 소리로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는 무엇일까? “직접 경험한 것들을 소리로 치환해 곡으로 만들어요. 주제를 정해놓기보다는 영화나 전시를 보고 느낀 것을 음악으로 바꾸는 작업을 하죠. 소리의 경우 최대한 많이 수집하려고 해요.”
9월 1일 발표한 ‘섹시느낌’에서 언싱커블은 ‘머드 더 스튜던트’의 파트와 후반부를 편곡했다. 두드러지는 부분은 머드 더 스튜던트의 파트다. 비트가 끈적하고 무겁게 흘러가다 머드 더 스튜던트의 벌스에 들어서면서 밝게 환기된다. “머드 더 스튜던트의 밝고 희망적인 이미지를 고려해 랩보다 보컬적인 면을 강조했어요. 그래서 노래 부르듯 리듬감 있는 비트로 바뀌어 밝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됐죠.” ‘가라앉지 않는다’는 뜻의 언싱커블이 생각하는 가라앉지 않는 음악은 어떤 기조를 담고 있을까? “낯선 소리를 낯설지 않게 만든 음악이요. 사람들이 음악을 들으며 저마다 다른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의도한 바가 정확히 있지만, 뻔하게 해석되기보다는 각자 자신만의 생각으로 해석한다면 오래 기억되는 음악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문득 프로듀서인 그에게 ‘상황별 플레이리스트를 지정해주는 콘텐츠’에 대해 물었다. “예전에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봤어요. 그러한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사람은 과연 음악을 소중하게 생각할까 하는 의문이 있었죠. 지금은 그것도 음악을 소비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접근법이죠.” 언싱커블은 아직 자신만의 앨범이 없다. 머지않아 바밍타이거에서 보인 무드와는 다른 언싱커블만의 색깔을 보여줄 앨범을 선보일 것이다.
bj wnjn
굵직하고 허스키한 보이스가 매력적인 bj 원진은 보컬이자 프로듀서다. 대표적으로, 바밍타이거 멤버 소금의 ‘Smile’과 바밍타이거의 ‘JUST FUN!’을 프로듀싱했다. 이번 앨범 <섹시느낌 (feat. RM of BTS)>의 ‘섹시느낌’ 메인 프로듀서인 그의 음악적 근간은 흑인 음악이다. R&B 소울 음악이 베이스지만, 다양한 장르를 접목한다.
bj 원진의 음악은 굴곡지다. 격정적인 서사가 담겨 있다. 그는 곡의 벌스마다 각기 다른 톤과 무드로 이끈다. 그 수단이 보컬 혹은 비트가 될 수도 있다. “드라마틱한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산이 있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대하드라마처럼. 그 굴곡에서 묘한 희열을 느껴요. ‘섹시느낌’도 주파수는 일정하지만 오메가 사피엔, 머드 더 스튜던트, RM, 세 벌스의 무드가 계속 바뀌거든요. 어두웠다가 밝아지고, 무거웠다가 가벼워지죠. 이런 변주는 언싱커블, 이수호, 그리고 산얀에게도 큰 도움을 받았어요.”
유튜브에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자 하루 만에 3백만 조회수를 창출했고, 굳건하게 음원 차트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섹시느낌’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 곡을 작업한 지는 오래 됐어요. 작년 3월이었을 거예요. 작업 시작할 때 이수호, 산얀과 모여 묵직한 트랙을 만들고자 결의를 다졌어요. 트랙을 위한 테마를 고민하다 ‘섹시’ ‘호러’라는 키워드를 떠올렸어요. 무서우면서 동시에 섹시한 감성을 만들면 묵직함이 발현될 것 같았죠. 곡에서 섹시가 느껴지려면 숨소리가 필요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코러스 부분을 녹음할 때 소리보다 공기를 더 집어넣어 불렀어요.”
bj 원진의 싱글 앨범 <설렘>과 <xy>에선 우울하지만 행복하고, 마음을 아리게 만드는 그만의 깊은 지하 세계가 느껴졌다. 진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그가 생각하는 멋진 음악은 어떤 요소를 갖추고 있을까. “예상한 타이밍에 예상치 못한 사운드가 출현하면 멋있어요. 이 부분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다고? 하는 음악. 불편하기만 한 음악은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없으니 불편하면서도 편한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그러려면 곡의 템포가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죠.”
프로듀서이자 보컬인 bj 원진이 리스너에게 기대하는 건 무엇일까. “에너지를 주고받는 합. 관객과 곡 사이에 에너지가 오갔을 때 프로듀서가 희열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죠. 다만 저만의 앨범이 관객과 합을 이루면 그 희열은 더 커지겠죠. 현재 작업 중인 제 앨범은 발라드 트랙으로 채워지고 있어요. 내면을 여과 없이 담아냈죠. 앨범이 공개되면 마음속 응어리가 많이 풀릴 것 같아요.”
