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맛의 세계사> 미야사키 마사카츠, 탐나는책
방금 먹은 불닭 카르보나라는 적당히 매웠다. 적당히 매운맛을 딸기 우유로 달랬다. 맛을 음미하고 맛에 반응하는 건 딱 여기까지. 하지만 평생 먹다 죽는 우리에게 맛의 기원을 아는 건 꽤 유익한 일이 아닐까. 매콤한 후추는 유럽사와 세계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로마 시대에 후추에 지불한 비용은 대량의 금이었을 만큼, 독특한 향기와 쌉쌀한 맛의 후추는 희소성 있고 지위 높은 식자재나 약재로 중시됐다. 식욕을 증진시키고 위를 튼튼하게 만들어 해독 작용을 하는 만능 약으로 알려져 말라리아 특효약으로도 사용됐다. <처음 읽는 맛의 세계사>가 알려준 역사다.
이를 알았더라면 후추를 넣는 행위가 더 유의미하게 느껴졌으리라. 미각을 자극하고 미식을 주도하는 향신료와 조미료, 기호품에 얽힌 역사와 정보를 담아낸 책이다. 읽고 나면 군침이 돈다.
<작고 기특한 불행> 오지윤, RHK
N잡러가 핫한 키워드로 떠오르기 시작한 때가 2020년쯤이었던가. 이 단어에는 ‘시대’ ‘성공 상식’ ‘도전’ 같은 단어가 따라붙는다. 굉장한 노력을 들여야 할 것 같은 수식어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다발적으로 하는 직장인 유튜버, 인스타그래머 등이 출현하면서 N잡러를 열망하는 사람들은 더 늘어났고 마치 성공에 혈안인 신인류처럼 보일 듯 말 듯하다. 과거라고 N잡러가 없었을까. <작고 기특한 불행>의 저자 오지윤도 N잡러다. 카피라이터, 마케터, 방구석 작가, 사진가다. 그는 N잡러를 ‘아주 옛날부터 하고 싶은 게 많은 종족이 터득한 삶의 방식’이라 말한다. 표현하고 싶은 게 많은 저자는 일상에서 발견한 작은 통찰을 두툼한 책 한 권으로 엮어냈다. N잡러의 삶에서 맞닥뜨린 고민과 어려운 순간에 얻은 깨우침을 독자에게 전한다. 공감을 주입하거나 주장을 펼치지 않고 덤덤하게.
<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한겨레출판
이 책은 두 가지 기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단편 괴담들이 줄지어 있고, 읽는 당신은 여름밤을 오싹하게 보낼 수 있다. 그 괴담들의 주제와 소재는 그로테스크하지만, 사랑스럽고 기특한 결말과 의미로 가득하다. 현대 사회에서 외면받는 이들의 우울과 외로움을 쓰다듬어주는 이야기들로, 읽으면 따뜻해진다. 저자는 맞벌이 부부의 자녀, 남편과 사별한 아내, 길거리 고양이의 외로움을 잔잔하게 묘사한다. 애써 위로의 말을 나열하지 않지만, 따스한 정서가 스며 있다. 저자의 문장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 일만으로도 마음에 안정이 온다.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무시했던 사회와 구성원에 대해 떠올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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