Leesuho
이수호는 바밍타이거의 프로듀서이자 보링 스튜디오 팀의 영상 감독이다. 김심야, 키드밀리 등 힙합 뮤지션 곡을 프로듀싱했고, 방탄소년단 제이홉, 새소년, CL, 우원재 등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이수호가 하는 전자음악은 찢기는 듯한 사운드가 가득하고, 영상은 파괴적이며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담고 있다. 예전 인터뷰에서 이수호는 열등감을 음악에 분노로 발현시킨다고 말했다. 그 분노는 듣기 불편한 사운드로 표현된다. 언캐니한 바이브에 대한 열망은 여전할까. “누군가에게 불편한 느낌을 주는 행위가 재미있어요. ‘아르카’의 곡을 처음 들었을 땐 ‘이게 음악인가?’ 할 정도로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오, 아르카!’ 하죠. 어릴 때부터 청개구리 같은 마음을 안고 살아왔어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었죠. 나이가 들어가며 통제가 줄어드니 청개구리처럼 행동할 길이 없더라고요. 그 욕구를 음악에 풀어요. 사람들이 제 음악을 이질적으로 느끼되, 불편한 소리가 주는 재미에 공감해줬으면 좋겠어요.”
개성이 강하고 뚜렷한 이수호 음악을 사랑하는 마니아는 분명 존재하지만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긴 힘들었을 터. 그의 고유한 결은 정규 2집 <Monika>(2021)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앨범 커버는 구강 안에 꽃 한 송이가 놓인 이미지다.
“<Monika>는 ‘생명체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작업한 앨범이에요. 애완벌레 같은 앨범이죠. 전자음악 기반이라 인공적인 소리가 대부분인데, 앨범 디자인의 이미지는 자연적 요소에서 영감받았어요. 공개된 후 앨범 커버와 음악이 무섭다는 피드백을 받았어요. 저는 그 피드백이 이해 되지 않았어요. 세상에 무서운 게 얼마나 많은데. ‘불편하다’와 ‘무섭다’는 엄연히 다른 의미거든요. 보고 듣기 불편한 걸 무섭다고 정의해버리면 더 받아들이기 힘들어져요. 무서우라고 만든 게 아니어서 잘못된 방향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죠.” 이수호에게 듣기 편한 음악은 어떤 음악일까? “빗소리나 바람소리 같은 앰비언트 음악이 듣기 편해요. 소리에서 욕심이 안 느껴지거든요. 팝 음악은 사운드는 듣기 편하지만 목적이 다분히 보여 마냥 편하진 않더라고요. 명상하거나 쉴 때는 빗소리를 자주 틀어놔요.”
‘섹시느낌’ 프로듀싱에 참여한 그는 명상하듯이 곡 작업을 했다. 자신만의 앨범을 선보인 후 세상이 살기 편해졌다고 느낀다는 이수호는 새로운 장르에 뛰어들고 싶어 했다. “요즘 자주 듣는 테크노 음악을 다뤄보고 싶어요. 하지만 또 어떻게 될지 모르죠?”
Mudd the student
머드 더 스튜던트는 일렉트로니카, 힙합, 팝을 접목한 록 음악가다. 래퍼, 보컬, 프로듀싱을 할 줄 아는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다. 작년 이맘때 촬영차 만난 그는 한껏 얼어 있었지만 이번 작업에선 능수능란한 모습을 보였다. 1년 사이 훌쩍 커버린 그의 여유는 ‘섹시느낌’에서도 전해졌다. “bj 원진 형과 오메가 사피엔이 이미 만들어놓은 곡이었어요. 두 번째 벌스가 비어 있는 상황이었고, 듣자마자 이 곡은 섹시라는 단어 말고는 표현할 길이 없을 정도로 강렬했어요. 섹시에 제격인 비트, 곡의 전반이 끈적끈적하고 무겁게 이어지더라고요. 제 개성에 맞게 변화를 주려 고민했어요. 저는 섹시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제 파트 이전 벌스보다는 가볍게 받아치고 싶었어요. 멜로디는 재미있고 명랑하게, 보컬은 가성과 진성을 넘나드는 플로로 풀어내고자 했죠.” 음악은 분위기를 환기하고, 오감을 건드리기까지 한다. 목소리나 기타를 긁어 파격적이고 과감한 사운드를 만드는 그에게 오감을 만족시키는 음악이란 어떤 것일까. “다들 그럴 거라 생각해요. 소리의 질감이 시각적인 감상을 유발할 때가 있거든요. ‘섹시느낌’은 마치 장어가 살아 움직이는 듯 생동감 있고 로우키한 감상이 떠오르는 곡이죠. 제가 좋아하는 1990년대 인디록은 일부러 소리를 더티하게 표현하듯 소리의 질감과 선명도가 중요한 것 같아요.”
머드 더 스튜던트는 자신의 개성을 언어로 표현하기엔 너무 추상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고수하는 가치관은 색다름과 행복이란다. “이를테면 사랑 노래는 흔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사랑 노래에서 ‘사랑’을 다른 소재로 바꾸든지, 아예 새로운 픽션을 써버려요. 그리고 제 안에는 저만의 유토피아가 존재해요. 그 유토피아는 혐오 없는 세계죠. 음악 시작할 때부터 간직한 가치관이고 절대 잊지 않으려 해요. 굳게 믿고 지켜가죠.”
그가 음악 하며 재미를 느끼는 순간은 색다른 피드백을 받을 때다. 전달하려는 주제와 리스너의 해석이 100퍼센트 일치해도 좋지만, 제멋대로 해석하는 것에 더욱 끌린다고 말했다. “그 해석은 타인의 머릿속에서 재창조된 예술 작품이나 마찬가지거든요. 망상에 빠져도 좋아요. 스스로 그렇게 해석했다면 그게 맞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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